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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한남금북정맥

2007.07.08. [한남금북정맥記 2] 말티재→대안리고개

by 사천거사 2007. 7. 8.

한남금북정맥 제2구간 종주기

◈ 일시: 2007년 7월 8일 일요일 

◈ 구간: 말티재-대안리고개 

◈ 거리: 22km 

◈ 시간: 10시간 30분


 


06:47  청주 출발. 한남금북정맥 2구간 말티재에서 대안리고개까지 걷는 날이다. 출발 전 아파트 앞 떡집에 들러 찰쌀떡과 콩떡을 4,000원 주고 구입했다. 여름철에는 김밥이 빨리 쉰다는 단점도 있고 또 별로 김밥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점심으로 주로 떡을 준비한다. 미원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보은 쪽으로 달리다 보면 봉황휴게소를 지나 내북면 창리가 나온다. 말티재를 가려면 버스를 타고 보은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이곳 창리에 주차를 해야한다.

 

07:25  내북면 창리 도로 한쪽에 차를 세웠다. 장마철이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하늘은 잔뜩 흐려 있다. 작년 여름 청주에서 서울까지의 도보여행 경험에 의하면, 아침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던 하늘은 10시 정도 되면 구름이 걷히고 해가 비치는 하늘로 바뀐다. 버스정류장에 들러 보은으로 가는 버스 시간표를 보니 직행은 7시 50분에, 시내버스는 8시에 각각 보은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1,700원을 주고 직행버스표를 끊은 다음 연양갱과 초콜릿과자(자유시간) 4개를 2,000원 주고 간식용으로 샀다. 7시 50분에 직행버스로 창리 출발. 버스에는 대여섯 명의 손님이 타고 있었다. 보은 직행버스주차장에 도착. 정류장을 나서니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시내버스를 이용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택시를 탔다. 요금은 미터제.

 

08:20  말티재 도착. 택시비는 8,500원이 나왔다. 말티재 표지석 앞에서 산행 출발 기념 사진을 찍은 후, 8시 26분에 한남금북정맥 두 번째 구간 산행을 출발했다. 말티재 화장실 왼쪽으로 길이 나 있었다. 첫봉까지는 급경사 오름길이다. 벌써 구름 사이로 해가 언뜻언뜻 비친다. 아침부터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 산행을 떠나기 전 말티재 표지석 앞에서


08:43  첫봉에 도착. 이제부터는 능선길이다. 완만한 능선길은 걷기에 좋다. 완만한 능선길은 급한 내리막길로 이어지고 작은 안부에 도착했다. 다른 사람의 종주기에 의하면 이 안부를 새목이재로 부르고 있는데 지도상의 새목이재와는 거리가 있다. 안부에 내려서면 다시 봉우리로 올라가야 한다. 급경사 오름길이다.

 

09:01  봉우리에 올라서니 다시 능선길이다. 능선 양쪽에 서 있는 소나무들이 아름답다. 산 속은 고요하고 가끔 매미 소리와 이름 모를 산새 소리만 들린다. 오늘은 사람이라도 한 명 만나려나. 호흡을 할 때마다 상쾌한 공기가 폐 속을 파고 든다.


▲ 부드러운 능선길


09:14  589봉에 도착. 길은 우측으로 꺾이고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낙엽이 쌓여 바닥이 푹신푹신하다. 지도상의 새목이재를 지나 다시 봉우리를 올랐다. 정맥 종주는 결국 수 많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백두대간과 정맥의 차이점은 봉우리의 크기 차이라고 보면 된다.  


▲ 낙엽이 푹신하게 쌓인 길


09:50  봉우리에서 휴식. 찹쌀떡을 간식으로 먹었다. 점심 시간은 따로 없고 배가 고플 때마다 틈틈이 먹는다. 바람은 없고 지금은 해가 나뭇잎 사이로 환하게 웃고 있다. 날벌레들이 성가시게 달라든다. 산돼지가 판 자리가 자주 눈에 띤다. 다시 해가 구름 사이로 들락거리고 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한다.

 

10:20  구룡치(九龍峙)에 도착. 중동말에서 내속리면 하판리 늘그니로 넘어가는 고개다. 고개가 구불구불하여 용이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하여 구룡치라고 하고 산은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형상이라고 한다. 이 구룡치가 말티재에서 구티재까지의 중간 위치라고 보면 된다. 봉우리를 몇 개 넘어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제법 뚜렷한 4거리 안부가 나왔다. 수철령에 도착한 것이다.

 

10:43  수철령 4거리 안부에 도착. 왼쪽의 모정골과 오른쪽의 무수목을 연결하는 고개다. 수철령에서 급경사로 올라간 535.9봉에서 휴식을 취했다. 기념 사진도 한 장 찍고.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니 묘가 나타나고 앞쪽으로 오늘 구간에서 가장 높은 631봉(장구봉)이 보인다.


▲ 잠시 휴식을 취하며


11:06  묘지에 도착. 631봉이 잘 보인다. 이런 깊은 산중에 묘가 있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전에는 명당을 찾아 깊은 산중에 묘를 많이 썼지만 지금은 찾아가기 좋은 곳이 명당이다. 한편으로,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는데 무덤은 무슨 필요가 있는가'라는 생각도 해본다.


▲ 묘에서 바라본 631봉


11:19  제법 가파른 오름길에 소나무 숲이 아름답다. 봉우리에 올라서니 묘가 있고 길은 왼쪽으로 나 있다. 이 구간에서 가장 높은 631봉은 오른쪽에 있는데 정맥 구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그냥 통과를 한다. 백석리 고갯길이 가까워졌는지 차소리와 경운기 소리가 들리고 나뭇가지 사이로 집들이 보인다. 여름철에는 나뭇잎 때문에 좌우의 산세를 살펴볼 수가 없어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곧 논둑 수렛길이 나타나고 아랫쪽으로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백석리 고개가 보인다.


▲ 능선의 멋진 소나무 숲


11:56  백석리 고개에 도착. 산외면과 장갑리쪽 37번 국도를 연결하는 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방금 내려온 곳을 뒤돌아보니 631봉인 장구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도로를 건너면 표지기가 보이고 인삼밭 사이로 길이 나 있다.


▲ 백석리 고개


12:04  인삼밭을 지나 넓은 산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기념 사진도 한 장 찍었다. 휴식후 출발. 급경사 오름길이다. 405봉에 올라 왼쪽으로 가다보면 다시 오른쪽으로 내리막길이 있고 곧 수렛길이 가로지로는 못골재에 이르렀다. 넓은 밭이 오른쪽에 있고 그 아래로 못골 마을이 가깝게 내려다 보인다.


▲ 잠시 휴식을 취함


12:30  못골재에서 잠시 길을 잃었다. 표지기도 확실하지 않고. 밭 한쪽에서 부부가 농삿일을 하다가 점심을 먹고 있다. 길을 물으니 능선쪽을 가리킨다. 밭 옆 나무에 표지기가 보인다. 곁을 지나가는데 여자분이 '혼자 등산을 다니느냐, 보통 여러 명이 한꺼번에 몰려 다니는데' 라고 하면서 의아해한다. 완만한 능선길을 올라가니 한국방송공사에서 난시청해소를 위해 세운 방송시설이 보였다. 방송시설물 오른쪽으로 구티재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었다.


▲ KBS 방송시설물


12:56  구티재에 도착. 575 지방도가 지나가는 구티재에는 오른쪽으로 거북을 조각하여 장식한 구티유래비가 있었다. 유래비에 적힌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이 고개는 보은에서 북서쪽으로 12km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산외면 구티리와 탁주리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지명의 유래는 산의 모양이 거북이와 같다고 해서 구티(구치) 또는 거북티라고 하였으며, 또한 고개가 아홉구비(구치)라고 해서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당초 아홉구비이던 이 고개는 2001년 봉계~장갑간 확포장공사를 하면서 현재는 네구비를 이루고 있으며 옛길은 등산로로 이용되고 있다. 속리산의 천황봉에서 서북쪽으로 뻗어 충북의 북부내륙을 동서로 가르며 경기 안성군 칠장산에 이르는 한남금북정맥의 통과지점으로 동남쪽으로 말티재, 천황봉으로 이어지며 서쪽으로 탁주봉과 시루산으로 이어진다.

 

위치: 보은군 산외면 구티리 해발 300m  2003년 5월 20일  보은군수

 

구티재유래비 앞에서 도로를 건너면 도로보호철망과 절개지 사이로 산길이 나 있고 조금 올라가면 양지에 묘가 여럿 있다. 공동묘지인 것 같다.


▲ 구티 유래비 앞에서


13:02  구티재 위 묘 사이로 올라가면 이내 경사가 급한 오름길이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낙엽송 군락 사이의 사면길을 오르다가 탁주봉 왼쪽으로 우회를 했다. 탁주봉은 정맥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다녀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완만한 능선길을 10여분 이상 걸어 삼각점이 있는 456.7봉에 이르렀다. 여기서는 우측 능선길을 따라가야 한다. 완만하게 내려가던 능선길은 왼쪽 급한 내림길로 바뀌었다. 포장도로가 보인다. 작은 구티재가 코 앞이다.

 

13:51  작은 구티재에 도착. 거의 차량 통행이 없는 한적한 도로이다. 오른쪽으로 '오르막차로끝'이라는 도로표지판이 서 있다. 이 도로는 백석리고개에서 만났던 길로 산외면을 경유하여 다시 이곳으로 이어진 것이다. 작은구티재 도로를 건너 능선으로 올라섰다. 꽤 가파른 길이다. 여기서 북상골까지는 봉우리가 여러 개 연결된 완만한 능선길이다. 왠 봉우리가 이렇게 많을까. 잣나무가 조림이 된 지역을 통과하는데 길을 막고 있지만 통과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잣나무 숲이 끝나면서 왼쪽 북상골과 오른쪽 절골을 잇는 안부 4거리에 도착했다. 


▲ 작은 구티재 도로


15:15  북상골 안부에 도착. 잣나무 숲길 끝나고 자작나무 숲이 시작되었다. 왼쪽으로 온통 자작나무 천지다. 앞에 보이는 410봉을 오르는데 힘이 많이 든다. 경사가 매우 심한 오름길이다. 3시 25분에 410봉에 올라 한숨을 돌리며 기념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으며 길을 재촉한다. 3시 51분에 '혜민원 주사 경주김공 한규 지묘'를 지나고 4시 4분에 청주한씨묘를 지났다. 이곳은 봉우리지만 분지 형태가 되어 있고 길이 오른쪽 내리막길이기 때문에 독도에 조심을 해야한다. 그냥 표지기가 많이 달려 있는 곳으로 진행하면 된다. 371봉을 내려서면 중치(곰쟁이재)이다.


▲ 북상골 안부

 

▲ 잠시 휴식을 취하며


16:29  중티재에 도착. 왼쪽은 두평리 곰쟁이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중치리 아랫말로 내려가는 길이다. 뚜렷한 고갯길로 사람들 통행 흔적이 역력하게 남아 있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 중티(곰쟁이재)


16:39  10여분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니 점판암 돌로 축대를 쌓았고, 소나무가 양쪽에 있는 치성단이 나타났다. 동자상 2개와 엎어진 시루가 하나 놓여 있다. 왜 시루를 엎어 놓았을까? 산 이름이 시루산이라 그런가? 치성단 위 봉우리에 도착. 돌탑이 쌓여 있지만 시루산 정상은 아니다. 왼쪽을 방향을 틀어 10여분 걸으니 시루산 정상이다.


▲ 치성단 


16:57  시루산 정상에 도착. 정상 표지석 같은 것은 없고 삼각점이 하나 박혀 있다. 이곳 시루산은 바위가 많아 운행에 조심을 해야한다. 이 시루산은 봉우리가 일곱으로 한남금북정맥의 줄기에 있다. 보은의 4증8항(四甑八項)의 하나로, 속리산 아래에 있는 4개의 시루산 중에서 북쪽에 있다하여 북증산(北甑山)이라고 일컬어왔다 한다. 시루산을 지나 구봉산 쪽으로 걷다 보면 나무판처럼 얇게 쪼개지는 편마암층 절벽이 나타나는데 채석장의 흔적이다. 보기에 별로 좋지가 않다. 비교적 완만한 오름길을 오르면 산불감시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시야가 트여 전망이 좋다.


▲ 시루산 정상 삼각점 


17:36  산불감시탑에 도착. 구봉산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우측 급경사 내림길을 따라 내려가니 5시 55분에 도랑이재에 도착. 도랑이재에는 성황당 흔적이 남아 있었다. 왼쪽은 이원리 도랑이마을, 오른쪽은 성치리 벼재마을을 연결하는 고개다. 사람들의 왕래 흔적이 뚜렷하다.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으면 넓은 개활지를 이룬 안부가 나오고, 다시 412봉을 오르게 된다. 412봉에서는 U-turn을 하듯 북쪽으로 진행방향이 바뀌는데 표지기가 많아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이제 바깥대안 차도가 멀지 않다. 차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 구봉산 정상 직전 산불감시탑

 

▲ 도랑이재 모습


18:32  바깥대안리 도로에 도착. 군도로 보은과 말티고개를 거치지 않고 속리산으로 갈 수 있는 도로이다. 왼쪽은 바깥대안리 마을이고 오른쪽은 성치리 벼재마을이다. 바깥대안리는 금강수계이고 안대안과 성치리는 한강수계이다. 여기서는 도로를 따라 대안리고개까지 걸어갈 수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정맥길은 419봉을 하나 넘어야 한다. 시간도 많이 되었고 다리도 아파 조금 갈등이 생겼다.

 

마지막 봉을 오를 것인가, 그냥 도로를 따라 걸어갈 것인가? 결국은 정상적인 길을 택했다. 봉우리 하나만 올라갔다 내려오면 끝나는데. 2구간 마지막 봉우리인 419봉은 경사가 보통이 아니었다. 봉우리 정상 조금 아래에서 왼쪽으로 우횟길이 나 있다. 정상에는 제단이 있다는데 구경을 포기하고 우횟길을 택했다. 조금 내려가니 묘 5기가 나란히 줄을 서 있고 그 아래로 19번 국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 바깥대안차도


18:56  대안리고개 차도에 내려서면서 드디어 한남금북정맥 2구간 종주가 끝이 났다. 이 차도는 19번 국도로 미원까지 11km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 있고 그 옆 전봇대에 표지기가 붙어 있다. 여기서 내북면 창리까지는 거리가 얼마나 되나. 지도상으로는 2~3km 정도 될 것 같다. 차를 얻어 탈까 생각도 했지만 얼마 안 되는 거리니 그냥 걷기로 했다. 아스팔트길을 걷는 것은 내 전공이니까. 대안소류지를 지나 고개를 하나 넘으니 회북으로 가는 571 지방도 분기점이 나오고 곧 내북중학교 모습이 왼쪽으로 보이며, 멀리 창리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 대안리고개 차도 19번 국도


19:33  내북면 창리에 도착. 수퍼에 들러 500ml 짜리 물 한 병(500원)을 사서 단숨에 반 정도를 마셨다. 산행이 끝났으니 마음껏 마셔도 된다. 오늘 꽤 긴 거리를 오랫동안 걸었다. 다리가 뻐근하다. 차를 돌려 미원과 낭성을 경유한 다음 산성 쪽으로 차를 몰았다. 한남금북정맥 3구간 종점인 현암삼거리를 보기 위해서다. 목련공원 가는 길과 갈라지는 현암삼거리를 통과하니 차량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나들이객들이 돌아오는 모양이다. 8시 20분에 청주에 도착하여 한남금북정맥 2구간 종주를 무사히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