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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전남山行記

2007.07.17. [전남山行記 2] 전남 완도 오봉산

by 사천거사 2007. 7. 17.

오봉산 산행기 

◈ 일시: 2007년 7월 17일 화요일 

◈ 장소: 오봉산 644m / 전남 완도군 완도읍

◈ 코스: 화흥초교 → 삼밭재 → 상황봉 → 전망대 → 임도 → 원불교수련장

◈ 시간: 5시간 26분

◈ 회원: 감곡중학교 교사들 



08:15  서청주 IC 진입. 오늘은 학교 직원들과 완도에 있는 오봉산으로 산행을 가는 날이다. 장마철이지만 장마전선이 제주도 남쪽으로 내려가 있기 때문에 비가 올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중부고속국도를 달리다가 남이분기점에서 경부고속국도로 진입, 다시 회덕분기점에서 호남고속국도로 들어섰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니고 또 평일이라 그런지 통행하는 차들이 많지는 않다.

 

08:55  호남고속도로 첫 번째 휴게소인 벌곡휴게소에 도착. 아침을 먹지 않은 직원들을 위해 간단한 식사시간을 가졌다. 벌곡휴게소에 있는 잉어 연못에서는 한창 물갈이를 하고 있었는데 팔뚝 만한 비단 잉어들이 온통 몸을 드러낸 채 퍼덕거리고 있었다. 비단 잉어도 먹을 수 있나. 휴게소를 출발하여 버스는 계속 남쪽으로 달린다.

 

전주와 정읍을 거쳐 광산IC로 나오기 전에 백양사휴게소에서 잠시 휴식. 시각은 10시 32분. 광산IC를 나온 버스는 13번 국도를 따라 나주와 영암, 강진을 지난 다음 한 음식점 앞에 정차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장어탕, 내장탕, 순두부, 냉면 등으로 점심을 먹은 후 다시 55번 지방도를 따라 남창까지 온 다음 완도연륙교를 건넜다. 버스는 여기서 77번 국도를 따라 산행 기점인 화흥리로 향했다.


▲ 호남고속도로 첫 번째 휴게소인 벌곡휴게소 

 

▲ 벌곡휴게소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

  

▲ 호남고속도로 마지막 휴게소인 백양사휴게소


14:25  화흥초등학교 앞 도착. 학교 앞에 앉아 있는 아저씨에게 오봉산 가는 길을 물으니 학교 옆으로 난 길을 가리킨다. 산행에 필요한 물을 사러 간 사이 초등학교를 살펴보고 있는데 교문 옆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내용을 보니, 최경주 선수가 PGA AT&T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는 것이었다. 다시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최경주 선수가 바로 이 화흥초등학교 출신이라고 한다. 그런 다음 학교 오른쪽에 있는 마을을 가리키며 최경주 선수의 고향이라고 다시 일러준다. 허, 이런 우연도 있나. 산행 준비를 마친 다음 학교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갔다. 학교 울타의 동백나무에 열매가 매달려 있다. 처음 본다. 


▲ 프로골프 선수 최경주의 모교인 화흥초등학교

  

▲ 최경주 선수가 태어나 자란 마을 모습

  

▲ 화흥초등학교 담장 오른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산행 시작  


14:41  오봉산관광농원 갈림길에 도착. 왼쪽이나 오른쪽 어디로 가도 서로 만나게 되어 있다. 오른쪽 길을 택해서 걸어 올라갔다. 조금 올라가면 길이 갈라지는데 왼쪽 길로 접어들었다가 길이 없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위쪽 길로 접어들었다. 지도를 살펴보니 지금 우리가 걷는 길은 임도이고 원래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초등학교 이전에 있는 수퍼에서 올라가야 했다.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아 그냥 임도로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지그재그식으로 난 임도는 장난이 아니었다. 거리도 거리이지만 따끈하게 내려쬐는 햇볕이 더 문제였다. 직원들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 오봉산관광농원 갈림길, 서로 만난다

  

▲ 오봉산으로 올라가는 임도


16:08  긴 임도가 끝나고 삼밭재에 도착했다. 이정표를 보니 오봉산의 정상인 상황봉까지는 700m의 거리다. 조릿대가 많은 조금 경사가 있는 산길이었다. 길이 조금 가팔랐지만 숲으로 들어오니 햇빛이 없어 시원하다.


▲ 삼밭재에 있는 이정표

  

▲ 오봉산 정상인 상황봉을 향하여 오르고있다

  

▲ 정상 바로 밑에서 본 지그재그식 임도


16:51  상황봉 정상에 도착. 멀리 한려수도가 보이고 가까이 우리가 올라온 지그재그식 임도길이 숲속에 그어져 있다. 옛날에 봉수대가 있었는지 봉수대 표지석이 있다. 기념 사진을 찍고 백운봉 쪽으로 하산 시작. 나무가 터널을 이룬 산길은 바닥도 푹신하여 걷기에 매우 좋았다. 


▲ 정상 표지석과 함께

  

▲ 봉수대 표지석과 함께

  

▲ 상황봉 정상에서 직원들

  

▲ 백운봉 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17:29  전망대에 도착. 백운봉과 업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기에 좋다. 문제는? 산행을 힘들어 하는 직원이 생긴 것이다. 시간도 많이 되었고. 서로 협의를 한 끝에 길이 좋은 임도를 따라 철탑까지 가서 숙승봉 쪽으로 하산을 하기로 했다. 임도는 관리가 잘 되어 걷기에 좋았다. 그러나 과연 계속 관리가 잘 되어 있었을까?


▲ 백운봉 능선이 마주 보이는 전망대

  

▲ 전망대에서 본 백운봉 능선


17:40  수목원임도 갈림길에 도착. 왼쪽으로 내려가면 완도수목원이 나온다. 숙승봉 쪽 임도를 따라 계속 걸었다. 임도는 관리가 되지 않아서 그런지 차츰 풀이 많아졌고 어떤 곳은 사람 키만큼 풀이 자란 곳도 있었다. 풀이 자라지 않은 양쪽 길을 따라 걷는 직원들 모습이 마치 군인들이 줄을 지어 행군을 하는 것 같다. 말 그대로 극기훈련이었다.


▲ 수목원 임도 갈림길 이정표

  

▲ 숙승봉으로 가는 임도를 걷고 있다

 

▲ 계속되는 임도

 

▲ 풀이 많이 자란 임도

 

▲ 식수가 있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 또 계속되는 임도


19:03  숙승봉 갈림길에 도착. 왼쪽에 업진봉에서 내려오는 길이 있고 오른쪽에 숙승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임도는 곧바로 뻗어 있는데 지도상에는 중간에 끊어져 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숙승봉 쪽으로 올라 하산하는 것이 올바른 운행으로 판단이 되어 그 쪽 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젊은 남자 직원 3명이 임도를 따라 내려갔다는 것이다. 그리 큰 산이 아니라서 별 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우리는 계속 숙승봉을 향해 걸었다.

 

숙승봉은 암봉으로 정상에는 표지석이 있는데 직접 올라가지 않고 왼쪽으로 우회를 할 수 있는 길이 나 있었다. 시간적으로 너무 늦어 우회를 했다. 우회를 한 후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맞은 편 산의 임도와 원불교수련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다. 경사가 그리 급하지는 않았지만 하산길은 그리 짧은 길은 아니었다. 해는 이미 졌고 날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큰 도로에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 숙승봉 갈림길 이정표

 

▲ 숙승봉으로 향하여

 

▲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숙승봉

 

▲ 숙승봉 맞은 편 산의 임도

 

▲ 원불교 수련원 전경 


19:51  마침내 지루한 하산길이 끝나고 큰 도로에 도착을 했다. 이정표가 서 있는데 상황봉까지 6km, 꽤 먼 거리다. 저수지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니 원불교수련원이 오른쪽으로 있고 그 아래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주차장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있어야 할 버스가 없다. 이리저리 버스를 찾으면서 기사분에게 전화를 했더니 청소년수련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원불교수련원 주차장을 알려주고 버스를 기다리니 곧 도착을 했다. 8시가 넘어 날은 완전이 어두워졌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숙승봉 갈림길 임도에서 숙승봉으로 오르지 않고 그냥 임도로 내려간 직원 3명이 길을 잃어 산속에서 고립이 되고 만 것이다.


▲ 산길이 끝나는 곳에 있는 이정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해보니 길이 끊어져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 119에 구조요청을 해주기를 바랬다. 어째 이런 일이. 일단 119에 신고를 했다. 119는 해남과 완도에서 오는데 2시간은 걸릴 거라고 한다.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119 대원들의 수색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경찰차로 임도 중간까지 올라가서 찾아보았다. 일단 직원 3명이 철탑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119 대원들이 찾기에 용이했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을 찾은 시간은 11시가 넘은 시각이었고 다시 차도까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려 자정이 훨씬 넘어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저녁을 굶은 채 자신들을 기다리는 우리를 보고 무척 미안해하는 길 잃었던 직원들의 몰골은 정말 말이 아니었다. 팔과 다리, 얼굴은 온통 가시에 긁혀서 마치 칼로 난도질을 해놓은 것 같았다. 어찌 되었든 무사한 것이 다행.

 

숙소인 시애틀 모텔 도착 시간이 0시 30분. 모텔 이름은 '시애틀의 잠 못 드는 밤'이었다. 모텔 이름 그대로 사건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모텔 아랫층 음식점에서 회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저녁을 먹으며 하루 일을 생각해보았다. 너무나 힘든 하루였다. 정말 직원 극기훈련 제대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