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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백두대간

2007.09.16. [백두대간記 10] 부항령→우두령

by 사천거사 2007. 9. 16.

백두대간 제10구간 종주기

◈ 일시: 2007년 9월 16일 일요일 

◈ 구간: 부항령-우두령 

◈ 거리: 17.7km 

◈ 시간: 8시간 36분



04:00  청주 아파트 출발. 태풍 '나리'가 북상하고 있으며 오늘부터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예보가 있었다.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일어나 밖을 보니 비가 오지 않아 예정대로 산행을 떠나기로 했다. 아내는 겉으로 말은 안 하지만 짐짓 속으로는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걱정 되지, 남편인데. 늘 그렇듯이, 서청주IC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 남이분기점에서 경부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오늘 산행 구간은 부항령에서 우두령까지인데 우두령에 주차를 할 예정이기 때문에 황간IC로 진출을 해야한다.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량은 많지 않다. 조금 졸린 기분이 들어 옥천휴게소에 들렀다.

 

04:44  옥천휴게소에 진입. 한산하다. 차에서 내리니 서늘한 기운이 옷속을 파고 든다. 아, 벌써 가을인가. 원두 커피를 블랙으로 한 잔 마셨다. 잠이 확 깬다. 휴게소 주차장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는 잠을 자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 야간 운행을 하다가 피곤하고 졸려서 눈을 붙인 모양이다. 잘하는 일이다. 휴게소를 출발하자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남쪽으로 갈수록 도로 바닥은 온통 젖어 있다. 태풍 때문에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으니 지금 비가 오는 것이 당연한데. 자주 틀리던 일기예보도 이럴 때는 잘 들어맞는다. 머피의 법칙인가? 일면으로 보면, 머피의 법칙은 하나의 페시미즘이라고 볼 수 있다.

 

05:27  황간IC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무풍 개인택시 기사분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반갑게 받는다. 우두령에서 만나기로 약속. 49번 지방도를 타고 매곡을 지나 상촌에 이른 다음, 좌회전하여 김천으로 가는 901번 지방도에 들어섰다. 그냥 직진하면 물한계곡이다. 비는 계속 내린다. 하늘은 잔뜩 흐려있고 날이 개기는 틀린 것 같다. 비가 내리는 농촌 마을은 어둠과 적막에 잠들어 있고 헤드라이트 불빛만 방황을 할 뿐이다. 우두령까지는 꽤 먼 길이었다. 도로의 굽이치는 형세가 말티재와 비슷하다.

 

06:07  우두령에 도착. 비는 계속 내린다. 고갯마루라 바람도 세다. 터널 아래 차도 오른쪽 갓길에 차가 한 대 서 있다. 무풍에서 온 택시인가? 아니다. 자가용에 두 사람이 타고 있다. 무엇하는 사람들인가? 곧 택시가 도착했다. 차를 옮겨 타고 있는데 자가용에 탄 사람들이 내려서 산행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여기서 추풍령으로 갈 예정이라는데. 택시 기사는 괜찮다고 말했는데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겠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택시는 삼도봉터널을 향해 달렸다. 기사분은 입담이 좋다. 즐겁게 사는 분이다. 우두령에서 삼도봉터널까지는 꽤 먼 거리였다.

 

06:42  삼도봉터널에 도착. 나흘 만에 다시 본다. 도로 맞은 편에 버스가 한 대 주차되어 있다. 단체 산행객들이 온 모양이다. 기사분과 작별 인사를 나눈 다음 택시를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늘 제대로 걸린 것 같다. 비옷을 꺼내 입고 배낭에 커버도 씌우고 우산도 폈다. 도로 오른쪽으로 나있는 산행로에 올라붙었다. 얼마를 못 가서 등산화 속이 젖어들기 시작한다. 빗줄기는 더 거세지고. 그나저나 이 빗속에 산행을 해야하나. 포기가 빠를수록 좋을 때도 있는데. 그러나 내가 벌이는 윷놀이판에는 '빽도'는 없다. '못 먹어도 고'다.

 

06:59  부항령에 올라섰다. 빗줄기가 많이 가늘어졌다. 대신 바람이 분다. 오른쪽 경사진 길을 올라가니 완만한 능선길이다. 비가 그쳤다. 7시 18분, 급경사 오름길이 나타났다. 다시 비가 내린다. 오늘 하루 종일 이렇게 비가 오락가락 할 것 같다. 안부에 무덤이 하나 있다. 7시 22분, 묘를 지나자 바로 갈림길이다. 곧바로 가면 봉우리를 거치는 능선길이고 오른쪽은 우회길이다. 능선길은 경사가 급하고 우회길은 경사가 없다. 어느 길을 택할까? 우회길을 택했다. 좋은 게 좋다. 바람이 아까보다 더 세다. 내린 빗물이 폭포수가 되어 계곡을 흘러내리고 있다. 7시 39분에 능선길과 다시 만났다. 아름다운 빗속의 재회. 안부를 지나 오름길, 암릉지대를 올라서니 평지다.

 

07:56  백수리산에 도착. 해발 1,034m. 헬리콥터 착륙장을 겸하고 있었다. 비는 많이 잦아 들었지만 그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봉우리 한쪽에서 아침을 먹었다. 김밥 한 줄과 물. 백수리산에서 내려다 본 사방은 운무에 쌓여 있어 마치 구름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분이다. 움직이지 않고 서 있으니 춥다. 바람도 분다.


 

▲ 헬리콥터 착륙장을 겸하고 있는 백수리산

 

▲ 운무에 싸여 능선 아래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08:17  백수리산에서 산행로는 북서쪽으로 휘어지는데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안부 통과. 다시 작은 봉우리를 두 세 개 지났다. 8시 58분, 평탄한 능선길이 계속 이어졌다. 빗줄기가 다시 굵어지기 시작한다. 능선길 중간 중간에 빗물이 고인 곳이 자주 나타났다. 등산화 속에 물이 차서 밖으로 흘러 넘치는데, 걷는 나는 그 물웅덩이를 피해 간다. 걸으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웃기는 일이다. 하긴, 사형장으로 가는 사형수도 물웅덩이를 만나면 피해간다고 하지 않는가.


▲ 급경사의 내리막길, 미끄럽다

 

▲ 비교적 평탄한 능선길

 

▲ 주로 참나무로 이루어진 능선길


09:09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한다. 폭우다. 산행로가 물길이 되어 빗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작은 폭포를 이룬 곳도 있다. 한 손에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스틱을 잡은 채 계속 올랐다. 그냥 서 있으나 걸어 가나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줄기 빛이 번쩍하더니 천둥 소리가 지축을 뒤흔든다. 어매, 무서워라. 이거 장난이 아니다.

 

번개가 치면 위험하다는데 우산을 접어야 하나? 스틱은 어떻게 하지? 지난 번에 북한산에서 벼락을 맞아 사망한 등산객이 여럿 있지 않은가. 일단 자세를 낮추고 비가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백두대간 산행 하다가 뉴스에 나올 이유는 없지 않은가. 비는 좀체 그치지 않는다. 내 앞에 두꺼비 한 마리가 눈을 껌벅거리고 있다. 비 좀 그치게 해달라고 두꺼비에게 빌어볼까? 두꺼비가 남자의 소원도 들어줄까?

 

비가 조금 줄어들어 출발. 무한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 벼락에 맞는 것도 운이지 뭐. 비가 잦아드는 대신 바람에 세게 분다. 태풍 '나리'. 태풍 치고는 예쁜 이름이다. 9시 26분에 박석산 직전 봉우리에 올랐다. 바람이 세다. 이번 구간에서는 소나무는 찾아보기 힘들고 온통 참나무다. 철쭉도 많고. 웃자란 잡목의 가지들이 바쁜 갈길을 붙잡는다. 놔라, 시간 없다.

 

09:38  박석산에 도착. 해발 1,175m. 삼각점이 박혀 있다. 박석산에서 돌계단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평지가 나타났다. 목장으로 개발된 곳이라고 하는데 전혀 목장 같지가 않다. 평지 위로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지난 번 구간에도 평지에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지역의 특색 사업인가? 오르막길을 올라 봉우리를 하나 넘은 다음 내리막길로 내려가니 안부다. 지도상으로는, 왼쪽은 무주 안골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오른쪽은 김천 해인동에서 올라오는 길인데 표지판도 없고 길도 분명치가 않다. 능선길을 오르내리며 조릿대밭을 지나 봉우리를 하나 넘으니 이정표가 서 있는 안부가 나타났다.  


▲ 백석산에 있는 삼각점

 

▲ 평지에 설치되어 있는 나무 계단  


10:52  사거리 안부에 도착. 이정표가 서 있다. 삼도봉 0.5km 전. 왼쪽은 무주 대불리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오른쪽은 김천 해인리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삼도봉으로 오르는 길은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었고 이정표가 두 개나 더 서 있었다. 이정표가 자주 있는 이유는? 그 유명한 삼도봉이 바로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10시 57분, 삼도봉 200m 전. 11시, 삼도봉 100m 전.


▲ 사거리 안부에 서 있는 이정표


11:03  삼도봉에 도착. 넓은 평지에, 거대한 세 마리의 용머리 위에 둥근 돌이 하나 올라 앉아 있는 삼도화합의 탑이 중앙에 자리잡고 있고, 한쪽에는 이정표가 서 있었다. 전북, 경북, 충북 3개의 도가 만나는 지점으로 진입로도 셋인데, 충북 황간 물한계곡에서 오르는 길, 전북 무풍 대불리에서 오르는 길, 경북 김천 해인동에서 오르는 길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번에 지나온 빼재에서 부항령까지의 구간에도 삼도봉이 있는데 그곳 정상에는 깨진 표지석 하나만 달랑 있었다. 같은 삼도봉인데 받고 있는 대접은 천지 차이다. 사람이나 삼도봉이나 좋은 곳에 태어나야 한다.

 

오늘 구간에서 가장 이름 있는 곳이라 사진을 찍고 싶은데 비 때문에 여의치가 않다. 이리 저리 궁리를 하다가 비가 조금 잦아든 틈을 타서 한 장 찰칵. 이번 산행의 유일한 인물 사진이다. 바칠 것이 없어 제단에 배낭과 스틱을 얹어 놓고 무사안일을 빌었다. 괜찮을까? 산신령이 노하지는 않을까? 삼도봉에서는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이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허당이다. 삼도봉 출발. 토사유출을 막기 위해 통나무를 박아 계단을 만든 내리막길이 우측으로 나 있었다. 20분 정도 지나 삼막골재에 도착.


▲ 삼도봉에 있는 삼도화합의 탑

 

▲ 삼도화합의 탑 후면

 

▲ 삼도화합의 탑과 함께, 오늘의 유일한 인물 사진

 

▲ 삼도봉에 있는 이정표


11:30  사거리 안부인 삼막골재에 도착. '석기봉 2.3km, 삼도봉 0.9km, 밀목령 2.1km, 황룡사 3.5km'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 안부 왼쪽은 영동 황간의 물한계곡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오른쪽은 김천 해인동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안부에서는 다시 오르막이다. 11시 47분, 비가 그치려는지 능선과 봉우리 위로 운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그쳐 다오. 1,124봉 직전에서 이정표를 만났다. 삼도봉 1.95km, 밀목령 1.05km.


▲ 운무에 싸인 삼도봉

 

▲ 운무에 싸인인 봉우리

 

▲ 삼도봉과 밀목재 사이의 이정표


12:01  1,124봉에 도착. 삼각점이 박혀 있다. 이정표가 있는 안부에서 이곳까지는 잡목숲길인데 웃자란 가지들이 얽혀 있어 운행에 지장이 많다. 긴팔 상의와 긴 바지가 필수. 12시 5분, '삼도봉 2.1km, 밀목령 760m'라고 적혀 있는 이정표를 지났다.


▲ 1,124봉에 있는 삼각점


12:22  밀목재에 도착. 이정표가 서 있다. 삼도봉 2.86km, 우두령? 왼쪽으로는 영동 물한리, 오른쪽으로는 김천 대야동으로 가는 길 같은데 잡초만 무성할 뿐, 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김밥 한 줄과 물로 점심을 먹었다. 너무 소박한 점심인가? 밀목재를 지나 조금 올라가니 사거리 안부가 또 있다. 길이 뚜렷하며 좌우로 표지기도 달려 있다. 여기가 밀목재인가? 걷기 좋은 평탄한 능선길의 연속이다. 13시 10분, 위험지역 주의 안내판이 길 한쪽에 있다. 내용인즉, 이 부근이 폐광 지역이라 지반이 약해서 붕괴될 위험이 있으니 개인 거리 5m 이상 떨어져서 걷고 등산로를 이탈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런 안내판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나?


▲ 밀목재에 있는 이정표 


13:22  1,089봉에 도착. 좁은 공터인데 나뭇가지에 표지기가 다른 곳보다 많이 달려있는 것을 보면 봉우리 정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졌다. 비에 젖은 흙길은 곤죽 상태라서, 가만히 서 있어도 중력의 법칙과 가속도의 법칙에 의해 자동으로 내려간다. 미리 말하지만, 오늘 뒤로 마끌어져서 엉덩방아를 찐 것이 두 번, 나무뿌리에 걸려 앞으로 넘어진 것이 한 번, 바위에 무릎을 부딪친 것이 한 번, 가로지른 나뭇가지에 머리를 세게 부딪친 것이 한 번이다. 이만하면 양호한 편인가?


▲ 1,089봉에 있는 표지기들


13:52  1,172봉에 도착. 바위로 되어 있는 봉우리다. 전망이 꽤 좋을 것 같은데 날씨가 이러니. 여기서 남동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직벽에 가까운 바윗길이다. 20여미터 정도의 거리인데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나 겨울에는 상당히 조심을 해야할 것 같다. 한동안 뜸했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도 세다. 안부를 지나니 다시 오르막이다. 급경사다. 내려올 때는 좋았는데 다시 올라가려니 힘이 든다.


▲ 암봉으로 되어 있는 1,172봉


14:30  화주봉에 도착. 석교산이라고도 한다. 해발 1,207m. 정상 표지석이 있는데 참 보잘 것 없다. 글씨도 새긴 것이 아니고 싸인펜으로 쓴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없는 것보다는 낫다. 다른 곳은 몰라도, 적어도 백두대간 만큼은 봉우리마다 그럴싸한 표지석이라도 세워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누가 세워야 하나? 나라에서. 국민을 위한 국가의 서비스 차원에서. 화주봉에서 남동쪽으로 조금 내려서서 왼쪽으로 꺾어 완만한 능선길을 내려가면 1,062봉이다.


▲ 화주봉에 있는 정상 표지석, 초라하다


14:54  1,062봉은 헬리콥터 착륙장을 겸하고 있었다. 일년에 헬리콥터가 몇 번이나 뜨고 내리는지 몹시 궁금하다. 비는 그저 그렇다. 안개비랄까, 이슬비랄까. 이제부터는 계속 내리막이다. 15시 24분에 삼각점이 있는 815봉을 지났다. 조금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송전탑이 있고 그 옆으로 철조망이 쳐져 있다. 매일유업 농장 철조망이다. 아까부터 들리던 소 울음소리가 바로 이 목장에서 나는 거였구나. 곧 야생동물 이동통로 안내판이 나오고 통로 왼쪽으로 도로로 떨어지는 길이 나 있었다.


▲ 우두령 위 815봉에 있는 삼각점


15:35  우두령 차도에 내려섰다. 커다란 牛像이 비에 퉁퉁 불은 나를 반겨 준다. 그런데 왠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내 차 뒤로 관광버스가 한 대, 맞은 편에 또 한 대, 두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고 막 산행을 끝낸 사람들이 야생동물 통로 아래에서 비가림을 한 채 회식을 하고 있었다. 추측컨대, 추풍령에서 우두령으로 온 사람들인 것 같다. 불을 피워 삼겹살을 구워 소주를 마시면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우두령 고개를 뒤흔들고 있다. 오늘 하루 힘들게 산행을 했으니 먹고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어야겠지. 그러나.

 

혼자 산행을 하는 것이 경비가 많이 들고 시간과 힘도 많이 들지만, 내가 단체 산행객들과 함께 산행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혼자서는 절대로 하지 못할 행동들을 동료들의 힘을 빌어서 거리낌 없이 한다.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이 산속에서든 어디서든 큰소리로 떠들어댄다. 단체로 도로나 주차장에서 술판을 벌이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다. 산행을 하러 왔는지 술을 먹으러 왔는지 분간이 안 가는 사람도 있다. 물론 모든 단체 산행객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의식의 차이다.


▲ 우두령에 있는 牛像

 

▲ 우두령에 있는 동물이동 통로


15:40  우두령 출발. 여벌 옷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갈아입을까 생각을 했다가 그만 두었다. 바로 집으로 갈 건데 새옷을 입어보았자 그렇다. 젖은 옷이 마르며 체온을 뺏어간다. 히터를 32도까지 올렸다. 비는 계속 쏟아지고 있다. 상촌과 매곡을 거쳐 황간IC에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빗속을 차들은 잘도 달린다. 오늘도 벌초 때문에 차량 통행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의외로 한산하다. 평소 주말 통행량보다 적다. 태풍 때문인가? 태풍이 주는 좋은 점도 있네. 지역에 따라 비가 오는 양이 다른데 어떤 곳은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다. 그럴 때는 비상등 가동.

 

17:35  청주 도착. 여기도 비가 내린다. 집에 들어가니 가족들이 생환을 기뻐한다. 전쟁터에 나간 것도 아닌데. 부항령에서 우두령까지의 구간은 그리 높은 산도 없고 기복도 심하지 않은 평탄한 길이 계속 이어지는 그런 구간이었다. 산행 내내 비를 맞기는 했지만 그 또한 귀중한 나의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새로운 곳을 간다는 것은 결국 새로운 추억을 만든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