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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07.03.04. [충북山行記 23] 충북 괴산 사랑산

by 사천거사 2007. 3. 4.

사랑산 산행기

일시: 2007년 3월 4일 일요일

◈ 장소: 사랑산  647m / 충북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 코스: 용세골입구 → 주능선 → 사랑산 → 후영리 → 용세골입구

◈ 시간: 3시간 49분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 오후부터 내일까지 많은 비가 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전 중에 산행을 마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아닌가. 청주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산을 찾다보니 사랑산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산은 북으로는 옥녀봉 남서릉과 함께 합작한 용세골, 서쪽 달천강, 남쪽 화양구곡을 품고 있는 화양천 등 비경지대로 에워싸여 있는 형국이다. 이 산은 남쪽 화양구곡을 사이에 두고 도명산과 낙영산을 마주보고 있다.

사랑산에는 괴산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괜찮은 비경인 용추폭포와, 이 산 이름을 낳게 한 희귀 소나무 연리목(戀理木)이 있다. 괴산군 내 바위산들이 대부분 그렇듯 사랑산에도 코끼리바위, 코뿔소바위, 독수리바위 등 기암괴석들이 많이 있다. 예전에는 용세골 지계곡인 제당골에 제를 올리는 제당이 있어 마을 주민들이 제당산으로 불렀었다. 그런데 이 산에서 연리목이 발견되자 괴산군청이 산이름을 사랑산으로 새로 지었다고 한다.


연리목

 

가까이 자라는 두 나무가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이 지나면 서로 합쳐져 한 나무가 되는 현상을 연리(連理)라고 한다. 두 몸이 한 몸이 된다하여,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 비유하여, ‘사랑나무‘라고도 부른다. 나뭇가지가 서로 이어지면 연리지(連理枝),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連理木)이다. 연리목은 가끔 만날 수 있으나 가지가 붙은 연리지는 매우 희귀하다. 가지는 다른 나무와 맞닿을 기회가 적을 뿐만 아니라 맞닿더라도 바람에 흔들려 좀처럼 붙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리가 되는 과정은 이렇다. 가까이 있는 두 나무의 줄기나 가지는 자라는 동안 지름이 차츰 굵어져 맞닿게 된다. 양쪽 나무에서 각각 해마다 새로운 나이테가 생겨나고 따라서 해가 거듭될수록 서로를 심하게 압박한다. 우선 맞닿은 부분의 껍질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여 파괴되거나 안쪽으로 밀려나고 나면 맨살이 그대로 맞부딪친다. 먼저 지름생장의 근원인 부름켜가 조금씩 이어지고, 그 다음에 양분을 공급하는 유세포(柔細胞)가 서로 섞인다. 마지막으로 남은 보통 세포들이 공동으로 살아갈 공간을 잡아가면 두 몸이 한 몸이 되는 연리가 이루어진다. 고욤나무에 감나무 접을 붙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런 나무를 잘라보면 마치 쌍 가마를 보고 있는 듯 두 개의 나이테가 함께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두 나무 세포의 연결은 적어도 10여 년이 넘게 걸리고 결국은 한 나무와 꼭 같아진다. 양분과 수분을 서로 주고받는 것은 물론이고 한쪽 나무를 잘라버려도 광합성을 하는 다른 나무의 양분 공급을 받아 살아 갈 수 있다.


08:06  아파트 출발. 아침에는 해가 잠깐 났었지만 곧 사라지고 점점 구름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증평을 통과한 다음 34번 국도를 이용, 괴산으로 달렸다. 일요일 아침이고 게다가 날씨 때문인지 도로는 한산하다. 괴산 대사 삼거리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우회전을 한 다음 문광 삼거리를 통과, 광덕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였다. 덕평까지 이어지는 49번 지방도다. 치재터널을 통과하여 덕평 사거리에서 잠시 길을 헤매다가 청천으로 가는 525번 지방도를 찾아냈다. 산행기점인 용세골은 덕평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09:11  용세골 입구 도착. 아직 비는 내리지 않고 있지만 잔뜩 흐린 날씨에 바람이 세다. 도로 오른쪽의 달천에 꽤 많은 물이 흐르고 있다. 버스 정류장 왼쪽으로 용세골로 가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 있다. 조금 들어가니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있는데 표지기가 몇 개 매달려 있다. 다리를 건너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왼쪽에 집이 한 채 있고 오른쪽으로 지류가 흐르고 있다. 집 위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예전에 임도였을 것 같은 길이 여러 갈레로 갈라졌다 만났다 한다. 이리저리 헤매다가 일본잎갈나무 숲 왼쪽 능선으로 올라갔다. 조금 급한 사면길을 오르는 데는 꽤 힘이 들었다. 더군다나 없는 길을 만들자니 더 힘들다.


용세골 입구 버스 정류장

 

용추폭포와 연리목이 있는 용세골 입구

 

지능선 오른쪽의 일본잎갈나무(낙엽송) 밭


09:52  지능선에 올라 붙었다. 길이 뚜렷하다. 지도에 의하면 일본잎갈나무 밭 왼쪽 능선으로 올라가야 한다. 이쪽 코스는 사람이 많이 찾지 않아서 그런지 표지기도 거의 없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지만 우의을 입을 정도는 아니다. 바람은 매섭게 몰아친다. 손끝이 시릴 정도다. 주능선까지 계속되는 오르막길이지만 급경사가 아니고 심한 돌길도 아니라서 걷기에는 좋다. 바람은 계속 분다.


지능선길, 주능선까지 계속되는 오르막이나 경사가 그리 심하지는 않다


10:19  주능선에 올라섰다. 표지기가 많이 달려 있는 것을 보면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 봉우리로 되어 있는 주능선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표지기가 달려 있다. 이제부터 봉우리를 3개 정도 넘으면 정상에 오르게 된다.


지능선과 주능선이 만나는 봉우리, 표지기가 많이 달려 있다


10:24  585m 봉우리에 도착. 바람이 점점 세게 분다. 비는 아직 그만그만하게 내리고 있다. 봉우리가 그리 높지 않아 오르는 데에 힘이 별로 들지 않는다. 낙엽이 쌓인 능선길은 걷기에 부드럽다. 일찍 잎을 피운 식물들이 간혹 눈에 띤다.


주능선길, 늦가을 기분이 든다

 

주능선길


10:31  560m 봉우리에 도착. 운무가 짙어지며 주위가 점점 어두워진다. 10시 44분에 삼거리 봉우리에 도착했다. 왼쪽 능선을 따라 가면 연리목 소나무를 볼 수 있고 용세골로 내려설 수 있다. 여기서 정상은 바로 코 앞이다.


주능선길, 운무가 점점 심해진다

 

주능선길, 운무가 점점 심해진다


10:50  사랑산 정상에 도착. 비가 심해져서 윈드자켓을 꺼내 입고 배낭 커버도 씌웠다. 정상에는 사랑산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 정상 표지판과 '사랑산 647m'라고 세로로 쓴 표지판이 나무에 매어져 있었다. 물론 정상표지석은 없었다. 배낭 위에 사진기를 놓고 자동으로 찍는데 바람이 세어 사진기가 흔들거린다.


사랑산 정상 안내판, 정상 표지석은 없다

 

정상 표지판과, 비는 내리고 바람은 불고


바람은 세게 불고 비는 내리고 해서 하산을 서둘렀다. 그런데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주변을 잘 살피지 않은 탓에 하산길이 달라지고 말았다. 원래 예정된 코스는 601m 봉을 거쳐 사기막리로 하산한 다음 용세골로 나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표지기를 따라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얼마 가다가 능선길이 끝나고 계곡 사면길이 나타났다. 물론 길도 분명하지 않고 희미하다.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제당골로 내려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사면길을 내려간 다음 뚜렷하게 나 있는 계곡길을 걸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계곡인지 여름철 쓰레기가 군데군데 아직도 쌓여 있었다. 일단 사람 자취를 보게 되어 반가웠다. 오른쪽으로 설운사라는 절같지 않은 절도 있다. 한 시간 가량 걸었을까, 연리목과 용추폭포는 보이지 않고 아스팔트 도로가 나타났다.

 

11:50  왕복 2차로 아스팔트 도로 건너편으로 커다란 하천이 있고 그 너머로 수련원 같은 건물이 있다(나중에 알고보니 화양랜드). 건물 앞에는 대형 버스와 승용차가 여러 대 세워져 있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딘가? 아무리 지도를 봐도 알 수가 없다. 근처의 큰 하천은 달천 밖에 없는데. 옆에 우체통에 후영리 00번지라는 주소가 적혀 있다. 후영리? 그렇다면 원래 코스와 반대쪽으로 내려온 것이 아닌가? 귀신에 홀린 기분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다시 산으로 올라갈 수는 없고 어느 쪽으로 가야 차를 세운 곳으로 갈 수 있지? 지도에는 달천 옆에 길이 없는데. 사람도 없고 오고가는 차도 없고 해서 무작정 왼쪽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얼마를 걸었을까, 모텔이 보이며 도로표지판이 있는데 왼쪽으로 송면, 오른쪽으로 청천으로 간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달천 위에 놓인 다리 오른쪽에 있는 건물이 눈에 익다. 그렇다, 화양수련원이었다.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 멀리 화양수련원 건물이 보인다

 

유유히 흐르고 있는 달천


차를 세워놓은 덕평 쪽으로 가려면 반댓길로 가야한다. 방향을 되돌려 작은 고개를 하나 넘으니 오른쪽으로 화양연가라는 콘도식 민박집이 있고 그 길은 다시 왕복 2차로 아스팔트 포장도로와 만났다. 여기서는 어디로 가야하나. 조금 헤매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었다. 마침내 멀리 용세골 입구가 보이고 그 앞에 세워 놓은 내 차도 보인다. 얼마나 반가운지.


도로 옆에 있는 민박집 '화양연가'

 

달천을 따라 나 있는 525번 지방도, 멀리 용세골 입구가 보인다


13:00  차에 도착. 샌드위치, 커피, 사과로 점심을 먹었다. 비가 약간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길을 잃고 헤매는 동안 비가 조금 밖에 내리지 않은 것도 큰 다행이었다. 방금 걸어온 길을 차로 달려가보니 그 도로는 화양동 야영지를 통과해서 32번 지방도로 연결되었다. 옛날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길이라서 많이 당황한 것이다. 이번 산행에서 느낀 것은, 주위가 잘 안 보일 때는 행동을 더 신중하게 해야 하며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비록 용추폭포와 연리목은 구경하지 못했지만 다시 한 번 산에 대한 외경심을 불러일으켜 준 의미있는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