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정산 산행기
◈ 일시: 2006년 3월 25일 토요일
◈ 장소: 뇌정산 991m / 경북 문경시 가은읍
◈ 코스: 신상괴 → 정상 → 정토수련원 → 원북리 → 신상괴
◈ 시간: 6시간 10분
◈ 회원: 김영철 부부, 이효정 부부
08:05 쏘렌토로 아파트 출발. 한 달에 토요휴무제가 두 번 생겨 산행하기가 훨씬 용이해졌다. 토요일에 산에 다녀온 후 일요일에 쉴 수 있으니까. 무심천 하상도로를 지나 미원, 청천을 경유, 송면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불란티재를 넘으니 오른쪽으로 대야산 주차장이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은 문경 선유동인데 경치가 꽤 좋기로 유명하다. 완장리를 지나 상괴1리에서 좌회전. 봉암사가는 표지판에 서 있다. 조금 올라가니 마을회관이 나오고 이어서 거대한 상괴1리(신상괴 마을) 마을 표지석이 오른쪽에 세워져 있다. 이 신상괴 마을이 오늘의 산행 기점이다.
▲ 산행 기점인 상괴1리 마을 표지석
09:30 왼쪽 버스정류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에 들어갔다. 버스정류장 옆에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는데 상괴리, 하괴리, 신상괴 등의 지명이 느티나무에 관련이 있다는 것을 쉽게 추측해볼 수 있었다. 곧게 뻗은 도로 위로 산 전체가 바위인 희양산이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 놓고 있다. 김영철 교장이 논에서 일하는 촌부에게 뇌정산 가는 길을 물으니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시골 인심이 그렇지.
▲ 버스정류장 옆에 있는 느티나무들
오른쪽 마을 사이로 시멘트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다. 희양산과 뇌정산의 등산을 금지한다는 현수막과 산불조심을 알리는 현수막이 마을 입구에 걸려 있다. 산불, 조심해야지. 마을 바로 뒤로 왼쪽에 잘 가꾸어 놓은 축산 전씨의 무덤들이 있다. 노송으로 둘러쌓인 무덤 둔덕에는 철에 맞게 할미꽃이 여기 저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할미꽃이다. 옛날에는 참 흔했었는데. 무덤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고 표지기도 여럿 걸려있다. 완만한 능선길로 발에 느껴지는 땅의 감촉도 부드럽다.
▲ 할미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09:50 휴식을 취하며 옷을 다시 갖춰 입었다. 해는 나무에 가려져 있고 적당한 기온에 바람도 불어 산행하기에 쾌적하다. 완만하던 길은 점점 경사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김영철 교장의 발이 조금 무거운듯 속도가 떨어진다. 땅을 비집고 모습을 들어낸 원추리의 연한 싹이 너무나 아름답다. 이름 모를 풀들이 계절에 맞게 어린 싹들을 틔우고 있었다. 하얀 꽃이 핀 나무가 몇 그루 나타났다. 무슨 꽃일까?
10:20 휴식. 계속되는 급경사길이다. 높이가 991m이니까 그리 만만한 산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역시였다. 아름드리 낙엽송들이 하늘을 뚫고 있다. 겨울에 성애가 박혔다 녹은 흙길이 떠 있어 밟으면 가라 앉는다. 그 위에 낙엽까지 덮여 있으니 얼마나 푹신한가. 잔잔하던 바람이 꽤 세게 분다. 이런 날 산불이라도 나면 불감당이다.
▲ 잠시 휴식을 취하며, 자는 사람이 많아
10:35 마침내 신상괴 마을 뒤에서 시작한 능선이 끝나고 봉우리에 도착. 정면으로 높은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저게 정상인가? 봉우리를 내려와 다시 맞은 편 봉우리로 올라갔다. 11시 15분에 봉우리에 도착. 정면으로 정상이 보인다. 정상까지는 아직도 먼 길이다. 길 왼쪽으로 두릅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모두 두릅싹이 날 때 다시 오자고 했지만 실현불가능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이런 예약을 지금가지 한 두번 해보았는가. 봉우리를 두 어개 더 넘으니 바로 정상이다.
12:10 뇌정산 정상에 도착. 인터넷 산행 안내 사이트에는 정상이 50여평의 풀밭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는데 실제는 10여평 정도였다. 삼각점이 박혀 있고 나무에 '뇌정산', '991m'라고 쓴 플라스틱 표찰 2개가 외로이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다. 천미터 가까운 높이의 산 정상 치고는 너무 초라했다. 그 흔한 정상 표지석 하나 없으니. 사람이 별로 찾지 않는 산이니 그럴만도 하지.
▲ 뇌정산 정상 표지 표찰
▲ 뇌정산 정상에서, 김영철 부부
▲ 뇌정산 정상에서
▲ 뇌정산 정상에서
▲ 뇌정상 정상에서
때마침 점심 시간이라 라면을 끓여서 찰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소주와 양주를 정상주로 곁들이면서. 따뜻한 햇볕을 쬐며 아무도 없는 산 정상에서 먹는 점심맛은 먹어 본 사람만이 안다. 이렇게 좋은 것을 경험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시간도 충분하겠다, 느긋하고 여유롭게 점심을 먹었다.
13:00 정상 출발, 하산 시작. 하산길이 두 곳인데 모두 표지기가 하나씩 달려 있다. 왼쪽이 원북리에 가까울 것 같아 그리고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조금 내려가니 길이 없어지고 넓은 계곡인데 완전 너덜지대다. 크기가 다양한 바위들이 계속 줄지어 나타났다. 이 너덜지대를 내려갈 때에는 발목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뜬돌이 많아서 자칫 미끌어질 수 있고 또 계곡의 나무들은 거의 말라죽은 것들이라서 힘주어 잡았다가는 그냥 부러지고 만다. 어느 것도 믿을 수가 없다. 오직 한 발씩 확인하며 내려가는 수밖에. 그러니 다리에 보통 힘이 가는 것이 아니다.
▲ 하산길 스크리 지대, 개척을 하느라고 고생이 많았다
14:25 한 시간 이상을 내려왔는데도 너덜지대는 계속이다.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기에 바위 밑을 보니 물이 흐르고 있다. 엎드려서 사람 몸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낮은 포복 자세로 물을 받아 마셔보니 물이 달다. 감로수? 약수? 피로가 싹 가신다. 다시 출발. 이제 희미하게 길이 나타나고 왼쪽으로 흙과 돌로 지은 움막이 한 채 서 있다. 안을 들여다보니 이부자리가 있는데 곰팡이가 심하게 쓴 것을 보니 오래 전에 사람이 거주했던 것 같았다. 사람 한 명 누울 공간인데 어떻게 여기서 생활을 했을까? 주변을 보니 평평하게 밭을 일군 흔적도 있다.
15:00 마침내 너덜지대가 끝나고 조금 내려가니 커다란 건물이 오른쪽에 있는데 '깨달음의 장'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고, 젊은 여자 한 명이 마루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뭐하는 곳인가? 호기심 많은 김영철 교장이 가서 물어본즉, 정토수련원인데 4박5일 수련을 하는데 40만원의 수련비를 내야 한단다. 계곡 왼쪽과 오른쪽으로 석축을 쌓아 나무를 심어 가꾸고 있었다. 수련생들인지 나무 앞에 앉아 무슨 작업들을 하고 있다. 수련원에서 원북리까지는 시멘트 포장길이다. 희양산이 한 눈에 들어오고 방금 내려온 계곡도 오른쪽으로 올려다 보인다.
▲ 정토수련원 건물 모습
▲ 온통 바위로 되어 있는 희양산 모습
▲ 방금 내려온 뇌정산 계곡
15:20 원북리 차도 도착. 오른쪽으로 정토수련원 간판이 크게 세워져 있다. 여기서 신상괴 마을까지는 아스팔트 차도를 걸어야 한다. 도로 오른쪽으로 개울이 있는데 물이 깨끗하다. 하긴 오염될만한 시설이 없으니 깨끗할 수밖에. 개울로 내려가 세족을 했다. 시원한 물은 산행의 피로를 반감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개울에는 넓은 바위들이 널려 있었는데, 조금 아래로 내려가니 마치 조각을 해놓은 것 같은 바위군락들이 개울을 덮고 있다. 여름에는 사람들이 꽤 모일 것 같다. 도로 오른쪽에 어린 원추리 싹들이 줄지어 솟아 있다. 자생이 아니라 일부러 가꾼 것 같은데 꽃이 피면 꽤 아름다우리라. 원북리에서 신상괴까지는 잠깐의 거리였다.
▲ 도로 옆 계곡물에 발을 씻고
15:40 상괴1리 버스정류장에 도착. 산행을 하는 데에 점심시간을 포함해서 6시간이 걸렸다. 청주로 돌아오는 길에 대야산 쪽으로 차를 몰았다. 대야산 계곡 오른쪽에 있는 벌바위가든에서 도토리묵과 감자전을 안주삼아 동동주를 마셨다. 이곳은 예전에 두어 번 와 본 적이 있고 음식맛이 괜찮아 오늘 다시 들렀는데, 역시 이구동성으로 음식맛이 좋다고들 한다. 음식을 먹고나니 고맙게도 쑥가루를 선물로 주인 아줌마가 내놓는다. 이러니 누가 다시 찾지 않겠는가! 6시 경에 청주에 도착. 3월의 마지막 산행이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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