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달산 산행기
◈ 일시: 2007년 12월 19일 수요일
◈ 장소: 운달산 1097m / 경북 문경시 산북면
◈ 코스: 주차장 → 대성암 → 장구목 → 정상 → 헬기장 → 화장암 → 주차장
◈ 시간: 5시간 33분
◈ 회원: 이방주 부부, 이완호 부부, 정우종 부부, 이효정 부부(총 8명)
08:35 오늘은 우리나라의 제17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아울러 '백만사(백두산에서 만난 사람들)'에서 산행을 가는 날이기도 하다. 투표를 한 다음 성모병원 밑에 있는 '오리사냥' 주차장으로 갔다. 넓은 주차장에는 차가 가득한데 입구를 쇠사슬로 막아놓았다. 불법주차 때문인가? 속속 회원들이 도착했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어제 이방주 회장님의 충북수필문학상 시상식에서 다 본 얼굴들이지만 또 반갑다. 내 차와 정우종 회원 차로 출발. 내 차에는 남자 회원들이 정우종 회원 차에는 여성회원들이 탑승했다.
▲ 이방주 회장님 충북수필문학상 시상식 모습
증평과 괴산을 지난 다음 괴강휴게소에서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날이 꽤 추운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괴강이 얼어 있다. 이방주 회장님의 근무지인 연풍을 지나 이화령 터널을 통과한 다음 문경읍내에서 901번 지방도를 이용해서 동로면으로 달렸다. 지나는 길에서는 오른쪽으로 성주봉이 보이고 왼쪽으로 천주교 여우목성지 표지판도 보였다. 여우목고개를 넘어 내려가니 단양에서 문경으로 연결되는 59번 국도와 만났다. 동로면소재지에서 우회전하여 조금 달리니 오른쪽으로 휴게소가 있고 그 옆으로 천주사을 알리는 거대한 표지석이 서 있다.
일단 회원들을 내려놓고 산행종점인 동로초동학교 근처에 차량 한 대를 대기시키기 위해서 정우종 회원과 함께 동로면으로 달렸다. 동로면에 도착, 정우종 회원 차를 대기시키고 내 차에 정우종 회원을 태운 다음 다시 천주사 입구로 귀환. 천주산 산행은 원점회귀 산행이 아니라 능선종주 산행이기 때문에 승용차를 두 대 가지고 가면 아주 편리하다.
11:03 산행 준비를 마친 다음 천주사를 향해 출발. 거대한 표지석에 천주산 천주사라고 적혀 있다. 10여미터 올라갔을까, 도로공사가 한창이었는데 붉은 조끼를 입은 사람이 오면서 천주산은 산불예방 때문에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산불예방? 12월 15일이면 산불예방으로 인한 출입금지가 해제되는데... 알고보니 문경시에 있는 산은 11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가 출입금지 기간이었다. 길기도 길다.
명예산림보호지도원증을 보여주면서 출입이 허용되어 있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문경시 산림과로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담당자의 협조를 요청한다는 말에는 더 이상 우길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문경시에서 출입이 허용된 산은 오정산, 주흘산, 성주봉, 운달산 4개이며 가장 가까운 곳이 운달산이란다. 운달산은 2006년 2월 5일에 오른 적이 있다. 회원들에게 사정을 알린 다음 운달산으로 가기로 결정. 다시 동로면으로 가서 대기시켰 놓았던 차를 회수한 다음 59번 국도를 따라 문경쪽으로 달렸다. 왼쪽으로 경천호수가 보이고 곧 김룡사로 가는 이정표가 나왔다. 이정표에서 우회전해서 계속 달리면 운달산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 천주산 산행 기점, 천주사로 올라가는 입구
11:50 운달산 주차장에 도착. 넓은 주차장에는 한 쪽에 관광버스가 한 대 세워져 있고 승용차는 없다. 사람이 별로 오지 않은 모양이다. 화장실 옆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했다. 화장실은 무척 깨끗했다. 주차장 우측으로 김룡사로 가는 차도가 나 있다. 왼쪽은 계곡인데 군데군데 여름 한 철을 노린 음식점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지금은 황량하다. 정우종 회원의 지시에 따라 산행은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운달산
백두대간 상의 대미산(1,145m)에서 남으로 가지 치는 능선이 운달지맥이다. 운달지맥이 여우목고개(해발 약 600m)를 지나 911.9m봉에 이르면 남동으로 도화목재(東下項峙·577m)~공덕산(功德山·912.9m)~천주봉(天柱峰·839m)으로 능선을 하나 분가시키고, 911.9m봉에서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마전령(馬轉嶺·661.7m)에서 지맥의 이름을 낳은 운달산(雲達山·1,097.2m)으로 이어진다. 이 운달산에서는 서쪽으로 성주봉(891m·聖主峰)이 가지쳐 나간다.
운달산에서 계속 남진하는 운달지맥은 조항령(鳥項嶺)을 지나 현재 활공장으로 변한 866.9m봉을 살짝 들어올린 다음 남쪽 단산(壇山·956m)~배나무산(813m)~월방산(月芳山·360.1m)~ 약천산(藥泉山·212.3m)으로 이어진 후 영강과 낙동강이 합수되는 영순면 말응리에서 여맥을 다한다.
운달산 이름은 ‘구름에 가 닿는다’는 뜻으로, 즉 하늘에 오른다는 얘기가 되지만, ‘해탈이 경지에 올랐다’는 뜻으로 운달조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는 설도 있다. 김룡사사적서(金龍寺事蹟序)에는 운달산이 ‘운봉(雲峰)’으로 기록되어 있고, 문경시 산북면이 세운 정상비석에는 ‘용뢰산(龍磊山)’이라 새겨져 있다.
일반적으로 운달산을 육산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멀리서 바라보면 산세가 부드럽게 보여 그렇게 보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울창한 수림으로 돌무더기들을 감추었을 뿐, 실제로는 도처에 암릉과 기암괴석들이 숨어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운달산 서릉에 거대한 수석인양 자리한 성주봉이다.
운달산은 웅장한 산세와 명성에 비해 등산인들 발길이 뜸한 산이다. 가장 인구가 많은 수도권 등산인들이 운달산에 다다르기 전에 조령산, 주흘산, 월악산 등에서 많이 걸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 마주보고 있는 주흘산 못지않게 운달산도 등산 및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경읍과 인접한 고요리에서 운달산 산허리를 넘어 김룡사와 대승사 방면으로 연결되는 조항령 도로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도로가 개설되면 김룡사 방면이 문경새재와 연계된다.
▲ 운달산 주차장에서 산행 준비를 하고 있는 회원들
12:02 일주문 통과. 일주문의 이름은 '紅霞門'. 일주문 왼쪽으로 차도가 나 있는데 걷는 사람들도 모두 그리로 다닌다. 그렇다면 일주문의 용도는 무엇인가? 오른쪽에 金龍寺 건물이 보인다. 나중에 내려올 때 구경하기로 하고 일단 통과. 이완호 회원이 '김룡사'보다는 '금룡사'가 부르기에 더 낫다고 하니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김룡사 왼쪽으로도 꽤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 운달산 김룡사 일주문 옆을 회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 잘 닦여진 길 김룡사 가는 길
12:10 대성암 입구에 도착. 왼쪽으로 '如如橋'라는 다리가 있는데 건너가면 대성암과 양진암에 이를 수 있다. 오른쪽 계곡길을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니 '대성암 위 삼거리' 이정표가 있다. 계곡길은 아름드리 전나무가 도열해 있는 아름다운 길이었다. 마치 변산의 내소사로 들어가는 길과 흡사하다. 경사가 거의 없는 길이라 걷기에도 좋다.
▲ 대성암 입구에 서 있는 이정표
▲ 전나무가 보기 좋은 화장암으로 가는 길
▲ 계곡 왼쪽 길을 올라오고 있는 회원들
12:19 대성암 위 삼거리에 도착. 오른쪽에 취수탑이 있고 왼쪽에 '운달산 정상 2시간'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화장암을 거쳐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원래는 이 길로 올라갔다 내려오기로 한 것인데 그만 화장암 길을 놓치고 오른쪽 계곡길로 접어들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정상에 오르는 데에는 오른쪽 계곡길이 훨씬 수월했다. 취수탑 옆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 운달계곡이 끝나고 냉골과 쌀기바위골이 합쳐지는 합수머리에서 오른쪽 쌀기바위 계곡길로 들어섰다. 계곡 주변이 온통 다래덩굴로 얽혀 있다. 다래는 다 어디로 갔나?
▲ 왼쪽은 화장암을 거쳐 운달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회원들
▲ 조금씩 너덜이 나타나고 있지만 길은 완만하고 넓다
▲ 너덜길을 올라오고 있는 회원들
12:46 배낭을 벗어놓고 휴식. 오이와 귤 등을 간식으로 먹으며 다리를 쉬게했다. 다시 오름길. 눈을 들어보니 주능선이 가까워졌는지 파란 하늘이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다보고 있다. 주능선에 가까워질수록 눈이 쌓여 있고 경사도 급하다. 그러나 아이젠을 찰 정도는 아니다. 급경사길이 그리 길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힘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 본격적인 휴식을 취할 모양이다
▲ 물도 마시고 과일도 먹고
▲ 다시 계속되는 오름길, 완만하다
▲ 주능선 아래는 경사가 급하고 눈이 녹지 않아 길이 미끄럽다
▲ 주능선을 향해 마지막 힘을 쏟고 있는 이완호 부부
14:01 주능선에 올랐다. 이정표에 '장구목 해발 977m'라고 적혀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장구령인데 여기서부터 1km 거리이다. 정상으로 가려면 왼쪽길.. 이제부터는 능선길인데 능선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눈바람이 차다. 점심 때가 지난 시간이라 능선 바람을 막아주는 바위가 있는 양지를 찾아 점심상을 차렸다.
▲ 운달산 주능선 장구목에 있는 이정표
14:20 4부부가 차려 온 점심상은 진수성찬이었다. 따끈한 컵라면에 소주로 반주까지 했다. 커피와 과일로 후식까지 곁들여서. 바람이 조금 차가운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분위기만큼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 못지않았다. 대자연 속에서 시원한 눈바람을 맞으며 확트인 계곡을 바라볼 수 있는 이곳이 시내 한복판의 레스토랑에 비하랴.
더우기 파란 하늘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점심 후 출발. 운달산 정상이 빤히 보이는데 봉우리를 몇 개는 넘어야 할 것 같다. 정상까지는 암릉이고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었다. 오른쪽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바위 봉우리를 하나 넘어 올라가니 앞이 훤하게 트인 전망대다.
▲ 주능선 양지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회원들
▲ 주능선에는 눈이 녹지 않았다
▲ 뭘 보고 있나?
15:29 전망대에 도착. 기념 사진을 찍고 다시 암봉을 왼쪽으로 돌아내렸다. 이제 정상으로 올라가는 일만 남았는데 정상 부근의 나무에는 상고대가 하얗게 피었다. 금년에는 산에 갈 때마다 눈 풍년이다. 회원들의 감탄사가 여기 저기서 들려온다. 자연은 신비스럽고 아름답다.
▲ 전망대에서
▲ 전망대에서, 보기 좋습니다
▲ 암릉을 내려오고 있는 회원들
▲ 정상 부근의 상고대가 핀 나무를 배경으로
▲ 상고대가 핀 눈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15:55 운달산 정상에 도착. 오른쪽에 삼각점과 이정표가 있고 왼쪽 바위 위에 정상 표지석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옆으로 플라스틱으로 된 정상표지판도 있고. 2006년 2월에 왔을 때는 정상 표지석은 없었는데. 사진 촬영이 시작되었다. 부부끼리, 남자회원끼리, 여자회원끼리. 시간이 많이 지났고 하산 거리도 만만치가 않아 곧바로 하산을 서둘렀다. 이곳에서 오른쪽 길로 가면 성주봉에 이를 수 있다. 왼쪽 길이 하산길.
▲ 운달산 정상 표지석
▲ 정상에서 여성회원들
▲ 정상에서 남성회원들
▲ 이방주 회장님 부부
▲ 이완호 회원 부부
▲ 정우종 회원 부부
▲ 이효정 회원 부부
16:07 눈에 덮인 헬리콥터 착륙장에 도착. 뒤를 돌아보니 방금 넘어 온 운달산 정상이 처녀 가슴처럼 봉긋하게 솟아있다. 이정표가 있는데 곧장 가면 조항령을 거쳐 할공장, 단산으로 이어진다. 왼쪽 내리막길이 운달계곡 화장암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경사가 급하고 눈이 쌓여 있어 길이 미끄럽다. 조심 조심 하산.
화장암까지 내려가는 지능선길은 조금 지루한 편이었다. 처음에 이쪽 길로 올라오려고 했었는데 그러지 않은 것이 큰 다행이라고 회원들이 입을 모은다. 주차장까지는 한참 거리이기 때문에 정우종 회원과 내가 먼저 내려가서 차를 가져오기로 했다. 두 다리 엔진의 RPM을 높여라. 어둡기 전에 빨리 가자.
▲ 하산길 삼거리, 오른쪽은 성주봉으로 가는 길
▲ 삼거리 갈림길에서 본 운달산 정상
▲ 급경사에 눈이 녹지 않아 길이 미끄럽다
▲ 바위 지대에는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 바위 지대를 내려서고 있는 회원들
17:15 화장암 위 삼거리에 도착. 이정표가 있고 왼쪽 아래 화장암 건물 지붕이 땅거미 속에 자취를 감춰가고 있었다. 화장암에서 운달계곡 큰길까지는 10분 거리였다.
▲ 화장암 바로 위에 있는 이정표
▲ 어둠 속에 묻힌 화장암 건물
17:23 큰길에 도착. 취수탑과 이정표가 왼쪽으로 보인다. 남은 사람들이 걱정이 되어 걸음을 빨리했다. 올라갈 때보다 더 힘들다. 오른쪽의 대성암을 지나고 왼쪽의 김룡사를 지났다. 내려올 때 둘러보기로 했었는데 다 틀렸다. 일주문을 지나니 가로등 불빛이 빛나고 음식점 몇 개를 지나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를 돌려 김룡사 쪽으로 달렸다. 다행히도 대성암 못미쳐서 회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 대성암 위 삼거리(큰 길 삼거리), 해는 완전히 졌다
17:55 대성암 삼거리 출발.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무사히 차에 올랐으니 이제 가는 일만 남았다. 김룡사 주차장에서 59번 국도까지 나온 다음 우회전해서 34번 국도를 따라 연풍으로 달렸다. 연풍이 근무지인 이방주 회장님이 연풍에 이르자 '여기서 내리면 숙소가 2분 거리인데'라고 말씀하신다. 내일 다시 청주에서 연풍으로 출근을 해야하기 때문에 하시는 말씀이다. 괴산과 증평을 경유해서 무사히 청주 '오리사냥' 주차장에 도착했다.
20:05 '오리사냥'에서 뒷풀이를 가졌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오늘 처음 예정했던 산에는 가지 못했지만, 그래서 전체 일정이 조금 늦어지기는 했지만 좋은 사람들과 가진 재미 있는 산행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뒷풀이를 마치고 오는 12월 30일에는 청원군 문의면에 있는 샘봉산에서 송년 산행을 갖기로 하고 오늘 산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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