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정맥 제7구간 종주기
◈ 일시: 2008년 3월 22일 토요일
◈ 코스: 모래재 → 보광산 → 고리티고개 → 백마산 갈림길 → 보천고개 → 행치재 → 큰산 → 삼실고개
◈ 거리: 15km
◈ 시간: 7시간 17분
◈ 회원: 이방주, 연철흠, 신남호, 이효정(4명)
07:30 아파트 출발. 오늘은 한남금북정맥 산행으로 백만사 이방주 회장님과 함께 산에 다니는 두 분과 동행을 하게 되었다. 원래 백두대간이나 정맥 산행은 나 혼자 다니는 타입이지만, 이번 산행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슴 가득히 밀려 왔다. 지하도가 있는 농협 사거리에서 2007년 1월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함께 다녀온 최창원 선생님을 만났다. 친구분들과 산에 가신다고. 모두들 열심히 산에 다닌다. 좋은 현상이다.
07:55 집결지인 신흥고등학교 앞에 도착. 이미 세 분이 차를 대기시켜 놓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주신다. 처음 보는 두 분 중 한 분은 삼보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연철흠 선생님, 다른 한 분은 흥덕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신남호 선생님인데 인상이 좋다. 하긴 산에 다니는 분들치고 심성이 나쁜 사람은 없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곧바로 증평으로 출발. 아침 바람이 조금 차갑지만 날은 좋다. 산행 하기에 최적의 날씨다. 저녁 나절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기는 했지만 그건 그 때의 일이고.
08:17 증평역 시내버스 주차장에 도착. 모래재로 가는 시내버스 시간을 알아보니 8시 20분에 출발하는 차가 있었다. 제대로 시간에 맞춰 왔다. 이방주 회원님이 커피를 뽑어 주셔서 맛있게 한 잔 먹었다. 시내버스는 한산했다. 한 집에 자가용이 몇 대씩 있기도 하지만 한 대도 없는 집도 있으니 대중교통 운행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물론 적자다. 그러나 시골지역 대중교통 운행을 경제적 논리로만 풀 수는 없는 문제다. 모래재 구도로 보광산관광농원 앞에서 하차.
▲ 증평역: 모래재로 가는 시내버스 증평 종점
08:41 모래재 왼쪽으로 보광산 이정표가 있고 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산행이 시작되었다. 모퉁이를 돌아가니 작은 방죽에 빙 둘러 의자가 설치되어 있었다. 수암낚시터다. 나는 낚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작은 방죽에 붕어와 잉어 등을 풀어 놓고 수십 명이 둘러 앉아서 하는 낚시는 더욱 싫어한다. 낚시를 제대로 즐기려면 넓은 바다나 호수, 또는 강에서 한 판 붙어야지, 좁은 곳에 가둬 놓고 수십 명이 대든다는 것은 벌써 게임의 형평이 맞지 않는 것이다. 실내 낚시터라는 것도 있는데 그건 낚시가 아니라 물고기를 이용한 도박이다.
낚시터 왼쪽으로 돌아 4차로 신도로 아래에 나 있는 지하도를 지나 올라서자, 보광산 등산로 안내판과 함께 보광사로 가는 넓은 산길이 나 있다. 곧 산길은 갈라지고 우리는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작은 언덕을 넘으니 시동마을에서 올라오는 넓은 길과 만났다. 여기서 길은 다시 갈라지는데 오른쪽 인도를 따라 얼마를 걸어가니 다시 갈림길. 원래 정맥 길은 오른쪽이지만 우리는 보광사를 구경하기 위해 왼쪽 길을 택했다.
▲ 모래재 왼쪽으로 시작되는 한남금북정맥 길
▲ 4차로에서 시작되는 정맥 길로 들어서고 있는 회원들 [08:45]
▲ 소나무가 아름다운 보광사 가는 길 [08:53]
09:16 보광사에 도착. 입구의 소나무가 아름답다. 가운데에 대웅전이 있고 왼쪽에 요사채, 오른쪽에 단청을 하지 않은 꽤 오래됨직한 건물이 전부로 절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대웅전 오른쪽에 있는 샘터에서 물을 한 바가지 떠서 마셨더니 오장육부가 시원하다. 보광사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5층 석탑이 보인다. 봉학사지 절터였다.
▲ 보광사 대웅전 앞에서 이방주, 신남호, 연철흠 회원님
09:23 봉학사지에 도착. 절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샘터며 축대의 모습이 그대로 있고 주춧돌을 박았던 표시도 확연하다. 절집은 어디로 갔나?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5층 석탑만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봉학사지 위에는 봉분이 꽤 큰 무덤이 두 개 있었다. 무슨 참판의 묘라는데 이곳이 금계포란형의 명당이라 봉학사를 빼앗아 불을 지르고 대신 무덤을 썼다고 한다. 그 참판의 후손들은 잘 되었을까? 만약 잘 되었다면 그것은 세상의 순리가 아니다. 잘은 모르지만 분명 잘못 되었을 것이다. 惡은 절대로 善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세상의 순리다. 순리에 역행하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어 있다.
▲ 봉학사지 5층 석탑
▲ 봉학사지에 있는 주춧돌
09:27 보광산 정상은 봉학사지에서 왼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정상에 닿기 직전 왼쪽에 언제 누가 갖다 놓은 건지 알 수 없는 손수레가 있는데, 비바람에 녹이 발갛게 슬었다. 별로 아름답지 못한 정상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 찍고 전망대 헬리콥터 착륙장으로 출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니 볼 건 다 보고 가야 한다. 전망대까지는 5분 남짓 걸리는 거리였다.
▲ 보광산 정상에서
▲ 보광산 정상에서
09:34 전망대 헬리콥터 착륙장에 도착. 글자 그대로 전망대다. 사리면과 증평읍 뒤로 두타산이 정면으로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는 백마산과 큰산, 가섭산이 보인다. 우리가 가야 할 한남금북정맥 길도 뚜렷하다. 왼쪽으로는 상당산성에서 이어지는 정맥 길이 보이고 청주시내의 라마다 호텔도 보인다. 그런데 두타산 위로 올라오는 연기는 무엇이지? 산불인가? 오늘 같은 날 산불이 나면 안 되는데. 날이 가물어서 낙엽은 바싹 말라 있고 바람은 불고, 산불이 번지기에 최적의 상태가 아닌가. 산불, 조심해야 한다.
전망대에서 정맥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다시 봉학사지까지 돌아와야 했다. 봉학사지 위 둔덕을 지나자 삼거리 이정표가 있는데, 고리티재로 가는 정맥 길은 왼쪽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곧장 가면 아까 보광사로 가는 길과 갈라지는 삼거리를 거쳐 모래재로 내려가게 된다. 고리티재로 가는 길은 완만한 내림길이었다.
▲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본 두타산
▲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본 백마산, 큰산, 가섭산
▲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본 한남금북정맥
▲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본 사리면, 증평읍: 그 뒤로 청주시의 라마다 호텔 건물이 보인다
▲ 모래재와 고리티재 갈림길 이정표 [09:46]
10:10 완만한 오름길 끝에 395.4봉에 도착. 삼각점이 있고 '음성 476'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고리티재로 착각하기 쉬운 임도를 지나 계속 내려가니 왼쪽으로 성황당 흔적인 돌무더기가 있는 고리티재가 나타났다.
▲ 395.4봉
▲ 395.4봉에 있는 삼각점
10:19 고리티재는 양쪽으로 길이 나 있었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은 거의 없었다. 왼쪽으로 흩어져 있는 돌무더기가 성황당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을 뿐. 세월에 따라 있던 길이 없어지고 없던 길이 새로 만들어진다. 고리티재에서 백마산 갈림길까지는 완만한 봉우리의 오르내림이다. 낙엽이 쌓인 산길은 먼지는 조금 나지만 푹신해서 양탄자 위를 걷는 기분이다. 조금 가파른 길을 올라가니 백마산으로 갈라지는 곳이라는 이정표가 나무를 끌어 안고 있다.
▲ 고리티재를 지나가고 있는 회원들
10:45 백마산 갈림길에 도착. 왼쪽으로 약 1km 정도 가면 백마산 정상에 이르게 된다. 두어 시간 산행을 했기 때문에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기로 합의. 회원 각자가 가져온 간식을 내어 놓으니 상이 푸짐하다. 이방주 회원님이 가져온 소곡주로 간단한 예를 올리고 음복을 했다. 10시 57분에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
▲ 백마산 갈림길 안내판
11:01 백마산 갈림길에서 내려서니 바로 내동고개다. 임도의 흔적은 있는데 고리티재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왕래는 없는 것 같다. 내동고개에서도 계속 완만한 산길. 생강나무 향기가 코를 찌른다. 아까부터 가끔씩 보이던 생강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봄산에 오면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꽃이 바로 생강나무의 꽃이다. 노란 생강나무 꽃은 산수유와 비슷하다. 생강나무는 일명 산동백이라고도 한다.
생강나무
생강나무는 녹나무목 녹나무과의 식물이다. 학명은 Lindera obtusiloba이다. 겨울에 잎이 지는 떨기나무다. 잎이나 가지를 꺾으면 생강 냄새가 나서 생강나무라 부른다. 키는 2~3m쯤 되며 숲에서 자란다. 이른 봄에 산 속에서 가장 먼저 노란 꽃을 피운다. 꽃은 잎이 나기 전에 피고 꽃자루가 짧아 가지에 촘촘히 붙어 있다. 꽃이 필 때 짙은 향내가 난다. 산수유나무도 비슷한 시기에 거의 같은 모습으로 꽃을 피우는데 생강나무 꽃보다 산수유나무 꽃의 꽃자루가 약간 더 길고 생강나무는 꽃을 피운 줄기 끝이 녹색이고 산수유나무는 갈색이다. 콩알만한 둥근 열매가 9월에 붉은색이었다가 검은색으로 익고 동백 기름처럼 열매로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으로 썼다. 다른 종으로 북아메리카 원산의 Spicebush( Lindera benzoin)가 있다.
▲ 내동고개
▲ 생강나무 꽃이 핀 넓은 산행로를 걷고 있는 회원들 [11:01]
▲ 양지에는 생강나무 꽃이 만개했다 [11:20]
11:21 377.9봉에 올랐다. '437 복구 건설부 74.10'이라고 적혀 있는 삼각점이 박혀 있다. 이름 모를 봉우리를 하나 지나니 거의 굴곡이 없는 능선길이 이어지고 능선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진행. 얼마 후 보천 고개를 지나가는 515번 지방도가 보이고 왼쪽으로 눈을 돌리니 오늘의 산행 막바지에 올라야 할 큰산이 우뚝하게 서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 377.9봉
▲ 377.9봉에 있는 삼각점
▲ 보천고개로 내려가기 전에 본 큰산 [11:43]
11:53 515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보천고개에 내려섰다. 괴산군에서 보호수로 지정한 느티나무가 눈길을 끈다. 이곳은 음성군 원남면과 괴산군 소수면의 경계가 되는 곳인데 느티나무가 있는 곳은 괴산군 소수면이다. 고개를 지나 제법 가파른 오름길을 오르니 다시 길이 평탄해졌다. 보천고개에서 20분 정도 걸려서 378.5봉에 도착했다.
▲ 보천고개에 있는 보호수
▲ 515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보천고개
▲ 보천고개를 지나 다시 산길을 오르고 있는 회원들 [11:55]
▲ 378.5봉 [12:13]
12:15 378.5봉을 지나 조금 평탄하고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 점심상을 차렸다. 김밥과 물, 소곡주로 마련된 소박한 점심상이었다. 간식으로 별로 먹은 것도 없는데 신선한 공기를 많이 마셔 배가 부른지 회원들 대부분이 김밥을 반 정도밖에 먹지 못한다.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 상을 물렸는데 이런! 아내가 마련해준 김치를 꺼내 놓지 않았네. 그냥 가져가면 아내가 실망을 할테고, 큰산에 가서 먹어야겠다. 12시 48분, 점심을 끝내고 산행 출발. 시멘트 도로를 지나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가는 가정자에 내려섰다.
▲ 낙엽이 쌓인 능선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사진만 보면 숫제 가을 기분이 난다 [13:00]
13:16 가정자에는 515번 지방도와 36번 국도를 연결하는 도로가 지나가고 있었다. 표지기가 있는 우측 산길을 따라 올랐는데 조금 지나니 길이 애매하다. 표지기도 없고. 그래도 왼쪽 길이 조금 뚜렷해서 들어섰는데 얼마를 내려가니 검은 색 포장이 둘러쳐져 있고 길이 끊어졌다. 다시 원위치. 이번에는 직진을 해보았다. 제대로 정맥 길에 들어섰다. 이런 애매한 곳에 왜 표지기를 달아놓지 않았을까? 도로를 하나 지나고 봉우리를 넘은 다음 다시 수렛길을 통과해서 다시 봉우리를 하나 넘으니 행치재가 내려다 보였다. 행치재 건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생가터와 그 뒤에 솟아 있는 큰산도 보이고.
▲ 가정자
▲ 길을 잘못 들어 헤매고 있는 회원들 [13:20]
▲ 정맥 길에서 내려다본 원남면 [13:38]
▲ 행치재와 큰산 [13:49]
13:57 36번 4차로 도로 지하통로를 지나 행치재에 올라섰다. 동네로 들어가는 길에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한승수 국무총리가 모레 3월 24일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생가를 방문한다는 내용이었다. 국무총리가 이곳에 뭐하러 오나? 우리가 먼저 가 보아야겠다.
▲ 행치재 4차로 도로 아래 지하통로를 통과
14:00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생가터에 도착. 생가는 어디로 갔나? 생가를 복원이라도 하려고 국무총리가 오는 건가? 이곳 생가에서는 3살까지 살고 충주로 갔다는데, 그래도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걸까? 태어난 곳이 중요한가, 아니면 자라난 곳이 중요한가? 음성군과 충주시가 이 문제 때문에 티격태격 한다는데 보기에 좋은 모습은 아니다.
생가터 왼쪽으로 포장도로가 있고 큰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 있다. 물론 원래의 정맥 길은 행치재에서 직접 능선으로 올라야 한다. 큰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이름에 걸맞게 가팔랐다. 250m 정도의 고도를 올려야하니 쉬운 일은 아니다. 장딴지가 뻣뻣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연철흠 회원님은 잘도 오른다. 마라톤으로 다진 체력이니 이런 산행이야 가뿐하시겠지.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생가터 [14:01]
▲ 큰산으로 올라가고 있는 회원들 [14:10]
▲ 큰산 오르막 막바지 [14:46]
14:47 해발 509.9m의 큰산에 올랐다. 정상에는 산불감시카메라와 통신시설물이 설치되어 있고 원형 삼각점도 박혀 있다. 큰산에서의 조망도 뛰어났다. 왼쪽으로 행치재가 보이고 그 뒤로 우리가 걸어온 정맥 길이 보인다. 바로 아래에는 원남면을 가로지르는 36번 국도가 일직선으로 뻗어 있고, 오른쪽으로는 멀리 두타산이 보인다. 이제 더 오를 산이 없으니 느긋하게 쉬기로 했다. 남은 김밥과 김치, 오가피주를 꺼내 놓고 2차로 파티를 벌였다. 확 트인 산 아래를 보며 마시는 술 한 잔에 신선이 따로 없다. 15시 10분 큰산 출발. 바로 옆에 있는 517봉까지는 17분 거리였는데 경사가 거의 없는 완만한 길이었다.
▲ 큰산 정상: 산불감시카메라와 통신시설이 있다
▲ 큰산에 있는 삼각점
▲ 큰산 정상에서 본 두타산 방면
▲ 큰산 정상에서 본 원남면: 36번 국도가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다
▲ 큰산 정상에서 본 행치재와 한남금북정맥 능선
▲ 517봉으로 이어진 능선을 걷고 있는 회원들 [15:19]
15:27 517봉에 도착. 오른쪽으로 내리막길인데 경사가 급하다. 그래도 눈이나 얼음이 없어 조금만 조심하면 큰 문제는 없는 길이었다. 급경사길을 내려선 다음부터는 완만한 내림길이 계속 이어졌다. 초천리도 보이고 삼실고개를 지나는 도로도 보인다. 이제 오늘 산행도 막바지다. 끝날 때가 되었다는 기분에서인지 다리가 가뿐가뿐하다.
▲ 517봉을 내려가고 있는 회원들
15:58 삼실고개에 내려섰다. 36번 국도와 516번 지방도를 연결해주는 왕복 2차로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다음 산행 들머리를 찾아보았으나 어딘지 확실히는 모르겠다. 그건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36번 국도가 지나가는 하당리 쪽으로 출발. 2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라서 굳이 택시를 부를 필요는 없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길이라 한 차로를 점령하고 뒤로 걸어서 내려왔다. 이렇게 하면 다리 근육의 피로가 많이 풀린다고 한다. 도로 왼쪽에 있는 하당저수지를 지나니 오른쪽으로 하당초등학교 건물이 보인다. 이 학교에는 아름다운 소나무가 많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에 구경을 하고 가기로 했다.
▲ 36번 국도와 516번 지방도를 이어주는 도로가 지나가는 삼실고개에서 하당리로 내려가는 회원들
▲ 삼실고개에서 하당리로 이어진 도로를 거꾸로 걸어 내려오고 있는 회원들 [16:02]
16:29 하당초등학교에 들어섰다. 한 바퀴 둘러보니 소문대로 자태가 뛰어난 반송들이 교사 주변에 산재해 있었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사람이나 보기에 좋은 것은 보기에 좋다. 보기에 좋은 소나무 앞에서 보기에 좋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니 보기에 좋다. 하당초등학교를 나오니 36번 국도가 빤히 보인다. 증평가는 시내버스는 언제 있나? 연신 음성 쪽을 바라보며 걷는데 오메, 시내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뛰어라! 뛰어야 잡는다! 칼 루이스도 못 따라올 속도로 달려 간신히 시내버스를 잡았다.
▲ 아름다운 소나무가 많은 하당초등학교에서
▲ 아름다운 소나무가 많은 하당초등학교에서 이방주 회장님과
16:37 버스에 승차. 증평까지 버스 요금은 1,900원. 한참을 뛰었더니 숨이 차다. 그래도 버스를 놓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기사분에게 다음 버스 시간을 물었더니 5시 20분 경에 있단다. 거 봐, 큰일 날 뻔 했지. 지난 번 모래재에서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쳐 50분을 기다린 적이 있는데, 조금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면 오늘도 그랬을 것이다. 어휴!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토요일 오후 시내버스는 손님이 없다. 거의 전세를 내다시피 해서 증평까지 타고 왔다.
17:05 증평역에 도착. 넓은 광장에는 아침보다 세워진 차들이 많았다. 차를 돌려 청주로 출발. 토요일 오후였지만 도로에 운행하는 차량이 많지 않아 청주까지 쉽게 올 수 있었다.
17:30 청주 신흥고등학교 앞에 도착. 신남호 회원님은 오늘 밤 부활절 성야 미사에서 독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가시고, 이방주, 연철흠 회원님과 신흥고 맞은 편에 있는 음식점에서 뽕잎 칼국수로 저녁을 먹었다. 이방주 회원님이 잘 안다는 음식점 주인분이 푸짐한 칼국수에 해물 파전까지 덤으로 내와 소주 한 병을 가볍게 비웠다. 이래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많이 알수록, 많이 만날수록 좋다. 그 만남이 이해관계가 없는 情으로서의 만남이어야 한다는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오늘 산행에서 만난 회원님들, 음식점 주인분이 모두 그런 분들이고 그들과의 오늘 첫 만남이 모두 그런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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