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산 산행기
◈ 일시: 2007년 4월 7일 토요일
◈ 장소: 박달산 825m / 충북 괴산군 장연면 방곡리
◈ 코스: 느릅재 → 봉수대터 → 헬기장 → 정상 → 동골재 → 방곡리 → 느릅재
◈ 시간: 3시간 20분
박달산은 울고 넘는 박달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괴산 장연의 느릅재에 있다. 제천 박달재에 있는 산은 시랑산이다. 박달산은 육산이며 동골 쪽은 원시림처럼 우거진 계곡이 장관이다. 주월산과 19번 국도를 경계로 마주 보고 있고 괴산 35명산에 속한다. 박달산은 장연면 오가리 사람들이 신성한 산으로 여기는 곳이며, 이곳에서 기우제를 올리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12:40 감곡에 있는 학교 출발. 오늘은 토요일이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후 시간을 내어 박달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산불예방 목적으로 출입이 금지된 산이 많기 때문에 봄철에는 미리 산행 가능 여부를 알아보아야 한다. 괴산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4월 6일자로 괴산군 상시 개방 등산로가 발표되었는데 '박달산, 신선봉, 마분봉, 남산, 군자산, 칠보산, 도명산'이 그 대상이었다.
음성에서 음성천을 따라 516번 지방도를 달려 불정면 목도에 이른 다음 다시 525번 지방도를 달리면 감물면 광전리 사거리에 도착한다. 지난 번 주월산에 갈 때에는 목도에서 길을 잘못 들어 괴산으로 돌아간 경험이 있다. 감물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좌회전해서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해발 397m의 느릅재에 이르게 된다. 박달산 맞은 편에 있는 주월산도 이 느릅재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13:40 느릅재 도착. 느릅재 아래에 관광버스 2대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니 단체 등산객이 온 모양이다. 45분에 산행 시작. 산행을 마친 단체 등산객들이 산나물을 뜯고 있다. 5분 정도 걸어 조금 가파른 낙엽송 숲을 올라가니 무덤이 하나 있는 능선길이 바로 시작되었다. 단체 등산객들이 띄엄띄엄 내려오고 있다. 모두 나이가 꽤 든 사람들이다. 산불예방 계도 차량의 스피커에서 산불예방을 강조하는 방송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산불, 조심해야지. 계속되는 급경사의 오르막이다. 날이 화창해서 걷기에 좋다. 보라색의 야생화 현호색과 노란 제비꽃이 산행로 양쪽에서 나를 반겨준다.
▲ 박달산과 주월산 산행의 기점인 느릅재
▲ 느릅재에서 본 박달산 주능선, 그 아래는 일본잎갈나무 숲, 그 아래 나물 캐는 단체 등산객들
▲ 산행로 초입에 있는 일본잎갈나무 숲, 박달산에는 유난히 일본잎갈나무가 많다
14:15 주능선 첫 봉우리에 도착. 여기서부터는 완경사의 부드러운 능선길이 시작된다. 간혹 경사가 심한 곳에는 로프가 매어져 있는데 없어도 올라가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등산로 중간 중간 나무에 '위험! 농약 중독 주의, 참나무 시들음병 방제지역(나무 농약 훈증 및 수간 약제 주입), 산림환경연구소장'이라고 쓴 안내문을 걸어 두었다. 산나물을 먹지 말라는 경고문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예전에 없던 질병들이 식물에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10분 정도 올라가니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 걷기에 좋은 완경사의 주능선길
▲ 조금 경사가 있는 산행로에는 로프가 매어져 있다
14:25 봉수대터에 도착. 이정표에는 '괴산의 명산 박달산 정상 70분'이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70분은 조금 잘못된 것 같았다. 안내도에는 50분으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 내가 정상까지 오르는 데에는 40분이 걸렸다. 이 봉수대는 돌로 쌓았던 흔적과 50여평의 공터가 있으며 주정산 봉수대에서 괴산방면으로 연락을 취했던 간이 봉수대로 알려져 있다. 봉수대터 둘레의 소나무가 무척 아름답다. 봉수대에서는 느릅재 서쪽의 감물지역이 내려다 보이는데 19번 국도와 박달마을이 바로 눈 아래에 있다. 봉수대터에서 15분 정도 바위능선을 올라가니 이정표가 있고 그 위에 헬리콥터 착륙장이 자리잡고 있다.
▲ 봉수대터의 모습
▲ 봉수대터에서 내려다 본 박달마을과 19번 국도
14:40 이정표 위 헬리콥터 착륙장에 도착. 이정표에는 '박달산 정상 40분, 느릅재 50분'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정상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분이면 충분했다. 이정표 만드신 분들, 시간을 너무 후하게 잡으셨네. 헬리콥터 착륙장은 사방이 터져 있어 전망이 좋았다. 북쪽으로는 주월산이, 서쪽으로는 성불산, 남으로는 군자산이 보인다. 동쪽으로는 박달산 능선이 보이는데 앞에 있는 것이 800m 봉이고 뒤에 있는 것이 825m 정상 봉우리다.
▲ 740m 봉우리의 헬리콥터 착륙장, 사방이 터져 있어 조망이 좋다
▲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본 박달산 능선, 오른쪽이 정상이다
15:05 박달산 정상에 도착.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이 있고 그 오른쪽에 국기게양대가 있다. 게양대에 국기는 없었다. 표지석 왼쪽으로는 산불감시 카메라가 자동으로 돌아가고 있다. 기념사진을 찍은 후 빵과 과자로 간식을 먹었다. 정상에 올라 따뜻한 봄볕을 쬐며 휴식을 취하는 이 기분은 산에 올라와 본 사람만 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하산을 서둘렀다. 하산은 동골재를 경유 동골을 거쳐 방곡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박달산 정상에서 동골재까지는 꽤 가파른 길이었다.
▲ 박달산 정상에서, 오른쪽에 국기게양대가 보인다
15:23 동골재 사거리 안부에 도착. 곧장 올라가면 780m 봉을 거쳐 추점리로 내려가게 되고 오른쪽은 무심사를 거쳐 증자마을로 내려가게 된다. 왼쪽 방곡리 방면 '동골'로 방향을 정하고 계속 걸었다. 동골은 처음 층층나무 군락지대를 지나 낙엽송밭으로 이어졌다. 넓은 평원 위에 부드러운 길이 계속되다가 다시 스크리 지대가 나타났고 마침내 물이 흐르는 돌 계곡으로 하산길이 이어져 있었다. 다래덩굴이 얽힌 동골은 원시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고 벌써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곱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 방곡리로 내려가는 길 이정표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 원시림 같은 동골, 팔뚝만한 다래덩굴이 서로 얽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방곡마을이 가까워지자 들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띤다. 기계로 밭을 갈고 이랑을 만드는 사람, 검은 비닐을 씌우는 노부부, 인삼밭 말뚝을 박고 있는 사람들... 봄과 함께 농촌도 깨어났다. 한미 FTA 협정 때문에 농촌 사람들이 타격을 받겠지만 그렇다고 땅을 놀릴 수는 없는 법이 아닌가? 방곡마을에 들어서니 방곡마을 자랑비가 눈에 보이고 대여섯 명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게이트볼을 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이 시골 농촌에 게이트볼? 게임을 하고 있는 곳 옆에는 잔디로 된 게이트볼장도 마련되어 있었다.
▲ 방곡마을 자랑비
16:10 방곡 삼거리에 도착. 제천이나 단양 쪽 산을 갈 때 늘 지나가던 곳이다.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 곳이라 느릅재까지 다른 차를 얻어 타고 갈까 생각하다가 그냥 걷기로 했다. 산행에 걸린 시간이 두 시간 남짓하고 또 느릅재까지 그리 먼 길이 아니니 쉬엄쉬엄 걸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스팔트 국도를 걷는 데는 어느 정도 이력이 있으니까...
2주일 전 주월산을 다녀올 때 지난 간곡마을을 거쳐 간곡저수지에 이르니 저수지가에 서 있는 버드나무에 파란 잎이 돋았다. 봄철의 풍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아니 시간마다 색이 변한다. 감나무골에서 느릅재까지의 도로변에 심어 놓은 벚나무에 꽃망울이 터지고 있고 산수유는 이미 노랗게 피었다. 밀려오는 봄의 기운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 방곡 삼거리의 모습, 좌회전하면 충주로 가는 길, 직진하면 수안보온천으로 가게 된다
▲ 간곡저수지의 버드나무, 2주 전과는 달리 잎이 파랗게 돋았다
▲ 19번 국도에서 본 박달산 능선, 앞에 있는 나무들은 일본잎갈나무
17:00 느릅재에 도착. 단체관광객들은 이미 떠났고 내 차만 덩그라니 남아 있다. 차를 돌려 괴산, 증평을 지나 오창을 경유하여 청주에 도착하니 오후 6시 10분이다. 나들이객이 많아서 그런지 청주 근처에 오자 차들이 많이 밀렸다. 내일이 부활절이라 산행을 할 수 없어 오늘 토요일 오후를 이용하여 괴산 35명산 중 하나를 무사히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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