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07.11.29. [한국 100名山 42] 충북 영동 민주지산→각호산

by 사천거사 2007. 11. 29.

민주지산 산행기

◈ 일시: 2007년 11월 29일 목요일 

◈ 장소: 민주지산 1241.7m / 각호산 1176m / 충북 영동군 상촌면

◈ 코스: 한천주차장 → 황룡사 → 쪽새골 → 민주지산 → 각호산 → 각호골 → 한천주차장

◈ 시간: 3시간 55분



07:24  청주 아파트 출발. 오늘은 오전에 시간이 있어 민주지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민주지산은 예전에 두 번 다녀온 적이 있는데 꽤 오래 전이라 기억이 희미하고, 물한계곡과 황룡사, 삼도봉 정도만 생각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늘을 보았을 때는 잔뜩 흐려 있었고, 동해 쪽으로는 호우주의보가 내렸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혹시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날이 밝아지면서 해가 구름 속을 들락거린다.

 

서청주IC로 중부고속도로 진입,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섰는데 청원IC 못미쳐서 어제 새로 개통된 청원-상주간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분기되고 있었다. 이제 대구 방면으로 갈 때에는 대전, 옥천, 영동, 김천을 경유하지 않아도 된다. 전국토가 四通八達이 되고 있다. 좋은 세상이다.

 

황간IC로 고속도로에서 나와 49번 지방도를 타고 매곡과 상촌을 지나면 바로 왼쪽으로 물한계곡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나온다. 직진하면 무주 설천면에 이르게 되고. 영동은 감과 포도의 고장인데, 그래서 그런지 집집마다 감나무고 포도과수원이다. 상촌면의 가로수도 이에 걸맞게 감나무다. 물한계곡으로 들어가는 길은 포장이 잘 되어 있었다. 얼마를 들어가니 매표소가 있는데 쓰레기봉투 10리터 짜리를 하나 주면서 쓰레기수거료로 500원을 받고 있다. 합법적인가? 여름철에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고 계곡에는 물만 굽이쳐 흐르고 있다. 오른쪽으로 한천 주차장이 보인다. 무시하고 조금 더 올라가 삼도봉 식당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09:09  삼도봉 식당은 손님이 없는 철이라 그런지 닫혀있는 것 같았다. 다시 날은 잔뜩 흐린 날씨로 변했다. 왼쪽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다. 상수도보호철책 왼쪽으로 계곡이 있고 그 건너로 황룡사 건물이 보인다. 작은 절인데 대웅전 지붕을 덮개로 씌워놓았다. 예전에 황룡사 옆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밤 늦게까지 피서를 했던 기억이 난다. 철책에 '백두대간 훼손산림지 복구 공사'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삼도봉이 백두대간 상에 있어 이런 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이런 면에서 산림청은 마음에 든다. 오른쪽으로 삼도봉 4.4km라는 표지판이 있다. 계곡따라 철책은 계속 이어져 있었다.


▲ 삼도봉 식당 옆에 있는 물한계곡 표지석

 

▲ 계곡을 따라 철책이 설치되어 있다

 

▲ 하늘을 바라보며 뻗어 있는 일본잎갈나무들 


09:27  이윽고 삼거리가 나타났는데 오른쪽이 민주지산 지름길이라고 되어 있다. 쪽새골을 거쳐 민주지산으로 곧장 올라가는 길이다. 왼쪽은 삼도봉으로 가는 길이다. 땀이 나서 옷을 하나 벗고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섰다. 쪽새골 오른쪽으로 넓은 산행로가 나 있는데 임도인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산의 사면을 따라 길은 계속 이어졌고 곧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타났다. 여기서 잠깐 길을 헤맸는데 표지기가 계속 붙어 있고 또 지형적으로 보아 똑바로 올라가는 것이 제 길인 것으로 판단했다. 왼쪽 길은 삼도봉으로 가는 길과 만나는 것 같다. 작은 고개를 하나 넘어서니 삼거리가 나왔다.


▲ 삼거리 갈림길, 오른쪽이 민주지산으로 올라가는 지름길이다

 

▲ 쪽새골 오른쪽으로 나 있는 넓은 산행로 


09:44  삼거리 갈림길. 오른쪽이 민주지산으로 가는 길이라고 땅에 떨어진 이정표에 적혀 있다. 왼쪽 길은 석기봉과 민주지산 사이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인 것 같다. 오른쪽 길 선택. 계곡 왼쪽으로 임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정겹다. 겨울 문턱에 들어섰는데도 수량이 많은 편이다.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면서 날씨가 맑아졌다. 혹시나 해서 비옷까지 챙겨왔는데.


▲ 삼거리 갈림길, 오른쪽이 민주지산으로 올라가는 길

 

▲ 길 옆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09:56  다시 삼거리길. 임도는 오른쪽으로 올라가는데 '통행불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공사중이란다. 표지기가 수십개 달린 왼쪽 길로 들어서니 본격적인 계곡 돌길이 시작되었다. 지긋지긋한 돌길. 이 돌길은 민주지산 주능선에 오를 때까지 계속되었다. 경사가 급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언제 내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잔설이 희끗희끗하다. 

 

얼마를 올라가니 굴삭기가 작업을 하는 소리가 오른쪽에서 들려오고 곧 공사 현장이 나타났다. 백두대간 훼손 지역을 복구하는 공사인 모양인데 아까 통행을 금지 당한 임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임도 공사인가 아니면 산행로 공사인가? 굴삭기 한 대는 축대를 쌓은 절개지 아래 도로에 있고 그 아래 계곡에서 또 한 대가 바윗돌을 정리하고 있다. 길을 내기 위해서 절개지를 만드는 것은 산림훼손이 아닌가? 산림훼손지를 복구하기 위해서 산림훼손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산행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에 좋다. 대부분이 돌길이지만 자연석을 그대로 잘 깔아 놓아 보기에도 좋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지라 활엽수는 거의 잎을 떨어뜨렸고 조릿대만 푸른 빛을 간직하고 있었다. 혼자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길, 세상이 조용하다. 휴일이라면 사람 구경 할 수 있겠지만 어째 오늘은 힘들 것 같다. 드디어 주능선이 보인다. 완만하던 길이 갑자기 경사가 급해졌다.


▲ 본격적인 돌길이 시작되는 삼거리

 

▲ 계곡 너덜길

 

▲ 계곡의 돌을 정리하고 있는 굴착기

 

▲ 산행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 민주지산 119신고 안내판

 

▲ 조릿대 사이로 난 산행로

 

▲ 나무들이 모두 옷을 벗어 앙상하다

 

▲ 주능선 바로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10:46  주능선에 올랐다. 커다란 이정표에 현재 위치가 '쪽새골 갈림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여기서 왼쪽 길을 선택하면 석기봉을 거쳐 삼도봉으로 가게 된다. 민주지산 정상은 오른쪽으로 100m 거리에 있었다. 급경사 길을 올라서니 오른쪽으로 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 주능선에 있는 이정표

 

▲ 주능선에 앉아 물한계곡 쪽을 바라보며


10:57  민주지산 정상에 도착. 그리 넓지 않은 정상에는 표지석과 삼각점이 있었다. 조망이 좋아 사방이 확 틔였다. 방금 올라온 쪽새골과 물한계곡이 보이고, 그 뒤로 삼도봉에서 황악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하늘을 가르고 있다. 지난 9월 30일에 지나갔던 능선이다. 지날 때에는 몰랐는데 여기서 보니 대단한 능선이다. 물한계곡 쪽에서 운무가 피어올라 능선을 넘고 있다. 보기에 좋다. 왼쪽을 보니 앞으로 가야할 각호산이 멀리 보이고 그 아래로 도마령을 넘어가는 도로가 보인다. 여유를 가지고 풍광을 즐겨야하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곧 바로 각호산을 향하여 출발. 각호산으로 가는 능선길을 암릉길이라 속도를 내기가 힘들었다.


▲ 민주지산 정상에서

 

▲ 민주지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쪽새골과 물한계곡

 

▲ 민주지산 정상에서 본 각호산 쪽 능선 


11:02  휴양림 갈림길에 도착.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자연휴양림에 이르게 된다. 곧 이어 무인대피소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고 그 아래 대피소 건물이 보였다. 한 번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생략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 휴양림 갈림길 이정표

 

▲ 무인대피소로 내려가는 길 


11:18  다시 삼거리에 도착. 곧바로 가면 각호산에 닿게 되고 오른쪽으로 가면 물한계곡으로 내려가게 된다. 각호산을 향해서 Go! 산행로 옆에 군데군데 산돼지들이 파헤친 자국이 남아 있다. 나무뿌리를 캐기 위해선가? 산돼지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하나? 그래서 늘 보호용으로 스틱을 가지고 다닌다. 이름 없는 봉우리에 올랐다. 삼각점은 아닌 것 같은데 'NO.15'라고 새겨진 시멘트 구조물이 나뒹굴고 있다. 아직도 각호산은 멀다.


▲ 각호산과 물한계곡 갈림길, 각호산은 왼쪽으로 가야한다

 

▲ 산돼지가 판 흔적

 

▲ 이름 모를 봉우리에 삼각점 비슷한 것이 나뒹굴고 있다


11:39  누구의 무덤인가? 주능선 상에 봉긋하니 솟아 있다. 방금 지나온 이름을 알 수 없는 봉우리가 무덤 뒤로 우람하게 솟아 있다. 여기서는 각호산이 아주 뚜렷하게 보였다.


▲ 능선 상에 있는 무덤에서 본 민주지산 쪽 봉우리

 

▲ 많이 가까워진 각호산 정상


11:42  십자로 갈림길에 도착.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각호골을 경유해서 하산을 할 수 있다. 각호산까지는 500m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각호산으로 오르는 길이 만만하지가 않다. 경사가 꽤 심해서 힘이 많이 들었다. 마침내 이정표가 있는 봉우리에 올랐는데 정상 표지석은 왼쪽 암봉에 설치되어 있었다. 배낭 두 개와 스틱이 이정표 밑에 있었는데 다른 산행객이 정상에 다녀오기 위해 남겨둔 것 같았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안부로 내려간 다음 암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남자 산행객 두 사람이 내려온다. 반갑게 인사. 밧줄이 드리워진 암벽을 몇 군데 올라 마침내 각호산 정상에 도착했다.


▲ 십자로 갈림길 이정표

 

▲ 각호산 이정표 


12:09  각호산 정상. 전망이 좋다. 민주지산에서 각호산까지 연결된 능선이 뚜렷하고 석기봉과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보인다. 물한계곡 위로 황악산 좌우로 연결된 백두대간도 한 눈에 보인다. 기념 사진을 찍은 후 다시 각호산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하산을 서둘렀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도마령과 불당골을 거쳐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게 된다. 각호골 방향으로 하산 시작. 처음에는 낙엽이 많이 깔린 급경사 길이었는데 곧 너덜지대 하산길로 바뀌었다. 돌을 잘못 밟아 발을 한 번 삐긋했으나 통증이 그리 심하지 않아 걷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 각호산 정상에서

 

▲ 각호산 정상에서 본 주능선과 민주지산 정상, 백두대간

 

▲ 각호산 정상에서 본 황악산 쪽 백두대간

 

▲ 급경사 하산길

 

▲ 너덜지대 하산길


12:40  갈림길에 도착. 오른쪽에서 내려오는 길은 민주지산과 각호산 사이에 있는 십자 안부와 이어지는 길이다. 각호골을 따라 내려가는 하산길은 계속되는 돌길이라 걸음을 더디게했다. 오늘 참 돌 많이 밟는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돌은 없어지고 길도 넓어졌다. 상수원 보호지역이라 외부인 출입을 금한다는 현수막을 지나치자 오른쪽으로 철문이 있고 철문을 지나자 물한계곡 길이 나타났다.


▲ 십자안부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곳 


13:04  도로에 도착. 오른쪽 공간에 차가 두 대 세워져 있고 물한계곡 해설 표지판과 민주지산 등산안내도가 역시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차를 세워 놓은 삼도봉 식당까지는 100m 정도의 거리였다. 민주지산은 한자로 '岷周之山'이라고 쓰는데 '岷'은 '산맥'을 뜻하고, '周'는 '두루' 혹은 '둘레'를 뜻하므로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산이라고 말할수 있다. 오늘 나 홀로 그 첩첩산중에 들어갔다 나왔다.


▲ 산행 종점에 있는 물한계곡 해설표지판과 민주지산 등산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