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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07.09.02. [충북山行記 31] 충북 영동 마니산

by 사천거사 2007. 9. 2.

마니산 산행기

◈ 일시: 2007년 9월 2일 일요일

◈ 장소: 마니산(충북 영동 양산  639.8m)

◈ 코스: 중심이마을 → 마니산 → 중심이재 → 중심이마을

◈ 시간: 2시간 28분


 


10:05   청주 아파트 출발. 오늘은 원래 아내와 함께 금수산을 가려고 한 날인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비가 내리고 있어 금수산 산행은 취소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차츰 비가 가늘어지고 산행에 큰 지장이 없을 것 같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산을 물색했다. 그렇게 낚인 것이 영동 양산의 마니산. 위치를 쉽게 얘기하면 천태산 맞은 편에 있는 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서청주IC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 남이분기점에서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섰다. 하늘은 잔뜩 흐려있고 간간이 안개비가 차창에 부딪친다. 차량은 그리 많지 않다. 라디오에서 분위기를 잡느라고 샹송을 틀어주고 있다. 아는 노래? '파리의 지붕밑'이 감미롭고 이브 몽땅의 '고엽'이 구슬프다. 벌써 가을인가. 폭염이 어쩌고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옥천IC로 고속도로를 나왔다. 통행료 3,100원. 4번 국도를 타고 이원까지 온 다음 501번 지방도를 탔다. 길 양쪽 밭에 각종 묘목이 한창 자라고 있었다. 개심저수지와 천태산 입구를 지나 양산에 도착. 중심이 마을이 있는 죽산리로 가야하는데 길을 모르겠다. 지도를 봐도 그렇고. 일단 송호관광지를 지나 금강을 왼쪽으로 끼고 심천 쪽으로 달렸다. 금강에는 흙탕물이 넘실대며 흐르고 있었다. 비가 많이 오기는 온 모양이네. 죽산리로 가려면 이 금강을 건너야 하는데. 심천 쪽으로 가다 두평리 매점 옆에 차를 세우고 다시 지도를 보는데 누군가가 차창을 두드린다. 유리를 내리니 한 남자가 어디를 찾느냐고 묻는다. 마니산을 갈 건 데요. 그 남자는 조금 생각을 하더니 이 길을 따라 심천 쪽으로 가다 다리가 나오면 건너간 다음 다시 좌회전을 해서 내려오라고 일러준다. 길을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나서서 가르쳐주다니. 그래서 이 세상은 살아갈 맛이 난다. 그 고마운 분 말대로 다리를 건너 좌회전을 한 다음 얼마를 내려오니 중심이 마을로 가는 이정표가 있어 우회전해서 한참을 들어갔다. 아스팔트로 포장이 잘 되어 있고 벚나무 가로수도 운치가 있었다. 도로가 끝나면서 왼쪽으로 넓은 공터가 있다. 주자장인가?

 

11:47   중심이 마을에 도착. 포장도로가 끝나면서 오른쪽으로는 기도원이 있고 왼쪽에는 간판이 제거된 '샤토마니 레드 와인' 공장 건물이 있었다. 그 건물 앞이 넓은 공터인데 주차장으로 제격이었다. 먼저 도착한 부부 산행객 4명이 산행준비를 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마니산은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날씨가 개는 낌새다. 비는 올 것 같지 않다.


▲ 산행 기점인 영동 양산 죽산리 중심이 마을

▲ 샤토마니 레드와인 공장


11:55   산행 시작. 샤토마니 공장 위로 아스팔트 도로가 있어 따라 올라가니 오른쪽에 있는 건물로 이어지고 그 왼쪽으로 숲길이 나 있었다. 지금 비는 내리지 않지만 지난 밤에 내린 빗물이 산행로로 흘러내리고 있다. 길가 으름덩굴에 으름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서 익어가고 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 아닌가. 얼마 동안 이어지던 산길이 끊어지고 칡덩굴이 깔린 풀밭 위로 여러 갈래의 길이 나 있다. 물론 정확한 길은 아니고 사람이 다녔던 흔적이다. 초반부터 왜 이러지? 사람이 잘 안 다니는 산인가? 지형을 살피면서 한 쪽 길을 선택해서 풀숲을 헤치고 올라갔다. 이럴 때는 대충 감으로 올라가야 한다. 어느 정도 올라간 다음 왼쪽 숲으로 들어가니 나무에 매달린 표지기가 보였다.


▲ 산행로에 내린 비로 물길이 되었다

 

▲ 으름덩굴에 으름이 한창 익어가고 있다

 

▲ 길을 찾지 못해 덤불을 헤치고 올라가야 했다


12:06   표지기! 얼마나 반가운지. 길을 잃었을 때 만나는 표지기 하나는 구세주와 같다. 혹자는 표지기를 매다는 것이 자연보존에 좋지 않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글쎄, 그것은 여러 모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산행로가 확실하게 정비가 되어 있으면 물론 표지기는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지리산국립공원처럼. 그러나 사람이 별로 찾지 않는, 산행로가 확실하지 않는 산에는 표지기는 단순한 천 조각 이상의 가치가 있다. 길을 제대로 찾아 올라가니 경사가 조금 급해도 걷기에 좋다. 표지기도 종종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 왜 길을 못찾았지? 


▲ 반가운 표지기

 

▲ 능선에 올라서


12:20   모처럼 앞이 탁 트이는 전망이 좋은 곳에 올라섰다. 양산면 쪽이 내려다 보이는데 작은 저수지가 바로 아래다. 날이 조금씩 개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었다. 점심이라야 찰떡 세 조각과 물이 전부다. 물을 두 통이나 가져왔는데 반 통도 못 먹을 것 같다. 내 뒤를 따라온 산행객 네 명은 감감 무소식이다. 길을 못찾나?


▲ 능선에서 내려다 본 양산면 방면


12:38   바위에서 미끄러졌다. 물먹은 이끼가 낀 바위를 밟았는데 그냥 미끄러졌다.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고 뭐고 미끄러진다. 넘어진 내 모습을 보고 매미들이 좋다고 울어댄다. 물먹은 바위는 조심 또 조심! 거대한 암벽이 나타났다. 밧줄이 매어져 있다. 오른쪽 아래로 기도원과 샤토마니 공장이 내려다보인다. 하얀 뱀 같은 금강도 보이고.


▲ 밧줄이 늘어져 있는 암벽 구간

 

▲ 멀리 금강이 사행하고 있다


12:50   첫봉에 올랐다. 조망이 좋아 기도원과 샤토마니 공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중심이 마을로 연결된 계곡, 그 뒤로 흙탕물이 흐르는 금강이 뱀처럼 굽어 있다. 첫봉을 지나 능선길을 걷는데 비가 온 뒤라 그런지 이름 모를 버섯들이 여기 저기 널려 있다. 버섯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니 어느 것이 먹는 건지 못 먹는 건지 모른다.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어 차라리 좋다. 앞에 봉우리가 또 하나 나타났는데 자태가 아름답다. 왼쪽 501 지방도 건너로 천태산의 정상 부분이 운무에 싸여 보이지 않는다.


▲ 봉우리에서 내려다 본 기도원과 샤토마니 레드 와인 공장 건물

 

▲ 중심이 마을로 들어오는 계곡이 아래로 보인다

 

▲ 아름다운 마니산의 한 봉우리

 

▲ 맞은편 천태산은 운무에 싸여 있다

 

▲ 야생화가 지천이다


13:11   마니산 정상에 도착. 정상 표지석이 있고 그 옆에 삼각점이 박혀 있다. 표지석에는 '마당바위 1.1km, 축성 0.3km'라고 적혀 있다. 잡목에 둘려싸여 있어 조망은 좋지 않았다. 사진을 찍은 다음 집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아내는 날씨가 좋아졌는데도 산에 오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하산길을 찾는데 한 군데에는 '동골산, 누교리'라고 적힌 작은 팻말이 걸려 있다. 앙증맞다. 마당바위 쪽으로 하산 시작. 급경사 길에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바람이 불며 국사봉 쪽으로 운무가 덮히기 시작했다. 급경사 길을 내려가니 길은 평탄해졌다. 암릉을 지나니 오른쪽으로 성터 흔적이 보였다.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들어왔을 때 쌓은 산성이라고 한다.


▲ 마니산 정상에서

 

▲ 바람이 불며 국사봉 쪽이 운무에 싸이기 시작한다

 

▲ 정상 밑 하산길, 경사가 급해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 자연석으로 쌓은 성의 모습


13:31   평탄한 하산길이 이어졌다. '마니산-5'라고 적힌 119 신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마니산-1, 2, 3, 4'는 어디로 갔나. 성벽이 무너져 내린 돌이 길을 막고 있다. 삼거리가 나타났다. 오른쪽은 마당바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하산하는 길인 것 같다. 왼쪽 길을 따라 가니 약간 경사가 진 넓은 암반이 나타났다. 여기가 마당바위인가? 아닌 모양이다. 조금 내려가니 다시 암반이 나타나고 전망이 트이면서 향로봉이 오른쪽에 솟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가 마당바위인 모양이다.


▲ 119 조난 신고 안내 현수막

 

▲ 무너져 내린 성을 쌓았던 돌들

 

▲ 삼거리 갈림길에 있는 앙증맞은 이정표

 

▲ 마당바위로 추측하기 쉬운 암반


13:44   전망이 좋은 마당바위에 도착. 향로봉이 보이고 그 왼쪽으로 기도원과 중심이 마을이 보였다. 바위가 미끄러워 조심을 해야했다. 마당바위에서 조금 내려가니 네 거리 안부가 나왔다. 중심이재다.


▲ 전망바위에서 본 향로봉 모습

 

▲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중심이 마을


13:50   중심이재에 도착. 직진하면 사자머리봉을 지나 안부가 나오고 거기서 다시 직진하면 국사봉으로 오르게 된다. 안부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기도원으로 내려가게 되고. 중심이재에서 왼쪽 길은 평계리 평촌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처음에는 사자머리봉을 넘을 생각이었으나 포기하고 오른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중심이재에서의 하산길은 계곡길이었는데 내린 비로 인해 수로가 되었다. 평소 같으면 물도 흐르지 않을 곳에 폭포가 만들어져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 중심이재

 

▲ 계곡 하산길이 수로가 되었다

 

▲ 경사진 암반에는 작은 폭포가 생기고

 

▲ 자연이 만든 자연의 모습


14:14   산길이 끝나면서 수렛길에 도착했다. 수렛길은 왼쪽으로 이어져 있는데 추측컨대, 사자머리봉과 국사봉 사이 안부로 연결되는 것 같았다. 곧바로 기도원이 나타났다. 그런데 기도원 건물 형태가 마치 휴양림의 방갈로 같다. 이유는? 그렇다. 원래 이 기도원 건물은 마니산관광농원 건물이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관광농원 건물을 사들여서 기도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차도에서 이 기도원까지 아스팔트 포장이 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길을 걸으며 오른쪽을 올려다 보니 마니산 암릉과 암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멋있다. 


▲ 수렛길과 산행로가 갈라지는 삼거리

 

▲ 기도원 가는 길에 본 향로봉 모습

 

▲ 기도원 쪽 하산길에서 본 마니산 능선

 

▲ 하산길에서 본 사자머리봉과 국사봉의 경계 안부


14:23   샤토마니 공장 공터에 도착. 산행객 네 명이 타고온 차는 그대로 있다. 차를 돌려 중심이 마을을 빠져 나온 다음 차도에 이르러 우회전을 했다. 양산에서 들어오는 길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찾았다. 송호관광지에서 심천 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왼쪽에 새로 놓은 봉곡교를 건너면 되는 것이었다. 아까 지나쳤던 다리다. 알면 이렇게 쉬운 것을. 양산과 이원을 거쳐 옥천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올라섰다. 차량이 조금 늘어난 것 같았지만 밀리는 편은 아니었다. 청주에 가까워지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오늘 차로 왕복을 하면서 교통사고 현장을 4건이나 목격했다. 빗길이라 그런가.


▲ 샤토마니 공장에서 본 향로봉과 사자머리봉, 오른쪽은 기도원


16:00   청주 아파트 도착. 비가 조금씩 내린다. 아내를 불러내어 단골 순대집으로 가서 순대 전골 2인분을 시켜 소주를 곁들였다. 아내는 산에 가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다음에 가면 되지 뭐. 그런데 이 비는 언제 그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