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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한남금북정맥

2008.03.01. [한남금북정맥記 6] 이티재→모래재

by 사천거사 2008. 3. 1.

한남금북정맥 제6구간 종주기

◈ 산행일시 : 2008년 3월 1일 토요일 / 맑음 

◈ 산행구간 : 이티재 → 구녀산 → 분젓치 → 방고개 → 좌구산 → 질마재 → 칠보치 → 칠보산 → 

                  송치재 → 모래재 

◈ 도상거리 : 19.3km 

◈ 산행시간 : 8시간 34분


 

 


07:33  청주 아파트 출발. 오늘은 89주년 삼일절이라 휴일이다. 산의 눈도 많이 녹은 것 같아 한남금북정맥 이티재에서 모래재까지 산행을 하기로 했다. 36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내수에서 511번 지방도로 진입, 광천수로 유명한 초정을 거쳐 이티재로 올라갔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 운행하는 차량은 별로 없었다.

 

07:58  이티재에 도착. 구녀성 등산로 가든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며칠 전에 얻어 먹은 만두맛이 아직도 입 안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나중에 산행을 마치고 나서 들르기로 하고 주유소와 휴게소 사이에 난 산행로를 올라섰다. 토종닭 사육장을 지나니 길이 넓고 평탄해졌다. 잘 정돈된 이 길은 구녀산을 넘어서까지 계속되었다. 산행로 넓은 터에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면 구녀산이 지역 주민들의 레저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녀산 정상에 오르기 전에 4각 정자가 있고 왼쪽으로 성곽이 보였다.


▲ 511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해발 360m의 이티재

 

▲ 구녀산으로 올라가는 넓고 평탄한 산행로 [08:08] 

 

▲ 구녀산으로 올라가는 산행로에 있는 운동기구와 벤취 [08:18] 

 

▲ 구녀산 바로 아래에 있는 4각 정자 [08:18] 

 

▲ 구녀산 아래의 구녀성 모습: 뒤돌아서 찍은 사진 [08:20] 


08:22  구녀산 정상에 도착. 정상에는 돌탑과 정상표지석이 있었다. 구녀산 정상에서 분젓치로 내려가는 길도 초정으로 내려가는 길과 만나는 곳까지는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벤취와 운동기구도 있고. 8시 38분, 왼쪽으로 삼기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삼기저수지는 지도상에는 회평저수지라고 되어 있고 율리저수지라고도 부른다. 바람은 조용하고 날은 포근하다. 봄이 온 것을 아는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요란하다. 눈은 많이 녹았는데 그래도 음지에는 잔설이 남아 있었다.


▲ 구녀산 정상에서

 

▲ 구녀산을 지난 산행로에 있는 벤취와 운동기구 [08:33] 

 

▲ 잠시 가던 길을 멈추어 서서 [08:38]


08:56  분젓치에 내려섰다. 편도1차로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가는 곳이다. 고개 왼쪽에 최근에 세워진 좌구정이라는 멋진 정자가 있었다. 좌구산 때문에 좌구정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 같다. 도로를 건너니 산행로 왼쪽으로 '한남금북정맥 좌구산 4km'라고 쓴 이정표가 있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백두대간이나 정맥의 중요성을 많이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좋은 일이다.

 

그저 저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문제다. 백두대간을 막아 놓고 출입금지를 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그냥 산행로만 개방하면 될 텐데... 분젓치에서 올라서니 삼기저수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봉우리를 몇 개 넘었다. 정맥 길을 걷는 것은 봉우리를 계속 오르내리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다. 9시 56분, 방고개 내려가는 길이 경사가 급하고 미끄럽다.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 증평읍 남차리와 미원면 용곡리를 잇는 도로가 지나가는 분젓치

 

▲ 분젓치에 있는 좌구정 

 

▲ 분젓치 도로 건너에 있는 이정표 

 

▲ 분젓치에서 올라 내려다 본 삼기저수지 [09:05] 

 

▲ 응달에는 아직 내린 눈이 그대로 남아 있다 [09:40] 


10:05   방고개에 내려섰다. 율리와 화원리를 잇는 임도가 지나가고 있다. 고개 왼쪽에 나무로 만든 작은 정자가 있는데 산행객이 쉬어갈 수 있게 만든 시설물이었다. 길을 건너니 좌구산을 올라가는 산행로에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런 작은 배려들이 산행객의 기분을 좋게 해준다. 또 이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정맥에 대한 관심도를 알 수도 있다. 어느 지역에 가보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곳도 있다. 아마 그 지방자치단체장은 산을 싫어하는 것 같다.      

 

좌구산으로 올라가는 길. 계단을 오르자 바로 넓은 공터가 나오고 벤취가 여러 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물론 산행로 정비도 잘 되어 있었고. 왼쪽으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는 이정표가 두 군데나 있다. 주차장이 어디에 있나? 좌구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에 낙엽송 숲이 있는데 쭉쭉 뻗은 나무들이 보기에 좋다. 마지막 언덕을 올라채니 돌탑이 있는데 정상은 아니었다. 좌구산 정상은 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 방고개에 있는 정자와 나무 계단

 

▲ 방고개에서 좌구산으로 가는 길에 있는 벤취들 [10:06] 

 

▲ 산행로에 있는 벤취에 앉아도 보고 [10:24]

 

▲ 길을 걷다 그냥 멈춰 서기도 하고 [10:27]

 

▲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 [10:43] 

 

▲ 좌구산으로 오르는 길의 낙엽송 숲 [10:49] 

 

▲ 좌구산 오르기 직전 봉우리에 있는 돌탑 [11:00]


11:05  해발 658m의 좌구산 정상에 도착. 한남금북정맥에서 속리산 구간을 빼고 가장 높은 봉우리다. 왼쪽에 이정표가 있고 가운데 봉우리에 정상표지석이 있으며 그 뒤로 또 이정표가 서 있었다. 삼각점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정상에서부터 조금 경사가 급한 내림길이 시작되었다. 눈이 남아 있어 미끄럽다.

 

좌구산을 내려와서 뒤를 돌아보니 왼쪽으로 정상이 우뚝하고 그 오른쪽으로 오늘 지나온 능선이 아련하다. 산불 흔적이 있는 지역 통과. 산불 조심해야 한다. 11시 44분,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뚜렷한 안부를 지났다. 11시 54분, 오른쪽으로 능선 갈림길이 있는데 사람 소리가 들려온다.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 언뜻 사람 모습도 보이고. 어디서 올라온 사람들인가?


▲ 해발 658m의 좌구산 정상에서 

 

▲ 좌구산에 있는 삼각점 

 

▲ 좌구산에서 내려 뒤돌아 본 좌구산 

 

▲ 좌구산을 내려와 뒤돌아본 한남금북정맥 능선 

 

▲ 산불이 난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 삼거리 안부: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뚜렷하다 [11:44]  


11:59  새작골산 이정표가 서 있는 곳에 도착. 왼쪽은 안봉천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새작골산은 증평읍, 미원면, 청안면이 만나는 곳이다. 이제 질마재도 멀지 않다. 눈이 쌓인 길 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 발자국들이 많이 나 있다. 아직 산 짐승을 만난 적은 없는데...


▲ 새작골산에 있는 이정표 

 

▲ 길을 가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11:59] 

 

▲ 눈 위에 난 짐승 발자국 [12:03]


12:17  질마재에 내려섰다. 청안면 문방리와 부흥리를 연결하는 592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곳이다. 부흥리 쪽으로 내려가면 운곡리가 나오는데 운곡 2구 운수동이 바로 내가 태어난 곳이다. 내가 태어난 동네 뒷산을 잇는 정맥 길을 이렇게 걸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사람 사는 일은 그 앞날을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산행로는 도로를 건너 최원용공적비 옆으로 나 있었다. 12시 32분, 무덤 옆에서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변함 없이 김밥 한 줄과 물. 12시 42분, 점심 후 출발. 오른쪽으로 통신 안테나가 서 있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조성을 위한 벌채를 금한다는 경고판도 보이고.


▲ 592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질마재 

 

▲ 산행 도중에 만난 통신 안테나 [12:44]


13:17  목사동 안부에 도착. 특이하게도 물웅덩이가 있다. 계곡도 아닌데 어떻게 물웅덩이가 만들어졌을까? 안부에서 완만한 오름길을 오르니 시야가 트인다.


▲ 물웅덩이가 있는 목사동 안부


13:31  칠보치에 내려섰다. 효근리 도근이마을과 문당리 진도리마을을 연결하는 비포장 임도가 지나가고 있다. 칠보산으로 오르는 길은 아름다운 소나무가 많이 있어 보기에 좋았다. 


▲ 효근리 도근이마을과 문당리 진도리마을을 잇는 비포장 임도가 지나가는 칠보치 

 

▲ 산행 중에 잠시 휴식을 취하며 [13:53] 

 

▲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 [14:10] 


14:24  칠보산이 오른쪽으로 보이는 삼거리에 도착. 나무에 누군가가 쪽지봉으로 가는 길을 표시한 패찰을 매달아 놓았다. 삼거리에서 칠보산은 오른쪽으로 5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칠보산 정상에는 눈이 덮여 있고 4각형의 화강암 정상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해발 585m. 칠보산에서 쪽지봉까지는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은 평탄한 길이었다.


▲ 칠보산 삼거리에 걸려 있는 이정표 

 

▲ 칠보산 정상에서 [14:28] 


15:11  쪽지봉에 도착. 정확한 명칭인지는 모르겠지만 칠보산 삼거리에 있는 패찰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이곳에도 삼각점이 있는데 곧바로 조금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국방부 지리연구소에서 설치한 것인데 둥근 모양이고 네모난 것보다 크기가 훨씬 컸다. 나로서는 처음 보는 형태였다. 쪽지봉에서 정맥 길은 왼쪽으로 꺾였다. 오른쪽으로 철선이 설치되어 있는 흑염소 방목 목장 지역을 지났다. 소나무가 아름다운 길이다. 다시 철망으로 울타리를 만든 목장 지역을 통과했다. 산행로는 목장 철망을 따라 송치재까지 나 있었다.


▲ 쪽지봉 정상에서 

 

▲ 쪽지봉에 있는 삼각점 

 

▲ 목장 철망 지역 [15:23] 

 

▲ 목장 안에서 흑염소가 놀고 있다 [15:30] 

 

▲ 목장 철망 지역 [15:46] 


15:52  송치재에 내려섰다. 철망 울타리가 오른쪽으로 꺾이는 곳이 바로 송치재였다. 왼쪽으로 넘어가는 길의 형태는 뚜렷한데 사람이 다니는지는 모르겠다. 송치재 길 왼쪽으로 거대한 돌무더기가 있고 그 위에 작은 돌탑들이 여러 개 세워져 있었다. 성황당인가? 누가 언제 무슨 목적으로 세운 돌탑일까? 16시 13분, 이번 코스의 마지막 봉우리인 344.1봉에 도착. 낮은 봉우리인데도 삼각점이 있다. 이제 모래재도 멀지 않다. 37번 국도 건너편 산의 채석장이 흉물스럽다. 경제발전에는 자연파괴가 따른다. 문제는 얼마나 그 피해를 줄이느냐이다.

 

보광산 관광농원 건물 앞에 도착을 했는데 문 앞에 안내문이 있다. 기독교 단체에서 수련을 하기 때문에 농원 안을 통과할 수 없으니 다른 등산로를 이용하라는 내용이었다. 표지기가 울타리 왼쪽으로 달려 있었다. 울타리가 오른쪽으로 꺾이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길이 있기에 들어섰는데.... 길은 희미하게 있는데 모래재 구도로까지 가는 길이 만만하지가 않다. 계곡으로 내려와서 다시 언덕을 올라가야 했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길을 잘못 든 모양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른 길은 계속 울타리를 따라 돌아가는 길이었다.  


▲ 사람 왕래가 거의 없는 듯한 송치재 

 

▲ 송치재에 있는 돌탑들 [15:53] 

 

▲ 344.1봉에 있는 삼각점 [16:13] 


16:34  모래재 2차로 구도로에 올라선 다음 모래재 꼭대기를 향해서 올라가고 있는데 시내버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른 길을 건넌 다음 손을 들었다. 그러나 버스는 서지 않고 나를 그냥 지나쳤다가 50m 쯤 떨어진 곳에 잠시 서는 듯 하더니 그대로 고개 아래로 내려가버렸다. 세상에 이런 일이!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다니는 시내버스를 방금 놓쳐버렸으니 이런 난감한 일이 있나. 이제 어째야 하나. 사리 쪽으로는 마을이 없으니 정류장이 없을 테고 괴산 쪽으로 가면 마을 앞에 정류장이 있겠지.      

 

모래재 꼭대기를 지나 괴산 쪽으로 걸었다. 곧 왼쪽으로 보광산으로 가는 산행로 이정표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보광산광광농원 입구에 서 있는 모래재義兵激戰遺跡碑가 보인다. 차도 거의 다니지 않고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찬바람 불어대는 아스팔트 도로를 걷는 모습이 처량하게만 느껴졌다. 구도로 왼쪽으로 나 있는 4차로 신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굉음이 귓전을 때린다. 저리로 가서 히치하이크를 한 번 해볼까? 말어. 기다리면 버스가 오겠지.


▲ 34번 국도 구도로가 지나가는 모래재 

 

▲ 모래재 왼쪽에 있는 보광산 이정표 [16:36] 

 

▲ 모래재 보광산관광농원 입구에 있는 모래재의병격전전적비 [16:36] 


16:47  시동마을 버스졍류장에 도착. 시동마을은 작년 보광산을 갈 때 들렀던 곳이다. 배낭을 내려놓고 사과를 하나 깨물어 먹었다. 속이 시원하다. 버스가 금방 갔으니 언제 오려나. 직행이 두 대나 지나갔는데 손을 들어도 서지 않는다. 설리가 없지. 그런데 왜 직행버스가 이 구도로로 다니지? 그렇구나. 모래재 아래에 있는 사리에서 직행버스가 서지. 이런, 사리 쪽으로 내려갔어야 하는데.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고, 지금은 그냥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장땡이다. 

 

17:30  마침내 시내버스가 모습을 나타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증평까지 요금은? 1,100원. 손님은? 나 혼자였다. 증평까지 혼자 그 큰 버스를 1,100원에 대절해서 갔다. 시골을 다니는 시내버스는 손님이 없어 적자다. 우리의 세금으로 그 적자를 메꾸어주기 때문에 운행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아까 그 시내버스는 왜 서지 않고 갔을까? 손님을 태우지 않아도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일까? 시골은 시내버스 정류장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정류장이 아니더라도 서서 태워주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증평에서 내려 다시 다른 시내버스로 갈아탄 다음 내수까지 왔다. 요금은 1,170원. 내수에서 택시로 이티재로 이동. 택시요금은 미터제였는데 11,000원을 지불했다.  

 

18:25  이티재에 도착. 아침과 마찬가지로 주차되어 있는 차는 내 차 뿐이다. 인사도 드릴 겸 휴게소 안으로 들어갔더니 아주머니들은 보이지않고 아저씨 한 분이 있었다. 생수를 한 병 500원 주고 사서 갈증을 해소한 다음 차를 돌려 내수를 거쳐 청주로 귀환했다. 30분 후 청주에 도착. 아파트 앞 감자탕 집에서 아내와 뒤풀이를 했다. 오늘 구간이 조금 긴 거리였지만 무사히 산행을 마치게 된 것을 자축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