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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백두대간

2007.10.07. [백두대간記 13] 큰재→지기재

by 사천거사 2007. 10. 7.

백두대간 제13구간 종주기 

◈ 일시: 2007년 10월 7일 일요일 

◈ 구간: 큰재 → 개터재 → 백학산 → 개머리재 → 지기재 

◈ 거리: 18.3km 

◈ 시간: 6시간 38분 


 


04:42  청주 아파트 출발. 태풍 크로사의 영향으로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하다. 세상에 믿을 놈 없다는 말이 있는데 기상청 직원들을 두고 한 말은 아닌지 모르겠다. 계절은 속일 수 없는지 새벽 공기가 조금 쌀쌀하다. 늘 그러하듯이, 서청주IC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 남이분기점에서 경부고속도로에 합류했다. 차량 통행은거의 없다. 

 

05:31  커피를 한 잔 마시러 옥천휴게소에 들렀다. 그믐달과 샛별이 머리 위에 떠 있다. 잘 어우러지게 하면 터기 국기와 같지 않을까? 터키 국기가 실제로 달과 별의 모양을 따서 만든 것일까?

 

터키 국기(國旗)는 적색(赤色) 바탕에 각각 1개씩의 흰색 초승달과 별로 구성되어 있는데, 별은 금성(金星)을 의미하며 달과 별이 함께 어울린 모양은 선(善)과 행복을 상징하고 있다. 한편, 터키 국기(國旗)는 수세기를 거치는 동안 그 구성에 있어서 몇 번의 변천 과정이 있었다. 초기에 초승달 3개와 별 3개로 구성되어 있던 국기(國旗)가 초승달 3개만 그려진 형태로 변화하였다. 그 후 초승달과 별 3개의 과정을 거쳐 다시 초승달 1개만으로 구성되기도 했었다. 또한 바탕색도 붉은색, 초록색, 노란색 등으로 변화하였다.

터키 국기(國旗) 속에 있는 초승달에 관한 유래는 오스만 제국의 창시자인 오스만 왕의 꿈에서 비롯되었다는 속설 및 비잔틴 제국 정복자인 FATIH SULTAN MEHMET와 SELJUK TURKS의 ALAADDIN 황제 등과 관련된 3가지 이설(異說)이 있다. 한편, 별과 관련된 전설에 의하면 이스탄불을 정복하던 날 MEHMET 황제가 본 밤하늘의 금성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국기에 관한 배색(配色) 및 달과 별의 위치, 크기, 게양방법, 벌칙 등은 법률(법률 제 2/7175 호. 1937년 7월 28일 시행)에 상세히 규정되어 있다. 현재의 터키 국기(國旗)는 1936년 5월 29일 터키 국기 제작법 제 2994호에 의거, 공식으로 채택되었다.

 

원두 커피를 한 잔 마시고 휴게소 출발. 금강이 가까워지자 안개가 서서히 비치더니 점점 짙어진다. 안개가 끼는 날은 날씨가 좋다는데. 태풍 크로사고 뭐고 비는 안 올 모양이다. 영동IC로 고속도로를 벗어나면서 추풍령 기사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기재에서 서로 만나기로 약속. 영동군 용산면에서 901번 지방도를 타고 모서 쪽으로 달렸다. 조금 약해졌던 안개가 다시 짙어졌다. 가시거리가 20~30m 정도도 안 된다. 시골길이고 이른 아침 시간이라 운행하는 차가 거의 없는 것이 다행이다. 만물이 익어가는 시골의 아침 풍경은 너무나 평온하다.


4일 만에 다시 찾은 옥천휴게소  


06:34  지기재에 도착. 그리 높지 않은 평범한 고개라 왼쪽의 분수령 표지판이 없었더라면 그냥 지나칠 뻔 했다. 도로변에 주문한 차가 비상등을 켜고 서 있었다. 주차 공간이 마땅한 데가 없어 그냥 도로변에 차를 세운 다음 차를 옮겨 타고 큰재를 향해서 출발. 올 때와는 달리 해가 뜨고 온도가 높아지면서 안개는 모두 사라졌다. 지기재에서 큰재까지는 승용차로 20분 거리였다. 

 

06:57  큰재에 도착. 4일 만에 다시 찾았다. 해가 벌써 떠서 쨍쨍거리고 있다. 산행로는 민가 맞은 편 폐교 담을 끼고 나 있었다. 조금 올라가니 왼쪽은 97년에 폐교된 학교의 사택인데 완전히 흉가가 되어 있었다. 충무로에 연락해서 괴기영화나 공포 영화를 찍을 때 이용하라고 해야겠다. 나뭇잎에 이슬이 맺혀 있다. 이슬? 오늘 또 물 먹은 발로 걷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산길로 들어섰다. 쌀쌀한 날씨에 손이 시릴 정도다. 완만한 능선길이 크가 그리 크지 않은 나무들 사이로 나 있다. 산행로 오른쪽에서 총소리 같은 것이 자주 들린다. 채석장의 발파 작업 소리인지 뭔지 모르겠다. 7시 20분, 왼쪽 가까이에서 총(?)소리가 크게 들렸다. 깜짝이야! 뭔 소리여. 사냥철도 아닌데.


 큰재에 있는 마을 표지석 

 

 큰재에 있는 박분례 할머니집 

 

 산행로 입구에 있는 백두대간 안내도 

 

 키가 그리 크지 않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  


07:31  시멘트 도로에 내려섰다. 임도는 아니고 회룡목장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왼쪽으로 10분 정도 내려가면 버스정류장이 있다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 오른쪽으로 두 굽이 돌아가니 회룡목장 철문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이정표와 함께 산행로가 나 있다. 완만한 능선길이다. 10여 분 걸었는데 능선 왼쪽으로 목장 건물이 보인다. 꽤 큰 목장이다. 그런데, 진달래꽃이 피었다. 일조량이나 기온이 봄철 개화기 때와 비슷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 모양인데. 그래도 그렇지. 인간이나 진달래나 철 모르고 날뛰는 것들이 꼭 있다.

 

07:46  '옹달샘 20m'라고 쓴 작은 팻말이 나무에 걸려있는 우측 갈림길에 도착. 친절하기도 하지. 계속 완만한 능선이다. 7시 50분, 이름 모를 봉우리에 올라 김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오른쪽에서 총소리는 계속 들려온다. 매미 소리가 찌렁찌렁 숲 속을 울리고 있다. 번식을 위한 처절한 절규로 들린다. 본능.


 

회룡목장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도로

 

회룡목장 철문, 오른쪽 이정표 쪽으로 산행로가 있다

 

 계절을 잃어버린 진달래가 피었다 

 

 10월에 보는 진달래꽃 

 

 옹달샘 이정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평탄한 소나무 숲길  


08:22  회룡재에 도착. 4거리 안부로 수렛길이 좌우로 나 있다. 이정표를 보니 개터재까지는 1.7km로 50분 거리다. 오르막길을 올라 5분 정도 걸으니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있다. 다시 내리막길. 8시 40분, 우회길로 들어섰다. 직진해서 봉우리를 넘어야 원칙이지만 대부분이  우회길을 이용하는 것 같다. 좋은 게 좋지 뭐. 오랜만에 너덜지대를 지났다. 산돼지들이 판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왼쪽으로 마을도 보이고.


 

 회룡재에 있는 이정표 

 

 회룡재에서 

 

산행 중에 만난 나무 열매

 

 너덜지대 


08:52  개터재에 도착. 지기재산장에서 만든 표지판에는 '백학산 6.3km 약 3시간'이라고 적혀 있다. 개터재는 부근에 있는 개터골에 왕실 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넘나들던 고개로 봉산재, 효곡재, 왕실재 등으로 불렸는데 지금은 거의 개터재로 불리고 있다. 기복이 완만한 능선길이 계속 이어졌다. 조금 지루하다.


 

개터재 이정표

 

 산행 중에 만난 하얀 버섯  


09:58  윗왕실재에 도착. 공성면 효곡리와 외남면 소상리를 잇는 윗왕실임도 위로 다리가 놓여 있다.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 다리 왼쪽으로 효곡리로 내려가는 임도가 보이고 그 끝에 논이 펼쳐져 있다. 급경사 오르막 후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졌다. 내리막 후 다시 오르막. 10시 37분, 산행로를 따라 왼쪽으로 입산금지 금줄이 쳐져 있다. 송이버섯 채취 때문에 출입을 막아 놓은 것인가? 봉우리에 오른 다음 왼쪽으로 백학산까지 능선길이 나 있다. 평탄하다.


 

 윗왕실재 표지판 

 

 윗왕실재 위에 놓여 있는 다리 

 

 효곡리 마을로 내려가는 윗왕실 임도

 

백학산 오르는 길에 설치되어 있는 입산금지 금줄

 

백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백학산 오르는 길의 암릉지대  


11:10  백학산 정상. 꽤 넓다. 중앙에 상주시청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표지석이 있다. '백두대간 白鶴山 615m'. 잡목 때문에 조망은 별로인데 모서면 대포리 함박골 마을 쪽은 그런대로 내려다 보인다. 


 

백학산 정상에서

 

 백학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함박골  


11:31  백학산 임도에 내려섰다. 왼쪽은 고개를 넘어 효곡리로 가게 되고 오른쪽은 내서면 방향으로 내려간다. 임도 왼쪽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려온다. 식수 보충 장소. 임도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왼쪽으로 다시 산행로가 나 있다. 앙증 맞은 이정표도 있고. 10분 정도 걸으니 4거리 안부가 나타나고 그 후로 조금 지루한 듯한 완만한 능선이 이어졌다. 

 

12:16  다시 4거리 수렛길이 나타났다. 직진해서 10분 정도 걸으니 왼쪽은 밭이고 오른쪽으로 갈림길이 나 있다. 아까 4거리 수렛길의 왼쪽 길이 밭으로 이어져 있었다. 개머리재가 가까워진 모양인데 주변은 온통 포도, 배, 사과 등의 과수원이었다. 그렇다. 평범하게 논농사만 지어서는 시골에서 먹고 살기 힘들다.


 

백학산 임도

 

 백학산 임도에서 산길이 시작되는 곳에 있는 소박한 이정표 

 

 수렛길 4거리 안부 

 

 왼쪽은 밭, 오른쪽은 갈림길 

 

  나무를 온통 감싸고 있는 칡덩굴

 

 개머리재에 이르기 전의 포도와 배과수원  


12:36  개머리재에 도착. 지형이 개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왕복 2차로 포장도로가 지나가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곳이 지기재인 줄 알았다. 주변에 과수원이 많은 것과 비슷한 도로 모양때문에. 그러나 시간적으로 맞지 않아 개머리재 임을 확신했다. 도로를 건너 왼쪽에 있는 배밭 오른쪽으로 산길이 나 있다. 과수원에는 배가 주렁주렁 달려 익어가고 있었다.

 

이 근처에서 집에서 가져온 배를 먹으려고 하다가 그만 두었다. 烏飛梨落. 그래서 숲길로 들어서서 먹었다. 13시 03분, 수렛길로 내려섰다가 다시 오른쪽 산길로 올라섰다. 봉우리 2개를 넘어 능선길을 걷는데 끝부분에 있는 나무에 '안심산'이라고 쓴 표지판이 달려있다. 안심산? 곧 이어 내리막길이다. 해가 들어가고 바람이 세게 분다. 태풍 크로사가 올라오나? 낙엽송 숲을 지나니 밭과 과수원이 나오고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통신 안테나 밑이 지기재이다.


 

2차로 포장도로가 지나는 개머리재

 

 개머리재를 건너 바라다본 과수원 

 

 개머리재 지나 산행로 왼쪽에 있는 배과수원 

 

 산행 중에 만난 산부추꽃

 

안심산 표지문

 

 하늘로 뻗은 낙엽송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쑥부쟁이가 흐드러지고 있다 

 

 멀리 보이는 통신탑 아래가 지기재 

 

 지기재에 이르기 전의 사과나무 과수원  


13:35  지기재에 도착. 지기재는 모서면과 내서면을 잇는 901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곳으로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 되기도 한다. 이 지기재는 과거에 동네 뒷산에 도둑이 많이 출몰하여 적기재라고 불렸다고 한다. 내 차 뒤에 다른 차가 한 대 주차되어 있다. 열 받은 차 안이 후끈후끈하다. 돌아오는 길은 다음 구간 확인차 일반 도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13시 37분에 지기재 출발, 내서 방향으로 달리다 25번 국도를 만나 좌회전하여 보은 쪽으로 진행했다. 13시 57분, 화령을 지났다. 화령은 다음 구간의 종착지다. 보은을 지나 청주로 오는데 차들이 꽤 많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더 많아지겠지.


 

왕복 2차로 포장도로가 지나는 지기재

 

 지기재에 있는 분수령 안내판 


15:30  청주에 도착. 오늘 구간은 18km가 넘는 거리였지만 제일 높은 백학산이 615m이고 또 기복이 심하지 않은 능선으로 이루어져 있어 산행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 '중화지구대' 구간(추풍령-화령)에서는 '지기재-화령'의 소구간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