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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국내 行事

2024.06.20. [국내行事 95] 동서 부부 방문

by 사천거사 2024. 6. 20.

동서 부부 방문

◈ 일시: 2024년 6월 20일 목요일 / 맑음

◈ 장소: 송림생고기 / 충북 청주시 상당구 탑동 149-8
◈ 회원: 우리 부부, 동서 부부           



아내에게는 여동생이 한 명 있다. 오랫동안 밀양에서 살아오던 처제 부부가 인천으로 이사를 한 후 처음으로 우리 집을 방문한다는 연락을 해왔다. 장모님 기일을 맞아 내일 가톨릭 군위묘원을 갈 예정인데 오늘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함께 가자고 한다. 좋은 생각. 귀한 손님이 온다니 기쁘기는 한데 저녁을 어떻게 대접하나 고민을 하다 일단 밖에서 먹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장소는? 그래, 거기가 좋겠다. 문의면 소재지에 있는 한정식집 마중. 2012년 8월 딸네 가족과 저녁을 먹은 적이 있는 집인데,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테이블을 차지하기가 힘든 곳이다. 이전에 갔을 때는 상호가 마중이었는데 지금은 모던한정식 마중가는 날로 바뀌었다. 오늘 남양주에 있는 천마산을 다녀와야 하기 때문에 라스트  오더 시간인 7시로 예약을 했다.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천마산 산행을 마치고 청주로 돌아가는 길, 마침 퇴근시간에 걸려 음성을 지나면서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밀리기 시작하더니 청주시내에 들어와서도 여전하다. 게다가 오늘은 청주에서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관계로 완전 거북이걸음이다. 그리하여 저녁 예약을 한 식당에 7시 도착이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전화를 걸고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저희 주방 직원들이 7시 30분 퇴근이에요. 그래서 아무리 늦어도 7시 10분까지는 오셔야 합니다.

7시 30분까지는 안 될까요?

그러면 저의 주방 직원들 20명이 모두 기다려야 해요. 어렵겠습니다.

예, 그러면 미안하지만 예약을 취소해야겠네요.

 

그렇게 해서 12년 만의 마중가는 날 재방문은 무산이 되고 말았다.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사정 이야기를 하고 집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전했다. 집에 도착해 동서 부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두 번째로 선정한 저녁 먹을 장소를 찾아갔다. 어디?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스시 김, 예전에 아내와 함께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음식이 괜찮았다는 인상이 늘 남아 있는 곳이다. 도착, 그런데 불이 꺼져 있다. 뭐지? 안에 사람이 있기에 끝났냐고 물었더니 라스트 오더가 7시 30분이란다. 지금 시간이 7시 35분. 5분 차이인데 손님을 안 받는다? 내 생각으로는, 7시 30분까지 남아 있는 손님이 한 명도 없어서 그냥 문을 닫는 것 같다. 

 

대략난감한 상황, 그때 처제가 멀리 보이는 간판을 하나 발견하고 그리로 가잖다. 어디여? 이름하여 송림생고기. 지금 이 시간에 먼 곳까지 이동한다는 것도 그렇고 해서 처제가 가리키는 식당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니, 이게 뭐야? 외관은 조금 허름한 편이지만 식당 안은 손님들이 가득했다. 삼겹살과 목살을 주문했다. 고기 맛이 좋다. 서빙하는 여자 주인의 인상도 좋다. 음식 맛은 음식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분위기도 무시하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긴장이 감도는 숨 막히는 분위기에서는 제 맛이 나지 않는다. 이곳은, 주변 환경이 조금 어수선한 편이지만 음식에 어울리는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그렇게 예상하지 않았던 맛있는 저녁을 먹고 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상가에 있는 커피 전문점에 들렀다. 그때 시각이 8시 45분, 커피를 주문했더니 매장 문 닫을 시간이 1분 남아서 테이크 아읏만 가능하단다. 에고, 그냥 집에 가서 내려 먹자.

 

집으로 돌아와 오늘 일어난 일을 곰곰이 되씹어보았다. 일단 마중가는 날 예약 건은 모든 게 내 잘못이니 더 말할 게 없다. 하지만 스시 김이나 커피 전문점의 영업 방식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것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손님들이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면 주인은 잠에 못 이겨 술판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꾸벅꾸벅 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불과 1분 남았다고, 겨우 5분 늦었다고 손님을 받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세태가 변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세태 변화에 나이 든 사람들이 제대로 적응을 못 한다는 사실이다.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과 결재가 가능한 키오스크 시스템, 주유 보조원이 없는 셀프 주유소,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라인 쇼핑 등이 어르신들의 일상생활을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방법 없다. 세상이 어르신에 맞추어 줄 리는 없으니 어르신이 세상에 맞추는 수밖에. 어르신들 힘내세요. 이런 말도 있잖아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송림생고기 메뉴판 [19:50]

 

▲ 삼겹살과 목살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