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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한남금북정맥

2008.04.20. [한남금북정맥記 8] 삼실고개→방아다리고개

by 사천거사 2008. 4. 20.

한남금북정맥 제8구간 종주기 

◈ 일시: 2008년 4월 20일 일요일 

◈ 코스: 삼실고개 → 돌고개 → 구례고개 → 보현산 → 소속리산 → 21번 국도 →

           82번 지방도 → 방아다리고개

◈ 거리: 19km+2.5km(접근 거리)

◈ 시간: 8시간 56분+30분(접근 시간)

◈ 회원: 이방주, 연철흠, 이효정(3명)


 

 


07:16  청주 동청주 등기소 앞 출발. 오늘은 거의 한 달만에 다시 한남금북정맥길에 나서는 날이다. 등기소 앞으로 가니 벌써 이방주 선생님의 차가 기다리고 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보니 신남호 선생님이 보이지 않는다. 집에 애사가 있어 참석을 못하셨다고. 원래 계획은 증평에 차를 놓고 시내버스로 음성 하당까지 갈 예정이었으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을 것 같아 직접 차를 몰고 하당까지 가기로 했다. 날은 화창하고 운행하는 차도 별로 없다. 달려라 무쏘여. 

 

07:54  하당초등학교에 도착. 주차를 한 다음 멋진 소나무를 구경하며 교정을 둘러보았다. 삼실고개로 올라가는 포장도로 양쪽의 벚나무 가로수에 꽃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일단 벚꽃부터 구경하고. 오른쪽에 있는 하당저수지를 통과하는데, 맞은 편 산의 신록과 물이 잘 어울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봄 신록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그래서 봄의 신록을 그림으로 그릴 수가 없다고 하던가. 화가가 색을 칠한 다음 물감을 찍어 다시 보니 아까 칠한 색이 아니더란다. 하당저수지에는 낚싯꾼들이 여럿 있었다. 이른 아침에 온 사람들인가 아니면 밤을 세운 사람들인가? 밤을 세워가며 물고기를 꼭 잡아야 하나?


▲ 하당초등학교에서 삼실고개로 올라가는 길: 벚나무 가로수의 꽃이 아직 남아 있다 [07:59]

 

▲ 하당저수지의 신록: 물과 주변 나무들의 색이 곱다 [08:09] 


08:24   삼실고개에 도착. 이곳을 지나는 포장도로를 따라 고개를 넘어 왼쪽으로 계속 가면 돌고개를 넘어 오는 516번 지방도와 만나게 된다. 고갯마루 왼쪽에 커다란 벚나무가 있는데 꽃이 그대로다. 산행로는 고개 오른쪽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포장도로는 곧 수렛길로 바뀌고 이어 능선으로 올라가는 곳에 표지기가 붙어 있었다. 3단으로 된 묘역과 키가 작은 전나무 숲을 지나 왼쪽으로 내려서니 시멘트 포장도로가 보였다.


▲ 오늘의 산행 기점인 삼실고개

 

▲ 삼실고개에서 이어지는 수렛길을 걷고 있다 [08:26] 


08:37   시멘트 포장도로 안부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붙었다. 길이 뚜렷하고 표지기도 많이 붙어 있는데 잡목들이 많이 걸리적거린다. 특히 산초나무와 아카시, 찔레나무, 또 이름을 알 수 없는 가시나무들이 얼굴과 팔, 손등을 할퀴려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이런 날 반소매 옷이라도 입고 오면 여러 군데 긁힐 각오를 해야 한다. 주의를 한다고 했는데도 나중에 보니 우리 모두 가시에 긁힌 영광의 상처를 갖고 있었다.

 

초여름에 가까운 날씨라 야생화가 다투어 피고 있었다. 특히 종 모양의 보라색 큰구슬붕이가 자주 눈에 띈다. 진달래도 아직 남아 있다. 그런데 이게 뭐야? 철쭉 아냐? 진달래보다 색이 연한, 그러나 꽃은 큰 철쭉이 활짝 피어 있었다. 대개 5월 초순부터 아랫녘에서 피기 시작해서 고산 지대는 6월 초까지 피는 것이 정상인데. 정말 철쭉 맞나? 철쭉 맞다.


▲ 시멘트 포장도로 안부에서 능선으로 오르고 있다

 

▲ 4월 중순이 조금 지났는데 벌써 철쭉이 만개했다 [08:52] 


08:53   삼각점이 있는 351.7봉에 도착. 봉우리를 지나 조금 진행하니 오른쪽으로 돌고개로 이어지는 도로가 내려다 보인다. 그 뒤로 음성읍내가 펼쳐져 있고 왼쪽으로 가섭산, 오른쪽이 수정산이 솟아 있다. 돌고개로 내려가기 직전 봉우리를 오르니 길은 왼쪽으로 꺾이는데 급경사 내리막이다. 갈길을 방해하는 잡목들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 351.7봉에 있는 삼각점

 

▲ 산행 중에 바라 본 가섭산과 수정산: 아래 도로는 516번 지방도 [09:00] 


09:06   돌고개에 내려섰다. 삼생리로 가는 516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곳이다. 정맥길은 곧바로 난 구도로 쪽이다. 왼쪽으로 휘어지는 구도로옆에 '돌고개 개통기념비'라고 새긴 화강암 표지석이 있었다. 추측컨대, 우리나라 만큼 기념 표지석이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虎死留皮요, 人死留名인가. 여기서 정맥길은 오른쪽 능선길인데 그 왼쪽에 있는 임도를 따라가도 나중에 능선길과 만나게 된다. 순탄한 산길을 따라 낮은 봉우리를 하나 넘어 가니 임도가 나타났다.


▲ 돌고개 신도로에서 구도로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 돌고개 구도로에 있는 돌고개 개통기념비 [09:09]

 

▲ 돌고개 구도로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고 있다 [09:10]


09:20   임도를 가로 질러 능선으로 올라 붙었다. 큰 경사가 없는 산길을 따라 낮은 봉우리를 넘으니 오른쪽 안골 마을로 이어지는 임도가 나타나고, 여기서 왼쪽 능선으로 붙어 오르니 오름길이 이어졌다. 27번 고압선 철탑을 지나면서 길은 계속 평탄하다. 걸리적거리는 잡목도 별로 없고 푹신한 발밑 땅에서 봄기운이 왕성하게 샘솟고 있다. 피톤치드도 많이 나올 때라 심호흡을 자주 해본다. 해는 계속 나 있지만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불어 무덥지는 않다. 나무에 잎도 많아져서 그늘도 깊어졌다.


▲ 임도를 가로 질러 다시 오른쪽 능선으로 오르고 있다

 

▲ 임도를 지나 왼쪽 능선으로 오르고 있다 [09:27]

 

▲ 27번 고압선 철탑을 지나고 있다 [09:37]


09:55   뱀거리고개에 도착. 지도상에는 구례고개라고 되어 있다. 소여리에서 뱀거리로 이어지는 2차로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곳이다. 임도 옆에 보현산 약수터 표지석이 있고 보현산 임도 안내판도 세워져 있었다. 오른쪽으로 나 있는 비포장 임도를 따라 걸었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임도 길목에 '쉬는터 所地名 由來'라고 쓴 烏石에 이 지역의 지리적, 역사적 유래가 적혀 있고 뒷면에는 옆에 있는 느티나무가 이름 있는 가문의 종자라고 설명되어 있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고 볼 일이다. 

 

임도가 왼쪽으로 꺾이는 지점에 이정표가 서 있다. 보현산 약수터와 제1정상으로 갈라지는 곳인데 오른쪽 보현산 약수터를 경유해서도 보현산으로 올라갈 수 있다. 왼쪽 길 선택. 조금 가파른 사면길을 올라가니 왼쪽으로 음성에서 금왕으로 이어지는 37번 구도로 국도가 뻗어 있는, 오늘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배 마라톤 대회가 있는 날이라 도로에 선수들 뛰는 모습이 점점이 보인다. 보현산으로 가는 길은 임도를 두 번 지나야 했는데 이정표가 잘 되어 있고 길도 번듯해서 걷기에 좋았다.


▲ 뱀거리 고개(구례고개)에 내려서다

 

▲ 보현산으로 가는 길: 보현산 약수터 표지석이 있다 [09:56]

 

▲ 보현산으로 가는 길: 오른쪽에 있는 느티나무는 유래가 있는 나무란다 [10:05]

 

▲ 보현산 약수터와 정상 갈림길에서 정상으로 올라가고 있다 [10:06]

 

▲ 임도를 지나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고 있다 [10:13]

 

▲ 꽤 복잡한 이정표를 지나서 [10:23]

 

▲ 임도와 이정표 [10:24]


10:46   보현산 정상에 올랐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정상표지석은 없나? 없다. 이름깨나 있는 산인데 어째 표지석이 없을까? 멋진 소나무가 하나 있어 기념사진을 찍는데 초소에서 사람이 나온다. 어, 안에 사람이 있었네? 보니 산불감시원 아저씨였다. 밤 새워 산불감시를 하다 피곤해서 낮에 잠깐 눈을 붙이셨나 보다. 함께 사진 한 장 찰칵! 이 보현산 정상은 한남금북정맥에서 갈라지는 부용지맥과 가섭지맥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언젠가 내가 걸을 길이다. 정상 아래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었다. 산행 후 처음 갖는 휴식 시간이다.


▲ 보현산 정상에 있는 산불감시초소

 

▲ 보현산 정상에서 이방주, 연철흠 선생님

 

▲ 보현산 정상에서 산불감시원 아저씨와 함께

 

▲ 해발 483m의 보현산 정상에서 아름다운 소나무를 배경으로


11:10   승주고개에 도착. 왼쪽 승주마을과 오른쪽 감우리를 연결하는 도로가 지나가는데 비포장이다. 산길로 붙어 조금 올라가니 이정표가 서 있다. 소속리산까지 8km. 이곳에 삼각점이 있다고 하는데 그만 놓치고 말았다. 그런데 삼각점이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서부터 그만 그만한 봉우리를 세 개 넘으며 걷는 능선길은 온통 철쭉꽃 천지였다. 이리 보아도 철쭉, 저리 보아도 철쭉. 그것도 꽃봉오리가 적당하게 섞인 최상품의 철쭉들이 다투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간혹 때 늦은 진달래가 운치를 더해 주고. 우리는 지금 무릉도원을 거닐고 있는 것이다.


▲ 승주고개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 승주고개 위 봉우리에 있는 이정표 [11:13]

 

▲ 산행 중 뒤돌아본 보현산 능선의 신록이 보기에 좋다 [11:20]

 

▲ 소담스럽게 핀 철쭉을 앞에 두고 연철흠, 이방주 선생님: 나 이뻐? [11:41]

 

▲ 삼거리 갈림길 이정표 [11:48]

 

▲ 철쭉과 진달래가 어울려 피어 있는 능선길 [12:01]

 

▲ 철쭉 터널 아래서 연철흠 선생님 [12:05]

 

▲ 봉오리가 적당히 섞인 철쭉: 지금이 가장 아름다울 때다 [12:12]


12:35   시간도 그렇고 해서 철쭉으로 둘러쌓인 작은 공터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메뉴는 김밥과 김치, 방울토마토, 오가피주 한 병. 늘 소박하다. 햇빛 좋은 봄날 빛깔 고운 철쭉꽃 아래서 담소를 나누며 점심을 먹는 풍경은, 옛날 무릉도원에서 신선들이 하던 모습과 무엇이 다르랴. 어떻게 아느냐고? 안 봐도 뻔하다.  12시 55분에 점심 후 출발. 길가에 고사리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셋이서 보이는대로 꺾기 시작했다. 날이 가물어서 그런지 대궁이 질기다. 오늘 처음으로 사람을 만났다. 나이가 들어보이는 남녀인데 고사리를 꺾으며 걷고 있었다. 보기에 부부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산행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리는 사람들이었다.


▲ 철쭉꽃 아래서 점심을 먹고 난 후 담소를 나누고 있다 [12:52]


13:07   삼각점이 있는 346.3봉 통과. 곱게 핀 철쭉은 끝이 없이 나타났다. 길도 좋다. 산행로 오른쪽으로 포장이 안 된 임도가 휘돌아 가고 있다. 저 길을 따라 가면 어디가 나오나? 


▲ 346.3봉에 있는 삼각점

 

▲ 철쭉은 끊임 없이 나타나고 [13:12]

 

▲ 산행로 오른쪽으로 임도가 지나가고 있다 [13:42]


13:57   시멘트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안부 통과. 조금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니 45번 고압선 철탑이 산행로 오른쪽에 서 있다. 작은 봉우리에 올랐는데 산행로 오른쪽 바위 아래 작은 성모상이 보였다. 누가 갖다 놓은 건가? 꽃동네가깝다는 표시인가?  어쨌든 성호를 긋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으로 멀리 꽃동네 연수원 건물이 나무 사이로 보인다. 꽃동네, 이름도 예쁘지만 하는 일도 아름답다.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왜 국가에서는 그런 사업을 하지 못할까? 할 수 있는 데도 안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소속리산까지 평탄하고 푹신한 길이 계속 이어졌다.


▲ 시멘트 포장도로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고 있다

 

▲ 45번 고압선 철탑 옆을 지나고 있다 [14:02]

 

▲ 누가 갖다 놓은 건지 알 수 없는 작은 성모 마리아상 옆에서 [14:13]

 

▲ 철쭉과 신록이 잘 어울린 평탄한 능선길 [14:14]

 

▲ 넓은 평지에 양지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14:22]

 

▲ 소속리산 직전 봉우리에 나무를 가로로 매달아 놓았다 [14:51] 


14:54   해발 431m인 소속리산에 도착. 여기에도 삼각점만 있을 뿐 표지석은 없었다. 이름 있는 산인데, 한남금북정맥이 통과하는 산인데 작은 표지석 하나 세워 놓으면 좀 좋을까? 음성군청에 한 번 건의라도 해야겠다. 소속리산에서 삼각점이 있는 345.8봉까지도 걷기에 좋은 길이었다. 철쭉은 끝까지 우리를 따라 붙었다. 가끔 보이는 조팝나무는 하얀 꽃을 피웠고, 노란 금붓꽃이 낙엽을 뚫고 여섯 장의 꽃잎을 펼쳤고, 바위틈에서 자라는 매화말발도리도 하얗게 웃고 있었다. 봄은 만물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 해발 431m의 소속리산 정상에 있는 삼각점

 

▲ 소속리산 정상의 모습

 

▲ 조팝나무가 흐드러졌다 [15:10]

 

▲ 소나무가 아름다운 능선길 [15:11]

 

▲ 금붓꽃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15:12]

 

▲ 바위틈에서 자라는 매화말발도리에 꽃이 활짝 피었다 [15:23] 


15:50   삼각점이 있는 345.8봉에 도착. 삼각점은 산행로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벗어난 곳에 있었다. 이 봉우리에서 산행로는 좌측 내림길로 이어지는데 경사가 매우 급하다. 반대쪽에서 올라오려면 힘깨나 써야 할 정도로 가파르다. 산행로 양쪽에 있는 나무를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그나마 무리 지어 피어 있는 야생화가 다리에 힘을 실어 준다. 군락을 이룬 산괴불주머니가 한 몫을 거들고 있었다. 

 

급경사길이 끝나면서 온통 나무를 자르고 땅을 파헤친 곳으로 들어섰다. 길도 분명치 않고 표지기도 없고 어딘가 어딘지 분간이 안 간다. 아니, 산을 왜 이 지경으로 해 놓았나? 공장 터를 닦는 건가? 무덤 앞에 안내문이 붙이 있기에 살펴보니, 이 지역이 평택-충주 고속도로 예정지이기 때문에 이장을 하라는 공고문이었다. 앞으로 우리 나라 대부분의 땅은 길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 인삼밭 왼쪽으로 나 있는 산행로를 간신히 찾아 다시 진행을 했다. 작은 언덕을 올라서니 밭 옆으로 수렛길이 나 있고 21번 국도 옆에 바리가든 입간판이 보였다.


▲ 345.8봉에 있는 삼각점

 

▲ 표지기가 많이 걸려 있는 345.8봉의 모습

 

▲ 급경사 내림길 사면에 핀 산괴불주머니 [15:58]

 

▲ 땅이 파헤쳐진 평택-충주간 고속도로 건설 현장 [16:03] 


16:13   21번 국도를 건넜다. 진천에서 덕산, 맹동을 거쳐 금왕으로 이어지는 도로다. 예전 감곡중학교를 통근할 때 차를 이용해서 늘 지났던 도로를 지금 한남금북정맥 종주를 하면서 걸어서 건넜다. 바리가든에서 금왕 쪽으로 조금 올라가니 왼쪽으로 산행로가 나 있고 그 왼쪽은 사과 과수원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능선으로 올랐다. 왼쪽 과수원을 따라 철조망이 쳐져 있는데 산행로는 철조망 오른쪽을 따라 계속 이어져 있었다. 시멘트 포장도로가 보인다. 그곳에도 철조망이 쳐져 있어 할 수 없이 철조망을 넘어야 했다.


▲ 바리가든 앞으로 지나가는 21번 국도

 

▲ 왼쪽으로 철조망이 계속 쳐져 있다 [16:25]

 

▲ 철조망을 넘고 있는 이방주 선생님 [16:26]


16:27   시멘트 포장도로 통과. 다시 산길로 올라섰는데 이번에는 철조망 아래를 통과해야 했다. 유격훈련이 따로 없다. 신행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유격훈련을 해야 한다. 급경사의 길을 오르고, 계곡 물을 건너고, 밧줄을 타고 오르내리고, 지금 처럼 철조망 통과도 해야 하고... 오른쪽으로 공장 건물이 보인다. Cold Rock이라는 상표의 아이스크림 공장이었다. 산행로는 공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이어졌다.

 

둔덕에 애기똥풀이 노랗게 피었다. 꺾으면 애기똥 같은 노란 물이 나온다고 해서 붙인 이름인데 정말 예쁜 이름이다. 물론 꽃도 예쁘고. 어허, 그런데 이게 뭐야. 리기다 소나무 껍질이 산불에 타서 까맣다. 산불이 났었구나. 우리나라 산불은 100%가 人災다. 산불, 정말 조심해야 한다.


▲ 포장도로를 지나 철조망 아래를 통과해야 한다

 

▲ 콜드락 아이스크림 공장 [16:33]

 

▲ 애기똥풀이 노랗게 피어 있다 [16:35]

 

▲ 산불로 인해 껍질이 검게 탄 리기다 소나무 [16:39]


16:43   또 하나의 시멘트 포장도로를 지났다. 21번 국도를 건널 때만 해도 오늘 산행이 거의 끝난 줄 알았는데 30분이 지났건만 또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하당초등학교에서 걷기 시작한지 9시간이 다 되어가니 힘이 들만도 하다. 힘들어도 가야 한다. 왜? 여기서는 어차피 차도 없으니까. 왼쪽 철조망 넘어로 염소 방목장이 펼쳐져 있고, 새끼 염소들이 귀여운 울음소리를 토해 내고 있었다. 어느 짐승이든 새끼들은 모양은 보기에 좋고 울음소리는 듣기에 좋다.

 

등성이를 올라서자 드디어 금왕공단이 내려다 보인다. 왼쪽으로  나 있는 급경사 절개지 위로 산행로가 이어져 있었다. 산을 깎아 내어 공단 부지를 조성하느라고 생긴 절개지다. 절개지 끝부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니 시멘트 포장도로고 다시 왼쪽으로 진행을 하니 월드사우나 건물 뒤였다. 건물 왼쪽으로 돌아나가니 4차로 82번 지방도다.


▲ 시멘트 포장도로를 건너 산길로

 

▲ 철조망 왼쪽에 자리잡고 있는 염소 농장 [16:46]

 

▲ 공장지대 오른쪽 절개지 길에서 본 금왕공업단지 [16:51]

 

▲ 시멘트 포장도로에 내려선 연철흠 선생님 [16:56] 


17:00   82번 지방도에 도착. 왼쪽 목우촌 쪽으로 조금 진행을 하니 왼쪽으로 산길이 있고 표지기가 붙어 있다. 그리로 내려오는 것이 정상 코스인가? 표지기따라 계속 내려왔는데 도대체 산길이 평지로 변해 버렸으니 알 길이 없다. 지도를 보면 여기서 도로 건너에 있는 유휴 농공단지를 대각선으로 가로 질러 가야할 것 같은데 상황으로 보아 불가능할 것 같다.

 

일단 도로를 따라 걸어가니 드문 드문 가로수에 표지기가 달려 있다. 워메, 반가운 거. 목우촌을 지나 4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시 도로 건너에 표지기가 붙어 있고, 지형적으로 보아 도로 왼쪽 위의 야산으로 올라붙어야 할 것 같은데 확실하지도 않고 해서 그냥 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82번 지방도 구도로와 만나는 곳에 삼정주유소가 있고 거기서 왼쪽으로 조금 올라가니 고갯마루다.


▲ 82번 신도로변에 있는 월드사우나 건물

 

▲ 82번 신도로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구도로가 나온다 [17:14]

 

▲ 82번 구도로 교차로에 있는 삼정주유소 [17:19] 


17:20   오늘의 산행 종점인 방아다리 고개에 도착. 왼쪽으로 수렛길이 나 있고 야산에서 내려오는 쪽에 표지기가 달려 있다. 아까 네거리에서 길을 건넌 다음 왼쪽 야산으로 올라붙었으면 아마 이 길로 내려오지 않나 싶다. 어쨌든 긴 하루의 여정이 끝났다. 자, 이제 버스를 타러 금왕버스정류장으로 가야 하는데 걷기에는 꽤 먼 거리다. 일단 그 쪽으로 발걸음을 떼면서 택시가 오면 잡기로 했다. 그런데, 마침 시내버스가 온다. 우리는 참 버스運이 좋은 사람들이다. 17시 28분에 시내버스 승차. 17시 40분에 음성으로 가는 직행버스 승차. 500ml 물을 한 병 사서 거의 단숨에 마셨다. 산행이 끝났으니 실컷 먹어도 괜찮다. 음성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보니, 하당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조금 전에 출발을 했고 다음 버스는 7시가 지나서 있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택시. 비행기보다 요금이 비싸다는 택시. 하당초등학교까지 단돈 5,000원. 


▲ 방아다리 고개 왼쪽으로 정맥길이 보인다


18:05   하당초등학교에 들러 수돗가에서 세수를 한 다음 차를 몰고 청주로 달렸다. 저녁 메뉴는 개장국. 연철흠 선생님 친구가 운영하는 곳으로 개장국 맛이 일품이라고 이방주 선생님이 연신 강조를 하신다. 청주에서 공단 우회도로를 타고 달리다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지나 조금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외딴집'이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주차장에는 여러 대의 차가 세워져 있었다.

 

방에 들어가 개장국과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진국으로 담아 온 개장국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하긴 이방주 선생님이 흰소리 할 분이 아니지. 소주 한 병을 거의 내가 해치우다시피 하며 개장국을 한 그릇 뚝딱 비웠다. 오늘 산행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것 같다. 이제 한남금북정맥도 한 구간이 남았다. 다음 마지막 구간이 조금 긴 편인데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걸미고개에서 끊고, 다음에 남은 구간을 한 다음 이어서 금북정맥을 한 구간 하면 된다. 걱정할 것 없다, 세상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니까. 어느 개그맨이 한 말처럼, 대한민국에서 안 되는 것이 어딨어.


▲ 이방주 선생님의 차가 얌전히 세워져 있는 하당초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