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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07.11.10. [한국 100名山 39] 전북 무주 적상산

by 사천거사 2007. 11. 10.

적상산 산행기 

◈ 일시: 2007년 11월 10일 토요일 

◈ 장소: 적상산 1034m / 전라북도 무주군 적상면

◈ 코스: 서창마을 → 장도바위 → 서문 → 주능선 → 안렴대 → 향로봉 → 서창마을

◈ 시간: 4시간

◈ 회원: 홍세영, 이규필, 지학근, 신현대, 김석언, 이효정(6명) 



07:28  실내체육관 앞에서 신현대 회원을 태우고, 봉명동에서 홍세영 회원과 합류한 후 서청주IC에 도착하니 이미 다른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실내체육관 앞에 운집해 있는 관광버스들을 보면서 '오늘 나들이 떠나는 사람 참 많구나' 라고 생각했다. 오늘 우리가 찾는 적상산도 단풍으로 꽤 이름이 난 곳이니 단풍 구경 못지 않게 사람 구경도 할 것 같다. 대전을 지나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토요휴무일이라 아침 시간 치고는 이른 편인데 도로에 차들이 많다. 토요 연휴 첫날, 남쪽을 향하는 차들이 대부분이다. 왜, 거기 단풍이 있으니까. 

 

08:10  인삼랜드 휴게소. 차도 많고 사람도 많다. 음식점에 들어서니 새벽같이 집을 떠나느라고 거른 아침을 먹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휴게소 아침 음식 장사가 이렇게 잘 되다니. 예전에는 휴일이면 느긋하게 일어나 느긋하게 여행을 떠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새벽같이 일어나 새벽같이 떠난다. 사실, 일찍 산행을 떠나면 여러 모로 좋다. 차 덜 붐비고, 산에서도 사람 덜 붐비고, 돌아올 때도 차 덜 붐비고, 또 저녁 시간을 여유있게 보낼 수 있다.

 

휴게소에서는 원두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인삼랜드 휴게소는 아래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놓았는데 물 속을 보니 길 잃은 비단 잉어 한 마리가 떠돌고 있다. 휴게소 테라스 건너편으로 전형적인 시골 우마차길이 뻗어 있다. 이곳도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인적 드문 산골이었으리라. 무주IC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좌회전하여 19번 국도를 따라 장수 쪽으로 달리면 곧 왼쪽으로 '향로봉 4km' 라고 적힌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여기서 좌회전해서 올라가면 덕유산국립공원 서창지킴터가 나오는데 적상산 서창마을 산행기점이 된다.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인삼랜드 휴게소

 

▲ 인삼랜드 휴게소의 휴식시설

 

▲ 휴게소에서 건너다 본 시골길  


08:55  서창마을 주차장에 도착. 서창지킴터 건물에 이르기 전에 주차장이 몇 군데 도로 좌우로 만들어져 있는데, 무시하고 계속 올라가 지킴터 건물 오른쪽에 있는 식당 마당에 차를 세웠더니 단체 손님 예약이 있어 차를 세울 수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다시 차를 돌려 아랫쪽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식당도 먹고 살아야지.

 

덕유산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에게 산행로에 대해 문의를 했는데, 지도에 있는 안렴대에서 안새내나 바깥새내로 내려오는 길은 폐쇄되었다고 전해준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산행은 시작되었다. 단풍의 곱다는 명성대로 도로 좌우의 단풍나무들의 빛깔이 절정에 달해 있다. 야, 오늘 적상산 단풍 제대로 구경하겠구나. 그러나 이 생각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었다. 이유는?


▲ 덕유산국립공원 서창 지킴터, 적상산 서창 마을 산행 기점이다 

 

▲ 산행을 시작한 평산회원들

 

▲ 평산회원들 

 

▲ 삼거리 갈림길의 단풍 


09:04  삼거리에 도착. 포장도로는 계속 뻗어 있고 이정표 오른쪽으로 안국사 가는 길이 나 있다. 길은 수렛길 정도로 넓다. 초입은 그런대로 단풍 맛이 나는 길이었으나 위로 올라갈수록 빨간 단풍잎은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즉, 산 위쪽은 이미 단풍철이 지난 것이었다. 단풍나무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나무들이 나름대로 자신만의 색깔을 내뿜고 있어 가을의 정취에 흠뻑 취할 수가 있었다. 자연석으로 모양 좋게 만들어 놓은 널찍한 계단길이 계속 이어졌다. 우리보다 먼저 오른 두어 산행팀을 앞질렀다. 일찍들 오셨네.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바위 틈새에 물이 흐르는 샘터가 있다.


▲ 삼거리 갈림길 이정표 

 

▲ 단풍 터널길 

 

▲ 돌계단길 

 

 

 ▲ 계속되는 돌계단길

 

 

 ▲ 자연석으로 만든 돌계단길 

 

▲ 잠시 휴식을 취하는 평산회원들  


09:33  샘터. 물도 마실 겸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부터 적상산성 서문까지는 지그재그 형태의 길로 되어 있었다. 직접 곧바로 치고 올라가면 거리는 얼마 안 되지만 경사가 급하고 올라가기에 힘이 든다. 지그재그 형태의 길은 거리는 멀지만 경사가 심하지 않아 올라가기에 편하다. 세상 일은 이와 같이 한쪽이 좋으면 다른 한쪽은 나쁘기 마련이다. 고속도로에서 한쪽 방향에 차가 많으면 반대편 방향에는 차가 없다. 당연한 일이다. 반대편을 달릴 차들이 이쪽으로 다 왔으니까.


▲ 샘터에 모여 있는 산행객들

 

▲ 맑은 물이 떨어지고 있는 샘터 

 

▲ 샘터에서의 오름길 


09:50  쉬어가기에 좋은 바위가 있어 휴식을 취했다. 적상면 쪽이 내려다보이는데 이내가 끼어 시야가 분명하지는 않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위로 쉴 새 없이 질주하는 차들이 보인다. 다 어디로 가는 차들일까? 지리산? 진주? 거제도? 장계를 거쳐 장수로 이어지는 19번 국도도 보인다. 백두대간 산행을 하기 위해 몇 번 이용했던 도로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새삼 감회가 새롭다. 지그재그 길을 몇 굽이 돌아가니 거대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장도바위다.


▲ 암반에 앉은 신현대 회원 

 

▲ 적상면 쪽을 바라보며 

 

▲ 지그재그 오름길, 김석언 회원 

 

▲ 경사가 심하지 않은 오름길 


10:03  장도바위에 도착. 거대한 바위가 마치 칼로 자른 듯이 갈라져 있다. 앞에 안내문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사실일까? 하긴, 최영 장군이 보통 장군인가? 장도 바위를 감아 왼쪽으로 감아 돌아가니 적상산성 서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도(長刀)바위

 

고려말 최영 장군이 민란을 평정하고 개선 하던 중 이곳에 이르러 산 전체의 붉은 단풍과 깎에 세운 암벽에 띠를 두른 듯한 아름다움에 이끌려 산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은 곳에 절벽같은 바위가 길을 막고 있어 더 이상 산을 오르지 못하게 되자 정상을 앞에 두고 발길을 돌릴 수 없었던 최영 장군은 허리에 차고 있던 장도를 뽑아 바위를 힘껏 내리쳤다. 그 순간 바위가 양쪽으로 쪼개지면서 길이 열렸다 하여 장도바위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 거대한 장도바위 

 

▲ 장도바위 

 

▲ 장도바위  


10:07  사적 제146호인 赤裳山城 西門에 도착. 소재지는 전라북도 무주군 적상면 사천리도 되어 있는데 안내문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서문 부근은 아직까지도 제법 뚜렷한 산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赤裳山城 西門址

 

서문은 일명 龍潭門이라고도 하였으며, 규장각에 소장된 <赤裳山城條陳城冊>의 기록에 의하면 2층 3간의 문루가 있었다고 전한다. 성문 밖에 西倉과 高境寺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서창은 米倉과 軍器倉이 있었으나 지형이 험하여 성내까지의 운반이 어려워 조정에 상소하여 성내 사고지 옆으로 옮겼다고 전하며, 지금도 마을 이름을 서창이라고 한다.


서문에서 주능선까지는 평탄을 길에 이어 마지막 급경사 오르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급경사라야 그저 그런 정도다. 해발 고도가 1,000m 가까이 되면서 아래와는 달리 단풍나무 잎들은 이미 누렇게 퇴색해버렸고, 또 잎을 거의 모두 떨어뜨린 나무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푸르름을 전혀 잃지 않은 나무도 간혹 보인다. 마치 봄에 새순이 막 돋은 것처럼 연한 신록을 자랑하고 있었다. 樹種에서 오는 현상인가?


▲ 서문으로 들어서는 김석언 회원 

 

▲ 서문을 통과하고 있는 홍세영 회원 

 

▲ 주능선을 향하여 

 

▲ 푸르름을 잃지 않은 나무 


10:22  주능선에 올랐다. 왼쪽으로 가면 향로봉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안렴대가 나온다. 일단 안렴대를 다녀온 후 향로봉을 오르기로 했다. 아침에 잔뜩 흐려 비를 한 두 방울 떨어뜨린 하늘이 잠깐 해를 선보이더니 다시 잿빛으로 변했다. 게다가 바람이 슬슬 부는데 춥다. 겉옷을 꺼내 입고 모자도 쓰고 장갑도 챙겼다. 평탄한 능선길에 바람이 불자 간신히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던 잎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함께 떨어져 있던 낙엽도 날리고. 말 그대로 秋風落葉이다.

 

거대한 송신탑이 2개나 세워져 있는 기봉을 지났다. 실제로는 이 기봉이 적상산 정상으로 해발 1,034m이다. 그러나 지금은 KT 송신탑 시설물에 그 자리를 내주고 정상의 흔적은 �아볼 수조차 없다. 문명이 자연을 이긴 것이다. 대신 덕유산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는 고육지책으로 향로봉을 1,034m라고 표기해 놓고 정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향로봉의 실제 높이는 1,024m다.

 

송신탑 아래는 갈림길인데 왼쪽으로 내려가면 안국사고 직진하면 안렴대가 나온다. 현수막에 안국사에서는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한다고 광고가 되어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문화재관람료. 안 보아도 내야하는 문화재관람료. 황당한 얘기 하나. 2005년 7월 주왕산에 갔는데 국립공원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를 지불했다. 대전사라는 절이 있고 해서 적어도 국보나 보물 정도는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런, 달랑 경상북도지정 지방문화재가 하나 있었다.

 

참, 어이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 도지정 지방문화재 하나 놓고 문화재관람료를 걷어 들인단 말인가. 그러나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안국사에는 가지 않기로 하고 안렴대로 향했다. 산불감시카메라를 지나니 오른쪽으로 가드 철봉이 설치되어 있는 안렴대가 나타났다.


▲ 능선 삼거리 이정표  


10:41  안렴대는 적상면 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다. 가깝게는 송신탑이 보이고 멀리 향로봉도 보인다. 날씨가 화창했으면 조망이 좋았으련만 하늘은 흐리고 이내가 끼어 있어 화면 전체가 흐릿하다. 간식을 먹고 향로봉을 향해 출발.


▲ 안렴대에서 

 

▲ 안렴대에서  


11:01  송신탑에 자리를 내어준 곳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정상인 기봉에 들렀다. 송신탑의 기계음이 여름철 벌레가 웅웅거리듯 울려퍼지고 있다. 기봉 어디에도 정상 표지는 없었다. 아쉬운대로 송신탑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지난 번 관악산에 갔을 때 보았던 거대한 송신탑들이 생각났다. 문명시설과 자연. 어느 것이 우선일까? 주능선은 글자 그대로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시간상으로도 사람들이 많이 올라올 때다. 특히 안국사 방면은 안국사까지 차가 올라오기 때문에 불과 200m만 걸으면 주능선에 닿게 된다. 산행 코스가 아니라 드라이브 코스다. 향로봉 가는 길 오른쪽으로 적상호가 얼핏얼핏 보인다.


▲ 기봉, 적상산 정상에 있는 KT 송신탑 

 

▲ 적상산 정상인 기봉에서 


11:24  향로봉에 도착. 여기도 사람이 많다. 차례를 기다려 기념 사진 찍고 조금 아래 낙엽 위에 식탁을 차렸다. 김밥과 김치, 후식으로 배를 먹었다. 신현대 회원이 가져온 백세주 한 병으로 목도 축이고. 산행 중에는 술은 가능한 한 마시지 않는 것이 좋고, 산행이 모두 끝난 후 집 근처에 가서 회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유는? 꼭 말해야 하나?


▲ 향로봉에서 

 

▲ 향로봉에서 평산회원들 

 

▲ 향로봉 아래 낙엽 양탄자에 앉아 점심 식사 중인 평산회원들 


11:53  하산 시작. 세상에, 아침에 일찍 떠났더니 12시도 안 되었는데 하산이다. 평산회 산행에서 유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우리는 탱자 탱자 하면서 내려가는데 사람들은 계속 올라온다. '정상이 아직 멀었나요?' '다 왔어요, 조금만 힘 내세요.' 오늘 사람 구경 제대로 했다. 도로쪽으로 내려오면서 아침에 그냥 지나쳤던 단풍나무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단풍으로 유명한 적상산에 왔는데 뭔가를 남겨야 하지 않는가.


▲ 하산 중인 평산회원들 

 

 

 ▲ 하산길에서 만난 단풍 

 

▲ 단풍나무 터널에서 

 

▲ 홍세영 회원 

 

▲ 신현대 회원 


12:50  포장도로에 도착. 도로변의 단풍들이 더 곱다. 올해에 마지막으로 보는 단풍일 것 같아 실컷 눈과 마음 속에 담았다. 물론 카메라 메모리칩에도 담고.


 

 

 ▲ 삼거리 갈림길에서 

 

▲ 지학근 회원

 

▲ 신현대 회원 

 

▲ 도로변의 단풍나무와 함께 

 

▲ 단풍이 불타고 있다 


12:55  서창마을 주차장에 도착. 아침에 텅 비었던 주차장들이 버스와 승용차 손님들로 만원이다. 주차장을 떠나 무주IC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에 진입한 다음 청주를 향해 달렸다. 도로에는 차들이 별로 없다. 시간적으로 보아 그럴 수밖에. 13시 23분 인삼랜드 휴게소에 들러 자판기 커피를 한 잔씩 마신 다음 청주까지 쉼 없이 달렸다.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인삼랜드 휴게소 


14:30  이규필 회원과 김석언 회원은 다른 볼 일이 있어 빠지고 남은 4명이 단골집인 제일수산으로 갔다. 음식점 문은 열려있는데 4시부터 식사 시작이라고 한다. 지금은 준비 시간이라고. 특별히 부탁을 해서 사장님을 오게 해 '제일수산 스페셜'을 시켰다. 정말 푸짐하다. 소주 5병을 거뜬히 해치우고 해산. 다음 12월 산행은 1박 2일의 기획산행을 갖기로 잠정적으로 합의를 했다. 어디서? 해남 달마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