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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경기山行記

2008.04.06. [경기山行記 10] 경기 남양주 불암산

by 사천거사 2008. 4. 6.

불암산 산행기   

◈ 일시: 2008년 4월 6일 일요일  

◈ 장소: 불암산 508m /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 코스: 불암동 → 불암사 → 불암산장 → 주능선 → 정상 → 다람쥐광장 → 불암동 

◈ 시간: 3시간 35분 

◈ 회원: 아내와 함께



10:45   오늘은, 아들이 살고 있는 의정부에 온 김에, 불암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불암산은 서울시와 경기 남양주의 경계를 이루며 덕능고개를 사이에 두고 수락산과 이웃하고 있다. 서울시 경계에 위치한 5개 산 가운데 가장 낮은 산이다. 그러나 정상 부분이 온통 바위로 되어 있어 높이와 상관 없이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불암산 주봉은 해발 508m이고, 그 형상이 마치 송낙(소나무 겨우살이로 만든 여승이 쓰는 모자)을 쓴 부처의 모습과 같다 하여 불암산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천보산(天寶山), 필암산(筆岩山) 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불암산은 바위로 된 산이라 수목이 울창하지는 않으나, 능선은 기암으로 이어지고 봄의 철쭉은 화원을 연상케 한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등과 더불어 서울 근교의 산으로 교통편이 좋기 때문에 많은 산행객이 찾는 곳이다. 의정부를 떠나 43번 국도를 타고 퇴계원 방향으로 달리다 청학터널을 지나니 오른쪽으로 태릉 가는 길이 나오고, 그 길을 따라 다시 달리니 오른쪽으로 불암산으로 가는 길이 나 있었다.

 

주차장이 어딘지 알 수 없어 불암동 도로변에 차를 세운 다음 산행준비를 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온 산행객들이 길을 따라 걸어가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우리도 그들 뒤를 따라 올라갔다. 차도는 계속 이어지고, 천보사와 불암사로 갈라지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휘돌아 가는 길로 들어섰다. 오른쪽에 있는 산등성이에 진달래가 붉에 피어 있는데, 벌써 만개했다.


▲ 불암동 도로변에 세워 놓은 쏘렌토

 

▲ 불암사와 석천암 가는 길: 불암사까지는 계속 포장도로 [10:56]

 

▲ 불암사와 천보사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1:03]

 

▲ 불암사로 가는 길에 진달래가 만발했다 [11:09]


11:11   불암사 주차장, 빈틈 없이 차가 세워져 있다. 위를 쳐다보니 불암산 정상 부근의 암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일주문을 지나 불암사 절집으로 가는 길 양쪽에도 차가 빼곡이 들어차 있다. 차량들은 불암사 경내로 들어가는 계단 위의 자투리 공간까지 차지하고 있었다. 절묘한 주차 기술이다. 조용하고 경건해야 할 사찰이 차량의 엔진소리, 경음기 소리와 매연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와중에 스피커에서는 스님의 독경소리가 울려나오고.

 

불암산의 대표적인 사찰인 불암사는 신라 경문왕때 지증국사가 개창한 사찰로 봉선사의 말사이다. 조계종 사찰이 왜 이렇게 변했나? 대중들을 더 가깝게 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일까? 불암사 오른쪽으로 산행로가 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있었고 벌써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지런하기도 하지. 산행로는 자연석으로 만든 계단길이 많았고 대부분이 바윗길이었다. 산행로 좌우로 피어있는 진달래꽃이 산행객의 시선을 듬뿍 받고 있었다. 4월 9일에 보령의 아미산, 12일에 양평의 도일봉 진달래꽃 산행이 예정되어 있는데 너무 늦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예상 밖으로 날씨가 너무 따뜻하다.


▲ 불암사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불암산

 

▲ 불암사 일주문: 불암산은 일명 천보산이라고도 한다 [11:12]

 

▲ 불암사 올라가는 길에 만난 '나무아미타불'石 [11:15]

 

▲ 불암사 뒤로 불암산 암벽이 보인다 [11:17] 


11:25   석천암 갈림길. 오른쪽은 석천암을 경유해서 불암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우리가 내려올 코스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어제 술을 조금 과하게 한 탓인지 다리가 아프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모양이다. 아직 급경사 지역이 나타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10여분 올라가니 왼쪽으로 직벽에 가까운 암반이 나타났다. 불암폭포였다.


▲ 석천암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1:35   불암폭포에 도착. 물이 위에서 떨어진다기 보다는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형태였다. 가물어서 그런지 수량도 미미했다. 불암폭포 오른쪽으로 제법 가파른 경사의 바윗길이 나 있었다. 10여분 올라가니 길이 갈라지는데 이정표를 보니 오른쪽은 석천암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 약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는 불암폭포 


11:45   불암산장에 도착. 이 산장은 남양주시에서 운영하던 곳인데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그런지 폐허가 되어 있었다. 흉물스럽다. 그런데 이런 곳에 산장이 뭐 필요하다고 지었을까? 서너 시간이면 충분히 산행을 끝낼 수 있는데. 깨끗하게 철거를 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문제는 돈이겠지. 다른 데 쓸 돈은 있어도 이런 데 쓸 돈은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이니까.


▲ 불암산장 아래에 있는 석천암 갈림길

 

▲ 불암산장 옆에서 


11:48   불암산장에서 조금 올라가면 고개마루인데 곧바로 내려가서 주능선에 붙을 수도 있고 오른쪽 지름길을 따라서 주능선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오른쪽 길을 택했다. 바위벽을 올라가니 소나무 숲 사이로 계속 나 있는 산길은 경사가 적당해서 크게 힘이 들지는 않는다. 이곳에도 심심찮게 진달래꽃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적당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밀감을 간식으로 먹었다.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땀도 별로 나지 않는다. 마침내 계곡을 가로 질러 주능선으로 올라 붙었다.


▲ 불암산장 바로 위에 있는 암벽을 오르고 있는 모습

 

▲ 진달래가 한창인 불암산 [12:00] 


12:17   주능선 네거리에 도착. 왼쪽은 정암사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 같은데 확실한지는 모르겠다. 주능선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날씨가 확 풀렸고 또 한창 진달래가 피는 시절이라 사람들이 밖으로 많이 나온 모양이다. 하긴 서울 바로 옆에 있는 산이니 이 정도로는 사람이 많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불암산 정상으로 올라가는데 왼쪽에 한 여자가 얼굴에 피를 흘리며 앉아 있고, 그 옆에 개 한 마리가 물끄러미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상황으로 보아 바위에서 넘어지며 얼굴에 찰과상을 입은 것 같았다. 그런데 맨발이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해결해 줄 문제도 아니고 해서 통과. 어, 맨발인 사람이 또 내려온다. 건강에 좋다고 저러나? 아무리 그래도 등산화를 신어야 하지 않나?


▲ 불암산은 정상 부근이 온통 바위로 되어 있다 [12:21]


 

12:23   전망 바위에 도착. 정상을 오르는 길에 전망이 좋은 바위가 있기에 내가 붙인 이름이다. 전망이 정말 좋다. 아래로 노원구의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이 내려다 보이고 그 뒤로 북한산 능선이 연무 속에서 한 일자를 그리고 있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도봉산이 보이는데 수락산은 불암산 정상에 올라가야 보일 것 같다.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은 서울시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이 네 산을 연결하는 능선을 '불수도북' 능선이라고 하고 길이는 약 45km 정도가 된다. 이 능선을 밤을 세워가며 20시간 정도 걸려 종주를 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 전망 바위에서 내려다 본 노원구 아파트 단지: 뒤로 보이는 것이 북한산이다

 

▲ 전망 바위에서 바라 본 도봉산

 

▲ 소나무와 바위가 아름다운 다람쥐광장

 

▲ 전망 바위에서 본 해발 420.3m의 봉화대

 

▲ 전망 바위에서

 

▲ 전망 바위에서 북한산을 배경으로 


11:27   전망 바위 출발. 정상까지는 계속 바윗길이다. 커다란 바위 사이로 교묘하게 길이 나 있었다. 산행로 오른쪽 대슬랩에 뒷걸음질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대단한 균형 감각이다. 나도 대학 때는 바위를 탔었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경사는 급해졌고 위험한 곳에는 밧줄이 매어져 있었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빠져 올라갈 수 있는 암벽을 올라선 다음 다시 가파른 암릉을 오르니 태극기가 휘날리는 불암산 정상이다.


▲ 불암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바위 사이 사이로 길이 나 있다 [12:31]

 

▲ 암벽을 걸어서 내려오고 있는 산행객들 [12:35]

 

▲ 불암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12:37]

 

▲ 불암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12:38]

 

▲ 바위 틈에서 자란 소나무가 아름답다 [12:41]

 

▲ 바위 틈으로 난 산행로를 오르는 산행객들 [12:42]


12:48   해발 508m의 불암산 정상에 도착. 정상에 표지석은 따로 없고 삼각점이 두 개 박혀 있었으며, 국기게양대에서는 태극기가 봄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정상은 그리 넓은 편이 아니라서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발을 디딜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정상에서는 수락산이 잘 보였다. 기념사진을 찍고 하산. 석천암 쪽 하산길을 찾으려고 했으나 어딘지 모르겠다. 일단 수락산 방향 능선을 따라 내려갔더니 꽤 넓은 광장이 있다.


▲ 불암산 정상에서

 

▲ 불암산 정상에서

 

▲ 불암산 정상에서

 

▲ 불암산 정상에서 수락산을 배경으로

 

▲ 불암산 정상에서 바라 본 수락산


13:01   다람쥐광장이라고 쓴 통나무 위에 쳇바퀴가 올라 앉아 있다. 음료수와 컵라면 등을 파는 가게도 있고. 지도를 보며 오른쪽 석천암 쪽 하산로를 찾았으나 이곳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아내는 다른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라고 성화인데,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묻지 못하고 다시 불암산 정상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딘가에 있겠지. 정상을 다시 올라가기는 뭐하고 해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우회로를 따라 트래버스를 했다.


▲ 다람쥐광장의 간이 판매소

 

▲ 다람쥐광장이 있는 석장봉 


13:10   바위 틈에서 자란 소나무 밑 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빵과 물! 아침을 늦게 먹은 탓인지 배는 별로 고프지 않았다. 점심 후 바로 출발. 트래버스 길이 끝나면서 아까 올라왔던 길과 만났다. 그런데 여기서도 석천암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정표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자. 아내는 옆에서 실실 웃으며 자꾸 나를 놀려댄다. 속으로 그랬겠지. '아이구, 저 등신. 물어보면 될 건데.' 그런데 석천암으로 가는 길은 정말 어디에 있는 거야? 

 

13:38   불암산장에 도착. 오전에 올라왔던 길로 계속 하산이다. 돌로 이루어진 하산길이라 무릎에 영향을 많이 준다. 내려가면서 왼쪽을 쳐다보니 사람들이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모습이 확연히 보인다. 도대체 저 길이 주능선 어디에서 들어서는 거지? 산에 꽤 다녔다고 하는 나도 모르겠으니, 참. 석천암 갈림길이 가까워졌는데 왼쪽 바위에 하얀 페인트로 '김지홍'이라고 쓴 글씨가 보였다. 우리 평산회원 이름인데, 언제 다녀갔나? 석천암 갈림길에 이르자 도대체 석천암 가는 길이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러 다시 올라가보고 싶었으나 참았다. 참을 땐 참아야 한다.


▲ 바위에 누가 '김지홍'이라고 페인트로 써 놓았다 [13:49]

 

▲ 진달래가 아름다운 석천암으로 오르는 길 [13:51]

 

▲ 불암사 왼쪽으로 나 있는 산행로에도 진달래가 한창이다 [13:52] 


13:57   불암사에 도착. 벌써 연등이 내 걸렸다. 석가탄신일이 언제지? 5월 12일인가? 주차장에는 산행을 마치고 귀가하려는 사람들로 복잡했다. 불암동으로 내려가는 길, 덥다. 봄날씨가 아니라 초여름 날씨다. 요즘 날씨는 종을 잡을 수가 없다. 기상대 직원들이 일기예보에 힘들어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14:20   불암동 주차된 곳에 도착. 차 문을 여니 후끈한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중부고속도로에 접속한 다음 청주를 향해 달렸다. 서울에서 나들이 차량이 많이 나갔다는데 상행선은 통행하는 차량이 많지만 하행선은 한산했다. 도로변 야산에 조금 일찍 잎을 틔운 나무들의 연록색이 보기에 좋다. 한 여름의 짙은 녹음보다 훨씬 보기에 좋다. 간혹 보이는 진달래꽃도 보기에 좋고. 4시 조금 넘어 청주에 도착, 불암산의 진달래꽃 산행이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