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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07.11.22. [한국 100名山 41] 경북 달성 비슬산

by 사천거사 2007. 11. 22.

비슬산 산행기 

◈ 일시: 2007년 11월 22일 목요일 

◈ 장소: 비슬산 1083.6m / 경북 달성군 유가면

◈ 코스: 유가사 → 도통바위 → 대견봉 → 대견사터 → 유가사

◈ 시간: 4시간



07:05  청주 출발. 오늘은 대구에 갈 일이 있어 오전에 비슬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비슬산은 참꽃(진달래)으로 유명한데,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산이다. 무슨 인연? 고등학교 2학년 때 반 친구와 태어나서 처음 찾은 산이 바로 이 비슬산이었다. 천막을 가지고 가서 자면서 밥을 직접 해먹은 기억이 어렴풋하다. 그 때 그 친구는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나만큼 나이를 먹었을 텐데. 그 후로 비슬산을 한 번 찾는다는 것이 여의치 않아 오늘에야 36년 만에 옛 추억을 더듬게 되었다.      

 

서청주IC로 중부고속도로 진입, 남이분기점에서 경부고속도로로 들어서서 계속 달렸다.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차들이 많다. 화물차도 많다. 대전과 옥천을 지나자 승용차는 거의 사라지고 화물차만 꼬리를 문다. 고속도로에 많은 화물차가 달린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금호분기점에서 구마고속도로로 들어섰다. 대구외곽도로라서 차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의외로 소통이 원활하다. 현풍IC에 가까워지자 왼쪽으로 비슬산 주능선이 하늘에 금을 그어놓고 있다. 현풍IC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서 유가면사무소 쪽으로 가면 도로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 길을 헤맬 염려는 없다. 현풍IC에서 비슬산 공영주차장까지는 7.8km이다. 

 

09:34  비슬산 주차장. 넓은 주차장에 차 한 대 없다. 도로 한쪽에 주차비 징수하는 박스가 있는데 사람은 없다. 평일에 오는 사람이 없을 테니 일찍 나와 있을 필요가 없는 모양이다. 산행준비를 한 다음 계곡 오른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琵瑟山 유가사'라는 현판이 달린 일주문이 서 있다. 일주문 오른쪽으로 차가 통행할 수 있는데, 유가사까지 차량 통행이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도성암까지도 가능하다. 유가사가 가까워지며 그 뒤로 비슬산 정상인 대견봉이 보인다.


▲ 비슬산 주차장  

 

▲ 비슬산 유가사 일주문 

 

▲ 유가사 가는 길목에서 본 비슬산 정상  


09:44  유가사에 도착. '대한불교조계종제9교구 비슬산 유가사'라고 적힌 거대한 표지석이 있고, 그 뒤로 108 돌탑을 조성하는 공사와 축대를 쌓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절이나 교회나 외형적으로 커지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내면이 부실하면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유가사는 조계종 팔공산 동화사의 말사로 신라 흥덕왕 2년에 도성국사가 창건했다. 도성암은 비슬산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절로  이정표를 보니 왼쪽이 도성암 가는 길이다.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니 수도암이다.


▲ 유가사 표지석, 뒤로 유가사 건물이 보인다 

 

▲ 유가사 건물, 공사중인 곳이 많다 

 

▲ 공사가 한창인 유가사 108탑 

 

▲ 수도암 표지석 


09:48  수도암 오른쪽으로 도성암으로 올라가는 포장도로가 나 있다. 도로 오른쪽에 도성암은 수행도량이나 차량이나 등산객 통행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수도암을 지나자 왼쪽 산쪽으로 표지기가 보이고 산길이 나 있다. 산길로 들어서니 꿩 세 마리가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른다. 고이 잠든 놈들을 내가 깨웠나? 스크리 계곡 및 사면길이 계속 이어졌다. 경사도 급하다. 낙엽 쌓인 흙길이 나타나더니 다시 너덜지대다. 날씨는? 춥다. 그런데도 안에서는 땀이 난다. 오늘 같은 날이 매우 애매하다. 바깥은 추운데 안은 덥다. 짜증스러운 날씨다.


▲ 포장도로에서 산길로 들어서는 입구 

 

▲ 스크리 지대 사면길

 

▲ 끊임 없는 스크리지대  

 

▲ 아름다운 소나무가 많은 비슬산  


10:13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날이 쌀쌀해서 물도 안 먹힌다. 계속되는 스크리 지대. 날씨는 맑은데 바람은 차다. 스산한 가을 날씨. 나무에 달려 있던 마지막 잎 몇 개가 버팅기다 못해 아래로 내려앉는다. 딱따구리가 둥지를 만들기 위해 쪼아대는 소리가 나무들이 바람에 부딪치며 내는 소리 같다.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래소리도 들려오고. 길 양쪽을 메운 소나무들이 아름답다. 이 산에는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아주 많았다.

 

10:33  지능선에 올라섰다. 능선 바람이 차다. 지도상에 도통바위가 있다는데 어디에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오른쪽으로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좀 멋스럽게 생겼다. 저 바윈가?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에 또 멋진 바위가 있는데 그 아래로 산행로가 나 있다. 지도를 보니 도성암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그렇다면 더 가야 도통바위가 나오겠구나. 지능선 길은 암릉길이었으며 토사유실을 막기 위해 통나무로 계단을 설치한 곳도 많았다. 잡목 사이로 거대한 바위가 앞에 떡 버티고 있다. 도통바위냐? 그렇다!


▲ 도성암을 거쳐 대견봉으로 직접 오르는 길이 갈라지는 곳

 

▲ 토사유실을 막기 위해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 잡목에 가린 도통바위 


10:49  도통바위에 도착. 바위 위에는 쉴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어떻게 하면 道를 通하는지 몰라서 그냥 이리 저리 자리를 옮기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 찍는다고 도가 통할까? 도통바위에서도 유가사 쪽이 잘 내려다 보였는데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시야가 확 트이는 전망대가 나타났다.


▲ 도통바위 정상에서

 

▲ 도통바위 정상, 하늘 참 파랗다  


11:02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니 유가사와 수성암 건물이 성냥곽처럼 보이고, 그 아래로 주차장이 보인다. 왼쪽으로 눈을 돌리니 도성암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희끗희끗하다. 그 뒤로 대견봉 정상이 눈에 들어오고. 이제 활엽수는 거의 옷을 벗었고 침엽수만 푸른 빛을 간직하고 있다. 전망대에서 주능선까지는 암릉길로 경사가 급했다. 경사가 급하면? 천천히 올라가면 된다.


▲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유가사, 양리, 음리 

 

▲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성암 오르는 길 

 

▲ 비슬산 대견봉  


11:27  주능선에 올라섰다. 앞산으로 연결되는 길이 있는 지점에 이정표가 서 있다. 대견봉으로 가는 능선길은 억새가 좌우에 도열해 있었는데, 역광을 받은 억새들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대견봉까지의 능선길은 걷기에 좋았다. 


▲ 대구직할시 앞산으로 가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 정상인 대견봉으로 가는 억새 능선길  


11:35  비슬산 정상에 도착.  정상부의 바위가 신선이 앉아 비파나 거문고를 타는 형상 같다 하여 ‘비파 비(琵), 거문고 슬(瑟)’ 자의 이름을 붙였다고도 하고, '비슬'이란 말이 인도의 범어의 발음 그대로 음으로 표기한 것이라고도 하며, 비슬의 한자 뜻이 포라고 해서 일명 포산이라고도 하였다 한다. 정상에 있는 바위 위에는 '비슬산 대견봉 해발 1083.6m'라고 쓴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저거 기념사진 어떻게 찍나? 셔터를 10초 자동으로 놓고 바위를 후다닥 뛰어 올랐다. 첫 번째 실패. 두 번째 성공. 산을 혼자 다니면 이런 어려움도 따른다. 정상에서는 앞산과 대구직할시의 아파트 건물들이 내려다보였다.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수성골을 경유하여 유가사로 내려갈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대견사터를 거쳐 유가사로 내려가기로 했다. 대견봉에서 조화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길이 참꽃이 필 때에는 환상적인 길이라고 하기에 더욱 더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잔디가 잘 가꾸어진 헬리콥터착륙장을 지나니 양쪽에 억새가 핀 능선길이다. 그러나 일부분을 빼고는 암릉길이라 발걸음이 더뎌진다. 왼쪽으로 헐티재로 내려가는 길 이정표가 부서진 채 길 옆에 박혀 있다. 대견봉과 1004.9봉 사이의 안부에 내려섰다. 이정표가 서 있는데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역시 수성골을 경유하여 유가사에 닿을 수 있다.


 비슬산 정상 대견봉 표지석 

 

▲ 정상에서 본 앞산과 대구직할시 아파트 

 

▲ 헬리콥터 착륙장과 정상 표지석 

 

▲ 헐티재로 내려가는 길

 

▲ 수성골을 거쳐 유가사로 내려가는 길 이정표  


12:09  1004,9봉은 직접 오르지 않고 오른쪽으로 우회를 하게 길이 나 있었다. 우회를 하는 도중 반가운 표지기를 하나 만났다. 광주에 사는 백계남 氏가 걸어 놓은 노란색 표지기였다. 이 표지기는 거의 모든 산에서 볼 수 있는데, 언젠가 별로 이름이 없는 산에서 길을 잃었다가 이 표지기를 보고 길을 찾은 경험도 있다. 볼 때마다 반갑다. 1004.9봉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돌탑이 하나 있고 벤취가 빙 둘러 설치되어 있다. 아내가 왔더라면 앉아 보았을 텐데. 나는 그냥 지나쳤다. 왼쪽 조화봉 아래에 무슨 공사를 하는지 중장비가 줄지어 서 있다. 조화봉 오른쪽의 들쑥날쑥한 바위들은 일명 톱바위다.


 

▲ 거의 모든 산에서 만날 수 있는 광주 백계남 씨 표지기 

 

▲ 쉼터  


12:23  대견사터에 도착. 사람들을 처음 만났다. 어디서 온 사람들인가? 알고 보니 비슬산 자연휴양림에서 올라온 사람들이었다. 꽤 많다. 1034봉으로 가는 길은 나무를 이용하여 통로를 만들어놓았다. 이곳에서 수성골 쪽으로는 참꽃(진달래) 평원으로 훼손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었다. 30여만평이 펼쳐져 있는데 4월에 참꽃이 피면 축제가 열리는 등, 참꽃을 보러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란다. 대견사터에서 1034봉으로 가는 길목에는 형제바위, 상감모자바위, 백곰바위 등이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1034봉 바로 아래 육각정자가 있고 오른쪽으로 유가사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다. 


대견사터

 

조화봉에서 1034봉 이어지는 능선 사이에 있는 대견사터는 대견사라는 사찰이 있던 곳으로 석탑과 미완성의 연화대석 큰 규모의 돌 축대들만이 옛 사찰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높은 벼랑 끝에 세워둔 대견사지 삼층석탑은 붕괴되어 있었던 것을 1986년 달성군에서 수습하여 재 건립한 것이다. 대견사터 주위에는 스님바위, 코끼리바위, 형제바위 등 여러 바위들이 널려 있다. 이 석탑은 이층 기단위에 삼층석탑을 올린 형식이며, 절벽의 암반을 지대석으로 하고 그 위에 상중하대석으로 구성된 기단을 설치하였다. 대견사터에서 동쪽으로 솟은 조화봉 봉우리 아래 능선에 잡석더미 같은 바위들이 보이는데 이를 칼바위 또는 톱바위라한다.


▲ 전망이 너무나 좋은 위치, 대견사터

 

▲ 대견사터, 비슬산 자연휴양림으로 사람들이 내려가고 있다

 

▲ 형제바위

 

▲ 상감모자바위

 

▲ 백곰바위 


12:31  육각정자에 도착. 대견봉과 1004.9봉, 대견사터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드문드문 억새가 섞인 참꽃 군락지도 눈 아래 펼쳐지고. 육각정자에서 수성골까지는 능선길이었는데 바윗길이라 걷기에 쉽지는 않았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대견봉의 바위벽이 점점 가까워졌다.


▲ 육각정자 

 

▲ 육각정자에서 본 참꽃밭과 대견봉  


13:00  수성골에 도착. 오른쪽으로 넓은 계곡이 나타나면서 물소리가 들려온다. 넓은 계곡이다. 계속되는 너덜길. 계곡을 건너서 올라서니 삼거리길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1004.9봉 직전 안부로 올라가게 된다. 왼쪽은 유가사로 가는 길. 역시 너덜길이라 걸음을 더디게 한다. 그래도 내려가는 길이니 즐겁다. 위를 올려다보니 대견봉을 둘러싼 바위가 마치 성벽 같다. 마침내 평원이 나타나며 오른쪽으로 유가사 건물이 보였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니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다.


▲ 수성골에 도착 

 

▲ 수성골에서 본 대견봉 정상 부근 암벽  


13:30  주차장에 도착. '유가사 → 도통바위 → 대견봉 → 대견사터 → 유가사' 코스, 즉 원점회귀 산행을 4시간에 마쳤다. 36년 전에 산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처음 올랐던 산을 산에 조금 눈을 뜬 오늘 감회깊게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