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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한남금북정맥

2008.09.15. [한남금북정맥記 9] 방아다리고개→도화동

by 사천거사 2008. 9. 15.

한남금북정맥 제9구간 종주기

◈ 일시: 2008년 9월 15일 월요일 

◈ 코스: 방아다리고개 → 쌍봉초교 → 마이산 →차현고개 → 황색골산 → 저티고개 → 

           도화동 

◈ 시간: 9시간 17분 


 


05:24  청주 아파트 출발. 어제가 추석이라 오늘은 연휴일로 근무가 없는 날이다. 한남금북정맥이 한 구간 정도 남았는데 오늘 마감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혼자서 떠났다. 진천을 거쳐 금왕으로 가는 길에는 새벽이었지만 차량들이 꽤 있었다. 추석을 고향에서 보내고 차량 통행이 많아지기 전에 떠나왔던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6시 9분에 금왕읍에 있는 삼정주유소 위 공터에 차를 세웠다.

 

06:11  방아다리고개 출발. 583번 지방도와 82번 지방도를 이어주는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오른쪽에 '한솔신약(주)'라는 입간판이 서 있고 길이 갈라진다. 한솔신약 길로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한솔신약 건물이 있고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다. 울타리를 따라서 길은 오른쪽으로 꺾이고 넓다. 울타리 끝까지 가니 다시 넓은 터에 공장건물 철구조물 골격이 세워져 있는데 왼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영 보이지 않는다. 표지기도 없고. 물어볼 사람도 없고. 오늘 어째 처음부터 조짐이 좋지 않다.

 

한남금북정맥 금왕에서 칠장산 구간은 정맥 길이 건물이 많은 평지를 지나기 때문에 길을 제대로 찾기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건 처음부터 헤매고 있으니 난감할 뿐이다. 어째 산 속보다 평지에서 길 찾기가 더 힘들까? 무작정 앞으로 갈 수도 없고 해서 다시 울타리를 따라 길이 꺾이는 지점까지 돌아왔다. 거기서 우측을 보니 수렛길이 나 있다. 저리 한 번 가볼까? 다시 논둑길을 건너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가서 오른쪽으로 접어들었다. 진천IC에서 금왕까지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고 있었는데 넓은 비포장길이 대충 닦여져 있었다. 저 길을 따라가면 583번 도로가 나오지 않을까? 길을 따라가니 왼쪽으로 도드람사료공장 건물이 보이면서 583번 도로가 나왔다.


▲ 방아다리고개에 주차: 뒤로 삼정주유소가 보인다

 

▲ 583번 도로와 82번 도로를 이어주는 도로에서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한솔신약(주)으로 들어가는 길 [06:16]

 

▲ 전신주에 매달려 있는 표지기들 [06:26]

 

▲ 진천IC에서 금왕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도로공사가 진행중이다 [06:50]


06:59  583 지방도에 도착. 예전에 협진주유소가 있던 자리인데 예전 건물은 온데간데 없고 새로운 주유소를 건설중이었다. 여기서 건너편에 있는 능선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입구가 어딘지 모르겠다. 조금 헤매다가 도로 건너에 있는 넓은 수렛길을 따라 들어가니 왼쪽으로 표지기가 보인다. 오매 반가운 거. 표지기를 따라 능선으로 올라붙었다. 길이 제법 뚜렸하다. 문제는 거미줄이었다. 수 없이 많은 거미줄이 산행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스틱으로 치면서 진행을 하는데 어느 순간 왼쪽 손등으로 거미줄이 떨어지면서 손등이 따끔하다. 어떤 독충이 물거나 침을 쏜 모양인데 아,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좋은 평지 길은 헤매고, 제대로 찾은 산길은 잡목과 거미줄이 가로 막고 오늘 고생 좀 할 것 같다. 길 옆으로 원형참호가 종종 모습을 보이는데 앞에 숫자가 적힌 이름표가 박혀 있다.


▲ 협진주유소가 있던 583 지방도: 주유소는 지금 새로 건설중이다

 

▲ 583 지방도 우측으로 접어들어 가면 나오는 표지기 [07:06]

 

▲ 원형 참호 앞에 숫자가 적힌 팻말이 박혀 있다 [07:16]


07:18  앞에서 사람들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헬리콥터부대 초병들의 대화였다. 여기서 길은 좌우로 갈라지는데, 사실 어느 길을 따라도 정맥길은 아니다. 정맥길이 부대 안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잠시 망설이다가 왼쪽을 택했다. 길이 없는 비탈을 내려간 다음 다시 위로 올라붙으니 부대 철조망을 따라 수렛길이 나 있었다. 7시 25분, 망루가 보이면서 초병 2명이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서 철조망은 오른쪽을 휘어지는데 지형을 보니 가기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냥 수렛길을 따라 걸었더니 583 지방도로 내려선다.


▲ 헬리콥터부대 때문에 좌우로 산행로가 갈라지는 곳

 

▲ 좌측 산행로를 따라서 오면 만나는 부대 철조망 [07:21]


07:30  이 583 지방도를 따라가면 쌍봉초등학교로 가는 코니아일랜드 앞이 나온다. 물론 정맥길에서 많이 떨어진 길을 걷게 되는 것이지만 어차피 철조망을 따라 걷는다 해도 정식 정맥길은 아닌 것이다. 편하게 생각하자. 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서울 쪽으로 차가 많이 올라간다. 도로 왼쪽에 나팔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 다시 내려선 583 지방도

 

▲ 도로가에 나팔꽃이 예쁘게 피었다 [07:42]


07:46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코니아일랜드 건물 앞에 도착. 이제 쌍봉초등학교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도로 왼쪽에 표지기가 있나 찾아보았으나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조금 내려가다 왼쪽 둔덕으로 올라갔다. 멀리 커다란 쌍봉초등학교 간판이 보인다. 길이 있나? 없다. 없으면? 만들면 된다. 대충 밭둑을 가로질러 가는데 길이 끊어졌다. 잡초가 엉킨 길을 걷기가 만만치 않다. 산쪽에 있는 밭둑에 억새가 예쁘게 피었는데 사진을 찍을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옛말에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고 했던가.


▲ 583 지방도에 있는 코니아일랜드 건물

 

▲ 도로 왼쪽 둔덕에 올라 바라본 쌍봉초교 [07:52]


07:58  어쨌든 쌍봉초등학교에 이르렀다. 울타리 나무에 표지기가 여럿 붙어 있다. 문제는 여기서 또 가는 길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학교를 지나쳐 올라가니 길이 갈라지고 조금 올라가니 또 길이 갈라진다. 일단 첫 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갔더니 영 아닌 것 같다. 학교 정문을 통과해서 교정을 지나 다시 후문으로 올라왔다. 두 번째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보았다. 맞다. 간혹 나무에 표지기가 달려 있는 것을 보면 이 길이 맞는 모양이다. 쌍봉초교 후문을 지나 올라가다 묘지가 조성되어 있는 삼거리가 나오면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


▲ 표지가가 여럿 붙어 있는 쌍봉초교 율타리

 

▲  쌍봉초등학교 교정과 건물 [08:07]

  

▲ 쌍봉초교를 지나서 나오는 삼거리: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08:17]


08:25  583 지방도와 다시 만났다. 여기서는 어디로 가야하나? 일단 오른쪽을 보니 도로 건너 왼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한번 가볼까? 길을 따라 들어가니 내곡보건소 건물이 있다. 산행로는? 없다. 다시 돌아나와 삼성쪽으로 걸어내려갔다. 8시 34분, 커다란 기술교육원 이정표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길이 갈라지고 있었다. 찾았다. 저리로 가면 된다. 가끔씩 표지기가 보인다.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다.

 

기술교육원 건물이 보이고 바로 앞에서 오른쪽으로 길이 갈라지는데 사람이 한 명 앉아 있었다. 오른쪽 비포장길로 들어서려 했더니 '그 쪽으로는 길이 없는데요'라고 앉아 있던 사람이 말했다. 길을 또 잘못 들 뻔했네. 기술교육원 앞을 지나 왼쪽으로 길이 이어졌다. 삼아물산 앞에서 포장도로는 끝이 나고 왼쪽으로 수렛길이 나 있었다. 얼마를 걸으니 울타리가 보이면서 길이 왼쪽으로 꺾이고 오른쪽에 건원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다. 건물을 지나니 다시 583번 도로다.


▲ 583 지방도와 다시 만나다 [08:25]

 

▲ 기술교육원으로 들어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08:34]

 

▲ 기술교육원 건물 모습 [08:42]

 

▲ 삼아물산 건물 [08:52]

 

 ▲ 건원 건물 [08:57]


09:00  583 지방도에 다시 올랐다. 원래 583 지방도는 차현고개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있고 그 이전에는 만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지, 나중에 보면 알게 되지만, 또 만나게 된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믿음창호 이정표가 있고 길이 갈라진다. 오른쪽 길을 따르면 잠시 수렛길이다가 다시 포장도로에 닿게 된다. 포장도로를 걷다보면 왼쪽으로 명인산업이 있고 오른쪽에 에코인조목재 건물이 보였다. 여기서는 마이산 능선이 잘 보였다. 건물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니 아스팔트 차도가 지나가는 윗두리실이다.


▲ 오늘 자주 만나게 되는 583 지방도

 

▲ 583 지방도에서 갈라지는 곳 믿음창호 입간판 [09:01]

 

▲ 다시 포장도로와 만나다 [09:08]

 

▲ 도로 왼쪽에 있는 명인산업 [09:11]

 

▲  도로 오른쪽에 있는 에코인조목재 공장 [09:15]

 

▲ 멀리 마이산 능선이 보인다 [09:17]


09:24  윗두리실에서 차도를 건너 맞은편 포장도로로 올라섰다. 도로 오른쪽에 있는 우리에서 사슴 몇 마리가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보였다. 채움엔비티 건물을 지나 왼쪽에 있는 소나무 아래서 오랜만에 휴식을 취했다. 거의 세 시간 반만에 취하는 휴식이다. 하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거의 평지라 크게 힘이 들지 않았고, 또 마땅히 쉴 곳도 없어서 지금까지 계속 걸었던 것이다. 빵을 하나 간식으로 먹었다.

 

휴식 후 다시 출발. 수렛길이 계속 이어졌다. 오거리 갈림길이 나타났다. 여기서는 왼쪽에서 두 번째 길로 들어가야 한다. 잣나무 조림지를 지나니 길이 뚜렷하다. 아침에 잔뜩 끼어 있던 구름은 온데간데 없고 해가 쨍쨍하다. 바람 한 점 없는 산길에 온도가 올라가니 덥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나 싶더니 다시 내리막길이고 건물이 보였다. 


▲ 윗두리실 도로

 

▲ 처음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은 곳 [09:28]

 

▲ 오거리 갈림길: 두 번째 수렛길 올라간다 [09:45]

 

▲ 잣나무 조림지 [09:48]

 

▲ 잡목지대의 산행로 [10:00] 


10:03  송순농장을 지났다. 묶어 놓은 개 한마리가 악을 쓴다. 내가 무섭게 보였나? 농장 아래 도로를 지나 다시 능선으로 올라붙었다. 지도상으로는 본격적인 마이산 산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산행로는 온통 잡목지대 사이로 나 있었는데 길이 험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거미줄과 날벌레였다. 생존을 위해 산행로를 가로 질러 쳐놓은 거미줄이 수도 없이 많았다. 아무리 스틱으로 치면서 걸어도 빠지는 것이 있고 그것들이 얼굴을 휘감았다. 그러면 거미줄에 걸린 별의 별 잡벌레들이 얼굴과 목에 범벅이 되어 달라붙었다. 게다가 산행 내내 따라붙은 날벌레들은 눈과 귀와 입속으로 계속 돌진을 시도했다. 참 짜증나는 길이었다.

 

10시 29분에 잡목지대를 통과하자 곧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오름길에 널린 도토리에 발이 미끌어진다. 올해에는 도토리가 풍년인지 산행로 주변에 지천으로 깔려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은 덥기만 한데 철 늦은 매미소리만 온 산에 울려퍼지고 있다. 지금이 9월 하고도 중순인데 30도가 넘는 날씨가 웬말인가? 확실이 예전보다 날씨가 많이 달라진 것만은 사실이다. 땀이 온몸으로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겼다. 10시 35분에 325.7봉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닿았고 5분 후에 4거리 갈림길 안부를 통과했다. 안부를 지나면서 다시 오름길, 30분 정도 운행을 하니 오른쪽으로 망이산성 남문터 안내판이 보였다.


▲ 송순농장 건물 모습

 

▲ 송순농장 앞을 지나가는 도로 [10:08]

 

▲ 산행중에 바라본 마이산 능선 [10:08]

 

▲ 325.7봉이 갈라지는 곳 [10:35] 

 

▲ 4거리 갈림길 안부 [10:40]


11:08  망이산성(望夷山城) 남문터 안내판이 서 있다. 여기서 조금 올라가니 아름다운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정상부다. 벤취가 있고 이정표도 서 있다. 정상 표지석은 여기서 왼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 망이산성 남문터 안내판


망이산성(望夷山城)

 

경기 안성시 일죽면 금산리와 이천군 율면 산양리에 거쳐 있으며 안성시기념물 제138호이다. 중부지역을 가로지르는 차령산맥 가운데에 있는 이 산성은 망이산(지금의 마이산) 정상에서 능선과 골짜기를 걸쳐 쌓은 것으로, 안쪽의 내성과 바깥쪽의 외성으로 이루어진 2중성이다.

산 정상을 둘러싼 내성은 흙으로 쌓은 것으로 백제 때 축조된 것이다. 현재 밝혀진 길이는 250m쯤 되며, 북쪽에 문터로 짐작되는 자리가 있다. 내성 안에는 직사각형의 봉수대터가 남아있는데, 이곳에서 남쪽을 보면 산세는 거의 절벽으로 되어 험준하나 뒤쪽인 북쪽은 낮은 평원이 넓게 전개된다. 따라서 이 성은 남쪽의 적을 대비하여 쌓았음을 알 수 있다. 북문터 부근에는 샘이 있으며, 그 주위로 기와와 자기조각이 흩어져 있다.

북쪽으로 낮은 평원을 이룬 외곽 봉우리들의 능선을 따라 약 3㎞ 주위에 둘러 쌓은 외성은 돌로 쌓은 것으로, 통일신라 후기에 축조한 것이다. 외성에서는 3군데 걸쳐 문터가 확인되었으며, 산등성이 윗부분에는 공격에 유리하도록 성벽의 일부를 바깥으로 돌출시켜 쌓은 치성도 5곳 발견되었다.

이 산성은 발굴조사 결과 청동기시대 후기부터 조선시대에 걸치는 유물이 발견되어 망이산성의 성격과 역할의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죽산현의 봉수대로서 영남과 중부 내륙의 봉수를 받아서 도성으로 올린 봉수대 유적으로도 중요성을 지니고 있었음도 확인되었다.


 

▲ 마이산 정상부에 있는 아름다운 소나무 [11:12]

 

▲ 마이산 정상부에 있는 이정표 [11:12] 


11:13  삼각점과 표지석이 있는 마이산 정상에 도착. 기념사진을 찍고 10분 정도 머무른 다음 출발. 길이 두 군데가 있는데 표지기가 없는 왼쪽 길 바로 옆에 정상표지석이 또 하나 있다. 여기서 표지기가 매달린 길로 가야하는데 나중에 만날 것 같은 생각에 표지기 없는 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것은 큰 잘못이었다. 일단 잘 나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갔는데 표지기는 전혀 없고 내가 생각해도 제 길이 아닌 것 같다. 이럴 때는 되돌아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나의 큰 결점이다.

 

임도에 내려섰는데 여기서도 임도 오른쪽을 따라 진행했으면 사정이 달라졌을 것이다. 무슨 고집에서인지 그냥 사면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산을 내려가는 3명을 지나쳤다. 사람이 다니는 것을 보면 산행로임에는 분명한데 어데로 가는 길인가? 얼마를 내려가니 다시 6명이 산을 내려가고 있다.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려온다. 안부에 내려섰다 계단을 오른 다음 다시 내려가니 왕복 2차로 아스팔트 도로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 마이산 정상에 있는 삼각점

 

▲ 해발 471m의 마이산 정상에서

 

▲ 또 하나의 마이산 정상 이정표 [11:23]

 

▲ 마이산을 내려오다 만난 임도 [11:27]

 

▲ 마이산성터 흔적 [11:30]

 

▲ 내려오다 만난 벤취가 있는 쉼터 [11:39]

 

▲ 안부를 지나 올라가는 계단길 [11:51]


11:58  도로 옆에 등산로 이정표가 서 있다. 지도를 보니 화봉육교가 있는 차현고개로 가려면 일단 중부고속도로 쪽으로 가야했다. 7분 정도 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다시 왕복 2차로 포장도로와 만나는데 이정표을 보니 삼성과 일죽을 연결하는 583 지방도였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583 도로와는 차현고개에서 만나는 하는데 왜 이렇게 일찍 만나게 된 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마이산 정상에서 화봉육교로 내려가야 하는 것을 매산낚시터 방향으로 내려온 것이었다.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오늘 왜 이렇게 덤벙대지? 그러나 이것은 황색골산을 지나 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에 비하면 약과였다.

 

583 지방도를 건너 차현고개(수레티고개)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늘도 없는 차도에 한낮의 태양이 한창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도로는 무지하게 덥다. 누구를 원망하랴. 다 내가 자초한 것인데. 앞에 썬밸리 골프장 이정표가 서 있다. 산행 그만 두고 골프나 치러 다닐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차현고개로 오르면서 오른쪽을 보니 차현고개 쪽으로 뻗은 마이산 능선이 보인다. 왜 저기를 놓쳤지?


▲ 마이산을 다 내려와서 만난 도로에 등산로 이정표가 서 있다

 

▲ 583 지방도와 만나는 지점 [12:05]

 

▲ 썬밸리 CC 안내 표지석 [12:07]

 

▲ 583 지방도에서 바라본 마이산 능선 [12:20] 


12:25  현고개(수레티고개) 왼쪽으로 등산로 표지기가 보인다. 오늘처럼 표지기가 반가운 적이 없다. 더위도 피할 겸 일단 능선으로 올라갔다. 시멘트 블록으로 만든 원형 참호가 있는데 그늘이라 쉬어가기에 적합하다. 점심 시간도 되고 해서 자리를 잡고 앉아 준비해간 초밥을 먹는데 날이 더워서 그런지 밥맛이 별로다. 12시 37분에 출발. 이곳에서 황색골산까지는 20분 정도의 오름길이었는데 역시 거미줄과 날벌레가 산행을 짜증나게 했다. 


▲ 경기도와 충청북도의 경계가 되는 차현고개(수레티고개)

 

▲ 차현고개 위 원형 참호에서 점심 [12:27] 


12:57  일명 도고리봉이라고도 하는 황색골산에 올랐다.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고 352.9m라는 표지판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 잠시 숨을 돌린 다음 다시 산행 시작, 1시 8분에 성황당이 있는 4거리 안부인 저티고개를 지났다. 굴곡이 별로 없는 산행길이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왜 이렇게 더운 거야. 


▲ 황색골산에 있는 삼각점

 

▲ 해발 352.9m의 황색골산 정상 모습 [12:57]

  

▲ 성황당 돌무더기가 있는 저티고개 [13:08] 


13:25  356봉으로 추측되는 곳에 올랐는데, 산정에 있는 두 나무에 긴 나무를 걸쳐 놓아 앉아 쉴 수 있게 해놓았다.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오늘은 걸미고개에서 산행을 마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남금북정맥의 종착지인 칠장산에서 금북정맥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여러 모로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356봉을 떠나 다시 걷기 시작했는데.....

 

길은 분명한데 표지기가 없다. 곧 나오겠지. 안 나온다. 또 길을 잘못 들었나? 356봉에서 갈림길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네. 더 내려가볼까. 이것은 크게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표지기가 없으면 원위치해야 한다. 에라 모르겠다. 어딘가가 나오겠지. 어치피 오늘 산행은 엉망이 되고 말았으니 그냥 끝까지 가보자. 어쨌든 길은 산행객을 홀릴만큼 뚜렷하다. 길을 걷다보니 삼각점도 있다. 20여분 걸었더니 벌목지가 나왔다. 휴양림을 지으려나 아니면 전원주택을 지으려나? 도로에 내려섰는데 방향감각이 없다. 일단 오른쪽 언덕길로 올라보았다. 벌목을 하기 위해서 만든 길이 계속 이어졌고 그 끝에서 능선을 넘었더니 마을이 보인다. 반갑다. 이제는 마을만 보여도 반갑다. 밤을 줍고 있는 사람들이 몇 명 보이는 수렛길을 내려가 마을길에 들어섰다.


▲ 356봉으로 추측되는 곳

 

▲ 잘못 든 길에서 만난 삼각점 [13:42]

 

▲ 한창 벌목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 [13:56] 


14:15  마을로 난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집 앞뜰 채소밭에 물을 주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에요? 도화동인데요. 고갯마루를 가리키며, 저기로 가면 길이 있나요? 길은 있는데 사람 사는 집은 없어요. 고맙습니다. 일단 고갯마루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혹시 표지기라도 보이지 않을까해서 였다. 고갯마루에 오른 다음 좌우로 표지기가 있는지 살펴보았으나 없다. 혹시나 해서 왼쪽 언덕으로 올라서서 산능선으로 가보았다. 역시 표지기는 없다. 물을 마시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벌써 8시간을 넘게 걸었는데 아직 걸미고개에도 도착을 못했으니 이게 무슨 꼴인가.

 

다시 고갯마루로 나와 이번에는 고개를 넘어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수렛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길이 오른쪽으로 휘는데 그 끝에 산줄기가 하나 있다. 저기로 한 번 가볼까? 이제는 지도고 뭐고 없이 그냥 헤매는 꼴이다. 허리까지 오는 잡풀 지대를 헤친 다음 능선에 올랐더니 길은 잘 나 있는데 역시 표지기는 없다. 이리로 한 번 가봐? 말어. 다시 도화동으로 원위치했다. 그것 참 허망하네. 벌건 대낮에 미아가 되고 말았네. 도화동 마을에서 큰 길로 나가는 것도 문제였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도로를 따라 곧바로 진행을 하니 길이 오른쪽으로 휘면서 산으로 올라간다. 이리로 한 번 가볼까? 그러나 그 길은 번듯한 납골당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이런, 다시 원위치. 마침 지나가는 주민이 있기에 큰 길로 나가는 길을 물었더니 가르쳐준다. 모르면 물어야 한다. 다시 한 번 배운 진리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 길을 따라 가면 어디가 나오나?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이거 무슨 방랑시인 김삿갓도 아니고 정맥 산행에서 길을 잃어 온 천지를 헤매다니..... 그것도 하루에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을...... 어디서 뭐가 잘못 되었는지 통 모르겠다. 걷는 길 옆에 핀 물봉선꽃이 예쁘다. 몸이 피곤하고 기분도 별로지만 예쁜 것은 예쁜 것이다. 포장도로를 한 굽이 돌아가니 멀리 낚시터가 보였다. 오늘도 낚시하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 그것도 여러 명이다. 하긴 낚시를 하는 저들이나 산에 온 나나 다를 게 뭐가 있는가. 장소와 방법만 다를 뿐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들이 나보다 낫다. 적어도 저들은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 않은가.


▲ 도화동 마을 모습 [14:15]

 

▲ 길을 찾아 헤매다 만난 여뀌꽃밭 [14:45]

 

▲ 다시 돌아온 도화동 마을 [14:49]

 

▲ 도로 옆에 물봉선이 흐드러졌다 [15:05] 


15:08  화낚시터에 이르니 왼쪽에 관리소겸 매점이 있다. 물이 거의 다 떨어져 매점으로 들어가 물 한 병을 주문했다. 마실 건가? 몸집이 좋고 조금 늙수그레한 주인장이 다짜고짜 반말이다. 내가 그렇게 젊게 보이나. 예. 여기 있는 정수기 물 마셔. 안 사도 되요? 지나가는 사람한테 누가 물 값을 받어. 이건 낚싯꾼들한테 파는 거야. 한 병에 천 원이야. 그러면서 정수기 물을 한 잔 받아서 준다. 무지하게 시원하다. 한 잔 더 먹어도 되요? 그럼, 마셔. 오십이 넘은 나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조금 뭐했지만 따뜻한 마음씨가 너무나 고마웠다. 이렇게 직접 다니면서 부딪쳐 보면 의외로 좋은 사람들이 많다.

 

큰 길까지 15분 정도 걸릴 거라는, 그리고 큰 길에 가면 죽산과 광혜원을 오가는 시내버스가 있다는 말을 새기면서 매점 문을 나섰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가니 왕복 2차로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보아하니, 오른쪽은 고개를 넘어 용설저수지로 가는 길인 것 같다. 그렇다면 매점 아저씨가 말한 큰 길은 17번 국도를 말하는 것이리라. 길을 어떻게 잘못 들었는 가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356봉에서 오른쪽 능선을 타야하는데 그만 왼쪽 능선을 탄 것임에 틀림없다. 즉 경기도와 충청북도의 도계 능선을 탄 것이다. 왜 그랬을까? 오늘 참 이해할 수 없는 하루였다. 왼쪽 길을 따라 나오니 예상했던 대로 일죽과 진천을 연결하는 17번 국도다.


▲ 도화낚시터의 모습

 

▲ 도화낚시터 안내문 [15:12]

 

 ▲ 멀리 용설리로 넘어 가는 길이 보인다 [15:21] 


15:28  17번 국도가 지나가는 당목리 윗삼거리에 도착했다. 시내버스가 몇 시에 있나? 일단 배낭을 벗고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일죽으로 가는 차들이 많다. 오늘 추석 연휴가 끝이 나서 서울 쪽으로 올라가는 모양이다. 직행이 몇 대 오기에 손을 들어보았으나 설리가 만무하다. 그늘도 없는 도로변에서 뜨거운 태양을 이고 있자니 가만히 있어도 팔뚝에 땀이 솟는다. 정말 짜증나는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이럴 때는 산행이고 뭐고 때려치우고 싶다. 30분 이상의 인고의 시간이 지난 후에 버스가 도착했다. 죽산과 광혜원을 오가는 시내버스로 요금은 천 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니 살 것 같다. 


▲ 당목리 윗삼거리 표지석

 

▲ 17번 국도에서 본 용설호수 들어가는 길 [15:35]


16:10  광혜원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시간표를 살펴보니 무극으로 직접 가는 차는 없고 대소에서 갈아타야 한다. 대소까지는 천 원. 터미널 건너편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뒤를 돌아보니 청주에서 서울까지 도보여행을 할 때 하룻밤을 묵었던 아미모텔 윗부분이 보였다. 4시 35분에 직행버스가 광혜원 출발, 불과 10분도 안 걸려서 대소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터미널 시간표를 보니 5시 버스는 삼성을 거쳐서 가고 5시 10분 버스는 무극으로 직접 가는 것이었다. 5시 버스를 탔다. 요금은 1,600원. 삼성을 거쳐가면 내가 차를 세워둔 삼정주유소 쪽으로 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 삼성을 거친 버스는 583번 도로를 따라 계속 달렸다. 하는 수 없이 82번 지방도로를 이어주는 도로가 시작되는 곳에서 내렸다.


▲ 광혜원버스터미널 뒤로 도보여행 때 이용했던 아미모텔이 보인다 [16:29] 


17:30  도로를 따라 삼정주유소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늘 참 쓸데 없이 많이 걷는다.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는지 따끔거린다. 오른쪽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비가 오려나? 그래 한바탕 쏟아져라. 오늘 참 너무 더웠다. 게다가 제대로 된 산행도 못했으니 기분이 별로다. 그러나 누구를 원망하랴, 모든 것이 내 탓인 것을. 차에 이르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굵다. 차를 돌려 집에 도착하니 6시 30분이다. 아, 오늘 힘든 하루였다. 500m도 안되는 산줄기와 평지 도로에서 무엇에 홀린 것처럼 계속 헤맸으니 오죽 하랴. 오늘 산행을 통해서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산행에 완벽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