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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한남금북정맥

2008.10.03. [한남금북정맥記 10] 도화동→칠장산

by 사천거사 2008. 10. 3.

한남금북정맥 제10구간 종주기 

◈ 일시: 2008년 10월 3일 금요일 

◈ 코스: 도화동 → 도솔산 → 걸미고개 → 좌벼울고개 → 3정맥분기점 → 칠장산 

◈ 시간: 2시간 16분


 


06:08  청주 아파트 출발. 지난 번 한남금북정맥 마지막 구간인 방아다리고개에서 칠장산까지의 산행을 하다 중간에서 길을 잃어 도화동에서 도중하차했었는데, 오늘 그 나머지 구간 산행을 마치고 이어서 금북정맥 제1구간인 칠장산에서 배티고개까지의 산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청주에서 진천과 광혜원을 거쳐 죽산으로 연결되는 17번 국도에 올라서니 안개가 자욱하다. 이른 아침인데도 3일 연휴를 보내기 위한 나들이 차랑들인지 도로에 차들이 많다. 광혜원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도화동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지난 번에 길을 잃고 걸어나왔던 도로다.

 

07:02  도화동으로 들어와 오른쪽 도로공사장 넓은 공터 한쪽에 주차를 했다. 주변에 낀 안개가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니 길이 갈라지는데 오른쪽 시멘트 포장도로는 도화낚시터를 거쳐 도화동 마을로 가는 도로고 왼쪽 아스팔트 포장도로는 용설리로 넘어가는 도로다. 왼쪽으로 Go!


▲ 도화동 도로건설 현장에 세워 놓은 내 차

 

▲ 용설리로 가는 길과 도화낚시터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07:05]


07:10  갈림길에서 5분 정도 걸어 도화동고개 산행로 입구에 도착했다. 고개 좌우로 표지기 많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정맥길이다. 지난 번에 도대체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오른쪽 길로 되짚어 가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으나 참았다. 공연한 객기일 뿐이다. 앞으로 갈 길이나 제대로 잘 가면 된다.

 

수렛길처럼 넓은 길을 따라 오르는데 흘러내린 빗물에 땅이 패여 울퉁불퉁하다. 7시 16분, 임도를 만났고 곧 왼쪽으로 산길이 시작되었다. 왼쪽 아래 돼지농장에서 배고픈 돼지들의 절규가 들려온다. 빨리 밥 줘. 매미소리도 요란하다. 10월에도 매미가 우나? 잘 정돈된 묘지가 운무 속에 왼쪽으로 보인다. 4거리 안부를 지나 조금 올라가니 나무의 껍질들이 까맣다. 산불의 흔적이다. 산불, 정말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적으로 산불이 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사람만 조심하면 산불은 나지 않는다.


▲ 도화동 고개에 있는 산행로

 

▲ 수렛길 산행로가 빗물로 패여 있다 [07:12]

 

▲ 운무에 싸인 묘지 [07:20]

 

▲ 안부 4거리 [07:25]

 

▲ 산불에 그을린 나무들 [07:30]


07:39  해발 278.7m의 도솔산 비로봉에 도착. 삼각점이 있고 표지판에 '여기는 도솔산 비로봉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좁은 공간에서 겨우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렌즈 앞을 풀잎이 가려 이상한 폼의 사진이 되고 말았다. 비로봉을 떠나 조금 걸어가니 작은 돌탑이 있는 4거리 안부가 나오고, 안부를 통과하면 나무에 '한국소나무 보호구역'이라고 쓴 패찰이 달려있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이곳에서만 보호할 게 아니다. 전국적으로 어디서나 보호를 해야한다. 소나무가 없는 우리나라 산을 생각해보라.


▲ 도솔산 비로봉

 

▲ 도솔산 비로봉에 있는 삼각점

 

▲ 도솔산 비로봉에서: 풀잎이 앞을 가려 이상한 폼이 되어버렸네

 

▲ 안부 4거리 [07:44]

 

▲ '한국소나무 보호지역'이라고 쓴 표찰이 걸려 있다 [07:45]


07:47  도솔산 보현봉에 도착. 비로봉처럼 '여기는 도솔산 보현봉입니다'라고 적힌 표지판이 붙어 있다. 여기서 10분 정도 걸어가니 바가프미산으로 갈라지는 갈림길 지역이 나왔다. 바가프미산? 이름 한번 요상하네. 우리나라 말 이름이 아닌 것 같네. 여기서 걸미고개까지는 10분 조금 넘는 거리였다.


▲ 도솔산 보현봉에 있는 표지판

 

▲ 바가프미산 갈림길 [07:56]


08:09  17번 국도가 지나가는 걸미고개가 내려다 보이는 곳, 왼쪽으로 철망이 쳐져 있고 철망을 따라 급경사의 길이 나 있는데 길 위에 덮인 철망을 밟았더니 그냥 미끄러진다. 왼손으로 간신히 철망을 잡고 버텼다. 손가락이 무지하게 아프다. 스틱으로 지지를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무늘보처럼 내려왔다. 그냥 미끄러졌다면? 10여미터 아래의 도로에 쳐박혔을 텐네, 그 다음은 상황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산행중 사고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발생하기 쉽다. 늘 조심해야 한다.

 

걸미고개에 내려서니 안성 CC로 들어가는 입구가 입을 떡 벌리고 있다. 사실 그 도로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야하는데 그냥 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얼마 안 되는 거리니까. 벚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넓은 주차장에 차들이 많다. 휴일을 맞아 골프를 치러 온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지금이 몇 시인데 저렇게 차가 많나? 밥도 안 먹나? 하긴 나도 아침 6시에 집을 떠나 7시에 산행을 시작했으니 할 말은 없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왼쪽으로 가니 표지기가 보인다.


▲ 걸미고개 안성 CC 입구 모습

 

▲ 걸미고개로 내려오는 길: 바닥에 깔린 철망이 매우 미끄럽다

 

▲ 안성 CC 진입로: 양쪽에는 벚나무 가로수가 심겨져 있다 [08:14]

 

▲ 안성 CC 주차장: 휴일을 맞아 아침 시간인데도 차들이 많다 [08:21]


08:22  안성CC 주차장 왼쪽으로 난 산행로에 들어섰다. 오른쪽 골프장에서 골프공 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이스 샷'을 외치는 사람 소리도 들려오고. 고만고만한 산길이 계속 이어지는데 가장 큰 골칫거리가 거미줄이다. 지난 번처럼 요소마다 거미들이 줄을 늘이고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날벌레들이 별로 없는 것이 다행이라면 큰 다행이다.


▲ 안성 CC 주차장에 있는 산행로 입구

 

▲ 안부 4거리 [08:29]

 

▲ 좌벼울 고개 [08:38]


08:52  산행로 오른쪽으로 산불감시초소가 있는데 관리를 하지 않아 녹이 슬어가고 있었다. 아마 거의 사용을 하지 않는 듯 하다. 여기서 10분 정도 운행을 하니 통나무로 만든 벤취가 2개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렇고 그런 길이 계속 이어졌다. 9시 10분에 4거리 안부를 하나 지났다. 칠장산으로 오르는 길목에 산부추꽃이 예쁘게 피었다.


▲ 산불감시초소

 

▲ 통나무 벤취에 앉아 [09:01]

 

▲ 4거리 안부 [09:10]

 

▲ 예쁘게 핀 산부추꽃 [09:22]


09:26  3정맥 분기점에 도착. 부산 건건산악회에서 세운 3정맥분기점 이정표가 서 있고 레저토피아에서 설치한 3정맥분기점 표지석도 있다. 사실상 이 지점에서 한남금북정맥 종주는 막을 내리는 셈이 되고, 5분 정도 올라가면 만나는 칠장산 정상은 한남정맥에 속한다. 그래도 대개는 칠장산까지 올라가서 끝을 맺는다. 나도 올라가야지.


▲ 3정맥분기점 이정표


09:30  헬리콥터 착륙장을 겸하고 있는 칠장산 정상에 올랐다. 정면으로 한남정맥 산행길이 보인다. 한쪽에 있는 정상표지석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속리산 천황봉에서 시작한 한남금북정맥 종주가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뒤돌아보니 여러 가지 추억할만한 일들이 많은데, 이방주 선생님과 연철흠 선생님이 두 구간을 함께 해주신 것이 큰 힘이 되었다. 한남금북정맥 종주는 끝이 났지만 아직도 갈 길이 많다. 남은 정맥만 하더라도 8개다. 서두를 것 없다. 하나씩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해나가면 된다. 산에 다니는 것을 무슨 기록 경신의 장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산행을 즐겨야 한다. 즐겁지 않은 산행은 산행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 칠장산 정상표지석과 함께

 

▲ 칠장산 정상의 헬리콥터착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