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산행기
◈ 일시: 2007년 2월 26일 월요일
◈ 장소: 백운산 1087m / 충북 제천시 백운면
◈ 코스: 원덕동 → 주능선 → 920봉 → 정상 → 헬기장 → 임도 → 차도 → 원덕동
◈ 시간: 4시간 48분
08:55 아파트 출발. 우리나라에는 백운산이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전남 광양의 백운산(1217.8m), 장수의 백운산(1278.6m), 경기도 포천의 백운산(937m)이 유명하고, 정선 동강 백운산(882.5m), 경남 밀양의 백운산(886m)도 이름이 나 있다. 오늘 산행지인 제천의 백운산은 백운면을 감싸고 있는 산으로 꽤 좋은 산인데도 불구하고 인근에 있는 치악산이 워낙 유명한 때문인지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곳이다.
36번 국도를 따라 주덕까지 달린 다음 다시 599번 지방도를 따라 달렸다. 충주 시내를 거치지 않고 제천으로 갈 수 있는 길인데 왕복 2차로이지만 주변경관이 좋다. 대소원을 지나니 첨단도시 시설 계획에 따라 나무를 베어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가금면을 지난 다음 충주호조정지댐을 통과했다. 곧 장호원에서 제천으로 이어지는 38번 국도로 올라섰다. 월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차량은 별로 많지 않다. 다릿재 터널을 통과하자 바로 백운으로 나가는 길이 나오는데 실제로는 한 블럭을 더 가서 백운으로 나와야 한다.
38번 국도를 벗어나면 바로 402번 지방도가 나 있다. 이 지방도는 제천에서 원주로 가는 5번 국도와 신림에서 만나게 된다. 402번 지방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정면으로 덕동계곡이라는 커다란 표지석이 있다. 여기서 좌회전을 하여 원덕동 마을까지 달리면 된다. 덕동계곡을 따라 오른쪽으로 차도가 계속 이어져 있었다. 덕동계곡은 여름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 펜션과 민박집, 음식점들이 계곡을 따라 요소요소에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은 2월이니 한가하다.
10:42 원덕동 마을에 도착. 마을 전체가 민박집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도로 옆에 차를 세운 다음 상리계곡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백운산에 관한 산행안내도나 표지판 등은 전혀 없다. 시멘트 포장이 된 임도는 흙길로, 다시 포장도로로 이어졌다. 넓은 인삼밭을 지나니 왼쪽 산 사면에서 대규모 벌목이 이루어지고 있다. 상학동 마지막 농가가 나타났다. 사람이 사나? 농가 위로 30m 지나자 녹슨 통행 차단기가 한쪽으로 치워져 있다.
▲ 상리계곡 상학동 마을 마지막 농가
11:23 임도를 따라 계속 올라가니 다시 차단기가 나타났는데 최근에 설치된 것으로 차량통행을 할 수 없게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이름 모를 새들이 봄을 알리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꿩 한 마리가 발자국 소리에 놀라 하늘로 날아오른다. 임도는 계곡 왼쪽을 따라 이어졌는데 고도가 높아지며 계곡이 점점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 임도에 설치되어 있는 차량통행 금지용 차단기
11:45 임도 삼거리에 도착. 백운산에서 처음 산행 이정표를 만났다. '십자봉 6.9km, 상학동 4.3km, 백운산(운학리)'라고 적혀 있다. 백운산 쪽으로 조금 올라가니 임도는 오른쪽으로 휘고 계류 왼쪽으로 산행로 리본이 달려있다. 임도를 버리고 산 사면길로 올라섰다. 얼마 동안 흔적이 남아있던 산행로는 위로 올라가면서 점점 희미해졌다. 경사도 급하다. 음지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다.
▲ 임도 삼거리에 있는 이정표, 백운산의 유일한 이정표다
▲ 임도에서 오두치로 오르는 산길 입구, 퇴색된 리본이 몇 개 달려 있다
12:11 주능선에 올라섰다. 여기가 오두치인가? 리본은 몇 개 붙어 있는데 표지판이 없어 분간을 할 수가 없다. 멀리 백운산 정상이 보인다. 해발 966m의 오두봉을 넘어 상리계곡에서 곧장 올라오면 만나는 상재를 지났다. 능선길에는 군데군데 녹지 않은 얼음이 있어 걷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 주능선에서 바라다 본 백운산 정상, 부드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12:40 무덤과 상석이 있는 920m 봉이다. 10여분 다시 올라가니 '경주최공' 무덤이 나타났다. 옛날에는 왜 이렇게 높은 곳에 무덤을 썼을까? 해발고도가 거의 1000m에 육박한다. 명당이라서? 요즈음은 찾아가기 쉬운 곳이 명당이다.
▲ 상재 위에 있는 경주 최씨 무덤
12:56 정상 밑 네거리에 도착. 왼쪽으로 원주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원덕동에서 올라오는 길이 있다. 정상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정면으로 보였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0분 거리인데 바윗길로 조금 가파르다.
▲ 정상 밑 사거리 안부에 있는 정상 이정표
13:06 정상에 도착. 어울리지 않게 정상에는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 및 안내판이 4개나 있었다. 산행로에나 이정표를 좀 설치하지. 표지석에는 1087m라고 적혀 있다. 정상에서는 원주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치악산국립공원의 능선도 가깝게 보인다. 사진을 한 장 찍은 다음 빵, 커피, 사과 등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 백운산 정상 안내판
▲ 백운산 정상 표지석을 앞에 두고
13:21 정상에서 출발. 원덕동 쪽으로 하산을 해야하기 때문에 남릉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지능선 삼거리에서 계속 남릉을 따라 내려오니 앞이 확 열리며 헬리콥터 착륙장이 나타났다.
13:46 헬리콥터 착륙장에 도착. 꽤 넓은 착륙장 한쪽에는 눈이 쌓여 있다. 능선길에는 일본잎갈나무(낙엽송)가 원시림처럼 들어차 있었다. 이 백운산에는 유난히도 일본잎갈나무가 많았다. 952.7m 봉을 왼쪽으로 우회했는데 음지 사면이라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마침내 능선길이 끝나고 임도가 나타났다.
▲ 헬리콥터 착륙장, 한쪽에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다
▲ 하산길 능선에 있는 일본잎갈나무 숲, 마치 원시림 같다
14:26 임도와 만났다. 여기서 임도를 따라 약간 내려가다가 지능선을 타야하는데 곧바로 내려가는 코스를 잡았더니 급경사 계곡 사면길이 나타났다. 물론 길은 없다. 혼자 몸이니 새로운 길을 개척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아 계곡 사면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겨울이나 덤불이 별로 없고 또 바위 절벽도 없었다. 사면을 내려서니 계곡인데 물은 흐르지 않고 있었다. 물론 길이 없어 계곡의 바위를 따라 걸었다. 얼마를 내려오니 고로쇠물을 받는 비닐주머니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종종 눈에 띤다. 사람이 다닌다는 증거다.
▲ 길을 개척하며 내려온 계곡 사면 스크리지대
▲ 사면을 다 내려온 후 만난 계곡
▲ 계곡을 따라 고로쇠물을 받기 위해 설치해 놓은 비닐주머니
15:16 마침내 계곡을 벗어나 차도에 올랐다. 백운사 2.3km라고 전봇대에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원덕동마을 까지는 1.3km 정도 걸어가야 한다. 그래도 마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 차도에서 본 계곡길 입구
15:30 원덕동 마을 주차한 곳에 도착. 6시에 모임이 있기 때문에 서둘러 청주를 향해 출발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서 16시 15분에 청주에 도착했다. 제천의 백운산은 산행 안내도와 이정표를 제대로 설치하고 산행로를 잘 정비하면 덕동계곡과 함께 잘 어울리는 산이 될 것 같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만큼 오염이 덜 되었다는 것도 이 산으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덕동계곡
덕동계곡은 길이가 8km, 약 이십 리에 걸쳐서 이어져 있는데, 마을 입구에서 5km까지는 야영이 가능해서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계곡이 깊고 장대할수록 물이 차고 맑은 것은 자연의 이치니 덕동계곡의 깨끗함은 더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그 터를 지키며 농사짓고 살아온 동네사람들의 계곡을 아끼는 마음이 각별하여 덕동계곡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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