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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백두대간

2007.10.21. [백두대간記 14] 지기재→화령

by 사천거사 2007. 10. 21.

백두대간 제14구간 종주기 

◈ 일시: 2007년 10월 21 일요일

◈ 구간: 지기재 → 신의터재 → 무지개산 → 윤지미산 → 화령

◈ 거리: 15.5km

◈ 시간: 4시간 49분



05:40  청주 아파트 출발. 오늘은 산행 시간이 짧은 구간이기 때문에 아침에 조금 늑장을 부렸다. 바깥에 나오니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그러나 예전에 어렸을 때 보던 별과는 많이 다르다. 별빛이 많이 흐려졌다. 금년 1월 네팔 트레킹에서 새벽에 푼힐전망대에 오를 때의 별빛이 생각난다. 온 하늘이 별 천지였으며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져내릴 것처럼 가까이 보였다. 태어나서 별을 그렇게 가까이 본 것은 처음이었다. 새벽 기온이 차다. 온도계를 보니 거의 0도에 가깝다.

 

보은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25번 국도를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32번 지방도를 이용해서 미원까지 간 다음 다시 19번 국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오늘 가는 길은 두 번째 코스를 이용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량은 별로 없다. 미원에서 보은쪽으로 들어서자 서서히 안개가 비치기 시작하더니 점점 짙어졌다. 날씨는 좋을 모양이다. 동쪽 하늘이 붉어지는 것이 해가 뜨는 낌새이다. 

 

07:00  화령에 도착. 넓은 공터 한쪽에 차를 세우고 택시기사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054-533-7149. 화서면이 바로 옆이기 때문인지 화령에 도착을 해서 전화를 해도 금방 택시가 도착을 했다. 택시는 화동 방면으로 달리는데 이리저리 샛길을 잘도 찾는다. 안개는 완전히 걷혔다. 15분 정도 지나자 눈에 익은 지기재가 보인다. 택시비는 2만원. 

 

07:18  지기재에 도착. 2주 만에 다시 온 곳이지만 눈에 익다. 등산화 끈을 조인 다음 포장도로를 따라 산행길로 들어섰다. 왼쪽 과수원의 사과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금은골 마을 안길을 따라 700m 정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대나무 숲이 나오고 그 왼쪽으로 산행길이 나 있다. 한 농부가 아침 일찍부터 농기계를 정비하고 있다. 키가 작은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마을길과 다시 만나고, 다시 능선으로 올라 10분 정도 걸으니 암릉길이 나왔다. 암릉길 위에 암반이 있어 잠시 휴식을 취했다.


▲ 지기재에서의 산행 기점, 마을로 가는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 암반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07:58  능선이 오른쪽으로 꺾이는 곳 통과. 백두대간에는 표지기가 많아 길을 잘못들 염려는 거의 없다. 다시 논이 왼쪽으로 보이고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다. 8시 8분, 부부로 보이는 산행객 2명을 만났다. 어디서 출발했나? 아, 신의터재에서 출발했구나. 오늘은 산행객들을 좀 만나려나. 미리 말하지만, 오늘 산행에서 만난 사람은 이들이 전부였다. 어, 진달래가 폈네. 여기도 철 모르는 놈들이 있군. 8시 27분, 백두대간 능선 위에 서 있는 고압선철탑을 통과했다. 얼마 안 가서 차소리가 들리며 신의터재가 눈에 들어왔다.


▲ 경사가 거의 없는 완만한 능선길

 

▲ 철을 모르는 진달래가 피었다 

 

▲ 백두대간 능선 위에 있는 고압선철탑  


08:35  신의터재에 도착. 상주시 내서면 낙서리와 화동면 이소리를 연결하는 도로의 고갯마루로 해발 280m이다. 커다란 표지석과 낙동강과 금강 분수령 표지판이 있고 '지기재까지 4.6km'라고 적혀 있는 이정표도 있다. 등나무 아래 벤취가 4개 설치되어 있어 쉬어가기에 좋다. 작은 공원 같은 분위기가 난다.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승용차가 3대 세워져 있는데 서울과 경기 번호판인 것을 보니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사람들이 세워놓은 것 같다.

 

백두대간은 도로 건너편 수렛길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축사 건물이 보이고 그 뒤 야산에 방목된 흑염소들이 활개치며 돌아다니고 있다. 흑염소 농장인 모양이다. 꽤 나이가 든 건장한 남자가 축사를 돌보고 있었다. 축사를 지나면서 내리막길인데 오른쪽으로 산행로가 나 있다. 올라 붙었다. 평탄한 능선 왼쪽으로 선교리 마을이 언뜻언듯 보인다. 9시 1분, 농로 사거리 통과. 능선을 걷다 다시 야트막한 봉우리를 넘어서니 왼쪽으로 바랭이에 뒤덮인 감나무 과수원이 나타났다.


▲ 신의터재 표지석 앞에서

 

▲ 신의터재에서의 백두대간 진입로 

 

▲ 무슨 용도의 삼각점인지 모르겠다 

 

▲ 선교리 마을 모습  


09:21  왼쪽 감나무 과수원 통과. 인터넷에서 7년 전에 묘목을 심었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난다. 그 새 많이 컸다. 9시 38분, 안부 사거리를 통과. 다시 완만한 오름길이다. 능선으로 바람이 계속 불어오는데 차갑다. 보온을 위해 조금 따뜻한 옷을 입었더니 땀이 난다. 산행을 하기에 좋은 날씨인데도 속 사정은 그렇지 않다. 어쨌든 산행을 할 때는 땀이 나기 전에 입고 벗고를 빨리 해서 체온조절을 신속하게 하는 것이 좋다. 장자봉 직전 안부와 사거리 안부가 있다는데 언제 지났는지 모르겠다. 안부를 몇 개 지나기는 했는데...


▲ 감나무 과수원 

 

▲  예쁜 빨간 청미래덩굴 열매 

 

▲ 예쁜 빨간 청미래덩굴 열매


09:53  무지개산 직전 안부에 도착. 표지판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해발 438m의 무지개산에 닿게 된다. 올라가는 것은 생략. 10시 6분, 사거리 안부. 바람은 계속 분다. 얘들은 쉬는 시간도 없나. 매미 소리가 들린다. 10월도 막바지인데 매미는 언제까지 우나. 10시 14분, 사거리 안부. 10시 36분, 사거리 안부. 낮은 산으로 이어져 있다보니 위급한 일이 일어났을 때 탈출할 길도 많다.

 

이제 산에는 산부추, 구절초, 쑥부쟁이만 꽃 모습을 보여 준다. 아참, 철 모르는 진달래도 있지. 10시 57분, 화령재를 넘나드는 차소리가 들린다. 11시 2분, 윤지미산 직전 암봉에 도착했다. 바위가 적당하게 배치된 암봉은 쉬어가기에 좋을 것 같다. 나도 잠시 휴식. 


▲ 무지개산 직전 안부 

 

▲ 내 그림자를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 낙엽이 깔린 부드럽고 평탄한 능선길 

 

▲ 윤지미산 오르기 전 암봉에서  


11:14  윤지미산 정상에 도착. 정식 표지석은 없고 돌무더기 위에 표지판을 돌로 고정시켜 놓았다. 돌무더기 왼쪽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표지기로 멋진 옷을 해입었다. 바람에 날리는 표지기가 마치 금년 1월 네팔 트레킹을 할 때 본 룽다 같다. 네팔. 또 가고 싶다. 올 겨울은 다른 일정 때문에 안 되고, 내년 겨울에는 다시 찾을 예정이다. 하산 시작.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겨울철에는 꽤 위험할 것 같다. 내려갈 때는 항상 조심.특히 무릎 조심.


▲ 윤지미산 정상의 표지기들이 네팔에서 본 룽다 같다 

 

▲ 윤지미산 정상에서 


11:28  급경사 내리막길 다음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사람 사는 것도 그렇다. 내리막길이 끝나면서 농로에 내려섰다. 눈 앞이 트이면서 인삼밭이 펼쳐지고 그 뒤로 트랙터 한 대가 한창 밭을 갈고 있었다. 무엇을 심으려고 하나? 내 생각으로는 인삼밭을 조성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인삼 농사가 경제성이 있다고 하니 너도 나도 심는다. 예전에는 특정 지역에서만 인삼 재배를 했지만 지금은 그런 지역적 한계는 없어진 실정이다. 기상이변의 덕택인가, 아니면 재배 기술이 발달했나? 그도 저도 아니면 인삼이 우리나라의 자연 환경에 적응을 했나? 나로서는 모를 일이다. 농로를 따라 조금 걸으니 곧 산행로는 오른쪽 능선으로 이어졌다.


▲ 인삼밭과 추수가 끝난 경작지 

 

▲ 빨간 열매, 오미자  


오미자

 

감(甘, 단맛)·산(酸, 신맛)·고(苦, 쓴맛)·신(辛, 매운맛)·함(鹹:짠맛), 이렇게 다섯 가지 맛을 낸다는 의미에서 '오미(五味)'라고 칭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오미자는 남자의 정기를 돋운다고 명기되어 있다. 또 오미자 조청은 정기를 수렴시켜 몽정, 유정, 활정을 다스린다고 씌어 있다. 오미자는 지방산과 유기산을 함유하고 있어 두뇌 활동을 촉진한다. 또 간의 글리코겐(glycogen) 합성을 활발하게 하므로 당 대사가 원활해진다. 또 간세포의 단백질 합성을 자극해 정력을 증강시킨다. 그러므로 사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소변을 볼 때 정액이 섞여 나와 소변색이 부옇다면 오미자가 안성맞춤이다.

복용법

 

오미자 조청: 오미자 600g을 깨끗이 씻어 물에 담가 하룻밤이 지난 다음, 찧어서 즙을 낸다. 이것을 헝겊에 걸러서 씨핵, 껍질 등을 제거한 뒤에 냄비에 넣고 꿀 1,200g을 섞어 약한 불에서 조린다. 수시로 1~2수저씩 공복에 먹는다.

오미자차: 일단 잘 마른 오미자를 구입한다. 그리고 오미자를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끓여서 식힌 물에 하루 정도 담가둔다. 그 다음 체로 국물만 걸러내어 시원한 곳에 보관한다. 마실 때는 꿀을 약간 타서 마시면 먹기가 훨씬 수월하다.


11:50  임도에 내려섰다. 지나다닌 차 바퀴가 선명하다. 두어 굽이 돌아간 임도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산행로가 나 있다. 완만한 능선 위에 있는 봉우리를 몇 개 넘으니 오른쪽으로 하얀색 교각 위를 지나가는 4차로 도로가 잡목 사이로 보인다. 금년 11월에 개통되는 청원-상주간 고속도로다. 우리나라는 토목공사 기술이 세계 수준급이라 도로 개설의 전문가다. 산이 가로 막으면 터널을 뚫고 물이 있으면 교각을 세우면 된다. 그래서 요즘 개설되는 도로는 거의 직선이다.

 

봉우리를 하나 넘으니 왼쪽으로 다시 청원-상주간 고속도로가 보인다. 마치 거대한 흰색 아나콘다가 햇볕을 쬐고 있는 것 같다. 정말 다행인 것은, 고속도로를 내면서 백두대간 허리를 자르지 않고 터널을 팠다는 것이다. 옛날 같으면 터널을 파지 않고 그냥 잘랐을 것이다. 사치재를 자른 88고속도로, 추풍령을 자른 경부고속도로를 보면 안다. 그 때 그 공사를 한 사람들은 백두대간이 뭔지도 몰랐을 것이다. 


▲ 차량 통행 흔적이 분명한 임도 

 

▲ 11월 개통 예정인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 구절초가 무리지어 피었다 

 

▲ 무슨 용도인지 알 수 없는 삼각점 

 

▲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12:07  화령에 도착. 화령은 25번 국도가 지나가는 고개로, 넓은 공터에 '백두대간 화령'이라고 쓴 거대한 표지석이 있고 그 오른쪽으로 '화령재 해발 320m'라고 쓴 표지석이 또 있다. 왼쪽은 최근에 세운 것이고 오른쪽은 옛날 것이다. 공터 오른쪽 언덕 위에 쉼터인 팔각정자도 세워져 있다. 백두대간이 산을 타는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고, 따라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백두대간의 정비나 보수, 또는 편의시설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산림청에서도 적극적으로 그런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단,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백두대간을 막아 놓고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것도 25년 씩이나. 현재 정책대로라면 내 나이 73세가 되어야 떳떳하게 통과할 수 있다. 그 때까지 살지도 모르는데. 범법자만 양산하고 있는 꼴이다. 백두대간을 막는 것이 자연보호의 능사가 아니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방법을 하루 빨리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지리산국립공원이 좋은 본보기다. 참고로,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산림청이 아니라 환경부 소속이다.

 

화령 출발. 보은까지 온 다음 이번에는 25번 국도를 이용, 수리티재와 피반령을 넘어 청주로 귀환했다. 19번 국도보다 차량도 적고 주변 경관도 아름답다. 점심 때라 도로변에서 점심 먹을 만한 곳을 계속 찾았으나 식성에 맞는 마땅한 곳이 없어 청주까지 그냥 달렸다.


▲ 화령 표지석 

 

▲ 화령재 표지석 

 

▲ 화령 표지석에 앉아서  


13:35  청주에 도착. 2시도 안 됐네. 너무 빨리 끝났나. 이번 구간은 대체로 높이가 300~400 미터의 야산이고 오르내림의 경사도 심하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기억해둘 만한 곳으로는 해발 280m의 '신의터재', 538m의 '윤지미산' 정도이다. 청량한 가을 날씨에 산행에 크게 힘도 들지 않아 기분이 산뜻하다. 이제 중화지구대는 끝이 났고 다음부터는 속리산 국립공원으로 들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