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악산 산행기
◈ 일시: 2006년 5월 5일 금요일
◈ 장소: 화악산 931.5m / 경북 청도군 각남면
◈ 코스: 평양리 → 주능선 → 윗화악산 → 화악산 → 절골 → 평양리
◈ 시간: 4시간 15분
◈ 회원: 동서 부부, 우리 부부
08:48 밀양의 처제 아파트 출발. 어버이날을 맞아 처가가 있는 밀양에 온 김에 근처 산을 하나 오르기로 하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한 결과, 청도에 있는 화악산이 눈에 들어왔다. 밀양에서 가까울 뿐만 아니라 산의 높이나 산행 거리도 적당할 것 같다. 마침 휴일이고, 어린이와 부처님하고는 관계가 없는 터라 처제 부부도 함께 산행을 하게 되었다.
밀양에서 청도로 가는 25번 국도를 따라 달렸다. 길 옆 보리밭의 보리들이 이삭을 매달고 있다. 이 지역에는 보리를 심는 곳이 꽤 많다. 감나무도 자주 눈에 띈다. 청도는 감으로도 유명하지. 옥산을 지나니 왼쪽에 파출소가 있고 한재, 각남으로 가는 902번 지방도가 왼쪽으로 뻗어 있다. 지방도로 들어서자 마자, 한재미나리 단지를 알리는 커다란 입간판이 서 있다. 한재미나리?
한재미나리는 물이 있는 곳이면 아무 데나 잘 자라기 때문에, 마을 어귀나 하수구, 개울가, 논두렁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채소로, 그 흔한 것과는 달리 매우 유익한 먹거리였다. 특히 한재미나리는 한재골의 수려한 지형과 밤낮의 기온차가 큰 데서 자라는 관계로 탁월한 정화능력이 있으며, 상큼한 향내로 정신을 맑게하고, 달아난 입맛을 돋구기로 널리 알려져 왔다. 본격적으로 상품화 되어 일반인들에 알려지기는 90년대 후반부터 이며, 현재는 청도군을 대표하는 일등농산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으며, 청도 소싸움과 더불어, 웰빙관광 상품으로도 알려져 그 유명세가 대단하다.
입간판이 서 있는 입구부터 화악산 산행이 시작되는 평양리 산 아래까지 계곡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미나리밭이 계속 이어져 있었다. 또한 비닐하우스가 곳곳에 있었는데 그 안에서는 미나리를 쌈으로 해서 삼겹살을 싸먹을 수 있는 음식 영업을 하고 있었다. 돼지고기 삼겹살을 미나리로 싸먹는다? 맛이 어떨까? 길 옆 둔덕에 노란 애기똥풀과 산괴불주머니가 꽃밭을 이루고 있다. 이름도 정겹지만 보기에도 아름답다.
▲ 한재 미나리밭
09:20 차가 한 대 지나갈 수 있는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니 승용차 5~6대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의 주차장이 있어 차를 세웠다. 처제 부부는 여러 번 이곳에 온 경험이 있어 지리를 잘 알고 있었다. 바람이 꽤 세게 분다. 내일부터 강풍을 동반한 호우가 내린다고 하는데 그 징조인가?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급경사길이다. 잡목이 터널을 이룬 산길이 끝나더니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이 나타났다. 9시 55분에 휴식을 취했다.
▲ 날은 덥고 목은 마르고
▲ 휴식 중, 자는 거야?
▲ 휴식 중, 잠에서 깼나?
하늘은 잔뜩 흐려있고 사방은 조용하다. 휴일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만 오늘은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이 겹친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다. 소나무 숲이 끝나고 낙엽송 숲이 시작되었다.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 오름길에서 올려다 본 화악산
10:05 급경사 길을 한 걸음 올라서니 제법 넓은 공간이 있고 남자 산행객 2명이 늦은 아침을 먹고 있다. 우리도 과일을 먹으면서 함께 숨을 골랐다. 한쪽에 철쭉이 한창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충북에서는 5월 말이 되어야 필 철쭉이 이곳에는 꽤 많이 피어 있었다.
▲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며
▲ 쉼터에서 동서와 아내
▲ 화악산의 신록
가파른 사면길은 계속 이어졌다. 길 옆에 옻나무 순이 적당하게 자라고 있어 꺾기 시작했다. 옻순은 데처서 무쳐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인데 일년에 며칠 밖에는 맛을 볼 수 없다. 작년에는 칠보산에서 옻순을 꺾었었다. 물론 옻을 타는 사람은 먹어서는 안 된다. 이 산에는 유난히 철쭉이 많다. 철쭉 터널이 나타났다.
▲ 철쭉 터널에서
▲ 철쭉 터널에서 동서
10:37 밤티재에서 철마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에 올랐다. '한재 1.7km, 정상 3km, 윗화악산 0.9km, 아랫화악산 0.4km'라고 쓴 이정표가 서 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윗화악산이고 왼쪽으로 가면 아랫화악산이다. 윗화악산으로 가는 능선은 급경사 길이었다. 그래도 양쪽이 확 틔여 전망은 좋다.
▲ 한창 봉오리를 맺은 철쭉
11:02 윗화악산에 도착. 해발 837m. 왼쪽으로 밀양시내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우리가 올라온 한재마을, 앞쪽으로 화악산 정상과 밤티재 너머의 남산 정상이 보인다. 철마산 쪽으로 뻗은 주능선의 왼쪽과 오른쪽 사면의 색깔이 매우 다르다. 이유는? 물론 수종이 다르기 때문이겠지. 신록은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다. 수종에 따라 다양한 녹색들이 어우러져 글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 윗화악산에 있는 이정표
간식으로 준비해 간 잡채를 먹었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그리 험하지 않은 암릉길이었는데 바위 틈에서 매화말발도리가 하얀 꽃을 피워내고 있다. 이곳에는 매화말발도리가 꽤 많은 편이었다. 잔뜩 흐린 날씨에 바람이 불어 무척 시원하다. 산행을 하기에는 최적의 날씨다. 11시 30분에 헬리콥터 착륙장을 통과하고 11시 35분에 '정상 1.5km, 철마산 2.0km, 운주암'이란 이정표가 서 있는 곳을 통과했다.
11:49 절골 하산 삼거리에 도착. '윗화악산 1.4km, 정상 0.7km, 절골, 한재 2.6km'라고 쓴 이정표가 서 있다. 절골은 우리가 하산을 할 방향이다. 산행로 한쪽에 '산악인 김대형 이곳 화악산에 고이 잠드로서' 라고 쓴 비석이 세워져 있어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 절골 하산길 삼거리에서
▲ 화악산의 신록, 고도에 따라 색이 다르다
12:03 화악산 정상에 도착. 정상에는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정상표지석이 있었는데 '화악산 해발 931.5m'라고 적혀 있었다. 정상은 높은 솟은 봉우리 형태가 아니라 능선 상에 밋밋하게 있었기 때문에 정상 다운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사진은 찍어야지.
▲ 화악산 정상에서 동서, 처제, 아내
▲ 화악산 정상에서
▲ 화악산 정상에서
▲ 화악산 정상에서
▲ 정상 바위 옆에 핀 철쭉
12:05 사진을 찍고 바로 출발. 12시 16분에 절골 하산길이 시작되는 곳에 도착했다. 남자 산행객 서너 명이 절골 쪽에서 올라온다. 경사가 급한지 꽤 힘들어하는 표정들이다. 절골로 하산 시작. 예상했던 것처럼 급경사 길이다. 길 좌우에는 진달래와 철쭉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넓은 바위가 있어 잠시 휴식을 취했다.
▲ 하산길에 잠시 휴식
▲ 하산길 휴식
그런데 이쪽 사면으로는 잡목들을 모두 잘라내어 바닥에 널어 놓았는데, 진달래와 철쭉이 대부분이었다. 왜 이 나무들을 잘랐을까? 벌목은 계곡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어 있었다. 사유지인가? 사유지라도 함부로 벌목은 하지 못할 텐데. 또 이 산에는 노각나무가 꽤 많았다. 지난 번 월출산 산행에서 본 노각나무.
12:58 계곡과 이어진 평탄한 길에 도착. 경사가 거의 없는 산길이다. 한참을 걸어 내려오니 집이 보이고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아침에는 못 본 승용차가 많이 세워져 있다. 길 아래로 절이 있는지 연등이 걸려 있고 아낙네들이 한창 점심을 나르고 있었다. 참, 오늘이 석가탄신일이지. 내려가서 점심이나 얻어 먹고 갈까. 길옆에 별장 비슷한 집이 있고 영산홍의 색깔이 매우 선명하다.
13:35 차를 주차해 놓은 곳에 도착. 우리들 차 외에도 꽤 여러 대의 차가 세워져 있었다. 처제 부부에게 미나리로 삼겹살을 싸서 점심을 먹자고 했더니, 지금은 미나리가 제 철이 아니기 때문에 질기고 맛이 없다고 한다. 미나리 철은 11월에서 3월까지라고 하면서 청도역 앞에 추어탕 전문점이 있으니 그리 가자고 한다. 청도역까지는 차로 잠깐의 거리. 지난 번 도보여행 때 종착점이 바로 청도였다.
청도역 앞은 말 그래도 추어탕 골목이었다. 여러 곳에서 '원조'라는 용어를 간판에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원조'의 '원조'를 찾아야 하나. 처제 부부가 안내한 집에 들어가 자연산 미꾸라지와 잡어로만 끓인 추어탕을 막걸리 한 통을 곁들여 먹었다. 애기배추를 넣어 끓였는데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점심을 마친 후 청도IC에서 고속도로로 올라 청주를 향해 달렸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3일간의 연휴로 인해 고속도로 하행선은 차량의 물결이었다. 이와는 달리, 상행선은 소통이 월활해서 일찍 귀가하여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 마을 화단에 핀 영산홍 앞에서
▲ 마을 화단에 핀 영산홍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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