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산 산행기
◈ 일시: 2008년 8월 24일 일요일
◈ 장소: 공덕산 912.9m / 경북 문경시 동로면
◈ 코스: 대승사 주차장 → 윤필암 → 묘봉 → 823봉 → 공덕산 → 대승사 → 주차장
◈ 시간: 4시간 42분
◈ 회원: 아내와 함께
09:27 청주 아파트 출발. 어제 백두대간을 다녀와서 조금 피곤했지만 아내와 산행을 한 지가 오래되어 가까운 곳을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 오늘 산행 대상지는 운달산과 천주산 사이에 있는 공덕산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한 곳이다. 산행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것 같아 느즈막이 출발을 했다. 괴산과 연풍을 지나 문경에서 901번 지방도를 타고 동로쪽으로 달렸다. 당포리가 가까워지니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성주봉 암벽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갈평2리 오른쪽에 있는 갈산교를 건너 아스팥트 포장도로를 달렸다. 문경은 사과가 유명한 곳인데 그래서 그런지 자주 보이는 과수원마다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 조금 올라가니 아스팔트 도로가 끊어지고 좁은 수렛길이 나타났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분명히 지도에는 전두리로 넘어가는 도로가 표시되어 있었는데. 도로 옆 과수원에서 사과를 수확하고 있는 아저씨에게 가좌로 가는 길을 물었더니 수렛길로 올라가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동차가 4륜구동이냐고 물었다. 길이 있기는 한데 험한 모양이구나.
자동차가 다닌 흔적이 뚜렷한 비포장 수렛길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마주오는 자동차를 만나면 꼼짝 없이 후진을 해야 하는 그런 좁은 길이 계속 이어졌다. 그래도 처음에는 길이 그런대로 닦여져 있어 운행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점차 고도가 높아지면서 돌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륜으로는 차가 나아가지 않아 4륜으로 전환을 한 다음 기어를 1단으로 놓고 조금씩 올라갔다. 일반 승용차로는 통행이 불가능한 그런 길이었다. 세상에 이런 길에 차량이 다닌단 말인가!
간신히 고개를 넘었다. 고개 이름은 마전령이었다. 고개를 넘어 가좌리로 가는 길도 올라오는 길보다는 나았지만 역시 비포장에 몹시 울퉁불퉁했다. 옆에 앉은 아내는 연신 소리를 지른다. 걱정하지 마시게, 차를 엎지는 않을 테니까. 가좌리에 내려서자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아, 이렇게 좋은 것을. 지옥과 천국이 따로 없다. 창구리를 지나 조금 내려가니 대승사로 들어가는 길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 얼마를 올라가니 길이 갈라지고 버스 4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보였다.
11:46 주차장 한 켠 그늘진 곳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했다. 대승사 안내판 밑에 오른쪽으로 가면 대승사가 나오고 왼쪽으로 가면 윤필암이 나온다고 화살표 표시가 되어 있다. 왼쪽 길로 Go! 소나무가 아름다운 포장도로를 올라가니 윤필암이 보이고 왼쪽으로 묘적암 가는 길이 있다. 묘적암으로 가는 넓은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걸었더니 등산로 이정표가 있다. 어라, 아직 묘적암에 닿지 않았는데 웬 이정표인가? 일단 이정표대로 가보니 부도가 하나 있는데 아무래도 처음 올라가기로 계획했던 길은 아닌 것 같다. 원위치! 일단 묘적암까지 가 보자.
▲ 대승사와 윤필암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 주차장이 있다
▲ 윤필암으로 올라가는 길의 소나무가 아름답다 [11:53]
▲ 윤필암과 묘적암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11:57]
▲ 묘적암에 이르기 전에 있는 등산로 이정표 [12:06]
▲ 부도와 함께 [12:08]
12:12 묘적암 건물이 보인다. 절집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묘적암 마당을 가로질러 왼쪽 사면으로 난 길을 올라갔다. 길이 있기는 한데 아주 희미하다. 사면길을 올라가니 능선을 따라 뚜렷한 길이 나타났다. 아까 본 등산로 이정표는, 추측컨대, 산행객들이 묘적암을 거쳐가는 것을 막으려고 다른 코스로 유도하기 위해 세워 놓은 것 같다.
소나무가 아름다운 주능선 길에 올라섰다. 적당한 크기의 바위와 잘 어울린 거의 분재에 가까운 소나무들이 즐비했다. 역시 소나무는 바위와 어울려야 제 멋이 난다. 전망이 트이면서 오른쪽으로 운달산이 보인다. 두 번이나 올라간 곳이지만 이렇게 멀리서 전체의 모습을 보기는 처음이다. 정면으로 묘봉 꼭대기도 보이는데 봉긋한 봉우리의 모양이 보기에 좋다. 밧줄이 매어져 있는 암봉에 오르니 정면으로 안장바위가 보였다.
▲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묘적암
▲ 등산화 끈을 조이고 다시 출발 [12:17]
▲ 소나무가 아름다운 공덕산 [12:22]
▲ 소나무와 함께 [12:24]
▲ 아름다운 소나무 가지를 부여잡고 [12:25]
▲ 멀리 운달산 정상이 보인다 [12:26]
▲ 묘봉 꼭대기도 보이고 [12:28]
▲ 이름 모를 암봉을 오르고 있다 [12:29]
▲ 소나무와 암봉이 잘 어울린다 [12:29]
▲ 암봉에 올라선 아내 [12:29]
▲ 암봉에 올라 앉은 소나무가 고고하다 [12:30]
12:31 안장바위에 도착. 옛날 나옹화상이 가지고 놀았다는 바위다. 생긴 모양이 꼭 말안장을 닮았는데 산행로를 가로 막고 있어 타고 넘어야 한다. 안장바위 뒤로 계속되는 암릉에도 멋있는 바위와 보기에 좋은 고사목들이 많았다. 12시 51분, 해가 들락거린다. 매미소리가 산을 울리고 있고 바람은 없다. 길 양쪽으로 서 있는 소나무들도 아름답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커다란 바위 틈새에 소나무 하나와 다른 잡목 하나가 뿌리를 내렸다. 강인한 생명의 힘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이었다.
▲ 나옹화상이 놀았다는 안장바위에서 [12:32]
▲ 안장바위 뒤로 암릉이 이어지고 있다 [12:32]
▲ 푸른 하늘 흰구름과 잘 어울린 고사목 [12:36]
▲ 이런 모양의 고사목도 있고 [12:37]
▲ 요런 모양의 고사목도 있다 [12:41]
▲ 휴식중에 사과를 간식으로 [12:42]
▲ 아름다운 소나무숲길 [12:51]
▲ 힘이 들면 쉬면 되고 [12:55]
▲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두 그루의 나무 [12:57]
12:58 부부바위에 도착. 커다란 바위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이 부부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란히 사진을 찍기 위해 바위 위로 올라가려고 시도했으나 실패를 하고 그냥 앞에서 찍었다. 부부바위에서 묘봉까지도 아기자기한 암릉이 자주 나타나는 재미있는, 그러면서도 경사가 심하지 않은 길이었다.
▲ 부부바위에 오르려다 실패 [13:00]
▲ 부부바위: 할 수 없이 혼자 찍고 [13:01]
▲ 부부바위 앞에서 나란히 찍었다 [13:02]
▲ 운달산을 배경으로 [13:18]
▲ 다시 암릉을 오르고 [13:19]
▲ 잘못 올라간 암릉에서 내려오고 [13:19]
▲ 고사목 뒤로 923번 지방도가 보인다 [13:20]
▲ 소나무와 여인 [13:22]
13:24 묘봉에 올랐다. 전망이 좋아 공덕산 정상이 정면으로 보인다. 윤필암도 내려다보이고 묘적암도 보인다. 윤필암과 묘적암은 모두 나옹화상이 도를 닦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묘봉에서 823봉까지는 가까운 거리였다. 그런데 사불암을 거쳐서 올라오는 길을 놓치고 말았다. 언제 지나쳤지?
▲ 묘봉에서 바라본 공덕산 정상 [13:24]
▲ 묘봉에서 바라본 윤필암과 묘적암 [13:24]
▲ 묘봉에서 바라본 전두리 마을 [13:25]
▲ 묘봉에서 공덕산 정상을 배경으로 [13:25]
13:47 넓은 공터가 있는 823봉에 올랐는데 길이 양쪽으로 갈라지고 있다. 여기가 삼거리인가? 지형적으로 보아 오른쪽은 계곡으로 내려가는 것 같고 왼쪽이 공덕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같다. 왼쪽으로 Go! 그런데 길이 다시 왼쪽으로 확 꺾인다. 어라, 이리로 가면 안 되는데.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데 아내가 오른쪽으로 표지기가 하나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실 그 표지기는 발견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왼쪽 길은 대미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표지기를 지나 희미한 능선길을 따라 걷는데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 조금 더, 조금 더 하다가 길이 끊어지는 지점까지 이르렀다. 야, 이거 낭패네. 상황이 지난 7월 29일 바랑산과 월성봉 산행을 갔을 때와 매우 흡사하다. 잠시 생각을 해보니, 다시 삼거리가 있는 봉우리로 올라간다는 것도 쉽지는 않고 해서, 계곡으로 내려가면 옛고개로 올라가는 길이 있을 것 같아, 도로 823봉으로 돌아가자는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일단 내려가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길이 끊어진 지점에서부터 계곡까지는 완전 급경사 너덜길이었다. 이끼가 끼어 있는 바위나 나무뿌리가 미끄럽다. 그나마 가시덤불이나 절벽지대가 없는 것이 큰 다행이었다. 나야 이런 길이 체질이지만 아내는, 겉으로는 거의 내색을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엄청 나를 씹고 있을 것이다. 길을 잃지 않을 곳에서 어째 자주 길을 잃어버리지? 천신만고 끝에 많지는 않지만 물이 흐르고 있는 계곡에 내려섰다.
▲ 823봉 삼거리에서 [13:47]
▲ 계곡 쪽으로 내려오다 바라본 공덕산 정상 [13:59]
▲ 계곡으로 내려가는 너덜지대 [14:23]
14:30 계곡에 내려와 물가에 앉아서 준비해온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먹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는 꼴이다. 지금 분위기도 지난 번 바랑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와 매우 흡사하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지도에 있는 옛고개 방향으로 Go! 계곡을 따라 희미한 길이 나 있었다. 그러나 그 길은 조금 올라가니 없어지고 말았다. 그 때 아내가 말했다. 그냥 왼쪽 사면으로 쳐올리자. 내가 해야 할 제안을 아내가 하고 있다. 언감생심이라, 곧바로 동의하고 경사진 사면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급경사의 사면길을 올라가자니 발이 자꾸 미끌어진다. 간혹 있는 나무를 잡고 발에 힘을 주어 한 발 한 발 올라갔다. 나야 이런 길을 자주 걷지만 그렇지 않은 아내는 힘이 들 텐데 군말 없이 잘 올라온다. 그나 저나 이리로 올라가면 공덕산으로 가는 번듯한 길이 나와야 할 텐데. 25분 정도 걸려서 사면길을 올라 능선에 도착했다. 능선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아싸, 넓은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 점심 후 휴식 [14:40]
▲ 꽤 힘이 드는 모양이네 [14:53]
15:04 다시 찾은 정식 산행로, 넓은 길에 들어서니 마음이 푸근하다. 보아하니 오른쪽은 옛고개로 내려가는 길이고 왼쪽은 공덕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같은 산에서도 길인 곳과 길이 아닌 곳의 차이가 이렇게 클까? 인생길은 어떤가? 이미 나 있는 넓고 평탄한 길을 가야 하나, 아니면 없는 길을 개척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하나? 조금 경사가 있는 길을 25분 정도 올라가니 억새에 둘러싸인 헬리콥터 착륙장이다. 길이 갈라지는데 왼쪽으로 난 길은 천주산으로 가는 길이다. 공덕산 정상은 바로 이웃이었다.
▲ 아싸, 다시 찾은 넓은 길 [15:04]
▲ 뱀 세 마리 [15:11]
▲ 삼거리 헬리콥터 착륙장 [15:30]
15:32 공덕산 정상에 도착. 삼각점이 있고 아담한 정상표지석도 있다. 천주산이 잘 보인다는데 나무에 가려서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기념사진을 찍고 곧바로 대승사 방면으로 하산. 얼마를 내려오니 곧바로 가는 길이 분명하고 오른쪽으로 희미한 길이 있다. 곧장 가는 길은 방광재를 경유해서 대승사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 희미한 길은 대승사로 직접 내려가는 길인 것 같다. 오른쪽으로 Go! 조금 지루한 하산길이 계속 이어졌다.
▲ 공덕산 정상에 있는 삼각점 [15:32]
▲ 공덕산 정상에서 [15:36]
▲ 공덕산 정상에서 [15:37]
▲ 공덕산 정상에 있는 고사목 [15:38]
▲ 대승사로 하산 중 [15:53]
16:11 대승사에 내려섰다. 오른쪽으로 절집이 있고 조금 아래에 대웅전이 있었다. 대승사에서는 한창 계곡을 정비하는 공사가 벌어지고 있어 굴삭기 소리가 요란하고 계곡물은 온통 흙탕물이었다. 대승사 경내를 벗어나 조금 내려오니 오른쪽으로 공덕산 올라가는 길이 있다. 아까 하산할 때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방광재를 거쳐 이 길로 내려오는 모양이다. 대승사에서 차를 세워둔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꽤 멀었다.
일주문에 도달했는데 현판을 보니 四佛山 大乘寺라고 적혀 있다. 이 공덕산을 사불산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바로 묘봉 아래에 있는 사불암 때문이다. 사불암은 높이 2미터, 각 면이 1.5미터 정도인 사면체바위 사면에 부처님 모습이 돋을새김 되어있다. 일주문을 지나 두어 굽이 돌아가니 윤필암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 있는 주차장이다.
▲ 대승사 절집 [16:11]
▲ 대승사 절집 [16:12]
▲ 대승사 대웅전을 배경으로 [16:13]
▲ 공덕산으로 오르는 길 이정표 [16:17]
▲ 사불산 대승사 일주문 [16:18]
▲ 일주문에서의 내리막길을 뒤로 걷고 있는 모습 [16:19]
16:32 주차장에 도착. 차는 한 대도 없다. 주차장 아래 계곡으로 내려가 탁족을 했다. 나는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면 알레르기 현상이 있어 가렵기 때문에 세수만 했지만 아내는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좋아한다. 차가울 텐데.
▲ 텅 빈 주차장에 오후 햇살만 내려쬐고 있다 [16:32]
▲ 주차장 아래 계곡에서 탁족 준비 [16:33]
▲ 탁족을 마치고 [16:36]
16:40 주차장 출발. 가좌에서 김룡리로 연결되는 923번 지방도에 들어서서 좌회전해 김룡리 쪽으로 달렸다. 운달산을 오를 수 있는 김룡사로 들어가는 길이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지점을 지나니 다시 오른쪽으로 호계로 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다. 이쪽으로 한 번 가볼까? 설마 또 아까 같은 비포장도로가 나오지는 않겠지.
산골 마을을 이어주는 그 도로는 계속 포장도로였고 나중에 호계에서 3번 국도와 연결이 되었다. 연풍과 괴산을 경유해서 청주에 도착하니 6시 30분 쯤 되었다. 단골집인 제일수산에 자리를 잡고 앉아 새꼬시를 시켜 놓고 소주를 두 병 마셨다. 몸 속에 쌓여 있던 피곤함이 목으로 넘어가는 소주에 눈 녹듯이 사라진다. 산행 후에 마시는 소주의 맛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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