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장산 산행기
◈ 일시: 2007년 12월 9일 일요일
◈ 장소: 운장산 1125.9m / 전북 진안군 주천면
◈ 코스: 내처사 주차장 → 동봉 → 운장산 정상 → 서봉 → 할목재 → 내처사 주차장
◈ 시간: 3시간 34분
08:25 청주 아파트 출발. 어제 산행을 다녀왔기 때문에 백두대간이나 정맥은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전북 진안에 있는 운장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진작부터 벼루던 산이다. 운장산 서봉으로는 연석산에서 피암목재로 이어지는 금남정맥이 지나가고 있다. 서청주IC로 고속도로에 진입, 금강이 흐르는 신탄진 근처에 오니 안개가 심하다. 라디오에서 연신 안개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오늘 날이 좋으려나.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금산IC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13번 국도를 따라 진안 쪽으로 달리다보면 진악산 보석사로 가는 길이 나오고 곧 오른쪽으로 55번 지방도가 갈라진다. 운장산은 55번 지방도를 따라 계속 달리면 된다. 구봉산 가는 725번 지방도와 갈라지는 주천면 삼거리를 통과해서 운일암과 반일암을 지나면 운장산 산행기점인 내처사마을로 들어가는 입구가 왼쪽에 있다. 55번 지방도를 따라 계속 달리면 피암목재에 이르게 된다.
10:00 내처사 마을 주차장에 도착. 날이 맑아졌다. 이름 있는 산이라 그런지 꽤 넓은 주차장에는 벌써 관광버스 2대에서 산행객들이 쏟아져나오고 있고, 서너 대의 승용차에서도 산행객들이 내리고 있다. 한쪽에 차를 세운 후 산행 시작. 다리를 건너면 바로 이정표가 서 있는데 그 아래에 토종닭이 떼를 지어 노닐고 있다. 전형적인 시골풍경이다. 계류를 오른쪽으로 건너니 바로 급경사 조릿대길이 이어졌다. 길은 넓직하다. 등성이에 올라선 후 옷을 하나 벗었다. 벌써 덥다. 내처사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쟤들은 심심하지는 않겠다. 경사가 만만치 않은 사면길이 계속 이어졌다. 단체 산행객들이 떼를 지어 올라오고 있다.
▲ 내처사 주차장
▲ 산행 이정표
▲ 조릿대 오름길, 경사가 급하다
10:28 지능선에 올랐다. 잠시 휴식. 여기서 동봉까지도 계속 오르막이다. 단체 산행객 중에 반바지를 입고 올라가는 사람이 보인다. 날이 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겨울인데 반바지를... 무릎까지 오는 긴 스타킹까지 신은 나로서는 할 말이 없다. 실미도 출신인가? 눈 덮인 오름길은 계속 이어졌는데 뒤에서 사람들이 계속 올라와 멈추어 쉴 수도 없다. 나도 계속 앞 사람을 따라서 올라갔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 사면에서 지능선에 올랐다
▲ 눈이 덮여 있는 동봉에로의 오름길
11:11 아래쪽에서 조금씩 조짐을 보인던 상고대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상고대의 양은 많아지고 모양도 소담스럽다. 맑고 파란 하늘에 하얀 상고대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을 감상할 줄은 알지만 찍을 줄은 모르니 그냥 셔터만 눌러댈 뿐이다.
▲ 파란 하늘과 상고대
▲ 파란 하늘과 상고대
▲ 파란 하늘과 상고대
▲ 파란 하늘과 상고대
▲ 파란 하늘과 상고대
▲ 파란 하늘과 상고대
▲ 파란 하늘과 상고대
11:25 구봉산 삼거리길에 도착. 오른쪽으로 가면 칼크미재와 복두봉을 거쳐 구봉산에 이르게 된다. 구봉산은 2006년 11월 12일에 평산회에서 다녀온 곳인데 9개의 암봉이 이어져 있는 멋진 산이다. 이곳도 상고대가 환상적이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하얀 상고대가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른쪽으로 운장산 정상에서 서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동봉이 멀지 않았다.
▲ 운장산과 구봉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길
▲ 파란 하늘과 상고대
▲ 파란 하늘과 상고대
▲ 파란 하늘과 상고대
▲ 운장산 정상에서 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11:29 동봉에 도착. '운장산(동봉) 해발 1127m'라고 적힌 표지석이 있다. 운장산의 세 봉우리 중에서 가장 높다. 동봉에서는 오른쪽으로 정상을 지나 서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뚜렷하게 보였다. 능선을 덮은 상고대로 보아 상고대 터널을 통과해야 할 것 같다. 예상은 적중했다. 산행로 왼쪽과 오른쪽 그리고 위까지 모두가 상고대다. 어제 오늘 이틀 동안 상고대로 호강하는구나.
▲ 운장산 동봉에서
▲ 동봉 근처의 상고대
▲ 동봉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 동봉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 파란 하늘과 상고대
11:50 운장산 정상에 도착. 벤취가 있는 정상에는 삼각점이 박혀 있는데 표지석은 없다. 동봉에도 표지석이 있는데 왜 정상에는 없을까? 사실 운장산에 있는 3개의 봉우리 중에서 동봉이 1127m로 제일 높다. 그 다음이 정상으로 1125.9m, 서봉은 1122m다. 그래도 정상은 정상인데... 사람이 자꾸 올라와서 오래 머무를 수도 없다. 곧바로 서봉을 향하여 출발. 조금 가파른 바위지대를 내려가니 다시 암릉이 나타났다. 왼쪽으로 산행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 양지에 점심 먹기에 적합한 바위가 있어 자리를 확보하고 앉았다.
▲ 운장산 정상에서
▲ 운장산 정상에서 본 서봉
12:00 점심 거리를 펼쳐 놓았다. 김밥 한 줄, 물 한 병, 보온병, 커피 믹스 하나. 김밥을 먹으며 정상 쪽을 바라보니 능선을 따라 핀 상고대가 마치 이른 봄에 산벚나무가 꽃을 피운 것 같다. 양지에는 햇볕을 받은 상고대가 힘 없이 녹아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사그락사그락. 마치 벚꽃이 봄바람을 못이겨 떨어지는 것 같다. 사그락사그락. 점심을 마친 후 10 여분 정도 걸어 서봉에 올랐다.
▲ 운장산 정상 쪽으로의 상고대
▲ 파란 하늘과 상고대
▲ 운장산 서봉의 모습
▲ 운장산 산행 기점이 되는 가리점과 봉곡 마을 방면
12:29 서봉은 거대한 암봉이었다. 서봉 정상에는 '운장산(서봉) 해발 1122m'라고 적힌 이정표가 있고 사방으로의 전망이 아주 뛰어났다. 동봉과 정상을 거쳐 서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연석산에서 서봉을 거쳐 피암목재로 이어지는 금남정맥 줄기도 뚜렷하다. 언제가 내가 걸어야 할 길이다. 조망을 마친 후 하산 시작. 할목재를 거쳐 독자동 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하산길은 응달 지역이라 내린 눈이 그대로 있었는데 사람들이 밟아서 잘 다져놓은 상태였다. 단지 경사가 급해서 미끄러웠는데 그렇다고 아이젠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 스틱만으로도 충분했다.
할목재에서 독자동 계곡은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곧바로 가면 55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피암목재에 이르게 된다. 독자동 계곡으로 내려가는 사면길은 바위가 많았는데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아 운행에 큰 문제는 없었다. 이쪽으로 하산하는 사람이 없는지 줄곧 혼자 걸었다. 아침에 올라올 때는 사람들 천지였는데. 사람이 없으니 조용해서 좋다.
▲ 서봉 정상에서
▲ 서봉에서 본 동봉과 운장산 정상
▲ 서봉에서 본 연석산
▲ 할목재 방면으로의 하산길
13:03 본격적인 너덜지대가 나타났다. 독자동 계곡의 물소리가 졸졸거린다. 물 한 번 맑다. 동네가 가까워졌는지 어디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윽고 계곡길이 끝나고 수렛길로 들어섰다. 왼쪽에 인삼밭이 있다. 곧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타나고 왼쪽에 집이 있는데 개가 많다. 강아지 여 남은 마리가 어미 둘레에 있다가 나를 보더니 따라오려고 한다. 귀엽다. 새끼 때는 모두 귀엽다. 왼쪽 계곡을 따라 차도가 계속 이어졌다. 곧 이어 왼쪽에 진보산장이 있고 산행 이정표가 보였다.
▲ 독자동 계곡의 스크리지대
▲ 독자동 계곡의 맑은 물
▲ 수렛길에 도착
▲ 시멘트 포장도로에 도착, 그림자는 내 것
▲ 서봉 방면으로의 이정표
13:26 마침내 도로 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내처사 마을 주차장까지는 8분 거리였다.
▲ 내처사 주차장으로 가는 도로와 만나는 삼거리
13:34 주차장에 도착. 아침에 두 대였던 버스가 6대로 늘었고 승용차도 많다. 산행을 마친 사람들이 파티 준비를 하고 있다. 식탁을 차리고 버너를 피우고. 나에게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다. 산은 산이요 파티는 파티인가? 차를 돌려 왔던 길을 거꾸로 달렸다. 차량 운행은 수월했다. 귀경 차량이 몰리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인지도 모른다.
15:10 청주에 도착. 이번 운장산 산행은 어제에 이어 상고대를 실컷 본 산행이었다. 올해에 또 오늘 같은 상고대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좋은 구경을 하려면 시도 때도 없이 떠나야한다. 떠나는 者만이 남이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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