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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한남금북정맥

2008.02.22. [한남금북정맥記 3] 대안리고개→추정재

by 사천거사 2008. 2. 22.

한남금북정맥 제3구간 종주기  

◈ 일시: 2008년 2월 22일 금요일 / 맑음 

◈ 구간: 대안리고개 → 쌍암재 → 새터고개 → 604봉 → 살티재 → 국사봉 → 추정재 

◈ 도상거리: 11.6km 

◈ 산행시간: 6시간 6분


 


08:35  청주 아파트 출발. 정말 오랜만에 한남금북정맥 산행길에 나섰다. 지난 해 7월 8일에 말티재에서 대안리고개까지 걸은 후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였으니 거의 7개월 보름만이다. 원래 제3구간은 대안리고개에서 현암삼거리까지 하기로 계획을 세웠었지만, 겨울 산행 거리로는 조금 멀기 때문에 추정재에서 끊어 두 번에 하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나 혼자 하는 산행이니 내 마음대로 바꾸어도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점에서도 혼자 산에 다니는 것이 좋다.       

 

아파트 앞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는데 마침 가경터미널을 경유하는 511번 버스가 온다. 운이 좋다. 그런데 이 버스의 운전기사는 마음에 안 든다. 전에도 몇 번 이 버스를 탔는데 탈 때마다 담배 냄새가 진동을 한다. 추측컨대,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운전석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모양이다. 자기 좋아서 피우는 거야 말릴 수 없지만,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내버스에 담배 냄새가 진동한다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은가.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맑다. 바깥 바람은 쌀쌀하던데.  

 

09:17  청주 가경동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대안리고개를 가려면 보은행 직행버스를 타고 가다가 창리에서 내려야 한다. 9시 30분에 출발하는 보은행 직행버스에 올랐다. 버스 요금은 3,600원. 승객은 몇 명? 나 혼자였다. 아무리 평일이라고 해도 손님이 너무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 버스 운전기사도 문제였다. 남부정류장까지 시내를 통과하는데 급정거와 급출발을 연속으로 해댔다.

 

9시 46분에 남부정류장에서 승객이 2명 탔다. 운전기사는 연신 울리는 휴대전화를 받으며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퉁명스럽고 짧게 응답을 한다. 무슨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창리까지 가는 동안 계속 과속이었으며 신호위반을 밥 먹듯이 해댔다. 창리에서 조금 떨어진 대안리고개에서 좀 세워줄 수 있느냐고 부탁을 하려던 나의 생각은 은하수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 말을 했다가 맞아 죽을 것만 같았다.

 

10:18  보은군 내북면 창리정류장에 버스 도착. 그래도 나 할 도리는 해야겠기에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며 내리는데 일언반구의 응답도 없다. 참, 나쁜 운전기사였다. 물론 대부분의 운전기사들은 좋은 분들이다. 늘 어디에나 고춧가루는 있게 마련이니까. 창리에서 대안리고개까지는 19번 국도를 따라 걸어야 한다. 처음에는 택시를 탈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걷기로 했다. 오늘 걸어야 할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아 크게 시간에 구애받을 일은 없기 때문이다. 571번 지방도가 분기하는 지점을 통과. 이 도로는 나중에 쌍암재에서 만나게 된다.


▲ 571 지방도가 갈라지는 곳: 571 지방도는 쌍암재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10:28] 


10:48  대안리고개에 도착. 이 고개에서 북쪽 안대안으로 흐르는 물은 한강으로, 남쪽 바깥대안으로 흐르는 물은 금강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한남금북정맥이라 하지 않는가. 산행 시작부터 경사가 급한 오름길이다. 첫봉우리에 오르자 완만한 능선길이 시작되었다. 11시 3분, 새소리가 요란하다. 이제 슬슬 새들도 활동을 시작할 때가 되었나 보다. 눈은 거의 없고 음지에만 잔설이 있다. 오히려 가을 정취가 풍기는 낙엽길이다. 11시 5분, 우측으로 꺾여 내려가는 길로 내려가니 4거리 안부가 나왔다.


▲ 오늘의 산행 기점인 대안리고개 

 

▲ 걷기에 좋은 작은 소나무 숲길 [11:15] 


11:19  4거리 안부를 지나 처음은 완경사 오름길이더니 어느 순간에 급경사 오름길로 바뀌었다. 힘을 주는 다리의 장딴지가 뻣뻣해진다. 한 발 한 발 힘을 주어 땅을 꼭꼭 밟으며 올라갔다. 아무리 길이 멀어도 계속 걷는 놈한테는 못 당한다. 가파른 바위지대가 있어 올라서니 왼쪽으로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곧 참호가 있는 475봉에 도착했다.


▲ 암릉 지대 [11:23]


11:28  475봉에 도착. 둥그런 참호가 2개나 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구간에는 참호가 아주 많았다. 무슨 전략적 이유 때문에 파 놓은 걸까? 지그재그식 경사가 급한 내리막 다음에 또 내리막길이다. 11시 38분, 봉우리로 올라가는 길.11시 48분, 갈림길이 뚜렸한 4거리 안부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다시 올랐다. 오늘 오르내려야 할 봉우리가 20개 가까이 되니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 둥그런 참호가 있는 475봉 

 

▲ 475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11:30]  

 

▲ 갈림길이 뚜렷한 4거리 안부 [11:48] 


12:06  구룡산 분기점에 도착. 소나무에 금적지맥 분기점이라는 패찰이 매달려 있다. 금적지맥은 한남금북정맥 구룡산에서 분기하여 금적산(651.9m)을 주산으로 삼아 남으로 51km를 뻗어 내려 옥천의 보청천에서 그 끝을 맺는 지맥이다. 코스는 '구룡산-노성산-수리티재(25번 구도)-국사봉-575 지방도-피난봉-거멍산-37번 국도-덕대산-금적산-듬치재(502 지방도)-하마산-국사봉-보청천'이다.       

 

급경사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쌍암재로 내려가는 길인 모양이다. 음지에는 산행로에 잔설이 남아 있어 미끄럽다. 특히 눈 아래에 있는 낙엽때문에 더욱 조심을 해야 한다. 산길이 끝나면서 철조망에 표지기가 셀 수도 없이 많이 붙어 있다. 그 아래는 인삼밭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빈 밭이다. 가파른 절개지를 내려서니 밭흙이 신발에 달라붙는다. 걸을수록 자꾸 달라붙는다. 등산화가 항공모함만하게 커졌다. 밭으로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쌍암재로 내려갈 수 있다.


▲ 구룡산 갈림길, 금적지맥 분기점이란 패찰이 달려 있다 

 

▲ 눈이 녹지 않은 음지는 미끄럽다 [12:07] 

 

▲ 밭으로 내려서는 길 철조망에 달린 표지기들 [12:13] 

 

▲ 쌍암재 위에 있는 밭: 오른쪽으로 가야 내려가는 길이 있다 [12:15]


12:20  雙巖재에 내려섰다. 해발 290m로 쌍암리와 법주리를 이어주는 571번 지방도가 지나가고 있다. 아침에 창리에서 대안리고개로 걸어갈 때 분기점을 지난 적이 있다. 


▲ 해발 290m의 쌍암재 


12:25  쌍암재를 지난 다음 작은 언덕을 올라가 무덤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앞으로 걸어야 할 한남금북정맥 능선이 잘 보이는 곳이다. 점심은 김밥 한 줄과 물이 전부다. 주변을 둘러보니 인삼밭과 과수원이 많다. 이제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소득이 높은 작물을 재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냥 옛날 방식대로 하면 무한 경쟁 시대에서 남을 따라갈 수 없다.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해서 그냥 누워서 한 숨 자고 싶다. 12시 40분에 출발. 넓은 수렛길을 따라 가니 둥근 참호도 보이고 왼쪽으로 잘 정돈된 무덤이 여럿 있는데 '土地之神'이라는 비석이 길 옆에 세워져 있다. 무슨 뜻이며 왜 세워놓은 것일까?


▲ 점심 먹은 곳에서 바라본 한남금북정맥 능선 

 

▲ 무덤 위에 있는 표석에 土地之神이라고 쓰여 있다 [12:51] 

 

▲ 새터고개로 가는 도중에 바라본 한남금북정맥 능선 [12:53] 


12:54  새터고개에 도착. 시멘트 포장도로가 가로지르고 있다. 넓은 수렛길은 다시 좁은 산길로 바뀌었다. 13시 12분에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만났다. 나이가 꽤 든 남자 산행객들이었는데 나를 보더니 모두들 반갑다고 한 마디씩 던지고 간다. 하긴, 평일에 정맥 길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평일에는 백두대간 길에서도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13시 17분에 능선 분기점을 지났다.


▲ 시멘트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는 새터고개 

 

▲ 능선분기점 [13:18]  


13:27  피반령 분기점에 도착. 청주 레저토피아 금요회에서 세운 '단군지맥'이라고 새긴 표지석이 떡 자리잡고 있다. 한남금북정맥에 따른 지맥도 많은 모양이다. 어쨌든 내가 사는 곳에서 세운 표지석이니 기념사진 찍고 출발. 13시 40분에 돌무더기가 흩어져 있는 4거리 안부인 장고개 통과. 옛날 두산장(현 청원군)으로 가는 길목이었다고 한다. 다시 오름길이 시작되었는데 산행로 왼쪽으로 3가닥 철사줄이 철조망처럼 쳐져 있다. 울타리 역할을 했던 것 같은데 정확한 용도는 모르겠다. 14시에 참호가 있는 봉우리에 도착. 삼각점이 있다는 604봉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 레저토피아 금요회에서 세운 단군지맥 표지석 

 

▲ 돌무더기가 있는 4거리 안부 모습 [13:41] 

 

▲ 참호가 있는 봉우리 [14:01] 


14:08  오늘 코스에서 가장 높은 604봉에 올랐다. 삼각점이 박혀 있다는 것 외에 다른 큰 특징은 없다. 곧바로 출발. 14시 21분, 바람이 불어오는데 춥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봄인데 바람이 불면 겨울이다. 살티재로 내려가는 길의 소나무 숲이 아름답다. 우리나라의 소나무는 언제 보아도 좋다. 없어지면 안 되는데... 15시에 바위가 제법 많이 드러나 있는 암릉길을 지났다.


▲ 604봉에 있는 삼각점 

 

▲ 604봉에서 

 

▲ 아름다운 소나무숲 [14:49] 

 

▲ 아름다운 소나무숲 [14:52]  

 

▲ 오랜만에 나타난 암릉길 [15:01] 

 

▲ 아름다운 소나무숲이 계속 나타나고 [15:05] 


15:11 살티재에 내려섰다. 살티(사흘티, 三日峙)는 염둔에서 청원군 가덕면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옛날에는 고개가 길어서 노인이 이 고개를 넘는데에 사흘이 걸렸다고 한다. 교통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대안리-말구리고개-살티-미티고개-청주'가 통행로였다고 한다. 성황당의 역할을 한 돌무더기가 있어서 예전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길을 형태가 뚜렷한 것을 보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 같다.

 

살티재에서 국사봉까지는 계속 오름길이었다. 이 길목에도 참호가 많았는데 참호 앞에 숫자가 적힌 팻말이 박혀 있었다.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고. 15시 55분, 커다란 차돌 지대를 통과하니 잘 정돈된 헬리콥터 착륙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 살티재에 있는 돌무더기  

 

▲ 차돌이 여기 저기 놓여있는 지대 [ 15:58]

 

▲ 참호 앞에 박혀 있는 팻말의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15:58]

 

▲ 오늘 산행 중에 유일하게 만난 헬리콥터 착륙장 [15:58] 


15:59  국사봉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삼각점이 박혀 있고 '國師峰 586.7m'라고 적힌 목판이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잡목 때문에 조망은 그저 그렇고. 국사봉에서 추정재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왼쪽으로 추정재를 지나가는 32번 국도가 언뜻언뜻 보인다. 16시 21분에 능선분기점에 도착, 산행로는 왼쪽 내리막 능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제부터는 탄탄대로다.

 

16시 48분, 추정재에서 절골(관정사)로 이어지는 시멘트도로에 내려서서 왼쪽으로 진행하였다. 16시 51분, 시멘트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목공예품을 생산하는 '용창공예'에 도착. 건물 주위를 이상한 모양을 한 목장승들이 빙 둘러 서 있는데, 전통적인 장승 형상은 아니고 모양이 모두 제 각각인 목각 인형들이었다.


▲ 국사봉 정상에 있는 삼각점 

 

▲ 해발 586.7m의 국사봉 정상에서

 

▲ 추정재로 이어지는 시멘트 도로 [16:48]  

 

▲ 추정재 위의 용창공예 건물 앞에 도열하고 있는 목각 인형들 [16:52]


16:54  추정재에 내려섰다. SK 주유소 앞 화단에 '추정재 해발 260m'라고 쓴 표지판이 서 있다. 시내버스는 어디서 타나? 주유소 오른쪽을 살피니 2차선 도로가 있고 시내버스 승강장도 보였다. 승강장 건물 위에 적힌 마을 이름은 관정2리(머구미)였다. 예전에는 이 고개를 머구미고개라고 불렀다는데 아마 동네 이름을 딴 것 같다. 그런데 왜 추정재로 바뀌었을까? 고개에서 청주 방면으로 추정리 지역이기는 하지만. 그나 저나 시내버스는 언제 오나? 바로 왔다. 오늘 버스運은 기가 막히게 좋다. 그것도 율량동으로 가는 버스다. 경사 났네.


▲ 해발 260m의 추정재


16:57  버스 출발. 청주까지의 버스요금은 2,000원. 그런데 기분좋게 잘 달리던 버스가 이번에도 말썽이다. 버스가 청주 시내에 들어오자 운전 기사가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더니 가스를 넣으러 가야한다고 하며, 우리를 같은 코스의 뒷차에 인계하고 그냥 가버린다. 뒷차가 좌석버스여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서서 갈 뻔 했다. 오늘 버스運은 있는데 버스 운전기사運은 처음부터 끝까지 없다.

 

17:45  덕성초등학교 앞에 버스 도착. 집까지는 걸어서 채 10분이 안 걸리는 곳이다. 오랜만에 긴 거리를 걸었더니 다리 장딴지가 뻐근하다. 내일은 추정재에서 현암삼거리까지 걸어야하는데 오늘보다는 짧은 거리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