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기산 산행기
◈ 일시: 2007년 12월 25일 화요일
◈ 장소: 갈기산 585m / 충북 영동군 양산면
◈ 코스: 주차장 → 헬리콥터 착륙장 → 갈기산 정상 → 차갑재 → 성인봉 → 안자봉 →
주차장
◈ 시간: 5시간 5분
◈ 회원: 아내와 함께
09:15 청주 아파트 출발. 오늘은 성탄절이라 휴일이다. 날씨도 포근하고 해서 영동에 있는 갈기산으로 산행 결정. 평소에 여러 사람으로부터 한 번 가볼만한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늘 마음 속에 품어왔던 산이다. 산이 그리 높지 않고 산행 거리도 6km 정도여서 늦으막이 출발을 했다. 서청주 나들목으로 고속도로 진입. 하이패스를 장착했더니 편리하다. 통행권을 뽑을 필요도 없이 무사통과다. 참 편한 세상이다. 성탄절 휴일을 맞은 고속도로는 한산한 편이었다. 다 교회로 갔나?
옥천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하이패스라 나올 때도 편리하다. 그냥 나오면 된다. 옥천에서 4번 국도를 타고 이원 삼거리까지 온 다음 무주로 가는 501번 지방도로 들어섰다. 대성산을 갈 수 있는 의평저수지 입구를 지나면 왼쪽으로 개심저수지가 나오고 이어서 오른쪽으로 천태산 가는 길이 나온다. 금강 위에 가로 놓여 있는 호탄교를 지나 우회전해서 조금 달리니 왼쪽으로 간이 주차장이 보였다. 정식으로 만들어진 주차장은 아니고 금강을 따라 달리는 68번 지방도 왼쪽에 산행객들을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10:35 10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에는 벌써 5대의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고 방금 차에서 내린 듯한 산행객이 산행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산행 준비를 마친 다음 주차장 한 켠에 서 있는 산행안내도를 살펴보았다. 아내가 산행 코스를 묻는데 대충 말하고 끝을 얼버무렸다. 오늘 계획하고 있는 산행 코스가 산행안내도에 나와 있는 것보다 훨씬 길기 때문이었다.
주차장에서 지능선으로 올라붙었다. 처음부터 가파르다. 한 등성이를 올라서니 길은 경사가 약해지고 전망도 좋아졌다. 몸을 돌려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아래로 푸른색의 금강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천태산과 마니산도 보인다. 부부 산행객 2명이 올라온다. 아까 대구 번호판을 단 승용차에서 내렸던 사람들이다. 대구에서 여기까지 오다니. 갈기산이 유명한 것인가? 아니면, 산을 너무나 좋아해서 이곳까지 온 것인가?
이 산의 특이한 점 한 가지! 산행로 중간 중간마다 나무에 방화수를 매달아 놓았다. 2리터 짜리 '방화수'라고 붉은 글씨로 쓴 페트병에 물이 가득 들어 있다. 지금까지 산행을 하면서 처음 본 광경이었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어쨌든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전망대 바위가 있어 발 아래를 조망한 다음 다시 산행 계속. 적당한 경사의 오름길이 계속 이어졌다. 넓은 바위가 하나 나오고 등산객 4명이 그 위에서 쉬고 있다.
▲ 바깥모리 주차장, 갈기산 산행 기점이다
▲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모습, 처음은 가파르다
▲ 나무에 매달아 놓은 방화수[10:44]
▲ 명상에 잠긴 채 휴식을 취하다 [10:46]
▲ 오름길에서 올려다 본 월영봉 정상 [11:06]
▲ 산행로 주변의 소나무가 아름답다 [11:09]
11:12 헬리콥터 착륙장에 올랐다. 꽤 넓은 착륙장은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맞은편으로 갈기산 정상이 우뚝하게 솟아 있는 것이 보인다. 적당한 경사의 능선길에 바위가 드문드문 박혀 있고 주변의 소나무가 아름답다. 날씨는 산행을 하기에 아주 적합해서 겨울용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그리 춥지 않았다. 올 겨울은 따뜻하고 눈이 많다고 하던데...
▲ 헬리콥터 착륙장과 갈기산 정상
▲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국민체조 시작!
▲ 적당히 자란 소나무들이 무척 아름다운 산이다 [11:34]
11:41 휴식을 취했다. 바람이 조금씩 분다. 날은 따뜻해도 바람이 불어오면 춥다. 그래서 겨울에는 쉴 때 바람막이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땀이 마르면서 빼앗아가는 체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에 오면 늘 듣는 까마귀 소리가 오늘도 어김 없이 들려온다. 거대한 바위가 있고 그 아래로 푸른 빛을 띤 금강과 송림에 둘러싸인 송호국민관광지가 내려다보인다. 금년 9월 2일에 마니산을 갈 때 놓쳤던 진입로도 확실하게 보인다. 이렇게 산에 올라오면 아래에서 못 보던 것을 볼 수 있다. 휴식 끝, 산행 시작. 정상이 멀지 않다.
▲ 전망대에서 [11:50]
▲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금강, 멀리 호탄교와 송호국민관광지가 보인다
12:02 갈기산 정상에 올랐다. 암봉으로 되어 있어 조금 신경을 써서 올라가야 한다. 가운데에 표지석이 자리잡고 있는 정상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사방으로의 조망이 뛰어났다. 굽이쳐 돌아가는 금강 위로 천태산이 보이고 그 너머로 501번 지방도가 길게 뻗어 있으며 지방도 뒤로 마니산이 솟아 있다. 갈기산 산행의 백미인 정상에서 555봉까지의 말갈기 능선도 한 눈에 들어온다. 온갖 포즈로 사진을 찍은 다음 말갈기 능선으로 접어들었다.
▲ 갈기산 정상에서
▲ 갈기산 정상에서
▲ 갈기산 정상에서
▲ 갈기산 정상에서
▲ 갈기산 정상에서
▲ 갈기산 정상에서 건너다 본 천태산
▲ 갈기산 정상에서 건너다 본 마니산
▲ 갈기산 산행의 백미인 말갈기 능선
12:18 암봉을 내려가니 왼쪽으로 하산로가 나 있다. 흔들바위를 경유해서 관광농원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친절하게도 밧줄이 매어져 있다. 말갈기 능선은 암릉이었다. 짧지만 조금 가파른 곳도 있는데 산행에 큰 문제는 없었다. 암릉 좌우로 멋진 소나무들이 많았으며, 특히 바위 틈에서 키가 작게 자란 소나무들은 그냥 분에 옮겨 심으면 분재가 될 정도였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소나무는 산에서 바위와 어울려야 제 멋이 난다.
말갈기 능선에서 뒤를 돌아보니 조금 전에 지나 온 정상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정상에서 소골 쪽으로 뻗어내린 암릉이 소나무와 보기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산은 어디를 보아도 모양새가 좋다. 말갈기 능선 종점인 555봉을 넘어 545봉으로 오르는 길, 오른쪽으로 소골 건너 월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하다. 뒤를 돌아보니 갈기산 정상과 555봉이 처녀 가슴처럼 예쁘게 솟아 있다. 기념 사진 한 장 찍고.
▲ 왼쪽으로 하산로가 나 있다 [12:18]
▲ 말갈기 능선에서 본 갈기산 정상과 소골 쪽 암릉 [12:21]
▲ 말갈기 능선을 걷고 있다 [12:27]
▲ 갈기봉 정상과 555봉 [12:32]
▲ 바위에 핀 바위손
▲ 말갈기 능선에서 월영산을 배경으로 [12:50]
12:55 차갑재로 내려가기 전 545봉 바로 아래에서 점심상을 차렸다. 햇볕이 내리쬐는 낙엽 쌓인 사면에 자리를 잡고 김밥 3줄과 커피로 마련된 성찬을 맛있게 먹었다. 집에서는 이런 맛을 도저히 느낄 수가 없다. 오직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13시 23분에 상을 치우고 출발. 차갑재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조금 있었지만 긴 거리는 아니었다.
13:30 차갑재에 도착. 4거리 안부로서, 오른쪽은 소골을 경유해서 바깥모리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왼쪽은 광평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직진하는 것이 성인봉을 거쳐 안자봉으로 가는 길. 조금 가파른 능선길을 오르면서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갈기산 정상에서 555봉으로 이어지는 말갈기 능선이 하늘을 가로로 가르고 있다.
▲ 4거리 안부인 차갑재
▲ 성인봉을 오르면서 본 말갈기 능선 [13:42]
13:48 성인봉에 도착. 오석으로 된 표지석에는 한자로 '聖人峰'이라고 적혀 있고 높이는 624m로 되어 있다. 갈기산 정상보다 더 높다. 성인봉에서 다시 내리막을 내려와 안부를 경유하여 봉우리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길에는 낙엽이 푹신하게 쌓여 있고 날은 따뜻해서 마치 가을 산행을 하는 기분이 난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큰 문제다. 소나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니...
▲ 주변 소나무가 아름다운 성인봉에서
▲ 성인봉에서
▲ 자사봉으로 오르다가
▲ 낙엽이 쌓인 산행로를 걷고 있다
14:13 자사봉에 올랐다. 표지석은 없고 목판에 페인트로 쓴 표지판이 걸려 있다. 누군가가 빨간 망개나무(청미래덩굴) 열매를 표지판에 걸어 놓았다. 자사봉에서 다시 안부로 내려가니 왼쪽으로 하산로가 나 있다. 안부에서 안자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조금 경사가 있었다. 오른쪽으로 말갈기 능선이 뚜렷하고 앞쪽으로는 안자봉이 보인다.
▲ 자사봉에서
▲ 왼쪽으로 하산로가 있다 [14:18]
▲ 안자봉 오르는 길에서 본 말갈기 능선 [14:30]
▲ 왼쪽이 안자봉(월영봉) [14:34]
14:40 안자봉 삼거리에 도착. 왼쪽은 안자봉을 거쳐 월영산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바깥모리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배낭을 벗어 놓고 안자봉으로 향했다. 길가에 망개나무 열매가 한 겨울인데도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누가 써서 매달아 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登山路'라고 파란 페인트로 쓴 함석판도 보인다.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는지 군데군데 칠이 벗겨졌지만 산행객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으리라. 안자봉까지는 불과 5분 남짓한 거리였다.
▲ 안자봉 삼거리, 왼쪽은 안자봉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하산로다
▲ 안자봉을 오르다가 갈기산 정상을 배경으로
▲ 망개나무 열매
▲ 등산로 표지판
14:47 삼각점이 박혀 있는 안자봉에 도착. 월영봉이라고도 하는데 높이는 528.6m다. 월영산은 여기서 더 진행을 해서 안부를 하나 거쳐야 한다. 시간적으로 보아 나중에 따로 한 번 들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걸음을 되돌려 배낭을 벗어 놓았던 곳으로 돌아왔다.
14:54 하산 시작. 경사가 꽤 급하다. 그래도 내려가는 길은 즐겁다. 하산을 할 때에는 가능한 한 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양 무릎에 걸리는 체중을 분산시킬 수가 있기 때문이다. 비상시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뛰어서 내려가면 안 된다. 무릎 연골을 상하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발 한 발 꼭꼭 밟으면서 내려와야 한다. 무릎 연골은 한 번 닳아 없어지면 재생이 힘들다. 80세까지 산에 다니려면 그만큼 몸을 잘 보존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무릎을...
▲ 삼각점이 박혀 있는 안자봉(월영봉)
15:29 계곡에 도착. 차갑재에서부터 내려오는 계곡으로 이름이 '소골'이다. 살얼음이 언 계곡물 속에는 물고기들이 낙엽 사이를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계곡을 건너니 오른쪽으로 차갑재에서 내려오는 하산로와 만났다. 여기서부터 68번 지방도까지는 탄탄대로였다. 길 옆으로 여름철 방문객들을 위한 족구장이 2개 설치되어 있고, 왼쪽 계곡 평평한 곳에는 평상을 설치할 수 있는 받침대가 여럿 있었다. 왼쪽에 있는 농장을 지나니 바로 차도와 바깥모리 주차장이 보인다.
▲ 살얼음이 얼어 있는 소골 계곡물
15:40 주차장에 도착. 아침에 주차되어 있던 차들은 모두 떠나고 대신 사과를 파는 트럭이 한 대 서 있다. 커다란 광주리에 가득 사과를 담아 놓고 만 원에 팔고 있었다. 보아 하니, 사과에 흠집이 조금씩 있어 상품용으로는 적당하지 않지만 집에서 먹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들이었다. 값도 싸고 해서 한 광주리를 샀는데 아내는 무려 5개를 덤으로 얻었다. 아줌마의 힘이다. 사과장수 아저씨는 오늘 사과가 많이 팔려 기분이 좋다고 하신다.
아침에 왔던 길을 거꾸로 달렸다. 돌아가는 길도 차량은 많지 않다. 옥천 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위로 올라가는 차보다 아래로 내려오는 차들이 더 많다. 휴일이었지만 큰 막힘 없이 수월하게 청주까지 올 수 있었다.
17:00 청주에 도착, 하루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갈기산은 높이로 치면 600m가 안 되는 산이지만, 아기자기한 암릉미가 뛰어나고 암릉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소나무가 아름다운 인상 깊은 산이었다. 특히 갈기산이란 이름을 낳게 한 말갈기 능선의 소나무들은 수형미가 아주 돋보였다. 청주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느긋하게 당일 원점회귀 산행을 할 수 있는 산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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