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산 산행기
◈ 일시: 2006년 1월 16일 월요일
◈ 장소: 백암산 1004m / 경북 울진군 온정면
◈ 코스: 주차장 → 천냥묘 → 주능선 → 정상 → 백암폭포 → 주차장
◈ 시간: 4시간 30분
◈ 회원: 아내와 함께
1월 15일(일요일) 제 1일차
바다와 온천을 겸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백암온천을 둘러싸고 있는 백암산을 금년 첫 산행지로 택했다. 마침 성류굴이 근처에 있어 동굴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08:40 산행에 필요한 간단한 짐만 싣고 아파트를 떠났다. 포근한 날씨라는 예보와는 달리 아침은 조금 쌀쌀했다. 잔뜩 흐린 날씨에 안개마저 끼어 있다. 9시 5분에 증평, 9시 20분에 괴산을 통과한 후, 9시 24분에 괴강 옆 만남의 광장에서 자판기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9시 54분에 연풍 IC를 진입,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통하여 문경새재 IC로 나왔다. 예전에는 이화령 터널을 이용했으나 터널통행료와 고속도로 통행료가 1,300원으로 같기 때문에 터널을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괴산방면에서 문경 쪽으로 갈 때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국도나 고속도로나 차량은 뜸하다. 하긴 일요일 아침이고 날씨가 흐리니 나들이를 나선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많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 번 평산회에서 오정산을 갈 때 머물렀던 진남휴게소를 지나 문경까지 1차로 도로를 달렸다. 문경에서 예천까지는 34번 국도로 편도 2차로인데다가 차량이 거의 없어 통행이 매우 용이했다. 10시 40분에 예천 통과. 여기서 영주까지는 28번 국도, 영주에서 울진까지는 36번 국도를 이용해야 한다.
11시에 영주를 통과한 후 지난 번 청량산에 갈 때 들렀던 봉화를 지나쳤다. 11시 20분 쯤 차를 세우고 잠깐 휴식을 취했다. 현동에서부터 울진까지는 불영계곡을 오른쪽으로 끼고 왼쪽에 도로가 나있는데 도로의 굴곡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른쪽에 펼쳐진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이 모든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이곳은 처음 와보는 곳인데 정말 아름다운 계곡이었다.
12:50 성류굴 주차장에 도착. 청주에서 거의 쉬지 않고 달렸는데 4시간이 걸렸다. 일요일인데도 주차장에는 몇 대의 차량 뿐이다. 주차비 1,000원, 동굴 입장료 1인당 3,000원. 성류굴은 천연기념물 제155호로 1년에 0.4mm씩 자라나 무려 2억 5천만년의 나이를 자랑하고 있었다. 광장마다 아름다운 석순과 종류석이 잘 발달된 석회암 동굴로 전장 472m의 5지(池) 12광장으로 형성되어 입구에서부터 끝까지 어느 곳에서나 신비한 경관을 볼 수 있다. 자연조형이 금강산을 방불케하여 일명 지하금강이라고도 불린다. 동굴 앞으로는 왕피천이 흐르고 있다.
▲ 성류굴 안내판 앞에서
▲ 성류굴 앞에서
▲ 왕피천을 배경으로
13:30 성류굴을 떠나 평해 쪽으로 차를 몰았다. 회를 먹으려면 아무래도 후포항이 좋을 듯 싶었다. 14시 10분에 평해 도착. 14시 40분에 후포항에 도착을 했다. 후포항에는 회타운이 있어 저렴한 값으로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영양석보횟집'이라는 집에서 2만원어치 광어와 참숭어 회를 뜬 다음 옆에 있는 방에서 먹었는데 양념과 상추 값이 1인당 3,000원, 매운탕 1그릇에 3,000원을 따로 지불했다. 회가 얼마나 많은 지 먹다먹다 결국은 남기고 말았다. 저녁에 먹기 위해 1마리에 6,000원씩 주고 대게 3마리를 찐 다음 포장을 했다.
▲ 후포항에서
15:40 후포항 출발. 평해를 거쳐 88번 국도를 타고 울진군 온정면 온정리에 있는 백암온천으로 달렸다. 평해부터 온정리까지는 양쪽에 가로수로 목백일홍이 심겨져 있는데 여름에 꽃이 피면 정말 아름답다. 뿐만 아니라 도로 양쪽 둔덕을 온통 꽃으로 장식해서 그 아름다움은 환상적이다. 몇 년 전 여름 안동에서 평해까지 오다가 이 길을 지나친 적이 있는데, 그 때의 아름다움이 늘 머리 속에 남아 있어 언젠가 다시 찾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겨울이라 그런 아름다움을 볼 수 없어 유감이었다.
16:30 백암온천에 도착. 차로 한 바퀴 돌아보니 객실 요금이 58,000원이라고 되어 있었다. 우선 수퍼에 들러 내일 산행에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 숙박비와 온천수에 대해 물어 보았더니, 산쪽에 있는 대형 숙박업소의 물은 진짜 온천수고 아래쪽 작은 숙박업소의 물은 가짜라고 한다. 그리고 숙박비는 오늘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할인을 해줄 거라고 답해준다.
차를 주차해 놓은 고려온천호텔 카운터에 가서 하루 숙박비를 물어보니 4만원이며 대중탕 이용은 무료라고 한다. 다른 곳 알아볼 것도 없이 그곳으로 정했다. 숙소에 짐을 푼 다음 온천욕을 하기 위해 대중탕으로 갔다. 단체 관광객들이 다 돌아간 시간이라 탕 안은 한산했다. 대여섯 명 정도. 백암온천은 79년 국민관광지, 97년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수온은 53°C에 천연 알칼리성 라듐성분을 함유한 유황온천으로서 신경통, 만성관절염, 동맥경화증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물이 매우 미끄럽다.
7시 30분에 후포항에서 가져 온 대게로 저녁을 먹은 다음 내일 산행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이 고려온천호텔의 시설이 엉망이었다. 호텔은 커녕 모텔만도 못했다. 어디서 들어오는지 찬바람이 밀려와 이불을 두 개나 덮었다. 그리고 방음시설이 엉망이라 옆 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엉망인 그런 상태였다.
1월 16일(월요일) 제 2일차
09:13 선식과 빵으로 아침을 먹은 다음 산행을 시작했다. 산등성이에 있는 태백온천모텔 왼쪽 옆길로 올라가면 화기보관소가 있고 산행안내판이 나온다. 산행 초입은 평탄한 산책로와 같았다. 경사가 거의 없는 길은 1km 정도 계속되었다. 등산객은 우리 밖에 없다. 어제 단체 등산객들이 다녀갔으니 오늘은 한가할 것이다. 어디선가 산새 소리가 들린다. 중간중간에 화강암으로 된 거리표지석이 박혀 있다.
▲ 백암산 산행 안내도 앞에서
09:42 백암폭포와 정상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 이정표에는 백암폭포까지는 1.0km, 정상은 3.8km, 온천장 1.3km라고 되어 있다. 백암폭포길은 내려올 때 사용할 산행로이기에 오른쪽에 나 있는 정상 쪽으로 길을 잡았다.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한화콘도에서 올라오는 길과 연결된 지점이 나왔다. 표지석에는 정상 3.6km라고 적혀 있다.
10:05 천냥묘라는 커다란 묘가 있는 지점에 도착을 했다. 여기서부터는 묘를 끼고 왼쪽 7부 능선에 나 있는 사면길을 걸어야 한다. 바람 한 점 없는 것이 사방이 조용하다. 마치 온 세상이 정지되어 있는 것 같다. 겨울 백암산은 눈이 많이 쌓이는 곳이라고 하는데 그 동안 포근한 날씨 때문인지 눈은 구경도 할 수 없고 땅위를 덮고 있는 낙엽들이 늦가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 백암산을 올라가는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며
▲ 정상으로 가는 능선에 서서
10:20 삼거리에 도착. 정상 2,4km, 흰바위 1.8km, 온천장 2.9km라고 적혀 있다. 지금까지 완만했던 길과는 달리 여기서부터는 급경사길이다. 바위가 별로 없는 산이라 위험하지는 않다. 또한 산행로도 직선이 아닌 지그재그식으로 나 있어 거리는 멀지만 산행하기에는 수월하다. 50분 정도 올라가니 정상 1.2km, 한화콘도 3.6km, 온천장 4.1km라는 표지석이 있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한화콘도에서 올라오는 산행로와 만나는 지점이다. 조금 올라가니 신선골로 내려가는 길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신선골은 신시골이라고도 하는데 경치가 뛰어나다고 한다. 지금은 휴식년제라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11시 15분에 헬리콥터 착륙장에 도착. 백암산 정상이 코 앞에 있다. 여기서 15분 거리다.
▲ 정상 2.4km 전
▲ 한화콘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의 이정표
11:30 백암산 정상에 도착. 2시간 17분만에 올랐으니 늦은 것은 아니다. 정상 역시 헬리콥터 착륙장이었고 시멘트로 포장을 해 놓았다. 잡목이 없어 사방으로 조망이 좋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산이다. 온정면 청년회에서 설치한 정상표지석에는, 백암산정상 1,004m라고 적혀 있고 뒷면에는 1991년 10월 13일이라는 설치 날짜와 백암산의 유래가 새겨져 있다. 사진을 찍고 간식과 커피로 피로를 풀었다.
▲ 백암산 정상에서
▲ 백암산 정상에서
▲ 백암산 정상에서
11:45 하산 시작. 하산은 흰바위와 백암폭포를 경유하는 코스로 잡았다. 흰바위는 백암산 뒤쪽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바위 색깔이 흰색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까지 등산객을 한 명도 만나지 않았는데 처음 두 사람을 보게 되었다. 백암폭포 코스로 올라오는 사람들이다. 이어서 대여섯 명의 등산객을 더 만났다. 안부에서 보면 흰바위의 모습이 뚜렷하다. 조금 경사가 급한 바윗길이라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안부에서 조금 올라가니 돌무더기가 있는데 백암산성이다.(12:20) 울진에 있는 10여개의 산성 중에서 보존이 가장 잘 되어 있다고 한다. 산성에서 100m 정도 가다가 주능선을 버리고 왼쪽길로 들어서면 백암폭포로 가게 된다. 주능선을 따라 계속 가면 양남이 마을로 내려서는데 온천장까지 30분 정도 도로를 걸어야 한다. 이쪽 하산길은 경사가 꽤 있어서 겨울에는 조심을 해야할 것 같다. 눈이 없는 것이 다행이다.
13:00 백암폭포에 도착. 여러 개의 단을 이룬 폭포인데 하얗게 얼어 있었다. 여기서부터 1km 정도 걸으니 올라올 때 백암폭포와 정상가는 길이 갈라졌던 삼거리에 도착을 했다.(13:25) 여기서부터는 순탄한 길이다. 13시 50분에 차를 세워 놓은 곳에 도착을 했다. 약 10km 정도의 거리를 4시간 30분에 걸어 산행을 마쳤다. 백암산은 높이가 꽤 있지만 경사가 급하지 않는 산이라서 누구라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었다.
▲ 추위에 얼어붙은 백암폭포
15:10 88번 국도를 따라 영양에 도착.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냥 아무 식당이나 들어갔는데 한정식집이었다. 1인분에 5천원인데 반찬이 모두 22가가지였다. 연근 조림, 검은콩 조림, 멸치 볶음, 느타리버섯 무침, 묵나물 무침, 시금치 무침, 실파 무침, 무우 생채, 콩나물 무침, 미역 무침, 포고버섯 무침, 고사리 무침, 어묵 조림, 우엉 조림, 마늘쫑, 토란줄거리, 가죽나물 장아찌, 깻잎 장아찌, 명태 조림, 우거지된장국. 점심을 맛있게 먹고 구주령을 넘어 안동, 예천, 문경, 괴산을 거쳐 집에 도착하니 7시 20분이었다. 새해 첫 산행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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