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회 모임
◈ 일시: 2024년 6월 19일 수요일 / 맑음
◈ 장소: 용용생고기 /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14-9
◈ 회원: 유석회원 4명
송아지, 망아지, 강아지, 그리고 돼지
우리말에서는 가축의 새끼를 일컬을 때는 송아지, 망아지, 강아지처럼 가축의 이름에 아지를 붙이는데 돼지는 그런 호칭이 붙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유는, 돼지라는 말 자체가 원래 새끼 돼지를 뜻하던 단어이기 때문이다. 돼지는 한국어 고어로 도 혹은 돝이라고 했다. 이 명칭의 흔적이 현대에도 남아있는 것이 바로 윷놀이다. 도개걸윷모의 도가 돼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새끼 돼지는 돝/도+아지 → 되아지/도야지라고 했는데, 이 단어의 의미가 돼지 전반을 가리키는 것으로 확장되고 단모음으로 축약되어 돼지가 되었다. 돌고래도 돝+고래가 합쳐진 단어로 돼지 고래라는 의미이며 실제로 범고래를 흰줄박이물돼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좀 더 이론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금은 쓰지 않는 다른 세 글자와는 달리, 옛이응의 발음은 현대 한국어에 버젓이 살아 있다. ㅇ은 초성에서는 소리가 없고 받침에서는 [ŋ]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가 바로 이 옛이응의 소리다. 예를 들어, 물고기를 뜻하는 한자 魚(어)의 원음은 옛 이응을 사용한 ᅌᅥ였다. 부ᅌᅥ(鮒魚), 사ᅌᅥ(鯊魚), 리ᅌᅥ(鯉魚, 이어), ᄇᆡᆨᅌᅥ(白魚), 오즉ᅌᅥ(烏鰂魚) 등이 지금은 각각 붕어, 상어, 잉어, 뱅어, 오징어(<오증어) 등으로 바뀌었다.
또 한 가지, 아지는 옛 한국어에서 사용된 접미사로 정확히는 옛이응을 써 ᅌᅡ지이며 아기와 같이 작다는 뜻으로 쓰이고 주로 동물 뒤에 붙어 새끼임을 나타낸다.
말+ᅌᅡ지 → 망아지
소+ᅌᅡ지 → 송아지
개+ᅌᅡ지 → 강아지
돝+ᅌᅡ지 → 되+ᅌᅡ지 → 돼지
17:30 유석회, 매달 한 번씩 회동을 하는 모임인데 5월은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느라고 스페인에 가 있어서 모임을 갖지 못했다. 오늘 두 달 만에 유석회원들이 모였다. 장소는? 어른도 아니고 새끼도 아닌 돼지를 요리하는 용용생고기 식당이다. 요즘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데 오늘도 뒤질세라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갔다.
날이 더워지면 불판을 앞에 놓고 고기를 굽는 게 부담이 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음식을 파는 식당들은 손님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오늘 식당에 들어가 보니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다. 뭔 일이랴? 내가 이 음식점을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많은 손님이 찾아온 것 같다. 어찌 되었던 회원 4명이 돼지 가브리살을 구워놓고 소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대화 내용은? 뻔하잖아. 나이 든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하겠어.
▲ 용용생고기: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14-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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