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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경북山行記

2005.05.05. [경북山行記 1] 경북 문경 도장산

by 사천거사 2005. 5. 5.

도장산 산행기

◈ 일시: 2005년 5월 5일 

◈ 장소: 도장산(경북 문경시 농암면  828m) 

◈ 코스: 도장산 주차장 → 심원사 갈림길 → 정상 → 헬기장 → 심원골 → 주차장

시간: 5시간

회원: 아내와 함께



어린이날이자 공휴일이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어린이날은 관계가 없고 공휴일만 이용하면 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산에 가기로 한 약속을 오늘도 어김없이 지켜야겠지. 속리산 문장대는 몇 번 다녀왔지만 천황봉은 아내가 아직 안 가보았기 때문에 그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8:25  아내와 간단히 짐을 꾸려 차에 싣고 화북을 향해 출발했다. 가덕을 지나 화양동까지 오는 데에 불과 몇 대의 차밖에 만나지 못했다. 어린이날이라 자녀들이 즐거워할 장소로 떠난 이유인지, 오후에 비가 온다는 이유 때문인지, 시간이 너무 일러서인지 알 수가 없다. 오후에 비가 온다는 데 아직까지는 하늘이 맑다.

 

9:25  송면에 도착을 했다. 아내에게 이 정도 거리를 매일 출퇴근 하기 위해서 왕복을 한다고 말을 했더니 놀라는 눈치다. 이평과 문장대 산행길로 접어드는 장암을 지나 화북면에 도착, 다시 문경쪽으로 달려 상주학생수련원을 끼고 우회전을 했다. 상오1리라는 지명과 장각폭포, 칠층석탑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었다.

 

9:40  시멘트로 포장이 된 일차로 차도를 잠시 달려가니 안내판이 하나 서 있는데 그곳에 '상오리-비로봉 자연휴식년제 시행(2003.1.1.~2005.12.31.)라고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나는 차를 멈추고 자연휴식년제 때문에 천황봉에 올라갈 수 없구나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천황봉과 비로봉은 엄연히 다른 봉우리인데 내가 착각을 한 것이다. 상오리에서 천황봉만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 내가 잘못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그 잘못된 생각에 차를 돌리게 되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백악산? 대야산? 청화산?

 

9:45  화북면 읍내를 지나며 언뜻 본 쌍룡계곡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도장산으로 가자. 여기서 가깝고 그리 험하지도 않으니 둘이 걷기에 알맞겠지. 나야 이미 두 번이나 가본 곳이지만 아내는 처음이다. 쌍룡터널을 지나니 바로 계곡을 가로질러 다리가 놓여 있고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내가 처음 도장산을 찾았을 때에는 썅룡터널도 없었고 버스 운행도 잦지 않아서 화북에서 걸어서 도장산 입구까지 온 기억이 난다. 그 때가 1993년도 평산회 정기산행차 온 것인데 22년 전의 일이다.


도장산 주차장에 있는 산행 안내도 앞에서


10:00  주차장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쌍룡계곡과 나란히 하던 길이 왼쪽 언덕으로 이어지며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었다. 심원골을 내려다보며 심원사로 향하는 길을 걸어갔다. 하늘에는 적당히 구름이 덮여 있고 산들바람이 간간히 불어 산행하기에 더 없이 좋은 날이었다. 사람도 없어 호젓했다.

 

10:15  산행은 처음 20분이 힘들다. 길옆 바위에 앉아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더운 5월에 산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는 별미였다. 음식도 환경과 분위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나 보다.

 

10:30  심원사와 도장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에 도착을 했다. 상의 끝에 정상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그리 급하지 않은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마 능선에 이르기까지는 이런 길을 계속 걸어야 할 것 같다. 산길 위로 나무들어 덮여 있어 해를 가려주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 상쾌했다. 사람도 없는 정말 조용한 산이다.

 

11:10  마침내 주능선에 도착을 했다. 이제 정상까지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일만 남았다. 준비해 온 포도와 방울토마토를 먹었다. 과일은 배를 채워줄 뿐만 아니라 갈증을 해소시켜주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식품이다. 다시 힘을 내어 출발!

 

11:30  이정표를 만났다. '도장산 정상(1km, 30분), 심원사 2.2km(1시간)'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그것은 잘못된 이정표였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능선길을 걷기 시작했다. 길 양쪽에는 제비꽃이 군데군데 무더기로 피어있고, 철쭉과 철 지난 진달래가 함께 피어 있었다. 떨어진 진달래꽃은 보라색으로 변하여 주변의 제비꽃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철쭉을 배경으로 한 컷. 


철쭉꽃을 배경으로


30분이면 도착한다는 정상이 영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봉우리는 몇 개나 넘었는지 모르겠고, 시간도 이정표에서부터 한시간 가까이 되어간다. 결국 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상주시청산악회'에서 세운 도장산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정상 정복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 찍어 줄 사람이 없어 교대로 한 장씩 찍었다.


▲ 도장산 정상에서

 

▲ 도장산 정상에서


12:30  2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정상을 뒤로 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바람이 세어지고 구름의 양도 많아졌다. 오후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현실화되는 것 같다.

 

13:00  길 옆 편편한 장소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쑥떡이었는데, 맛도 있고 포만감도 있어 매우 좋았다. 산행을 할 때에는 배낭 무게를 줄여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도 쑥떡은 효과가 크다. 점심을 먹는데 사람 소리가 들리더니 부부가 산을 내려온다. 인사를 나눈 후 이 산에 와서 사람을 처음 본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13:30  능선 왼쪽으로 천황봉에서 문장대까지의 속리산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는 우리가 지나 온 봉우리들이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심원사를 내려다보며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도장산 능선을 지금까지 걸어왔고 지금도 걷고 있다.

 

13:40  헬기장에 도착을 했다. 헬기장에는 4명의 사람들이 주변의 잡목을 제거하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아마 그들도 오늘 이 산에서 사람을 처음 보는 모양이다. 헬기장을 뒤로 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하산길도 만만치 않았다.

 

14:35  마침내 심원골에 도착을 했다. 계곡물에 세수를 하고 다래덩굴에 드문드문 난 다래순을 땄다. 내려오면서 뜯은 취나물과 함께 한 끼 먹을 정도는 될 것 같다. 이 산에는 이상하게도 고사리와 취나물이 없었다. 

 

15:00  처음 출발한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아침에는 우리 차를 포함하여 3대 밖에 차가 없었는데 지금은 10대도 넘는다. 계곡에서 야유회를 하거나 올갱이는 잡는 사람들이 보인다. 짐을 싣고 3시 5분에 출발을 했다. 화양동 계곡에 이르니 아침에 없던 차들이 도로변에 가득하다. 청천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하더니 청주까지 계속되었다. 두 시간이 걸려 오후 5시 5분에 청주에 도착을 했다. 좋은 날씨에 좋은 사람과 좋은 산행을 했다. 5월 8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