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봉 산행기
◈ 일시: 2006년 5월 13일 토요일
◈ 장소: 장성봉 915.3m /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
◈ 코스: 이강년생가지 → 태종농장 → 백두대간 → 장성봉 → 이강년생가지
◈ 시간: 6시간 45분
◈ 회원: 아내와 함께
09:18 오늘의 산행 목적지인 막장봉을 향해 아파트 출발. 날씨는 매우 화창하다. 9시 54분에 미원, 10시 4분에 청천을 지났다. 미원까지의 4차로 도로에는 토요일인데도 차들이 많이 몰려 복잡했지만, 미원부터는 한참을 가야 차를 한 대 볼까말까 할 정도로 도로가 한산했다. 지난 4월 30일에 들렀던 남군자산 산행 기점인 하관평 마을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삼거리가 나왔다. 여기서 직진하면 922번 지방도로 불란치재를 넘어 가은으로 가게 되고, 왼쪽으로 들어가면 517번 지방도로 쌍곡계곡을 지나 괴산에서 연풍으로 가는 34번 국도와 만나게 된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자마자 매표소가 나타났다. 쌍곡계곡은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하기 때문에 입장료를 받는다. 전에는 제수리재(재수리치, 관평재)에 매표소가 있었는데 지금은 삼거리에 인접해 있었다. 한 사람 당 1,600원의 입장료를 내자 매표소 직원이 칠보산만 산행이 가능하다고 일러준다. 막장봉은요? 막장봉과 군자산은 산불 때문에 15일까지 입산 통제기간이라고 하면서 칠보산으로 가라고 다시 강조를 한다. 과태료 50만원 운운하면서. 15일이면 내일 모레인데. 그냥 제수리재에 차를 세워 놓고 올라가면 되겠지 뭐.
10:30 제수리재에 도착. 해발 530m. 송신탑 앞에 승용차가 한 대 세워져 있고 남자 등산객 한 명의 모습이 보였다. 주차를 한 다음 가방을 내려 산행 준비를 하는데 그 등산객이 하는 말,“막장봉으로 산행을 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막장봉 정상 바로 밑에까지 갔다가 전화를 받고 다시 돌아왔는데 차에 이렇게 과태료부과 통지서가 붙어있어요.” 알고 보니 국립관리공단 순찰차가 제수리재에 세워져 있는 그 사람의 승용차를 발견, 차 안에 있는 전화번호를 전화를 해서 막장봉 산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발부한 통지서였다. 과태료 50만원! 이 말을 듣고 산행을 감행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잠시 고민을 한 후 절말 쪽에서 올라가면 될 것 같아 그리로 차를 몰았다.
절말 쌍곡휴게소에 도착. 절말 주차장에는 벌써 관광버스가 가득 차 있었다. 칠보산을 이곳에서도 올라갈 수 있으니 모두 칠보산을 간 사람들이리라.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막장봉으로 가는 길을 통제할 것이 아닌가. 절말에서 쌍곡폭포를 지나면 왼쪽으로 칠보산 오른쪽으로 막장봉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일곱 번을 오른 칠보산을 또 올라가? 아니 그러지 말고 장성봉으로 가자. 장성봉은 막장봉과 이웃해 있지만 경북에 있고 국립공원에도 속하지 않으니 통제하지 않을 거야.
차를 몰고 다시 돌아 제수리재를 거쳐 내려오는데 입장료 3,200원이 아까웠다. 매표소 옆에 차를 세우고 사정을 이야기하고 입장료를 되돌려 받았다. 물론 전적으로 아내의 공이었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불란치재를 넘은 다음 대야산 입구를 지나 문경 선유동 쪽으로 내려갔다. 산행안내도는 없었지만 장성봉 산행이 가은 완장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에 기름을 넣으라는 불이 들어왔다. 이런! 오늘은 왜 이렇게 일이 꼬이지. 우선 기름부터 넣기로 하고 주유소가 나올 때까지 계속 달렸다. 그 흔한 주유소가 왜 이렇게 없지? 지난 3월 25일 뇌정산 갈 때 지났던 상괴리에 갈 때까지도 주유소는 나타나지 않았다. 가은에 있는 문경석탄박물관 들어가는 길 입구까지 가서야 주유소가 있어 기름은 넣은 다음 차를 돌려 다시 완장리를 향해 달렸다.
11:25 완장리 주차장에 도착. 주차장에는 고가가 한 채 있고 그 앞에 수십 대의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 시설, 화장실, 매점이 하나 있었다. 알고 보니 그 고가는 의병장 이강년 장군의 생가였다. 시골 동네에 이렇게 큰 주차장이 있는 것을 보니 장성봉 산행 기점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으나 주차되어 있는 차는 한 대도 없었다. 길을 물어볼 겸 매점 쪽으로 가니 꼬마가 한 명 있다. 장성봉 가는 길을 물으니 마을 회관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가르쳐 준다.
산행 준비를 마친 후 길옆에 있는 마을회관을 끼고 오른쪽 안으로 나 있는 도로로 접어들었다. 시멘트포장이 된 농로를 걷다가 모내기를 하는 농부에게 장성봉을 물으니 멀리 보이는 능선에서 왼쪽에 있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신다. 벌써 모내기할 때가 되었나? 세월 빠르다. 농로가 끝나는 곳에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는데 가은읍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었다. 400년이 되었다나.
▲ 이강년 생가지 앞 주차장
▲ 마을회관 건물
▲ 모내기를 기다리고 있는 마을 논
11:35 조금 올라가다 나온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잠시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시 농부에게 확인한 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람이 시원하다. 농부가 고추말뚝을 박는 소리가 들린다. 오른쪽 계곡물이 너무나 맑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끝나는 부분에서 왼쪽으로 산길이 나 있었다. 할미꽃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이 산에는 할미꽃이 꽤 많았다. 완만한 산길이 계속 이어졌다. 길 양 옆으로 취나물이 자주 눈에 띠어 하나 둘 꺾기 시작했다. 가끔 낡은 표지기가 보였다. 산길의 형태는 뚜렷하다. 취나물을 뜯느라고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지만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잖아.
완만한 산길을 한참 올라가니 왼쪽 계곡 사이에 밭을 개간하고 있고, 산길은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로 이어졌다. 임도인가? 군데군데 시멘트 포장이 된 곳도 있고. 고갯마루에 올라서서 조금 돌아가니 오른쪽으로 철조망을 둘러 친 커다란 농장이 있는데 ‘태종농장’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농장을 따라서 차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차는 한 대도 보이지 않고 도대체 어디와 연결된 도로인가? 표지기 하나 안 보이고 대관절 장성봉은 어디로 올라가는 거야?
▲ 할미꽃이 곱게 피었네
▲ 잠시 휴식을 취하며
13:16 차도를 따라 계속 올라간 작은 고개 오른쪽으로 표지기가 여럿 달려있고 산행금지 표지판이 엎어져 있다. 멀리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짐작컨대 이 도로는 불란치재와 연결되고 오른쪽이 장성봉 가는 길 같았다. 산꾼의 감각을 믿고 오른쪽 산길로 올라섰다. 완만하던 산길이 갑자기 급경사로 변하면서 암릉지대가 자주 나타났다. 가끔 빛바랜 표지기가 하나씩 나무에 달려있다. 아무리 빛이 바랬어도 표지기만 보면 반갑다.
14:30 삼거리가 나타났다. 왼쪽으로 버리미기재 오른쪽으로 장성봉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반갑다. 그렇구나. 장성봉은 백두대간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오르는데 버리미기재에서 대부분 오르는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훨씬 가까운 거리였다. 우리처럼 완장리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넓은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남자 등산객을 한 명 만났다. 이 산에 와서 처음 만난 사람이다. 급경사 길을 올라가는데 부부로 보이는 등산객이 내려온다. 조망이 좋은 곳에 이르러 휴식을 취하며 점심을 먹었다. 시간이 꽤 오래되었다. 김밥과 커피, 오이김치. 아까 지나온 태종농장이 보이고 그 뒤로 완장리 마을이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버리미기재에서 가은으로 내려가는 도로가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버리미기재에 승용차 몇 대가 주차되어 있는 것도 보인다. 다시 삼거리가 나왔다. 오른쪽으로 애기암봉 가는 길이고 바로 올라가면 장성봉이다. 산세로 보아 정상이 멀지 않다. 봉우리에 올라섰는데 정상은 아니었다. 정상은 그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 태종농장과 완장리 마을
▲ 버리미기재에서 가은으로 이어지는 도로
▲ 신록의 대야산 쪽 능선
▲ 대야산 장바위 주차장이 내려다보인다
▲ 잠시 휴식, 들고 있는 것은 취나물
15:15 마침내 정상에 도착. '백두대간 장성봉 915.3m'라고 쓴 정상표지석이 있고 그 앞에 큼직한 바위가 하나 놓여 있다. 희양산과 대야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지난 번 올랐던 뇌정산도 보이고. 사진을 찍고 바로 15시 25분에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은 올라가 길 그대로 내려왔는데 시간이 많이 늦어서 서둘렀다.
▲ 장성봉 정상에서
▲ 장성봉 정상에서
▲ 장성봉 정상에서
16:08 넓은 도로에 도착. 17시 10분에 완장리 주차장에 도착. 주차장에는 아침에 만났던 꼬마가 사발이를 타고 놀고 있었다. 사탕을 하나 준 다음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차를 돌려 청주에 도착하니 18시 40분, 우연찮게 하게 된 장성봉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 완장리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아이
▲ 완장리 이강년 생가지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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