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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경북山行記

2008.02.09. [경북山行記 11] 경북 상주 청계산/대궐터산

by 사천거사 2008. 2. 9.

청계산-대궐터산 산행기  

◈ 일시: 2008년 2월 9일 토요일  

◈ 장소: 청계산 877m / 대궐터산 746m / 경북 상주시 화서면

◈ 코스: 갈령 → 헬기장→ 청계산정상 → 작은두루봉 → 대궐터산 → 극락정사 → 

           입산통제소 

◈ 시간: 6시간 21분  

◈ 회원: 평산회원 6명



07:00  아파트 출발. 오늘은 평산회 2월 정기산행일이다. 산행지는 청계산. 백두대간 화령에서 갈령 구간을 할 때 봐두었던 산이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능선이 아름다웠던 기억이 남아 있다. 신화아파트 앞에서 김지홍 회원을 태우고, 실내체육관 앞에서 김영옥 회원을 태운 다음 서청주 나들목으로 고속도로 진입. 홍세영, 지학근, 이규필 회원 팀은 홍세영 회원 차로 운행 중인데 화서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파트 현관문을 나설 때 조금씩 내리던 눈은 더 이상 내리지 않는데 하늘이 잔뜩 흐려 있는 것을 보면 언제 쏟아질지 모르겠다. 일기예보상으로도 오늘 눈이나 비가 온다고 했는데. 잘 안 맞던 일기예보도 이럴 때는 딱딱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 남이분기점에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 청원 나들목에 이르기 전에 상주로 가는 고속도로 분기점에서 청원-상주간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최근에 개통한 이 고속도로는 거의 직선으로 뻗어 있어 운행하기에 편하다. 주변 경관도 좋고.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차량도 별로 없다.

 

08:06  화서휴게소에 도착.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홍세영 회원 팀이 도착을 했다. 아파트 앞 김밥집 두 군데가 모두 문을 닫아서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충무 김밥으로 점심 준비를 했다. 비싸다. 1인분에 2,800원이니 1,000원 짜리 김밥 3줄 값이다. 휴게소 문을 나서는데 진천중에 근무하는 유정상 선생의 모습이 보였다. 산악회를 따라 산행을 나섰는데 형제봉에서 천황봉으로 산행을 할 예정이란다. 반갑다.  

 

그런데 조금씩 날리던 눈발이 거세어져 금방 바닥에 눈이 쌓인다. 이거 왜 이러나. 화서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25번 국도를 타고 상주 쪽으로 가다보면 화령재 못 미쳐서 화북으로 가는 49번 지방도가 나온다. 눈이 쌓인 지방도는 미끄럽지는 않았지만 운행이 극히 조심스럽다. 특히 내리막길에서는 더 조심을 해야한다. 잡담을 나누다가 그만 극락정사로 들어가는 사잇길을 지나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주유소 입구에 홍세영 회원 차를 세우고 내 차에 6명이 타고 갈령으로 올라갔다.


▲ 청원-상주간 고속도로에 있는 화서휴게소 


09:15  갈령에 도착. 백두대간을 하면서 두 번 와 본 곳이라 눈에 익다. 반갑기도 하고. 눈발이 많이 약해져서 조금씩만 날린다. 산행객 몇 명이 형제봉 쪽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산행 준비를 한 다음 9시 23분에 도로 오른쪽에 있는 입구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표지기가 많이 걸려 있어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처음부터 급경사 사면길이 시작되었다. 길에 눈이 쌓여 있지만 그다지 미끄럽지는 않다.


▲ 49번 지방도에 있는 갈령 

 

▲ 눈이 내리고 있는 갈령을 배경으로

 

▲ 청계산 산행로 입구  


09:30  헬리콥터 착륙장에 도착. 눈이 쌓여 있어 표지석이 보이지는 않지만 평평한 지형으로 미루어보아 틀림 없는 착륙장이다. 한 숨을 돌리고 다시 출발. 능선길이 시작되었는데, 부드러운 산길이 아니라 커다란 바위가 종종 나타나는 암릉길이다. 눈이 온 후에 산행을 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산행로에는 눈길이 잘 나 있었다. 눈은 조금씩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바람도 불었다 그쳤다는 반복한다. 가끔 햇살이 비치기도 하고.


▲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회원들 

 

▲ 헬리콥터 착륙장을 지나고 있는 회원들 [09:32]

 

▲ 제법 눈이 많이 쌓인 산행로를 걷고 있는 회원들 [09:42]

 

▲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지학근 회원 [09:44]

 

▲ 잠시 휴식 중에 홍세영 회원, 폼 좋습니다. [09:45]  


09:55  커다란 바위가 있는 전망대에 도착. 그냥 앞이 잘 보이면 전망대다. 맞은편으로 형제봉 봉우리가 분명하게 보이는데, 그 오른쪽에 있어야 할 속리산 천황봉의 모습은 뚜렷하지가 않다. 여기서 20여분 올라가니 산불감시초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망대에서 형제봉을 배경으로 김지홍 회원, 눈 떠!

 

▲ 암봉을 우회하고 있는 회원들 [10:09]


10:17  산불감시초소에 도착. 이 초소는 원래 청계산 두루봉에 있던 것을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전망이 좋다. 당연한 일이다. 전망이 나쁘다면 산불을 어떻게 감시할 것이가. 여기서는 속리산 형제봉의 모습이 더욱 뚜렷해서 회원 전원이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여기서 청계산 정상까지는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였다. 물론 눈이 없고 길이 미끄럽지 않다면 시간은 훨씬 단축되었을 것이다. 내린 눈 밑에 얼음이 얼어 있는 곳이 많아 잘못하면 미끄러지기 십상이었다. 그래도 회원들은 잘도 걷는다. 막강 평산회원이니까.


 산불감시초소의 모습 

 

▲ 산불감시초소에서 형제봉을 배경으로

 

▲ 산불감시초소에서 형제봉을 배경으로

 

▲ 소나무에 내려 앉은 눈꽃들 [10:26]

 

▲ 눈이 쌓인 능선길에서 홍세영 회원 [10:30]

 

▲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11:10]

 

▲ 바위도 감아돌가 가고 [11:16]

 

▲ 가파른 오르막길도 거침 없이 오르고 [11:18] 


11:21  청계산 정상에 도착. 나무로 된 정상표지석에 '대궐터산 877m'라고 적혀 있는데 잘못된 표기다. 실제 대궐터산은 극락정사 위에 있고 이곳은 청계산이다. 청계산 두루봉이라고도 하고 그냥 두루봉이라고도 한다. 바람도 별로 불지 않고 해서 그냥 여기서 점심을 먹으려다가 조금 더 내려가서 먹기로 하고 출발.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은 걷는 것이 더욱 조심스럽다. 회원들이 미끄어져 넘어지면서 지르는 비명이 연신 들린다. 


 청계산 정상에서 이규필 회원

 

▲ 청계산 정상에서 이효정 회원

 

▲ 청계산 정상에서 지학근 회원

 

▲ 청계산 정상에서 김영옥 회원

 

▲ 청계산 정상에서 홍세영 회원

 

▲ 청계산 정상에서 회원들

 

▲ 청계산 정상에서 화이팅을 외치며 


11:44  암벽에 도착. 가느다란 줄이 두어 가닥 매어져 있는 암벽은 눈이 얼어붙어 발을 지지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회원들 모두가 간신히 기다시피 하면서 내려왔다. 채 10m도 안 되는 높이의 암벽을 내려오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들다니. 작년 백두대간 산행 중 대야산에서 촛대봉 쪽으로 내려올 때가 생각난다. 그 때는 이것보다 휠씬 긴 거리를 혼자서 내려왔는데, 솔직히 말해서, 생사가 달린 일이었다. 겨울산은 절대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얼어서 미끄러운 암벽 지대를 내려오고 있는 홍세영 회원

 

▲ 암벽 지대를 내려오고 있는 지학근 회원

 

▲ 암벽 지대를 내려오고 있는 김지홍 회원


11:48  바위 아래 아늑한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홍세영 회원이 가지고 온 버너로 라면을 끓이기 위해 물을 데우는데 화력이 영 시원찮다. 천신만고 끝에 라면 2개를 끓여 충무김밥과 먹었다. 차가운 김밥이 배 속으로 들어가니 몸이 덜덜 떨린다. 그나마 따끈한 라면 국물이 들어가니 훨씬 낫다. 앉을 자리가 없어 모두 서서 내리는 눈을 맞으며 김밥을 먹는 회원들을 보니 노숙자가 따로 없다. 아니, 노숙자도 눈을 맞아가며 밥을 먹지는 않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걸까? 해답은 없다. 12시 32분, 점심을 마친 후 다시 출발. 여기서 대궐터산까지는 계속 눈길이었다. 간혹 암릉길이 나오기는 했지만 기복이 그리 심하지는 않았다. 단지, 쌓인 눈 아래 얼어 있는 부분을 알 수가 없어 자칫하면 미끌어지졌다. 암봉으로 되어 있는 작은 두루봉(투구봉)은 우회로를 이용해서 그냥 통과를 했다. 오늘 겨울 산행 제대로 하는 것 같다.


 양지쪽 내리막길에 낙엽을 몸을 드러냈다 [12:46]

 

▲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회원들 [12:52]

 

▲ 멀리 작은 두루봉(투구봉)이 보이고 [12:58]

 

▲ 오늘 겨울 산행 제대로 하고 있는 회원들 [13:09]

 

▲ 운행 중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지홍 회원 [13:43]


14:02  대궐터산 정상에 도착.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장군이 이 산에 성을 쌓고 대궐을 지었다고 하여 청계마을 사람들이 대궐터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 의해 대궐터산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추측된다. 산행로에서 왼쪽으로 돌아 올라가게 되어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다. 눈바람이 날리는 대궐터산은 조망이 좋았으나 눈바람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다. 

 

쌓인 눈을 헤쳐 삼각점을 찾아냈다. 아름다운 소나무가 한 그루가 고고하게 정상을 지키고 있었다.  하산 시작. 견훤 장군이 쌓았다는 성산산성 성터의 흔적이 군데군데 보인다. 급경사의 계곡길을 내려간다음 왼쪽으로 감아도는 산허리 길을 한참 돌아가니 왼쪽으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14시 53분에 극락정사로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도로에 도착했다. 극락정사는 가파른 포장 도로를 돌아 올라가야 했다.


▲ 대궐터산 정상에 있는 삼각점

 

▲ 대궐터산 정상에서

 

▲ 대궐터산 정상에서

 

▲ 눈이 내리고 있는 대궐터산 정상에서 홍세영 회원

 

▲ 눈이 내리고 있는 대궐터산 정상에서 지학근 회원

 

▲ 눈이 내리고 있는 대궐터산 정상에서 회원들

 

▲ 눈이 내리고 있는 대궐터산 정상에서 회원들

 

▲ 대궐터산 정상에서 본 작은 두루봉과 청계산

 

▲ 대궐터산 정상 오른쪽의 암봉

 

▲ 견훤 산성의 흔적 [14:32]

 

▲ 급경사 길을 내려오고 있는 회원들 [14:37]

 

▲ 급경사길을 내려오고 있는 회원들 [14:39]


14:57  극락정사에 도착. 꽤 규모가 큰 극락보전 건물 뒤로 스님들이 수도하는 건물이 있고 그 오른쪽에 양옥이 한 채 있었다. 개 짖는 소리는 양옥에서 들려왔는데, 추측컨대, 절에 관련된 사람들이 머무는 요사채인 것 같았다. 불심이 깊은 김지홍, 김영옥, 지학근, 이규필 회원이 예를 올린다. 사람에게 신앙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극락정사를 떠난 홍세영 회원과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승용차를 가져와야하기 때문이었다. 극락정사에서부터 49번 지방도로까지는 계속 시멘트 포장도로였는데 짧은 거리가 아니었다. 시멘트 포장도로는 걷기에도 좋지 않다. 무릎에 충격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예전에 소백산 천문대가 있는 제2연화봉에서 죽령으로 내려오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걸었는데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 극락보전에서 부처님께 절을 하고 있는 김지홍 회원 


15:36  산불예방 입산통제소 건물이 있는 49번 지방도에 도착. 눈이 쌓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상과는 달리 도로의 눈은 말끔하게 녹아 있었다. 그것 참 신기하네. 49번 지방도를 따라 갈령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청계산 바위 능선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곳의 버스 승강장도 특이했다. 기둥이 모두 장승이다. 15시 52분, 홍세영 차를 세워 둔 주유소에 도착. 16시, 갈령에 도착. 차를 회수하여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극락정사 입구로 와서 회원들을 태운 다음 화서 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산불예방 입산통제소 건물

 

▲ 49번 지방도변에 서 있는 극락정사 표지석

 

▲ 49번 지방도에서 본 청계산 능선 [15:40]

 

▲ 화서 지방의 독특한 버스 승강장 건물 모습


16:22  속리산 휴게소에 도착. 휴게소 뒤편으로 구병산 능선이 참 보기에 좋다. 주변 전망이 좋은 휴게소로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먼저 청주 제일수산에 전화를 걸어 영업을 하는가 물어보았더니 한단다. 일단 회요리를 주문하고 화장실에만 들른 다음 바로 출발. 아침보다 차량은 늘어났지만 그래도 운행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런데... 문의 나들목 근처에 이르자 전광판에 중부고속도로 서청주 부근이 정체라고 안내 글이 나온다. 그래서 우리 팀은 그냥 고속도로로 운행을 하고 홍세영 회원 팀은 문의 나들목으로 나가라고 했다. 안내 글대로 남이분기점부터 정체가 되었는데 그래도 멈춰 서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상행선에 있는 속리산 휴게소

 

▲ 속리산 휴게소에서 본 구병산 능선 


17:30  산행 후의 아지트 청주 제일수산에 도착. 문의 나들목으로 나온 팀은 조금 전에 도착을 해서 이미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평산회의 2월 산행은 겨울 산행 답게 눈과 얼음이 어우러진 멋진 산행이었다.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친 것은 회원 상호간의 양보와 배려를 통한 단합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팀이 산행을 할 때에는 단지 산에 오르는 것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산행 과정에서 밖으로 드러냐는 회원들 사이의 유대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