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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07.11.04. [충북山行記 33] 충북 단양 구담봉

by 사천거사 2007. 11. 4.

구담봉-옥순봉 산행기

◈ 일시: 2007년 11월 4일 일요일 

◈ 장소: 구담봉 330m / 옥순봉 283m / 충북 단양군 단성면 장회리

◈ 코스: 계란재 → 구담봉 → 옥순봉 → 계란재

◈ 시간: 5시간 10분

◈ 회원: 백만사 회원 5명



08:35  청주 출발. 오늘은 '白만사' 회원들이 구담봉으로 산행을 하는 날이다. '白만사'라는 모임 이름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는데, 간단히 말하면, '白頭山에서 만난 사람들'을 칭힌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금년 8월 백두산 트레킹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원래는 지난 10월에 산행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계속 미루어졌다. 네 부부로 이루어졌는 데도 집집마다 일들이 그렇게 많다. 그러면 오늘은 다 가느냐? 그렇지 않다. 오늘도 일들이 있어 5명만 참가를 하게 되었다. 율량동 성모병원 아래 '오리사냥' 주차장에서 이방주 회장님의 차로 출발. 날씨 좋다. 오늘 집에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08:55  증평 김밥집에 도착. 김밥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장난이 아니다. 김밥집부터 밀리는구나. 김밥집 현관문에 쌀이 수입산이 아니고 국산이라는 광고문이 붙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주식인 쌀마저 수입이 되니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구나. 괴산을 경유, 연풍을 거쳐 수안보 방향으로 달리다 우측으로 꺾어 들어갔다. 597번 지방도다. 지릅재를 넘어 미륵리를 경유 송계계곡으로 내려갔다. 길 옆 단풍나무 가로수에 물이 곱게 들었다. 감탄사가 연이어 튀어나온다. 오늘 감탄사 깨나 토해내야 할 것 같다.

 

10:45  계란재에 도착. 예상했던 대로 벌써 많은 차들이 도로 양쪽에 세워져 있다. 우리도 한쪽에 차를 세운 다음 산행 준비를 마친 후 출발. 넓은 길을 조금 올라가니 간이 화장실이 있는데 '마지막 화장실'이란 팻말이 걸려 있다. 여기가 산행 시점인데 마지막 화장실이라니? 알고 보니 구담봉과 옥순봉 산행 코스에는 화장실이 더 이상 없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화장실'이 아니라 '유일한 화장실'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길은 오른쪽으로 꺾이는데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다. 사람들 많다. 한 굽이 돌아 넘어가니 꽤 넓은 평원이 나오고 나무로 된 계단도 설치되어 있다. 빤히 보이는 봉우리에 올랐다. 삼거리다.


▲ 산행기점인 계란재

 

▲ 잘 닦여진 길을 올라가는 백만사 회원들 

 

▲ 꽤 넓은 평원도 지나고 


11:21  옥순봉과 구담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 해발 372m. 구담봉이나 옥순봉보다 더 높다. 이정표 아래에 '낙뢰다발지역'이란 경고판이 있는데, 이방주 회장님께서 '낙뢰가 다발로 떨어지는 곳인가?' 하신다. 그럴지도 모르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옥순봉과 구담봉 중에서 어느 것을 먼저 들를까 망설이다가 구담봉 쪽을 먼저 가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일급비밀이다. 오른쪽으로 경사가 있는 내리막을 내려간 다음 작은 봉우리에 올랐는데 그렇게 기다리던 충주호의 모습이 펼쳐졌다. 야호!


▲ 옥순봉과 구담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해발 372m 


11:29  드디어 충주호가 보이는 전망대 봉우리에 올랐다. 오른쪽으로 장회나루가 보이고 그 위로 제비봉이 솟아 있다. 단양으로 가는 36번 국도가 하얀 띠가 되어 나플거리고 있다. 감상을 마친 후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으니 구담봉이 보인다. 그런데 구담봉으로 올라가는 바위벽 길의 경사가 만만하지가 않다. 거의 70~80도는 될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 다 올라가는데 우리라고 못 올라 갈라고. 안부에서 올려다보니 바위벽에 쇠말뚝이 박혀 있고 쇠줄이 매어져 있다. 홀드와 스탠스도 풍부하고. 팔 힘이 조금 필요하기는 했지만 그리 위험한 코스는 아니었다. 


▲ 충주호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서 

 

▲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장회나루와 제비봉 

 

▲ 단풍이 곱게 든 구담봉 

 

▲ 구담봉 암벽을 오르고 있다


12:00  구담봉 정상에 도착. 해발 303m. 이곳에서도 장회나루와 제비봉, 말목산이 잘 보인다. 선착장에는 유람선을 타려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고, 막 떠난 유람선에서 힘찬 고동소리가 들려온다. 장회나루 휴게소에는 마치 색색의 콘테이너를 빈틈없이 채워 놓은 것처럼 관광버스들이 도열해 있었다. 옆에서 쉬고 있던 한 사람이 버스를 세워보았는데 200대 가량 된다고 열변을 토한다. 그 사람 참 할 일 없네.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 다음 바위를 돌아가니 네모난 정상 표지목에 '구담봉 330m'라고 적혀 있다. 표지석이 있던 곳보다 더 높은 곳이기는 한데 전망이 없다.


▲ 구담봉 정상 표지석과 함께

 

▲ 장회나루를 배경으로  


12:33  구담봉에서 점심을 먹을 너럭바위를 향해 내려오다 전망대를 또 만났다. 앞이 트이면서 충주호만 잘 보이면 무조건 전망대로 부르기로 했다. 앉아 쉬기에 좋은 바위들이 널려 있어 쑥개떡과 배 등으로 본격적인 간식을 먹었다. 열두 시 반이 넘었는데 간식이라 해야 하나? 앞에 있는 지능선의 바위와 단풍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맞은 편 말목산에도 단풍이 불타고 있고.


전망대에서

 

▲ 전망대에서 간식을 먹는 회원들 

 

▲ 전망대에서 본 말목산 


13:00  너럭바위에 도착. 실제 이름은 모르겠고 그냥 지어 부른 것이다. 바위 이름이 따로 있나? 내 좋을 대로 부르면 그만이다. 너럭바위는 천혜의 전망대였다. 오른쪽에는 말목산, 맞은편으로 둥지봉 암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옥순봉에 보인다. 넓은 바위 위에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점심을 먹었다. 김밥과 소주와 사과. 다른 팀에서 소주 구걸이 들어와 반병을 희사하기도 하고. 산은 나눔의 자리다. 산이 있고, 물이 있고, 술이 있고, 함께 할 사람이 있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물에 잠겼다는 강선대가 이리 옮겨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너럭바위에서 본 옥순봉 

 

▲ 너럭바위에서 본 둥지봉 암벽 


14:00  점심 후 출발. 조금 급한 경사길을 내려가니 물 옆이다. 손을 한 번 적셔 보고, 다시 옥순봉을 향해 전진. 지능선에 올라서니 다시 전망이 틔었다. 14시 15분 전망대에 도착. 옥순봉이 아까보다 더 가깝게 보인다. 유람선 한 척이 물을 가르며 장회나루 쪽으로 달리고 있다. 흥겨운 노랫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고 있고. 모터 보터 한 대가 쏜살 같이 지나간다. 옥순봉 아래에는 훈련 중인 듯한 선수들이 카누를 젓기에 바쁘고. 옥순봉까지는 계속 오름길. 그래도 경사가 그리 심하지는 않다. 유유자적이다.


▲ 충주호를 유람선이 가르고 있다 

 

▲ 옥순봉을 배경으로 


14:48  제2전망대에 도착. 옥순봉 정상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소나무와 기묘하게 조화를 이룬 바위들이 곧 떨어질 것 같다. 사람이 쌓으려고 해도 쌓을 수 없는 神의 작품이다. 옥순봉 오른쪽으로 옥순대교가 보이고 그 뒤로 청풍호가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의 조망도 구담봉이나 너럭바위에서의 조망 못지 않게 훌륭했다. 하긴 오늘은 어디서 어느 쪽으로 보아도 좋았다.


▲ 아름다운 옥순봉의 모습 

 

▲ 옥순대교와 청풍호를 배경으로 


15:00  옥순봉 정상에 도착. 나무로 된 정상 표지목에는 '옥순봉 283m'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그 알량한 표지목은 밑둥이 썩어서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머지 않아 숨을 거둘 것 같다. 명색이 대한민국의 국립공원에 있는 산인데 표지석 하나 번듯하게 못세운단 말인가? 오늘 산행에 참가한 5명 모두가 어깨를 모으고 찰칵! 이제 삼거리를 경유해서 계란재로 내려가면 오늘 산행은 끝이 난다. 삼거리까지는 오르막길이라 조금 힘이 들었다.


▲ 옥순봉 정상에서, 해발 283m 

 

▲ 옥순봉 정상에서 


15:38  구담봉 갈 때 들렀던 삼거리에 도착.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지금까지 화장실을 가지 않아 생리 현상이 조금 급해졌다. 계란재에 있는 마지막 화장실을  향해 잰 걸음으로 내달렸다. 사람의 신체는 묘해서 화장실이 가까워지면 생리 현상은 더 급해진다. 마치 가속도의 법칙과 흡사하다. 볼 일을 보고 15시 55분에 산행 기점인 계란재에 도착. 계란재는 제천과 단양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즉, 계란재를 경계로 장회나루 쪽은 단양군 단성면 장회리에 속하고 그 반대쪽은 제천시 수산면 계란리에 속한다.


▲ 계란재는 제천과 단양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16:10  계란재 출발. 금수산에 있는 정방사에 들러 落照를 보고 가자는 회장님의 말씀에 따르기로 했다. 오늘같이 좋은 날 어딘 들 못가랴. 수산에서 우회전하여 달리니 아까 옥순봉에서 본 옥순대교가 나타났다. 계란재에서 불과 6분 남짓한 거리다. 대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전망대가 있고 왼쪽에는 휴게소가 있다.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옥순봉 구경에 나섰다. 오늘 옥순봉 몸살 나겠다. 왼쪽에서도 보고, 오른쪽에서도 보고, 정면에서도 보고, 올라도 보았으니.

 

옥순대교 휴게소에서 자판기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2005년 5월 1일 평산회원들과 둥지봉을 갈 때 들렀던 곳이다. 벌써 2년이 넘었네. 휴게소 출발. 거대한 '금수산 얼음골' 표지석이 있는 곳에서 우회전하니 승용차 한 대가 다닐 수 있는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정방사 밑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가을 분위기를 물씬 뿜어내고 있었다. 정말 좋다. 주차장에는 몇 대가 차가 세워져 있었다. 정방사까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10여 분 넘게 걸어 올라가야 했다. 한참을 올라가니 돌로 된 계단이 있고 그 위로 기와 지붕이 보인다.


▲ 옥순대교에서 옥순봉을 배경으로 


16:57  정방사에 도착. 정방사는 바위벽 아래 자리잡고 있었는데 마치 금오산의 약사암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지는 햇빛을 받은 절 건물과 바위벽이 황금색을 토해내고 있다. 눈을 돌려 아래를 보니 청풍호 너머로 월악산 줄기가 뚜렷하다. 그 오른쪽으로 해가 떨어지고 있는데 장관이다. 일출과 일몰의 차이는 무엇일까? 정방사에서 본 낙조는 또 하나의 깊은 추억을 가슴 속에 새겨 놓았다.

 

청주에서의 모임 약속 시간 때문에 아쉬움을 남긴 채 하산. 올라올 때와는 달리 오른쪽 숲길을 따라 내려갔는데, 이런! 주차장에서 한참 아래로 내려간 지점의 차도와 연결되는 길이었다. 기사를 담당하신 회장님만 다시 차를 가지러 주차장으로 올라가야 했다. 미안해서 어쩌나.


▲ 금수산 정방사 

 

▲ 정방사에서  

 

▲ 정방사에서 본 월악산 방면의 낙조 

 

▲ 정방사 주차장으로 가는 차도 

 

▲ 차도 옆에서 


17:16  청주로 출발. 제천 쪽으로 달리다 82번 지방도에서 좌회전 청풍대교를 건넜다. 기존의 청풍대교 오른쪽으로 새로운 청풍대교가 세워지고 있었는데 작업용 고가 크레인을 번지점프대로 착각을 하는 愚도 범하였다. 청풍문화재단지를 지나 수산에서 36번 국도로 진입, 다시 597번 지방도를 타고 송계계곡으로 들어갔다. 아침에 그 많던 차들은 모두 돌아가고 덕주골 주차장에는 관광버스 두어 대가 서 있을 뿐이다.

 

날은 이미 저물었고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단풍나무 가로수가 불긋불긋 비친다. 3번 국도에 들어서 연풍까지 온 다음, 37번 국도로 괴산까지, 다시 34번 국도로 도안, 다시 36번 국도로 청주에 도착했다. 쉬지 않고 달렸는데도 도착 시간이 19시 40분이다.

 

미리 예약을 한 '오리사냥'에 들어가니 정우종 회원 부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따님 상견례가 서울에서 있어 산행에는 불참을 했지만 저녁 회식에는 참석을 한 것이다. 상견례 이야기, 오늘 산행 이야기를 곁들여 오리고기 회전 구이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셨다. 좋은 날에 좋은 사람들과 좋은 산을 다녀와서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니 더 없이 좋다. 다음 산행일은 12월 16일, 벌써 기다려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