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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백두대간

2007.11.25. [백두대간記 15] 화령→갈령

by 사천거사 2007. 11. 25.

백두대간 제15구간 종주기 

◈ 일시: 2007년 11월 25일 일요일 

◈ 구간: 화령 → 봉황산 → 비재 → 갈령 

◈ 거리: 10.7km+1.2km(접근 거리) 

◈ 시간: 6시간 44분

◈ 회원: 아내와 함께


 


07:57  청주 아파트 출발. 오늘은 백두대간 제15구간인 '화령-갈령' 구간을 종주하는 날이다. 백두대간 구간 중에서 거리가 가장 짧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을 것 같아 아내와 함께 종주를 하기로 했다. 전 구간을 함께 하면 좋겠지만 사정상 어렵기 때문에 한 구간이라도 동참을 하기로 한 것이다.

 

무심천 하상도로로 들어서니 무심천에서 물안개가 하얗게 피어오르고 있다. 장관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려면 시도 때도 없이 자꾸 다녀야 한다. 오늘의 산행 기점인 화령까지는 25번 국도만 계속 따라가면 된다. 청주에서 화령까지는, 그리 짙은 안개는 아니었지만, 계속 안개가 끼어 있었다. 피반령과 수리티재를 넘을 때에만 조금 빤했다.

 

09:22  화령에 도착. 여기는 안개가 없다. 화령에는 버스가 두 대 세워져 있는데, 한 대의 버스에서 막 내린 단체 종주팀이 도로를 건너 산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화령에서 지기재 방향으로 南進을 하는 팀이었다. 얼필 보니, 나이가 젊은 사람들도 많다. 이제는 산에 다니는 사람들에 남녀노소가 없다. 하긴, 1,500만명이 등산 인구라니. 좋은 현상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산에 다니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산행 준비를 한 다음 도로를 따라 화서 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화북을 거쳐 송면으로 이어지는 49번 지방도가 우측으로 나 있다. 백두대간길은 49번 지방도 건너편인데 표지기가 많이 붙어 있고 백두대간 등산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산길로 들어서자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길은 온통 활엽수 낙엽으로 덮여 있고 경사는 완만하다. 신선한 아침 공기가 머리 속을 파고 드는데 상쾌하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기는 하지만. 10시 3분, 키 작은 소나무들이 양쪽으로 도열해 있는 길을 계속 걷는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 하나, 450봉인가?


▲ 오늘 산행 기점인 화령

 

▲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곳

 

▲ 온통 낙엽으로 덮인 완만한 오름길

 

▲ 걷기에 아주 좋은 낙엽 쌓인 흙길


10:06  450봉에 올랐다. 앉아서 쉬기에 좋은 바위가 있어 잠시 휴식을 취했다. 따스한 햇볕이 반갑다. 추운 날 따뜻한 양지에서 해바라기를 하는 것도 작은 행복이다. 450봉에서는 다시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 450봉에서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 키 작은 소나무가 많은 곳에서


10:28   450봉에서 내려오는데 단체 산행객들이 떼를 지어 내려오고 있다. 지금까지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단체 종주팀과 같은 방향으로 가기는 처음이다.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직접 올라가는 길이 없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나 있다. 왼쪽이 사유지인 모양인데 비닐끈으로 경계를 지어놓았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진정한 산꾼들은 산행로 이외에는 들어가지 않는데.

 

요즘은 하도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날나리들도 종종 눈에 띈다. 그래서 그런지 산행로, 특히 쉼터 주변의 쓰레기도 예전보다 늘어난 느낌이다. 길 양쪽으로 진달래인지 철쭉인지 모르겠는데 계속 모습들 드러내고 있다. 봄에 오면 꽃구경 께나 할 것 같다. 진달래와 철쭉은 잎이 지면 영 분간이 안 된다.


▲ 산불감시초소로 올라가는 급경사의 지그재그길

 

▲ 단체 산행객들이 줄을 지어 오르고 있다


10:38  높이가 576m인 산불감시초소에 도착. 할아버지 한 분이 초소에 앉아 있었다. 인사를 드렸더니 받아주신다. 아내와 나는 명예산림보호지도원이라 산불이나 소나무 재선충, 쓰레기 투기 등에 늘 관심을 가지고 산행을 한다. 산불감시초소부터는 다시 내림길이다. 안부를 지나 조금 올라가면 왼쪽으로 죽전마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오른쪽 49번 지방도 건너편 대궐터산의 암봉이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정면으로는 지금 향해 가고 있는 봉황산 정상이 보이고.


▲ 산불감시초소 모습

 

▲ 산불감시초소 앞에서, 명예산림보호지도원입니다

 

▲ 멀리 보이는 봉황산 정상

 

▲ 49번 지방도 건너로 보이는 대궐터산


11:00  커다란 바위가 앞으로 가로 막고 있어 왼쪽으로 우회를 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11시 8분에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산불감시초소에서 이어진 능선이 S자를 그리며 뻗어 있다. 걸을 때는 모르는데 걷고 난 뒤에 보면 먼 길을 걸어왔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루하루 생활을 할 때는 모르는데 지나고 나면 긴 세월을 살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 암봉이 있어 왼쪽으로 우회 

 

▲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있다

 

▲ 잠시 휴식을 취하며

 

▲ 산불감시초소에서 이어져 오는 능선


11:24  봉황산 정상에 도착. 정상 표지석에 '白頭大幹 鳳凰山 740.8m'라고 적혀 있다. 그 뒤로 삼각점도 박혀 있고. 정상에는 서너 명이 간식을 먹고 있었다. 사실, 백두대간에는 정상이 없다. 계속 이어지는 능선에서 어느 것이 정상인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그냥 스쳐 지나가는 한 봉우리에 불과하다. 갈 길이 멀어 바로 출발.


▲ 봉황산 정상에서

 

▲ 봉황산 정상에서


11:34  내리막길인데 바위가 있어 왼쪽으로 돌아서 진행을 했다. 11시 39분, 역시 앞에 있는 봉우리를 직접 오르지 않고 왼쪽 사면으로 난 길을 이용해서 돌아갔다. 저 멀리 왼쪽으로 구병산이 보인다. 봄날씨다. 가을이 끝나가는데 왠 봄날씨? 바람은 조금 차가운데 햇볕은 따뜻하니 마치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날씨 같다. 

 

12:00  딱따구리가 집을 짓는 중인지 연신 부리로 나무를 쪼아대고 있다. 나무 조각이 튀고 쪼는 소리가 산을 울린다. 저 놈들은 짓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집을 지을 수 있는데 소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우리는 그럴 수가 없으니, 누가 더 행복한지 모르겠다. 급경사 오르막길이 끝나면서 660봉에 도착. 산행로는 오른쪽으로 나 있고 내리막이다.


▲ 멀리 보이는 구병산

 

▲ 660봉에서


12:09   660봉을 조금 내려와 양지에서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늘 그렇듯이, 김밥과 커피. 오늘은 밀감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우리가 단골로 이용하는 아파트 옆 김밥집 김밥은 속을 여러 가지로 넣어서, 내가 먹어본 바로는,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점심을 먹는 중에도 660봉에서 종종 사람들이 내려온다. 오늘은 지리산에서 진부령으로 北進하는 사람들만 볼 것 같다. 


▲ 660봉 아래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에


12:33  점심 후 출발.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는 길이 계속 이어졌다. 왼쪽으로 구병산이 우뚝하고 좌우로 이어진 능선이 하늘을 가르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49번 지방도가 백두대간을 따라 함께 달리고 있는 모습이 완연하다. 459봉을 거쳐 비재로 내려가는 길 양쪽으로 비닐끈이 계속 늘어져 있는데 군데군데 찢어져서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보기에 너무 안 좋다.

 

경고 안내문으로 미루어 보아, 임산물 채취를 금하기 위해 사유지 출입을 통제할 목적으로 설치한 비닐끝이 끊어져서 흉물스런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었다. 백두대간보존회나 환경단체에서 백두대간을 하는 산악회의 협조를 받아 대대적인 백두대간 청소를 한 번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 구병산 능선

 

▲ 입산통제 안내문


13:12  비재에 도착. 49번 지방도와 25번 국도를 연결하는 2차로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곳이다. 특별한 조형물이나 안내판은 없고 맞은 편에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 비재

 

▲ 비재에 있는 철계단에서


13:17  철계단 위로 올라서니 가파른 오름길이다. 낙엽이 쌓인 지그재그식 길인데 미끄럽다. 스틱을 이용해서 발을 힘을 주고 한 걸음씩 오른다. 서두를 필요 없다. 일찍 오른다고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늦게 오른다고 산봉우리가 다른 데로 가버리는 것도 아니니까.


▲ 철계단 위 가파른 오름길

 

▲ 오름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13:40  455봉에서 한바탕의 급경사 오름길이 끝난 후 다시 급경사 오름길이다. 오름길 끝은 510봉. 여기서부터는 다시 급경사 내리막이다. 안부를 지나 다시 오름길. 14시 3분, 암벽이 앞을 가로막아 오른쪽으로 돌아서 암릉 위로 올라섰다. 14시 39분, 잠시 휴식.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나든 다음 690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했다.


▲ 암릉을 우회하고 있다


14:51  해발 650m의 못재에 도착. 백두대간에 있는 유일한 습지다. 왼쪽으로 억새에 둘러쌓인 습지가 보인다. 못재 위에는 충북알프스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구병산으로 가는 길이다. 못재 위는 680봉인데 넓은 평지에 헬리콥터 착륙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다시 내리막길 시작, 나무에 비재와 충북알프스로 길이 갈라진다는 이정표가 걸려 있다. 직진하면 갈령 삼거리. 바위가 길을 막아 왼쪽으로 세 번 우회를 하여 721봉을 넘어서니 갈령 삼거리다. 왼쪽으로 형제봉이 우뚝하다.


▲ 못재에 있는 습지

 

▲ 못재에서 헬리콥터 착륙장으로 올라가고 있다

 

▲ 못재 위에 있는 헬리콥터 착륙장

 

▲ 갈령삼거리를 향하여

 

▲ 형제봉 모습


15:34  갈령삼거리에 도착. 많은 사람들이 쉬면서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형제봉으로 올라가게 되고 오른쪽으로 가면 갈령으로 내려가게 된다. 갈령 쪽으로 방향을 잡고 하산 시작. 왼쪽으로 형제봉에서 속리산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천황봉에서 문장대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하늘을 가르고 있다. 다음 번에 가야할 종주길이다. 장엄한 속리산의 위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화서 택시에 전화를 걸어 갈령으로 오게 한다음 발걸음을 재촉했다.


▲ 갈령삼거리 이정표 

 

▲ 속리산 천황봉에서 문장대로 이어지는 주능선

 

▲ 속리산 주능선

 

▲ 갈령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있는 헬리콥터 착륙장 


16:07   갈령에 도착. 호출한 택시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 번 화령에서 지기재까지 이용한 바로 그 택시다. 미리 내려온 단체 산행객들이 마무리 체조를 하고 있고. 기사분에게 아는 체를 한 다음 화령으로 출발.


▲ 갈령에 있는 표지석


16:24  화령재 도착. 아침에 있던 관광버스 두 대는 이미 사라졌고 내 차만 덩그라니 남아 있다. 기사분과 작별을 한 후 차를 돌려 다시 25번 국도를 따라 北進. 날씨가 좋아 나들이 차량이 많다는 뉴스가 라디오를 통해 계속 들려온다. 이곳은? 그리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평상시와 같다. 남일을 지나 32번 지방도와 합류를 하자 차들이 많아졌다.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18:08  청주 아파트 도착. 산행 후에 늘 찾는 단골집 '김천가'로 갔다. 무엇하는 집? 순대 전골을 전문으로 하는 집인데 맛이 괜찮아 손님이 많은 편이다. 아내는 치아 때문에 금주 상태라 혼자서 소주 3분의 2병을 마시고 귀가. 오늘 산행은 무엇보다도 백두대간 종주에 아내가 동참을 했다는 데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다른 구간도 함께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