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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경북山行記

2007.10.13. [경북山行記 9] 경북 문경 부봉

by 사천거사 2007. 10. 13.

부봉 산행기 

◈ 일시: 2007년 10월 13일 토요일

◈ 장소: 부봉  916m / 경북 문경시 문경읍

◈ 코스: 새재 3관문 → 동화원 휴게소 → 동문 → 제1봉 → 제6봉 → 동화원 → 새재 3관문

◈ 시간: 4시간 45분

◈ 회원: 유재철, 홍세영, 지학근, 김석언, 김지홍, 이효정(6명) 


 


07:20  내덕동 신흥고 출발. 오늘은 평산회에서 정기 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9월 정기 산행이 사정상 건너 뛰게 되었는데, 그래서 10월 산행 목적지는 9월 예정지였던 부봉을 그대로 정했다. 김지홍 회원을 태우고 신흥고 실내체육관 앞에 도착하니 다른 회원들이 이미 도착해있었다. 동작 빨라졌네. 두 달만의 해후를 악수로 마무리하고 홍세영 회원과 내 차로 출발. 증평으로 가는 도로가 그리 한산하지 않다. 모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인가? 

 

07:40  증평 김밥집에 도착. 이쪽 방면으로 올 때 단골로 이용하는 곳이다. 손님들이 많다. 김밥 3줄은 회원들이 아침 대신 먹고 10줄은 점심용으로 포장을 했다. 괴산과 연풍을 거쳐 수안보 쪽으로 달리다 보면 오른쪽으로 문경새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4차선이 만들어지기 전의 구도로다. 이화대학교 고사리수련원을 거쳐 올라가면 오른쪽에 주차장이 있다. 대부분 여기에 주차를 한다.

 

여기서 3관문 매표소까지는 2km인데 돌로 포장이 되어 있어 걷기에는 좋지 않다. 차량통행금지라는 표지판은 있었지만 통과할 공간이 있어 그냥 밀고 올라갔다. '시설물 이용객은 예외'라는 문구를 핑계로. 올라가보니 매표소 아래에 주차 공간이 있었다.  

 

09:05  문경새재 매표소 밑 공간에 주차. 매표소 직원이 막 출근하여 주변 청소를 하고 있다. 아깝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그냥 입장할 수 있었는데. 도립공원 입장료 1인당 2,100원. 국립공원 입장료는 없어졌는데 군립과 도립은 여전히 받고 있다. 뭔가 행정이 거꾸로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문경새재 매표소로 가는 길  


09:10  문경새재 제3관문인 조령관을 통과.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은 거의 없다. 곧 사람들이 몰려들겠지. 오늘 날씨가 좋다는데. 널찍한 새재 길을 따라 1관문 쪽으로 내려갔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1관문 쪽에서 3명의 여자 산행객들이 올라오면서 인사를 한다. 어디서 오는 사람들인가? 3관문에서 동화원까지는 1.2km의 거리였다.


▲ 문경새재 3관문인 조령관 앞에 선 평산회원들 

 

 동화원으로 내려가는 평산회원들  


09:24  동화원에 도착. 오른쪽으로 주점이 있고 그 뒤 오른쪽으로 산길이 나 있다. 표지기가 많이 달려 있고 또 금방 이정표가 나오기 때문에 길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원(院)

 

원이란 지금의 여관과 같았다. 화봉원에서 고려의 유희가 시를 읊는 것을 보아 고려 때부터 원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권근의 기문에 의하면 나라의 들에는 10리 길에 여(초막)가 있고 30리 숙(여관)이 있었으며, 후세에는 10리에 장정(쉬는 집) 5리에 단정(쉬는 작은 정자) 하나씩이 있었는데 모두 나그네를 위한 것이었다. 나라에서 파발을 두어 사명을 전하고 원을 두고 상인과 여행자에게 혜택을 주되 공과 사의 구별, 상과 하의 구별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므로 파발에는 각각 관리가 있어 그 직책에 힘썼으나 원에는 다만 밭을 주고 사람을 모집하여 그것을 주관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평원이나 기름진 땅 안에 있는 원에도 주관하는 사람이 없는 곳이 가끔 있었다. 하물며 깊은 산골의 험하고 메마른 곳에 있는 원에는 주관하는 사람이 없는 곳이 많았다고 한다. 들에는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서 원(院)이 없어도 잘 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산골짜기 외딴 곳에서 해는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고 사람과 말은 지치고 범이나 표범의 두려움, 도둑의 염려 등 길손의 걱정은 이에 더 할 것이 없었을 것이다. 조령산성 안에 조령원과 동화원이 있고 현의 서쪽 15리인 이화령 아래 요광원이 있었다. 하늘재 밑에 관음원이 있고 현의 북쪽 4리에는 화봉원이 있었다고 전한다.  


 동화원으로 올라가는 회원들  


09:28  수렛길에 들어섰다. 곧 이정표에 6봉으로 가는 갈림길 표시가 되어 있다. 6봉으로 올라가도 되지만 경사가 심해서 1봉 쪽으로 올라가는 것이 좋다. 기승을 부리던 늦더위도 이제는 한 풀 꺾이고 가을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산행로 양쪽에 키만큼 자란 억새들이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다. 부드러운 숲길은 돌이 깔린 계곡길로 바뀌었다. 경사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다. 주변의 관목 중에서 노랗게 물이 든 것들도 많다. 옻나무는 빨갛게 물드는데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정표 오른쪽으로 나 있는 수렛길 

 

 억새가 양쪽으로 피어 있는 산행로 

 

 호젓한 가을 산길을 걷고 있는 회원들 

 

 너덜길  


09:48  동문 이정표가 서 있는 곳. 오른쪽 사면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 있는데 어디로 올라가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출발. 낙엽송이 많이 쓰러져 있는 원시림 같은 계곡길을 지나니 평탄한 숲길이다. 경사가 거의 없어 걷는데 큰 힘이 들지 않는다. 바람이 불지 않는 것이 흠이지만 나무가 울창해서 그리 덥지도 않았다.


 동문 이정표, 오른쪽으로 갈림길이 나 있다 

 

 원시림 같은 계곡 오름길 

 

▲ 일본 잎갈나무 숲을 통과 


10:04  동문에 도착.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곳이다. 왼쪽은 마패봉에서 내려오는 길이고 오른쪽은 월항삼봉을 거쳐 하늘재로 내려가는 길이다. 조만간 내가 걸을 길이기도 하다. 동문은 허물어진 상태인데 관리를 일부러 안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동문에는 '제3관문 3.9km(2시간), 주흘산 4.1km(2시간), 미륵리 2.9km(1시간)' 이라고 쓴 이정표가 서 있다. 동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었다. 회원들이 다양한 간식거리를 내놓아 포식을 했다. 동문에서의 산행로는 성벽을 따라 오른쪽으로 나 있었다. 지금까지의 길과는 달리 경사가 급하다.


 성벽이 허물어진 동문 

 

 동문에서 휴식을 취하는 회원들 

 

▲ 산성을 따라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다  


10:33  갈림길에 도착. 왼쪽은 백두대간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부봉에 이르게 된다. 부봉 능선에 접어들면 산행로는 바윗길로 바뀌고 경사가 매우 급해져 밧줄이 매어져 있는 곳이 많다. 밧줄을 타고 암벽을 올라가면 부봉 1봉이다. 이제부터는 밧줄을 잡고 암릉길을 오르내려야 하니 스틱은 거의 필요가 없다.


▲ 갈림길 이정표, 백두대간은 주흘산 쪽으로 가야 한다 

 

▲ 제1봉으로 오르는 길에 설치된 밧줄  


10:44  부봉 제1봉에 도착. 제1봉에 부봉 표지석이 있지만 실제로는 6개의 봉우리 중에서 2봉이 935m로 가장 높다. 1봉에서의 전망은 좋다. 사방으로 전망이 트여 있어 어느 쪽으로도 점차 물들어가는 단풍 숲의 파노라마가 펼쳐져 있다. 정상에는 무덤도 하나 있다. 성묘하려면 힘깨나 써야할 것 같다. 1봉에서 2봉으로 가는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커다란 바위가 대피소를 만들어 놓았다. 꽤 넓다. 곧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는 헬리콥터 착륙장이 나왔다. 'H'라는 표지는 없지만. 이곳에서는 2봉이 빤히 올려다 보였다. 2봉으로 가는 능선길에서는 왼쪽으로 주흘산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월악산이 보였다. 정면으로는? 조령산이 보인다.


▲ 부봉 정상에서의 평산회원들

 

▲ 부봉 제1봉 표지석과 함께

 

▲ 제1봉에서 본 문경새재 방면

 

▲ 제1봉에서 본 부봉 능선, 2봉과 3봉, 4봉이 보인다

 

▲ 1봉 아래에 있는 바위굴 쉼터 

 

▲ 2봉 오르기 직전에 있는 헬리콥터 착륙장 

 

▲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본 2봉  


11:00  2봉에 올랐다. 2봉은 제일 높은 봉우리지만 전망은 없다. 2봉을 지나 3봉 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전망이 트이면서 아름다운 바위산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났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바위벽의 풍광은 금강산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었다. 회원들의 감탄사가 계속 터져 나왔다. 정말 좋다. 


▲ 2봉에서 홍세영 회원 

 

▲ 2봉과 3봉 사이의 전망대에서 본 3봉 암벽 

 

▲ 전망대에서 본 아름다운 3봉 


11:05  2에서 3봉으로 가는 급경사 내리막길,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2봉과 3봉 사이의 안부를 지나면 다시 3봉으로의 오름길이다. 연속해서 밧줄을 잡고 세미클라이밍 지대를 올라서면 3봉이다.


▲ 3봉을 오르는 회원들 

 

▲ 3봉의 바위벽을 오르는 홍세영 회원 

 

▲ 3봉의 바위벽을 오르는 김지홍 회원 

 

▲ 3봉의 바위벽을 오르는 김석언 회원 

 

▲ 3봉 정상을 향해서


11:17  3봉 정상은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곳으로 전망이 최고였다. 고사목이 한쪽에 서 있다. 바위틈에서 어렵게 자라 결국은 말라죽고 말았구나. 사방을 둘러보니 가을색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오늘은 이 산을 찾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단풍이 더 짙어지면 많아지겠지.


▲ 3봉 정상에서 본 2봉 

 

▲ 3봉에서 본 포암산 방면, 단풍이 곱다 

 

▲ 3봉에서 본 4봉 

 

▲ 3봉에서 본 4봉 암벽, 뒤로는 조령산이 있는 백두대간 능선 

 

▲ 3봉 정상에서 

 

▲ 3봉 정상 고사목과 함께, 유재철 회장님 


▲ 3봉 정상 고사목과 함께


 ▲ 3봉 정상에서 평산회의 발전을 위해


▲ 3봉 정상에서 평산회의 발전을 위해


11:27  3봉에서 4봉으로 가는 길은 능선으로 갈 수도 있고 오른쪽으로 우회를 할 수도 있는데 능선으로 오르는 길에는 통행금지 팻말이 걸려 있었다. 무슨 이유가 있나? 나머지 회원들은 우회길로 가고 나는 능선으로 올랐다. 4봉 정상에서는 5봉과 6봉이 잘 보였다. 4봉을 지나니 오른쪽으로 급경사 내리막길에 밧줄이 매어져 있다. 밧줄을 타고 내려가니 오른쪽의 우회길과 만났다. 5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꽤 가파르다.


▲ 4봉에서 본 6봉 모습

 

▲ 4봉에서 본 3봉, 2봉, 1봉 

 

▲ 4봉에서의 급경사 내리막길 

 

▲ 5봉을 올라가는 회원들  


11:36  5봉에 도착. 역시 암봉이다. 왼쪽으로 직벽이라서 추락을 조심해야 한다. 5봉 정상을 내려서면 안부가 나타나고 다시 능선턱을 올라서면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에는 '제2관문 2.5km, 동화원 2km, 제1부봉 1시간 20분'이라고 적혀 있는데, 왼쪽 급사면 길을 따르면 제2관문 위의 새재 도로에 내려서게 되고, 철계단 길을 따르면 6봉을 거쳐 동화원으로 가게 된다. 쉬고 있던 산행객 몇 명이 제2관문 쪽으로 내려간다. 6봉만 올랐다가 내려가는 모양이다. 경사가 심한 철계단 길을 올라서면 6봉이다.


▲ 바위로 이루어진 5봉 정상

 

▲ 5봉에서 바라본 6봉 

 

▲ 5봉에서 바라본 6봉 

 

▲ 6봉으로 올라가는 급경사 철계단 


12:00  6봉에 도착. 역시 암봉이다. 정상 바위 왼쪽에 부부 산행객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정상에서는 제3관문과 동화원으로 이어지는 새재 도로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온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준비해 간 김밥이 메뉴의 전부. 소박하다. 나는 산에서 끓이고 지지고 볶고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산행과 야유회는 다르다.


▲ 6봉 정상에서

 

▲ 6봉에서 내려다본 문경새재, 멀리 3관문과 동화원이 보인다  


12:27  점심 후 출발. 조금 급한 경사의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완만한 숲길이다. 은사시나무들이 허연 몸뚱이를 그대로 드러낸 채 하늘로 뻗어있다. 낙엽이 쌓인 조릿대 숲길은 양탄자 위를 걸어가는 느낌이다. 곧 물 맑은 계곡이 나타나고 갈림길이 나왔는데, 오른쪽은 동화원에서 오는 길과 만나게 되고 왼쪽 길은 동화원 아래 새재 도로와 만나게 된다. 새재 도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하산길의 은사시나무 숲

 

▲ 낙엽이 쌓인 조릿대 하산길 

 

▲ 물이 너무나 깨끗한 계곡을 만났다  


13:04  3관문에서 1관문으로 이어지는 새재 도로에 도착. 동화원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온 지점이다. 새재 도로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시간적으로 보아 사람이 많을 때다. 동화원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문경새재 과거길이 왼쪽으로 나 있었다. 글자 그대로 옛날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올라갈 때 걷던 길이다.

 

한 아주머니의 적극 추천을 받아 그 길로 들어섰다. 사람도 적고 숲길이라 좋았다. 책무덤도 있고. 제3관문 오른쪽에 있는 주점에 들러 산채전과 동동주를 맛보았다. 주인 양반이 모두 자연산이라고 열변을 통한다. 맛은? 좋다. 뒷풀이는 청주에 가서 하기로 하고 간단히 맛만 보고 일어섰다. 사실 점심 먹은 지도 얼마 안 된다.


▲ 새재 도로에 도착 

 

▲ 옛날 과거길에 있는 책무덤 

 

▲ 3관문 오른쪽에 있는 주점 

 

▲ 3관문에 성벽에 핀 야생화  


13:50  주차된 곳에 도착. 차를 돌려 연풍, 괴산을 거쳐 청주에 도착하니 15시 40분이다. 제일수산에 들러 뒷풀이를 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할 말도 많고, 그러다보니 술도 많이 마시게 되었다. 내년 1월에 있을 해외원정 키나바루 산행 이야기도 하고, 다음 달 산행을 1박 2일 코스로 하자는 제안도 있고. 오늘 다녀온 부봉은 암릉미가 뛰어난 명산으로 소금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산이었다. 물론 아름답지 않은 산이 없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