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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08.01.26. [한국 100名山 45] 경북 청도 운문산

by 사천거사 2008. 1. 26.

운문산 산행기 

◈ 일시: 2008년 1월 26일 토요일

◈ 장소: 운문산 1188m / 경북 청도군 운문면

◈ 코스: 석골사 → 정구지바위 → 상운암 → 정상 → 범봉 → 팔풍재 → 석골사

◈ 시간: 6시간 20분


 


09:30  밀양시 출발. 오늘은 처가에 내려온 김에 청도에 있는 운문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마침 휴일이라 동서가 동행을 한다고 해서 3명이 산행을 떠나게 되었다. 운문산에 오르는 코스는 운문사에서 딱밭재를 경유해서 오르는 길, 석골사에서 상운암을 거쳐 오르는 길, 남명리에서 아랫재를 경유하여 오르는 길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석골사 코스로 오르기로 했다. 밀양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언양 방면으로 가다보면 얼음골 사과로 유명한 산내면이 나오고 곧 석골사 이정표가 보인다. 좌회전해서 1차로 도로를 따라 들어갔다. 

 

10:08  어느 사과 과수원에 도착. 이 지역이 얼음골 사과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사과 과수원이 도처에 자리잡고 있었다. 동서가 잘 안다는 그 과수원 주인은 정품 사과 2박스를 사자 파지 한 박스를 덤으로 준다. 안면이 무섭기는 무서운 모양이다. 덤으로 준 사과 하나를 깎아서 먹어보니 맛이 시원하면서도 당도가 보통이 아니다. 과수원을 나와 개천 왼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석골사 바로 아래에 주차장이 있다.


▲ 과수원에서 바라다 본 억산   


10:24  두 군데로 되어 있는 주차장이 만원이라 도로 옆 공터에 차를 세웠다. 운문산이 유명하기는 유명한 모양이다. 벌써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온 것을 보면. 산행 준비를 한 다음 계곡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곧 오른쪽으로 폭포가 보인다. 동서가 석골폭포라고 일러준다. 겨울이라 그런지 수량이 많지는 않았다. 폭포를 지나자 왼쪽으로 절집이 보였다. 석골사다. 산행로는 석골사 오른쪽으로 감아돌게 나 있었다. 석골사를 지나자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는데 경사가 완만하다. 오른쪽의 상운암계곡과 나란히 산행로는 계속 이어졌다.


▲ 도로 한쪽에 차를 세우고 산행 준비 중 

 

▲ 겨울이라 수량이 많지 않은 석골폭포 

 

▲ 석골사를 지나고 [10:32] 

 

▲ 완만한 계곡 왼쪽 산행로 [10:37] 

 

▲ 산허리를 따라 산행로가 나 있다 [10:40]  


10:46  억산 갈림길에 도착. 왼쪽 길을 택하면 억산을 경유해서 팔풍재로 갈 수 있고, 억산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팔풍재로 갈 수도 있다. 오후에 하산을 할 때 우리가 이용할 길이다. 운문산은 오른쪽 길. 3.8km가 남았다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 계곡을 건너고 암벽 지역을 지났다. 산행객들이 간간이 계속 올라온다.


▲ 억산 갈림길 이정표 

 

▲ 계곡을 건너고 [10:49] 


11:05  딱밭재 갈림길에 도착. 왼쪽으로 올라가면 운문산에서 억산으로 가는 능선에 있는 고개인 딱밭재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너덜지대가 시작되었다. 고도가 낮아서 그런지 아직 주위에 눈은 보이지 않는다.


▲ 딱밭재 갈림길 이정표 

 

▲ 스크리 지대를 걷고 있다 [11:08] 

 

▲ 등산화 끈을 다시 조이고 [11:16] 

 

▲ 다시 바위지대를 지나고 [11:19]  


11:20  정구지 바위에 도착. 바위 위에 부추 모양의 난이 자라고 있다고 해서 정구지 바위라고 한다. 위에 올라가면 수리봉과 구만산이 보인다고 하는데 매어져 있다는 밧줄이 없어 올라가지는 못했다. 이 정구지 바위에서는 길이 갈라진다. 오른쪽으로 나 있는 능선을 타면 제2얼음굴을 지나 운문산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곧장 가면 상운암을 거쳐 운문산 정상으로 오르게 된다. 상운암 코스를 선택. 여기서부터 산행로에 조금씩 눈이 비치기 시작하더니 고도가 높아질수록 그 양이 더 많아진다. 산행객들이 많이 밟은 곳은 녹았다 얼어붙어 미끄럽다.


▲ 정구지 바위 앞에서 동서와 함께 

 

▲ 정구지 바위 앞에서 

 

▲ 고도가 높아지면서 바닥에 눈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11:34] 

 

▲ 눈이 쌓인 계곡길 [11:43] 

 

▲ 눈이 덮인 바위들 [11:52] 


12:10  돌탑군 지대에 도착. 산행로 오른쪽에 작은 돌탑들이 세워져 있는데, 눈이 덮여 있어 형태가 확실하지는 않다. 누가 세웠을까? 무슨 소원을 빌면서 세웠을까? 고도가 많이 높아졌는지 바닥에 쌓인 눈도 많다.


▲ 돌탑군 지대에서 

 

▲ 혈색 좋습니다 [12:18] 

 

▲ 제법 눈이 많이 덮인 조릿대 숲길 [12:37] 

 

▲ 여러분, 반갑습네다 [12:43] 


12:44  上雲庵에 도착. 꽤 넓은 평지에 건물 두 채가 자리잡고 있는데 암자의 기분은 전혀 나지 않았다. 슬레이트 지붕이 얹혀 있는 가건물 형태의 암자 건물은 너무나 초라했다. 물론 으리으리한 건물 안에 있는 부처님이 더 훌륭하거나 복을 받은 부처님은 아니다. 부처님은 어디에 있든 같은 부처님이다. 부처님은 우리 마음 속에도 있다. 상운암에서는 범봉에서 억산, 다시 구만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하게 보였다. 봉우리와 주능선은 모두 눈을 하얗게 이고 있다.


▲ 전혀 암자 분위기가 나지 않는 상운암 건물 

 

▲ 상운암에서 본 범봉과 억산 능선, 억산 뒤 능선은 구만산으로 이어진다  

 

▲ 상운암에서 

 

▲ 상운암에서 억산 능선을 배경으로 

 

▲ 주능선에 오르기 직전에 [13:11]  


13:15  주능선에 올랐다. 왼쪽은 범봉과 딱밭재, 팔풍재를 거쳐 억산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운문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운문산 정상에서는 아랫재를 거쳐 가지산으로 갈 수 있다.


▲ 주능선에 있는 이정표 

 

▲ 정상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길을 오르고 있다 

 

▲ 정상에 오르는 도중 상고대가 아름다워서 [13:28]  


13:30  운문산 정상에 도착. 눈이 덮인 정상에는 거대한 정상 표지석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높이는 해발 1188m. 운문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정말 훌륭했다. 왼쪽으로 범봉에서 억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이고, 그 오른쪽에는 장대한 영남 알프스 능선이 펼쳐져 있는데 중앙에 가지산이 우뚝하다. 그 옆으로 눈을 돌리면 백운산 뒤로 신불산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재약산과 수미봉이 아련하다. 오랜만에 경남 지방에 많은 눈이 내려 은빛 산릉들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역시 겨울산에는 눈이 있어야 제멋이 난다.


▲ 해발 1188m의 운문산 정상에서 

 

▲ 운문산 정상에서 동서와 함께 

 

▲ 운문산 정상에서 

 

▲ 눈이 쌓인 가지산 능선 

 

▲ 백운산과 신불산 

 

▲ 재약산과 수미봉 

 

▲ 가지산 능선을 배경으로  


13:40  배낭을 놓아 두었던 곳에 도착, 점심을 먹었다. 간편하게 즉석에서 요리한 것이었지만 맛이 괜찮았다. 점심을 먹은 후 억산으로 가는 능선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조금 내려가니 오른쪽 사면의 상고대가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아름답다. 딱밭재까지는 약 한 시간의 거리였다. 능선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었지만 미끄럽지는 않았고 오히려 푹신한 느낌을 주어 걷기에 좋았다.


▲ 즉석 식량으로 점심 먹을 준비를 하고 있다 

 

▲ 상고대가 아름다워서 

 

▲ 상고대가 아름다워서 

 

▲ 상고대가 아름다워서 [14:10] 

 

▲ 딱밭재로 내려가는 능선, 눈이 많이 쌓여 있다 [14:31]  


14:40  딱밭재에 도착. 왼쪽으로 가면 석골사로 내려갈 수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운문사로 내려갈 수 있다.


▲ 딱밭재 사거리 안부  


15:13  범봉에 도착. 범봉 능선은 경상남도와 경상북도의 도계가 지나가는 곳이다. 억산 방향으로 볼 때, 왼쪽은 경남 밀양시 산내면이고 오른쪽은 경북 청도군 운문면이다. 경사가 급한 내리막을 내려와 다시 700봉을 오른 다음 또 다시 급경사 길을 내려갔다. 산행로 정면으로 억산의 깨진 바위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해발 965m의 범봉에 올라서서 

 

▲ 범봉에서 팔풍재로 내려가는 길, 온통 눈이다 [15:31]  


15:42  팔풍재에 도착. 4거리 안부다. 오른쪽은 대비사로 내려가는 길이고 왼쪽은 대비골을 거쳐 상운암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곧바로 가면 깨진 바위 옆으로 해서 억산으로 올라갈 수 있다. 억산을 경유하고 싶었으나 시간도 많이 되고 해서 대비골로 하산을 하기로 결정. 보온병의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니 속이 따뜻해진다. 조릿대 사이로 난 하산길은 온통 바위 투성이였다. 그러나 陽地라서 대부분의 눈이 녹은 상태고 경사가 급한 곳도 없어 큰 어려움 없이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오랜만에 산행을 해서 그런지 왼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 팔풍재 이정표 

 

▲ 팔풍재에서 따뜻한 물로 몸을 녹이고 있다 

 

▲ 팔풍재에서 올려다본 깨진 바위와 억산 

 

▲ 팔풍재에서 대비골로 내려가고 있다 [16:03]  


16:31  삼거리 갈림길에 도착. 상운암계곡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이정표 옆에 비쩍 마른 장승 하나가 비스듬히 서서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짝은 어디로 시집 보냈나? 


장승(長丞, 벅수) 

 

민간신앙의 한 형태로서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며, 사찰이나 지역간의 경계표·이정표 구실도 한다. 대부분 남녀 1쌍을 세우고, 5방위 또는 경계 표시마다 11곳이나 12곳에 세운다. 동제(洞祭)의 주신(主神)이 되기도 한다. 솟대·돌무더기·서낭당·신목(神木)·선돌[立石] 등과 함께 동제 복합문화를 이룬다. 장승의 기원은 고대의 남근숭배설(男根崇拜說)과 사찰의 토지경계 표지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솟대·선돌·서낭당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등이 있으나 확실한 기원은 알 수 없다. 명칭은 장승·장성·장신·벅수·벅시·돌하루방·수살이·수살목이라고도 불리며, 지역과 문화에 따라 다르게 전승되고 있다. 사용된 재료에 따라서 목장승·석장승·복합장승으로 분류된다. 보통 남녀 1쌍을 이루고 있고, 목장승은 주로 소나무나 밤나무를 사용하는데, 그 형태는 솟대형·목주형(木柱形)·신장조상형(神將彫像形)이 있다.

 

석장승의 형태로는 선돌형·석적형(石蹟形)·석비형(石碑形)·돌무더기형이 있고, 복합장승은 돌무더기나 흙무더기에 솟대와 석인(石人)의 복합형태를 이룬다. 장승에 쓰는 장군명에는 민속적 신명(神名)이 등장하는데, 동쪽에 있는 장승에는 동방청제축귀장군(東方靑帝逐鬼將軍), 서쪽에는 서방백제축귀장군(西方白帝逐鬼將軍), 남쪽에는 남방적제축귀장군(南方赤帝逐鬼將軍), 북쪽에는 북방흑제축귀장군(北方黑帝逐鬼將軍)이라는 신명을 써서 잡귀를 쫓는다. 장승은 서낭당·산신당·솟대와 동등한 것으로 인정된다. 액운이 들었을 때나 질병이 전염될 때 장승에 제사지내는 일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단순한 경계표나 이정표의 구실과 함께 잡귀나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마을 수호신으로서, 또는 개인의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대상으로서 신앙적인 성격과 깊은 관련이 있다.


▲ 장승이 지키고 있는 팔풍재와 운문산 삼거리  


16:42  석골사에 도착. 운문산 깊은 계곡에 자리잡은 석골사는 신라 말 비허(備虛) 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하는데, 석굴사(石堀寺)가 언제부턴가 석골사(石骨寺)로 와전되어 불리고 있다. 극락전을 중심으로 좌우로 건물이 있는데 그리 큰 규모의 절은 아니었다. 절 바로 아래는 운문산, 범봉, 억산, 수리봉에서 품어 내린 계류가 한데 모여 폭포수를 이루어, 수량이 풍부할 때는 한반도 모습을 띠며 흘러내린다. 올라올 때 보았던 석골폭포다.


▲ 석골사 극락전  


16:45  주차장에 도착. 쉬엄쉬엄 걸었더니 시간이 꽤 많이 걸렸다. 점심 시간과 휴식 시간을 포함해서 6시간 20분이나 걸렸네. 이렇게 해서 1월의 막바지에 영남 알프스 중에서 한 봉우리를 한 겨울에 눈을 밟으며 다녀왔다. 외국의 거대한 산에 비해 규모는 작다 하더라도 아기자기한 맛은 우리나라의 산이 훨씬 더 있다. 자기 나라의 것이 좋다는 것은 다른 나라를 다녀 보면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