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영산 산행기
◈ 일시: 2007년 4월 23일 월요일 맑음
◈ 장소: 낙영산 674m /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사담리
◈ 코스: 공림사주차장 → 주능선4거리 → 낙영산 → 수정골 → 681봉 → 공림사주차장
◈ 시간: 2시간 8분
낙영산(落影山)은 바위산으로 '산의 그림자가 비춘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신라 진평왕때 당 고조가 세수를 하기 위하여 세숫물을 받아 들여다 보니 아름다운 산의 모습이 비친지라, 이상하게 여겨 신하를 불러 그림을 그리게 한 후 이 산을 찾도록 했으나 나라 안에서는 찾지 못하였다. 어느날 동자승이 나타나 그 산이 동방 신라국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하여 신라에 사신을 보내 찾아보았으나 찾지 못해 걱정하던 중 한 도승이 나타나 이 산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 후 이 산을 찾아 산의 이름을 낙영산이라고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07:50 청주 출발. 월요일인데다 출근 시간이라 시내를 빠져 나가는 차들로 도로가 복잡하다. 고은 삼거리에서 32번 지방도를 따라 미원에 이르자 도로는 한산해졌다. 미원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구방까지, 구방에서 32번 지방도를 따라 청천까지, 청천에서 37번 국도를 따라 사담리 방향으로 달렸다.
구방에서 청천면소재지까지의 가로수는 벚나무인데 지금 한창 벚꽃이 지고 있다. 도로에 떨어진 꽃잎들이 차가 지나가면서 생기는 바람에 날아 올라 다시 도로로 떨어진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꽃잎들의 화무(花舞)가 아름답다. 조봉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인 상신리를 지나자 오른쪽 용대천의 흐르는 물이 맑고, 오른쪽 금단산의 신록이 산벚나무꽃과 잘 어우러져 있다. 사담리에 이르자 왼쪽에 '공림사 1km'라고 쓴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으로 나 있는 1차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달리니 일주문이 나타나고 일주문을 지나자 대형버스 주차장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08:50 공림사 대형버스 주차장에 도착. 넓은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다. 하긴 월요일 아침이니 그럴만도 하다. 대형주차장에서 공림사까지 이어져 있는 도로 양쪽으로 연등이 걸려 있다. 벌써 연등을 걸 때가 되었나? 석가탄신일이 아직 한 달이나 남았는데. 공림사 입구 오른쪽에 마련되어 있는 소형차 주차장에는 승용차가 두 대 주차되어 있다. 공림사 왼쪽으로 나있는 넓은 길이 성목골로 들어가는 길이다. 이정표에 '도명산 2.7km'라고 적혀 있다.
간이 화장실을 지나니 탐방지원센터가 나타났다. 국립공원입장료를 받던 시절에는 매표소였는데 지금은 산행을 안내해주는 역할을 한다. 센터 건물 안에 사람은 없었고 안내판에 '공림사 - 도명산 3km 구간 개방'이라고 적혀 있다. 산불기간과 관계 없이 상시개방이 된 등산로라는 뜻이다. 넓고 평탄한 숲길이 이어졌다. 사방은 조용하다. 왼쪽은 성목골 계곡인데 물은 흐르지 않았다.
▲ 대형주차장에 서 있는 낙영산 등산로 안내도
▲ 공림사 입구에서 본 낙영산 모습
▲ 넓고 평탄한 길에 신록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09:20 물이 흐르지 않는 계류를 건너면서 통나무 계단길이 나타났다. 경사가 꽤 심하다. 오늘은 여름옷을 입었는데 그래도 덥다. 급경사의 바위길과 흙길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다리에 힘이 간다. 가끔 바람이 불면 땀에 젖은 몸이 서늘해졌다. 잠시 후 쇠로 된 난간이 보이면서 파란 하늘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조봉산과 낙영산이 이어지는 능선의 안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 스크리 지대 위로 사거리 안부가 보인다
09:32 네거리 안부에 도착. 이정표에 '도명산 1.4km, 공림사 1.3km'라고 적혀 있고, 한 쪽에는 미륵산성에 관한 설명이 적혀 있는 안내판이 서 있다. 이 네거리에서 서쪽으로 가면 코뿔소바위를 거쳐 조봉산으로 갈 수 있고 북쪽으로 고개를 넘어가면 도명산으로 갈 수 있다. 낙영산은 동쪽으로 가야한다. 비탈길을 5분 정도 올라가니 능선길이 나타났고 잠시 후 마지막 급경사 언덕을 오르니 정상이다.
09:44 정상에 도착. 화강함 표지석에 '냑영산 684m'라고 적어 놓았다. 이정표에는 '도명산 1.8km, 공림사 1.8km'라고 적혀 있다. 정상에는 바위가 드문 드문 놓여 있었으며 그리 넓지는 않았다. 사방이 나무로 둘려싸여 있어 전망이 좋지 않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도명산이 겨우 보일 뿐이다. 사진을 찍고 하산 시작. 헬리콥터 착륙장이 있는 681봉을 보며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었는데 사면길이 자꾸 아래로 내려간다. 낙영산과 681봉은 높이가 거의 같기 때문에 내려가면 안 되는데. 곧 계곡이 보이고 눈에 익은 지형이 나타났다. 아니, 여기는?
▲ 낙영산 정상에서
10:02 수정골 평지에 도착. '공림사 2.0km, 도명사 0.9km'라고 쓴 이정표가 서 있다. 이곳은 지난 2월 20일에 '가령산-무영봉-도명산' 연계 산행을 할 때 681봉에서 도명산 가는 길을 잘못 들어 내려왔던 곳인데 오늘 또 길을 잘못 들어 이곳으로 내려온 것이다. 동족 능선을 타야하는데 북쪽 능선을 탄 것이다. 지도 정치를 한 다음 681봉으로 가는 능선으로 올라붙었다.
30분 정도 걸려서 내려온 만큼 다시 올랐다. 산행이 너무 쉽게 끝나는가 했더니 그게 아니다. 10분도 걸리지 않을 거리를 길을 잘못 들어 40분 이상이 걸렸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 번 판단을 잘못해서 길을 잘못 들면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산을 오르는 것과 생을 살아가는 것과는 닮은 점이 너무나 많다.
▲ 낙영산 정상 모습
▲ 뒤로 보이는 도명산 정상
▲ 무영봉 모습
▲ 능선에 진달래가 곱게 피어 있다
10:30 681봉이 보이는 삼거리에 도착. 오른쪽으로 리본이 많이 달려 있는 길이 낙영산으로 가는 길이다. 삼거리 바로 옆에 있는 681봉 헬리콥터착륙장에 오니 사방이 트였다. 북으로는 도명상과 가령산이 보이고, 무영봉 뒤로 대야산, 백악산, 청화산이 보이며, 남으로는 묘봉, 관음봉, 문장대로 이어지는 속리산 주능선이 하늘금을 이루고 있다. 남쪽 능선으로 진짜 하산 시작. 꽤 가파른 하산길에는 바위지대마다 밧줄이 설치되어 있었다. 얼마를 내려오니 길이 평평해지면 왼쪽으로 부도가 보이고 공림사 뒷모습이 나타났다.
▲ 낙영산과 도명산 삼거리, 왼쪽으로 가야 낙영산이다
▲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본 무영봉
▲ 하산길에 본 속리산 주능선
▲ 하산길에 내려다 본 공림사와 사담마을
▲ 하산길에 본 속리산 주능선
10:53 공림사에 도착. 낙영산 아래 자리잡은 이 절은 신라 경문왕 때 자정선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로, 자정선사에게 법력이 있다는 백성들의 칭송이 자자하여 경문왕이 그 인물됨을 높이 사서 국사의 칭호와 함께 공림사라는 사명(寺名)을 쓴 액자를 하사했다고 한다. 조선중기에는 법주사보다 더 흥했으나 전란을 겪으면서 불에 타 없어지고, 지금의 건물들은 근래에 다시 지은 것들이다.
▲ 공림사 대웅전 모습
10:58 주차장에 도착. 아침에 없던 차가 3대나 늘어났다. 청주로 돌아오는 자동차의 라디오 방송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좋은 내용이 나왔다. 한 마디로 말하면, '돈을 벌기 위해서 건강을 해치고 그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번 돈을 다 써버리는 우를 범하고, 미래를 생각하다가 현실을 잊어버려 미래도 현실도 아닌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이 되지 말자'는 내용이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문제는 무엇인가? 이런 내용을 알면서 실천에 옮기지 않는 것이 문제다. 한산한 도로를 달려 청주에 도착하니 12시다. 맛있게 점심을 먹어야겠다.
공림사
공림사 사적비의 앞면에는 공림사의 유래와 연력을 비롯해서 비의 건립경위 등을 적었는데, 강희 27년 3월에 썼으며, 나머지 3면에는 시주자ㆍ승려ㆍ주지ㆍ각수(刻手)의 명단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공림사(空林寺)에는 20여 그루의 고목군락이 희디 흰 바위산인 낙영산, 1000년 고찰과 어울리며 운치가 한결 깊어진다. 이렇듯이 느티나무 숲을 절 앞에 조성하게 된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풍수상 어떤 이유가 있으리라고 짐작할 뿐이다.
공림사의 인근에는 천연기념물 제266호로 지정되어 있는 망개나무가 있는데, 망개나무는 갈매나무과에 속해 있는 낙엽교목으로 일본의 남쪽지방과 중국의 중부지방에서 서식하는 희귀식물이다.
공림사 사적비는 조선 숙종 14년(1688)에 세운 것으로, 경내의 요사채 동쪽 언덕 아래에 있는데 사각형 지대석 위에 복련(伏蓮)이 조각된 화강암 비좌(碑座)를 놓고 높이 177cm, 너비 90cm, 38.5cm의 대리석 비신(碑身)을 세우고 팔작지붕 모양의 비관(碑冠)을 얹었다. 비문은 4면에 모두 새겨져 있는데 정면에 있는 본문과 이어지는 문장이 아니며, 좌/우측면의 내용은 뒷면의 시주자 명단의 연속으로 보이나, 시주 시기가 서로 다른이들을 추가로 새긴 것으로 보인다. 비문의 찬자(撰者)는 석경일(釋敬一)이며, 허암(虛菴)이 쓰고, 조영(祖瑛)이 전(篆)했다. 비의 앞면에는 공림사의 유래와 연력, 비의 건립경위 등을 적었는데, 강희(康熙) 27년 3월에 썼으며, 나머지 3면에는 시주자, 승려, 주지, 각수(刻手)의 명단을 기록하고 있다. 이 사적비는 비문이 완전하여 조선중기의 사회상과 지역의 동태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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