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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정맥/백두대간

2007.07.31. [백두대간記 6] 무령고개→육십령

by 사천거사 2007. 7. 31.

백두대간 제6구간 종주기

◈ 일시: 2007년 7월 31일 화요일 

◈ 구간: 무령고개 → 영취산 → 민령 → 깃대봉 → 육십령 

◈ 거리: 12.2km 

◈ 시간: 4시간 32분



04:30  기상. 휴대전화 알람에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 많이 걸어서 피곤한 탓이었는지 아니면 소주를 한 잔 먹은 탓인지 잠을 푹 잤다. 비상식으로 가지고 다니는 즉석짜장덮밥을 아침으로 먹었다. 물만 부으면 끓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다. 배낭을 꾸린 다음 운동장으로 나가니 주인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 아침 산행을 위해 무령고개까지 차로 태워다 주시겠다는 것이다. 걸어 올라가면 한 시간 이상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 무령고개 주차장에서 하차.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나중에 아내와 한 번 들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말 고마운 분이었다. 이래서 세상은 살 맛이 난다.

 

05:43  주차장 옆 샘에서 수통에 물을 채운 후 무령고개 출발. 어제 내려온 선바위고개를 향해 산행을 시작했다. 여름철 새벽 산행은 상쾌하다. 맑은 공기에 해가 나지 않아 기온도 적당하고. 점점 여명이 밝아지면서 주변의 사물이 또렷해지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어제는 몰랐는데 오늘 선바위고개로 가는 도중에 오른쪽에 서 있는 거대한 바위를 만났다. 이 바위 때문에 이름이 그렇게 붙여진 건가?


▲ 무령고개 대곡리 쪽에 있는 벽계쉼터, 위에 있는 콘테이너가 매점이다

 

▲ 무령고개를 출발하기 전에 기념으로


06:08  선바위고개에 도착. 영취산 정상까지는 불과 400m 거리다. 통나무 계단길을 올라가니 우측 사면길로 이어지고 봉우리 하나를 넘으니 영취산 정상이다. 이 영취산은 장안산으로 이어지는 금남호남정맥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금남호남정맥 종주를 하려면 언젠가는 다시 와야 할 곳이다.


▲ 선바위고개에 있는 이정표, 영취산까지 400m 거리임을 알려주고 있다


06:18  영취산 정상에 도착. 정상에는 이정표와 산행 안내도, 그리고 케언이 하나 있었다. 목적지인 육십령까지는 11.8km 거리다. 구름 속에서 해가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어제와는 달리 이곳 풀에는 이슬이 맺혀 있지 않았다. 오늘은 이슬에 젖지 않고 산행을 할 수 있으려나. 돌계단을 내려서니 평탄한 길이 이어졌다. 사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영취산에서 육십령까지는 큰 오르내림이 없이 비교적 순탄한 길로 이어져 있었다.


▲ 영취산 정상에 있는 이정표

 

▲ 영취산 정상 기념 사진


06:37  어제 지나 온 복성이재-무령고개 구간에도 사람 키만한 조릿대가 많았는데 이 구간에도 만만치가 않다. 그런데 누군가가 산행로 양쪽에 있는 조릿대를 잘라서 길이 넓혀 놓았다.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어 산행을 하기에 매우 좋다. 한 사람의 수고가 많은 사람들을 편하게 해준다. 그러나 그렇게 길을 다듬어 놓은 구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긴 그것이 그리 간단한 작업은 아닐 테니까.


▲ 누군가가 길 양쪽의 조릿대를 잘라 통행로를 넓혀 놓았다 


06:46  논개 생가로 내려가는 길 이정표가 지면 바로 위에 세워져 있다. 여기서 안부를 지나 965봉을 오른 다음 바위지대로 올라섰는데 덕운봉 갈림길이 있는 985봉이었다.


▲ 논개 생가 갈림길 이정표


07:00  전망 좋은 바위에 도착. 오른쪽은 절벽이고 그 아래가 계곡인데 운무에 싸여 있어 잘 보이지는 않는다. 산행 시작을 할 때는 이슬이 없었는데 30분 정도 지나니까 바지가 흠뻑 젖었다. 오늘도 등산화 속까지 물이 들어오려나. 다시 10여분 지나자 지긋지긋한 조릿대 숲길이 시작되었다. 그냥 걸어가면 세수는 자동으로 된다.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긴 거야. 휴, 조릿대 길은 끝났는데 이제는 억새풀밭길이다. 오늘도 마른 양말 벗기란 다 글렀다. 

 

풀밭 능선길을 지나 작은 봉우리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난다. 집채만한 배낭을 진 체격이 건장한 분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차림새로 보아 전문적인 산꾼이다. 먼저 가시라고 길을 내주었다. 나보다 걸음이 빠르기도 하고 또 원래 나는 천천히 걷는 것이 특기이기 때문이다. 8시 6분에 이정표가 땅에 떨어져 있는 곳에 도착. 왼쪽으로 가면 논개 생가로 내려가고 오른쪽은 옥산리로 내려 간다. 육십령까지 6.5km가 남았단다. 잠시 후 977.1봉을 지났다.


▲ 운무에 싸인 능선길 


08:27  북바위에 도착. 전망이 좋은 곳인데 운무 때문에 시계가 영 엉망이다. 저 멀리 대전-통영간 고속국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아까 길을 양보했던 산꾼은 다시 내가 앞질러 왔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하지만 걷는 속도로 보아 다시 추월 당할 거라는 사실은 강 건너 불 보듯 빤하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안 가서 다시 그 산꾼이 나를 앞질렀다. 힘도 좋지. 저렇게 무거운 배낭을 지고.


▲ 북바위 모습, 전망이 좋은 곳이다

 

▲ 북바위에서 한 장 찰칵


09:02  민령에 도착. 이제 깃대봉이 멀지 않다. 조금 걸어가니 이정표가 하나 서 있는데 오른쪽으로 800m를 내려가면 임도를 만나다고 되어 있다. 여기부터 깃대봉까지는 능선 억새밭 길이었다. 걷기에는 좋은데 역시 이슬이 문제다. 옷은 이미 다 젖었고 등산화 안에 물이 들어와 양말이 다 젖은지도 오래다. 이왕 버린 몸, 당당하게 걷자. 멀리 깃대봉의 깃대 3개가 보인다. 이슬 머금은 들꽃이 나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 민령을 조금 지나면 있는 이정표

 

▲ 이슬을 머금은 억새길

 

▲ 깃대봉을 향하여 뻗어 있는 주능선길

 

▲ 산행 중에 만난 꽃창포


09:42  깃대봉에 올랐다. 깃대가 3개나 세워져 있고 조망안내판도 있는데 정상표지석은 없다. 왜 없을까? 이제부터는 육십령을 향해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거리는 2.5km. 어제 걸어 온 구간에 비하면 오늘 구간은 시간적이나 거리상으로 비교해서 너무 싱겁다. 아니,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오늘 청주까지 올라가야 하니까. 하산은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거치지 않고 오른쪽 사면길을 이용했다. 나중에 봉우리를 거쳐 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사면길을 돌아 다시 계곡으로 빠지는 듯한 길을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샘터가 나온다. 바로 깃대봉 샘터다.


▲ 깃대봉 정상에는 깃대가 3개나 있다

 

▲ 깃대봉 정상에 있는 깃대봉 조망 안내도

 

▲ 깃대봉 정상에서, 역광이라서 그림이 그저 그렇다

  

▲ 육십령 쪽 하산로, 이곳에서 2.5km 거리다

 

▲ 멀리 대진-통영간 고속국도가 흐릿하게 보인다

 

▲ 부드러운 억새길 하산로


09:47  깃대봉 샘터에 도착. 늘 산행객들에게 맑고 맛있는 물을 제공해주는 고마운 샘이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수통에 있는 물은 모두 버리고 한 통만 다시 채웠다. 물론 한 바가지를 받아서 마시고. 샘 왼쪽으로 표지기가 많이 붙어 있다. 혹시나 해서 표지기가 많이 붙어 있는 쪽으로 올라가 보았더니 다시 깃대봉 쪽으로 길이 이어져 있었다.

 

어제 백운산에서 내려올 때와 똑 같은 상황이었다. 내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샘터 아래로 난 넓은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길에 통나무를 이용해서 흙이 유실되지 않게 해놓았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아하, 이유를 알았다. 그것은 맨발 지압 등산로였다. 깃대봉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시설이었다. 글쎄, 맨발로 걷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깃대봉 샘터, 늘 수량이 풍부하다

 

▲ 맨발 지압 등산로

 

▲ 육십령으로 내려가는 길

 

▲ 육십령휴게소 500m 전에 있는 이정표


10:40  육십령에 도착. 휴게소 넓은 마당에는 차 하나 없고 작은 매점 건물 앞에 두 어대가 서 있다. 주변을 빙 둘러본 다음 매점 건물로 들어가니 오늘 산행 중에 만났던 분이 앉아 있다가 아는 체를 한다. 옷을 말끔하게 갈아입어서 나는 금방 알아보지 못했다. 반갑다. 그 분은 원래 오늘 삿갓재까지 갈 계획이었는데, 이슬에 등산화가 모두 젖고 또 오늘이 4일째이기 때문에 여기서 그만 서울로 올라가야겠다고 한다.

 

버스 시간을 알아보니 하루에 3번 다니는 버스가 오후 2시 30분에 있단다. 매점 주인에게 부탁을 해서 택시 번호를 받은 다음 기사분에게 전화를 했더니 만원이면 온다고 한다. 자가용도 많이 생기고 또 새로운 도로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교통량이 적은 구도로는 버스 운행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 육십령으로 내려오는 계단길

 

▲ 육십령휴게소에서 바라다 본 육십령 마을


11:15  장계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면지역이지만 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어 사람들 통행이 많은 곳이다. 버스 시간표를 보니 마침 11시 45분에 대전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다. 다행이다. 함께 택시를 타고 온, 서울에서 온 그 분은 전주로 가서 고속버스로 올라간다고 하며 11시 30분에 전주행 버스로 떠났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산에 대해서 서로 통하는 점이 많았다. 늘 안전하고 즐겁게 산행을 하시기를 바란다. 언제 또 어느 산에서 말날 지 모르는 일이다. 장계를 떠난 버스는 안성과 무주를 거친 다음 대전-통영간 고속국도로 진입했다. 대전에 도착한 시간은 13시 21분.

 

13:30  청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은 비교적 짧은 거리였기 때문에 그리 힘이 들지 않았다. 3일 동안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일을 겪기도 했지만, 각 지역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따뜻한 정과 훈훈한 인심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도시에서 그런 정과 인심을 느끼기란 쉽지가 않다. 14시 25분에 청주 도착. 집으로 오는 시내버스가 바로 연결되어 15시에 귀가. 아내가 반갑게 맞아준다. 이렇게 3일간의 백두대간 구간 종주는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