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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07.08.26. [충북山行記 30] 충북 괴산 비학산

by 사천거사 2007. 8. 26.

비학산 산행기

일시: 2007년 8월 26일 일요일 

장소: 비학산(충북 괴산 칠성  841m) 

코스: 갈론 → 비학산 → 곤두골 → 군자사 → 도로

시간: 3시간 27분



14:45  괴산군 청안면 운곡리 고향집 출발. 오전 중에 벌초를 하고 점심을 먹고 나니 시간이 꽤 지났다. 산에 가기에 시간적으로 조금 무리일 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계획대로 산행을 하기로 하고 괴산 칠성을 향해 떠났다. 장암으로 가는 고개를 넘어 다시 굴티재를 지나니 괴산이다. 칠성면에 도착해서 괴산수력발전소가 있는 사은리 쪽으로 우회전했다. 수전교 왼쪽으로 꺾어 조금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면 왼쪽에 '군자산 군자사'라고 쓴 커다란 돌이 있고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 있다. 아내에게 '군자사' 쪽으로도 군자산이나 비학산에 갈 수 있는데 현재는 입산통제구역이라고 일러 주었다. 이 군자사 코스가 오늘 나와 인연을 맺게 될 줄이야...

 

괴산댐을 지나 좁은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달렸다. 예전에는 비포장도로였지만 지금은 말끔하게 포장이 되어 있고 중간중간에 교행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이 되어 있다. 갈론 계곡에 피서를 온 사람들이 많은지 나오는 차들이 많다. 8월말인데 물놀이가 한창이니 기후에 문제가 많다. 그리스에서는 산불이 나서 국토의 반이 타고 있다는데.

 

15:35  최병구씨 행운민박집 옆에 주차를 했다. 조금까지만 해도 해가 내리쬐었는데 차에서 내리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보니 많이 올 비는 아니고 잠시 소나기가 내리는 것 같았다. 산행 준비를 하는데 아내는 피곤하다며 계곡에서 기다릴 테니 혼자 다녀오라고 한다. 시간이 많이 되었고 또 사람이 많이 다니는 산이 아니라 길도 분명치 않을 것 같아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도로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어야 하는데 찾을 수가 없다. 길 옆 밭에서 일하시는 분에게 비학산 올라가는 길을 물었더니 최병구 씨 민박집 들어가기 전에 있는 화장실 뒤로 올라가면 된다고 한다.

 

 화장실 근처에 가보니 오른쪽으로 길이 있는데 사람이 다니지 않아 풀이 자라서 길을 덮고 있었다. 풀을 헤치고 화장실 뒤쪽으로 돌아가자 제법 길 다운 길이 나타났다. 비가 많이 오면 물이 흐르는 계곡 노릇을 할 것 같은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비는 더 이상 오지 않았지만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가끔 표지기도 보여 제대로 길을 찾은 것 같기는 한데 확신은 서지 않는다. 그냥 대충 지형을 살피며 감으로 오른다. 


▲ 최병구 씨 행운민박 집 

 

▲ 산행 기점인 화장실 옆으로 산길이 잡초에 묻혀 있다

 

▲ 잔돌이 많은  오름길


15:56  능선에 올라섰다. 경사가 급하다. 작년 가을에 떨어진 낙엽이 그대로 있어 미끄럽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았다는 증거다. 가끔 거미줄이 머리에 달라붙는다. 표지기는 거의 없는데 길은 분명하다. 날벌레들이 자꾸 눈으로 파고 든다. 무척 성가시다. 그나마 바람이 불면 없어졌다가 바람만 자면 어디서 왔는지 벌떼처럼 달려든다. 잠시 사면길로 바뀌었던 산행로는 능선길로 바뀌었다. 현재 시각 16시 14분.

 

16:35  전망바위에 도착. 지도상으로 그런 것 같은데 높이가 모자란다. 오른쪽으로 갈론계곡이 내려다 보이고 최병구 씨 집도 장난감 만하게 보인다. 맞은편으로 옥녀봉과 아가봉도 보이고.


▲ 잠시 휴식을 취하며

 

▲ 아름다운 소나무들

 

▲ 아름다운 소나무들


17:09  바람이 좋다. 바람이 불면 날벌레들이 달려들지 않아 또 좋다. 전망이 좋은 바위에 도착. 칠성 쪽을 보니 햇살이 구름 사이로 퍼져나와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달천으로 이어지는 갈론 계곡이 한가롭고, 배티골을 사이에 두고 옥녀봉과 아가봉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옥녀봉에서 남군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한 일자를 그어 놓은 것 같이 분명하다.


▲ 구름 사이로 햇살이 퍼지고 있다

 

▲ 배티골을 사이에 두고 왼쪽이 옥녀봉, 오른쪽이 아가봉

 

▲ 옥녀봉에서 남군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 옥녀봉에서 남군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 갈론계곡의 모습


17:17  군자사에서 능선을 따라 올라오는 길과 만났다. 군자사에서 올라오는 길은 입산통제구역에 속해 있다. 이제 정상도 멀지 않았다. 오른쪽에 정상 봉우리를 두고 왼쪽으로 우회를 해서 다시 오른쪽으로 올랐다.


▲ 구절초가 예쁘게 피었다


17:30  정상 도착. 꽤 넓은 암봉이 두 개가 있는데 정상 표지석도 없고 정상을 알려주는 어떤 표지도 없었다. 정상이 맞기는 맞나? 시간적으로나 높이로 보아 정상이 틀림없긴 한데. 자,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다래골 쪽으로 내려갈 길을 찾는데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지도를 보아도 분명하지가 않고. 조금 망설이다가 대충 지형을 살핀 다음 계곡 사면길로 방향을 잡고 하산을 시작했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일이고, 또 어두워지면 자칫 길을 잃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비학산 정상에서

 

비학산 정상에서


온통 너덜지대의 급사면길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길이 없으니 개척을 해야한다. 다행히 가시덤불이나 절벽은 없었다. 이끼가 끼어 있는 돌이 미끄럽다. 게다가 아쿠아 슈즈를 신어서 그런지 발목이 고정되지 않아 제멋대로 논다. 어쨌든 빨리 계곡으로 내려가 길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산은 계곡을 따라 옆으로 길이 나 있기 때문이다. 두 어번 넘어지면서 최대한 서둘러서 스크리 지대를 내려왔다.


▲ 하산길, 바위에 온통 이끼가 끼어 미끄럽다 


18:15  길다운 길이 나타났다. 어허, 표지기도 하나 보인다. 그렇다면 사람이 다녔던 곳이 분명한데. 그러나 그 길은 다시 흐릿해지고 다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어쨌든 계곡을 따라 계속 걸어 내려갔다. 끝도 없는 스크리지대다.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조금 내려가다 오른쪽 사면으로 올라섰다. 길이 나타났다. 제법 분명하다. 아, 살았다. 이제 길따라 내려가면 되겠지. 지금 필요한 건 뭐? 스피드다. 그런데 이 길이 맞기는 맞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길만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어디로 통하는 길이느냐가 관심사가 되었다. 왼쪽 계곡을 따라 길은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그 길이 끝이 없다. 날은 자꾸 어두워지고. 무슨 계곡이 이렇게 길담. 갈론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마침내 하늘이 열리면서 오른쪽으로 논이 보였다. 논이 보이면 마을이 가깝다는 것인데. 마을이 보였다. 그런데 전혀 갈론계곡의 냄새가 풍기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저수지가 보이고... 시멘트 포장도로로 나오니 왼쪽 산 밑으로 커다란 절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다면 오른쪽 저수지는 학동저수지고 왼쪽 절은 군자사란 말인가. 내가 죽어라고 내려온 계곡은? 곤두골이었다. 처음 계획했던 하산로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내려온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정상에서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나마 다행이다. 왜냐하면,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수전교 앞 차도와 만나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차를 몰고 '군자사'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했다.


▲ 곤두골을 내려와서 뒤돌아 본 비학산

 

▲ 곤두골을 내려와서 뒤돌아 본 비학산

 

▲ 군자사 입구에서 본 비학산

 

▲ 군자사 입구에서 본 비학산

 

▲ 군자사 입구에서 본 비학산


19:02  차도에 도착.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오른쪽의 괴산수력발전소가 점점 어둠에 잠겨간다. 10분 정도 기다리자 아내가 차를 몰고 왔다. 땀에 흠뻑 젖은, 그리고 온통 흙투성이의 옷을 보고 아내는 놀란다. 그래도 무사히 내려와서 다행이란다. 만약 아내와 함께 올라갔다면 조금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지도 모른다. 오후 늦게 이름 없는 산에 가는 것은 모험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늘 산은 이렇게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이번 산행은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일깨워 준 가치 있는 산행이었다.


▲ 차도 옆에 있는 군자사 표지석 

 

▲ 차도에서 본 괴산수력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