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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백두대간

2007.09.12. [백두대간記 9] 빼재→부항령

by 사천거사 2007. 9. 12.

백두대간 제9구간 종주기

◈ 일시: 2007년 9월 12일 수요일  

◈ 구간: 빼재-부항령 

◈ 거리: 18.8km 

◈ 시간: 9시간 4분


 


04:05  청주 아파트 출발. 오늘은 학교 개교기념일이라 휴업일이다. 서청주IC로 중부고속도로 진입,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안개가 심하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대전 근처에서 약간씩 모습을 드러내던 안개가 금산을 지나자 심해져 가시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다. 비상등을 켜고 가능한 한 속도를 줄였다.

 

그래도 어떤 차들은 잘 달린다. 쌩쌩. 새벽이라 차들이 많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무주IC로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안개가 더 심하다. 19번 국도로 적상쪽으로 달리다 좌회전하여 덕유산국립공원 구천동 계곡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안개는 여전하다. 빼재로 올라가는 길. 굽이를 돌 때마다 풍광이 바뀐다는 곳이다.

 

06:02  빼재에 도착. 주차를 하러 신풍령휴게소로 내려갔으나 휴게소 영업은 하지 않고 다른 단체에서 이용하고 있었다. 주유소도 폐업이고. 할 수 없이 다시 올라와 육각정 오른쪽 공터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했다. 바람이 차가워서 윈드자켓을 꺼내 입었다.


▲ 빼재에서 본 백두대간 입구(멀리 산행 안내도가 있는 곳)


06:12  산행 출발. 휴게소 건물 맞은편에 백두대간 안내판이 있고 그 왼쪽에 이정표가 있다. 백암봉 11km, 빼재 정상 0.1km. 조금 가파른 사면을 올라가니 바로 능선이다. 이정표대로 하면 빼재 정상. 이정표가 또 서 있고 삼봉산까지 4km 라고 적혀 있다. 4km면 2시간 거리다. 평탄한 능선길이 계속 이어졌다. 하긴 빼재의 해발고도가 1,000m 가까운데 가야 할 수정봉이 1,050m이니 고도차가 거의 없다. 평탄할 수밖에.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 산행로 입구에 있는 이정표

 

▲ 평탄한 산행로

 

▲ 평탄한 산행로 


06:34  수정봉 통과. 확실한 장소는 모르겠고 추측으로 수정봉 같다. 아, 그런데 이슬이 문제다. 억새와 잡초로 이루어진 능선길에서는 여지없이 이슬이 바지를 적신다. 그나마 다행히도 풀의 키가 허리 아래라서 위는 젖지 않았다. 오늘도 젖은 양말을 신은 채 산행을 해야할 것 같다. 바지를 적시는 것은 밉지만 그래도 곱게 핀 억새는 보기에 좋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게 마련이니까. 6시 55분에 된새미기재를 통과했다. 역시 크게 자란 풀 때문에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고 추측이다.


▲ 억새가 곱게 피었다 


07:05  바위 위에 올랐다. 전망이 좋다. 삼봉산 방향이 확 틔어 있어 앞으로 갈 길을 가늠하게 해준다. 7시 14분에 이정표를 만났다. 빼재 2km, 삼봉산 2km. 오른쪽으로 내리막 길이 시작되었다. 물에 젖은 바지가 척척 다리에 감긴다. 한편으로 시원하기도 하고.


▲ 멀리 보이는 삼봉산으로 가는 능선의 봉우리들 


07:22  호절골재에 도착. 이정표가 서 있다. 빼재 3km, 삼봉산 1km, 금봉암 0.5km. 사거리 안부로서 왼쪽은 임도를 따라 삼오정 마을로 내려간다. 오른쪽은 금봉암을 거쳐 거창군 고제면 봉산리로 내려간다. 길은 나 있지만 사람의 왕래가 없는지 잡초가 무성하다. 하긴 백두대간 산행을 하는 사람이 금봉암 쪽으로 내려갈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


▲ 호절골재에 있는 이정표 


07:30  호절골재 위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었다. 찰떡 두 조각과 물 한 모금. 7시 45분에 이정표를 만났다. 빼재 4km, 소사재 2.5km. 빼재가 4km라면 여기가 삼봉산이라야 하는데. 실제로 삼봉산은 여기서 15분 정도 더 올라가야 했다. 그런데 여기는 풀에 이슬이 없다. 전혀 없다. 도대체 같은 지역인데 왜 여기는 이슬이 안 맺혔지? 분명히 기온의 차이 때문인 것 같은데 과학적 지식이 부족해서 잘 모르겠다. 어쨌든 걷기에 좋으니 좋다. 7시 55분에 삼봉산 정상 직전 바위봉우리에 올랐다. 왼쪽으로 삼봉산이 지척이다.


▲ 잠시 휴식을 취하며 


08:00  삼봉산 정상에 도착. 정상은 그리 넓지 않은데 삼각점과 '덕유삼봉산'이라고 적힌 화강암 표지석이 있었다. 작은 돌무더기도 보이고. 이내가 끼어 조망은 별로 좋지 않다. 어디선가 대포 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채석장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리는 소리 같은데 순전히 내 추측이다. 이 소리는 산행이 끝날 때까지 계속 들렸다.


▲ 삼봉산 정상에서 


08:19  전망이 좋은 바위에 도착. 그러나 이내 때문에 시야가 흐려 뚜렷한 주변경관을 볼 수는 없었다.


▲ 잠시 휴식을 취하며


08:26  길이 오른쪽으로 꺾어지면서 스크리지대 급경사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흙이 섞인 돌길이라 발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국립공원 같으면 토사유출 방지 계단이나 장치를 설치할 정도의 구간이었다. 꽤 지루한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이쪽으로 삼봉산을 올라가려면 고생깨나 할 것 같다. 이윽고 급경사길이 끝나면서 앉아 쉬기에 좋은 넓은 바위가 나타났다. 쉬어야지. 힘들게 내려왔으니까.


▲ 급경사 내리막 돌길

 

▲ 바위가 좋아 휴식을 취하며 


08:59  경운기가 다닐 수 있는 소로길이 나타났다. 곧 낙엽송 숲을 지나면서 넓은 배추밭이 보였다. 이곳은 지대가 높아 고랭지 채소를 많이 재배하고 있었다. 지금 막 싹이 튼 것부터 수확을 막 끝낸 것까지 다양한 크기의 배추가 자라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배추밭 위로 삼봉산이 솟아 있다. 밭둑길을 지나 다시 능선으로 내려가니 오른쪽에 사과과수원이 있고 사과가 한창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하나 따 먹고 싶은 유혹. 참아야지. 낙엽송 숲을 지나 조금 내려가니 소사재다.


▲ 고랭지 채소를 많이 재배하고 있다

 

▲ 소사동에서 본 백두대간 지나온 길

 

▲ 소사동의 사과 과수원 


09:12  소사재에 도착. 소사재에는 무풍과 거창을 잇는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고 있는데, 왼쪽이 무풍 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거창 가는 길이다. 도로 건너 백두대간 표지판 오른쪽으로 산길이 나 있다. 수렛길을 조금 걷고 나면 왼쪽으로 길이 나 있고 비석이 많이 세워져 있는 무덤군을 지나니 다시 밭길이 나타났다. 길이 조금 복잡하지만 표지기만 잘 살피면 잃을 염려는 없다.

 

트렉터로 밭을 갈고 있는 곳에서 여자 산행객 2명을 만났다. 배낭을 꾸린 형태로 보아 야영을 하며 산행을 하는 것 같았다. 대단한 산꾼들이다. 하긴 요즘은 여자 혼자서도 야영을 하며 산행을 한다는데 뭐. 여자를 무시해서 하는 말은 절대 아니다. 둘을 앞질렀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 왼쪽으로 난 산길을 걸었다. 9시 42분, 다시 비포장수렛길. 산행로는 수렛길에서 오른쪽으로 나 있었다. 사면길 시작. 


▲ 소사재, 표지판 옆으로 올라간다

 

▲ 소사재 위에서 본 백두대간 


09:48  가파른 오르막 길이다. 예상컨대, 삼도봉까지 계속 오르막일 것 같다. 모처럼 넓은 잔디밭이 있어 한숨을 돌렸다. 소사동과 소사재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그 너머로 삼봉산이 우뚝하다. 계속 오르막 길을 올라간다. 뭐 하러? 나도 모른다. 그냥 길이 나 있으니까 올라가는 것이다. 마침내 봉우리에 올랐는데 '수도지맥분기점'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오른쪽은 수도지맥으로 가는 길인데 수도산에서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백두대간은 왼쪽이고 그리 멀지 않았다.


▲ 오르막 길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 수도지맥 분기점 팻말


10:53  삼도봉에 도착. 깨진 정상 표지석에는 '초점산'이라고도 적혀 있다. 해발 1248.7m. 그런데 왠 날벌레가 이렇게 많나. 이제 고추잠자리는 들어가고 날벌레 천지다. 삼도봉에서의 전망은 좋으나 이내 때문에 시야가 흐리다. 백두대간에는 삼도봉이 셋 있는데 이곳은 전북 무주와 경북 김천, 경남 거창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지리산에 경남, 전남, 전북의 경계가 되는 삼도봉이 있고, 부항령에서 우두령으로 가는 구간에 경북, 경남, 충북의 경계가 되는 삼도봉이 있다. 내가 갈 다음 구간에 있는 삼도봉이다.

 

삼도봉에서 대덕산 가는 길은 전남 무주에 속하는데 잡목을 베어서 산행로를 말끔하게 정리해놓았다. 백두대간 정비사업을 했나? 내리막 길에서 본 대덕산까지의 능선이 부드럽다. 나무가 안 보이는 것을 보니 평원이다. 안부에 이른 다음 다시 능선으로 올라섰다. 조금 경사가 급하다. 안부에서 대덕산까지는 억새와 싸리나무가 서로 키 자랑을 하는 평원이었다. 억새밭 너머로 대덕산이 솟아 있다.


▲ 삼도봉 정상에서

 

▲ 삼도봉 정상에서 본 지나온 백두대간

 

▲ 뒤 봉우리에서 오른쪽이 대덕산

 

▲ 정리를 해놓아 넓어진 산행로

 

▲ 대덕산 아래의 평원

 

▲ 대덕산 직전 평원에 억새가 한창이다

 

▲ 억새밭 너머로 대덕산 정상이 보인다


11:31  헬리콥터 착륙장이 나타났다. 대덕산이 지척이다.


▲ 헬리콥터 착륙장과 대덕산 정상 


11:34  대덕산 정상에 도착. 헬리콥터 착륙장을 겸하고 있다. 이정표에는 '덕산재 3.5km, 소사동 5.2km'라고 적혀 있고. 전망이 좋다. 정상 아래 그늘에서 점심을 먹었다. 찰떡 두 조각, 물 한 모금. 나무로 된 계단이 나타났다. 그런데 전혀 계단이 필요없는 곳이다. 토사유출의 염려도 없는 평탄한 길인데, 왜 계단을 놓았을까. 무슨 사연이 있겠지. 조릿대 길을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작은 샘이 하나 있다.


▲ 대덕산 정상에서

 

▲ 대덕산 정상에서 본 삼도봉

 

▲ 대덕산 아래의 나무계단


11:55  대덕산 샘터에 도착. 작은 관을 통해서 물이 흐르고 있었고 한쪽에 플라스틱 바가지가 여럿 걸려 있다. 무용지물. 왜? 더럽다. 물병에 물을 받아 들이켜 보니 차가운 물맛이 좋았다. 내리막길은 계속되었다. 얼마를 내려가니 오른쪽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나무 사이로 계곡의 물이 폭포가 되어 흐르는 것이 보였다. 시계를 보니 12시 29분이다. 물소리를 들으니 더위가 가시는 것 같다.


▲ 대덕산 샘터


12:40  마침내 내리막 길이 끝났다. 아직 덕산재는 멀었나? 다시 완만한 봉우리를 서너 개 넘었더니 통나무로 만든 계단이 나오고 덕산재를 가로 지르는 차도가 보였다.


▲ 덕산재로 내려오는 길


13:00  덕산재에 도착. 해발 644m. 덕산재에는 무풍과 관기를 잇는 30번 국도가 지나간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로 통행량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덕산재에는 삼림청에서 세운 거대한 표지석이 있고 그 뒤에 건물이 하나 있는데 '산신집, 약사여래'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니 무속인의 집 같았다. 턱수염을 길게 기른 남자가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니 더욱 그런 것 같고. 건물 오른쪽으로 대간 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부항령까지는 두 시간 정도 거리다. 낙엽송 숲을 지나 올라가니 833봉이다.


▲ 덕산재에 있는 표지석


13:31  833봉에 도착. 전망은 없다. 여기서 백두대간 길은 왼쪽으로 90도 정도 휜다. 경사길을 내려가 13시 43분에 벌초가 말끔하게 되어 있는 묘를 만났다. 추석이 가깝다. 차돌이 쌓여 있는 안부를 통과한 다음 다시 오르막길. 왼쪽 절개지 옆으로 산길이 나 있었다. 바람이 없고 햇볕은 따갑고. 무지하게 덥다.


▲ 백두대간길이 왼쪽으로 90도로 휘는 곳


14:02  급경사 하산길이 나타났다. 안부를 지난 다음 다시 오르막길. 낙엽송 숲을 따라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가니 봉우리가 있고 조금 더 가니 853봉이다.


▲ 853봉 가는 길에 만난 일본잎갈나무 숲


14:39  853봉에 도착. 삼각점이 박혀 있다. 이제부터는 부항령까지 내리막길이다. 경사가 별로 없는 봉우리를 서너 개 지나 15시 14분에 반은 잡초에 묻힌 헬리콥터 착륙장을 통과했다. 여기서 부항령까지는 불과 2분 정도의 거리였다.


▲ 853봉 삼각점


15:16  부항령에 도착. 백두대간 길은 직진이다. 아래는 삼도봉터널이 뚫려 있고 오른쪽으로 하산길이 나 있는데 차도로 내려가는 길이다. 부항령에서 차도까지는 웃자란 잡목 가지들이 운행을 꽤 성가시게 했다.


▲ 삼도봉 터널 위 부항령

 

▲ 차도로 내려오는 길


15:22  삼도봉 터널 입구 차도에 도착. 무주군 무풍면과 김천시 부항면의 경계 지점이다. 터널 자체는 무풍면에 속해 있다. 1089번 지방도가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데 차량 통행은 거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집에 안부 전화를 건 다음 무풍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이재수 씨에게 전화를 했다. 15분만 기다리란다. 터널 옆 공터는 팔각정과 벤취가 마련되어 있고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어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었다. 다만 여기 저기 널린 쓰레기가 눈에 거슬린다.

 

무풍 개인택시 도착. 입심 좋은 기사분은 자리에 앉자마자 드링크제를 하나 권한다. 빼재까지 오면서 기사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백두대간에 관한 이야기부터 요즘 청소년들에 관해서까지. 빼재가 신풍령으로 된 이유, 현재 불리고 있는 부항령과 우두령이 원래 제 이름이 아니라는 것 등에 관해서도 알려주었다. 다음 종주 구간은 부항령에서 우두령까지인데 부항면에 개인택시가 없어 부득이 무풍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16일 이용 예약을 했다. 빼재에 도착하니 내 차만 덩그라니 주차되어 있었다.


▲ 부항령에 있는 삼도봉 터널


16:20  빼재 출발. 무주구천동 계곡 입구인 삼공리를 거쳐 무주IC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차량은 별로 많지 않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규정속도보다 빨리 달리는 차들이 대부분이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었지. 지금은 규정속도로 달리기에도 부담이 따른다. 그만큼 나이가 든 것인지. 18시 25분에 청주에 도착. 뜻밖의 휴일을 이용해서 백두대간 한 구간을 잘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