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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괴산 35名山

2007.02.04. [괴산 명산 10] 괴산 연풍 구왕봉

by 사천거사 2007. 2. 4.

구왕봉 산행기

 

◈ 일시: 2007년 2월 4일 일요일

◈ 장소: 구왕봉 877m / 충북 괴산 연풍

◈ 코스: 은티마을 → 지름티재 → 구왕봉 → 호리골재 → 임도 → 은티마을

◈ 시간: 4시간 30분

◈ 회원: 아내와 함께 



09:02  아파트 출발. 오랜만에 연풍 쪽으로 산행지를 잡았다. 지름티재를 경계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희양산과 구왕봉은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특히 희양산은 산 전체가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산 아래에 조계종이 정한 특별수도원 봉암사가 자리잡고 있다. 오늘 산행지는 구왕봉이다.

 

증평, 괴산을 지나 연풍에 도착했다. 일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차량 통행은 많지 않다. 연풍초등학교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천주교 연풍성지가 있고 조금 올라가면 삼거리인데 왼쪽은 분지리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주진리 은티마을로 가는 길이다. 삼거리에는 한창 괴산-연풍 간 4차로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은티마을까지는 시멘트 포장도로인데 음지에는 눈이 녹지 않아 빙판을 이루고 있었다.

 

10:14  연풍 은티마을 주차장에 도착. 예전에 없던 '은티마을농산물집판장휴게소'라는 긴 이름의 간판을 단 건물 앞에 아스팔트로 포장이 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소형 2,000원 대형 4,000원의 주차료를 받고 있었다. 허가를 받고 주차료를 받는 건가? 2,000원을 건넨는 데 영수증도 없다. 주차장에는 이미 여러 대의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벌써 산행에 나선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주차장 한켠에 있는 등산 안내도를 살펴본 다음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날씨는 봄날처럼 화창하다. 낮에는 영상 12도까지 올라간다는 예보가 있었으니.

 

마을 입구에 있는 은티마을 유래비를 둘러싸고 괴산군 보호수인 소나무 15그루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다리를 건너 조금 올라가니 왼쪽으로 커다한 한옥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전에 없던 건물로 최근에 지어진 것 같다. 대청마루 위에 '은티산장'이라는 이름표가 걸려 있다. 하루 산행이면 충분한데 여기도 산장이 되나? 길 양쪽으로 사과 과수원인데 전지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언제 내린 눈인지 포장도로 위의 눈이 빙판을 이루고 있어 몹시 미끄럽다.


▲ 주차장에 있는 구왕봉 등산안내도 앞에서


▲ 은티마을 유래비 앞에서


▲ 길이 온통 빙판이다


10:34  주차장에서 조금 쌀쌀한 기운을 느꼈었는데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땀이 나기 시작한다. 겉옷을 하나 벗었다. 땀이 나기 전에 옷을 벗고 추우면 옷을 바로 입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네팔 트레킹에서 절감했다. 무릇 산행을 할 때는 옷 입고 벗기를 귀찮아하지 않아야 한다.

 

10:47  삼거리 이정표가 나타났다. 오른쪽은 호리골재를 통해서 구왕봉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지름티재로 올라가는 길이다. 지름티재로 올라가서 호리골재로 내려오기로 했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군데군데 무너진 계곡으로 길이 나 있는데 응달이라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럽다. 잠시 쉬며 아이젠을 착용했다. 물론 스틱도 꺼내 들고.


▲ 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


11:06  다시 삼거리가 나왔다. 왼쪽은 성터를 경유해서 희양산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지름티재다. '은티 마을 30분, 희양산(성터) 80분'이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 스크리 지대를 지났다. 한참을 올라가니 스크리 지대가 끝나고 11시 30분에 부드러운 사면길로 올라섰다. 지그재그 형태의 사면길을 조금 올라가니 지름티재다.  


▲ 지름티재로 가는 길목에서


11:36  지름티재에 도착. 봉암사로 넘어가는 길과 희양산으로 올라가는 왼쪽은 통나무를 이용하여 통행을 못하도록 막아놓았다. 옛날 대학시절에는 희양산 암봉 밑에서 야영을 하며 바위를 올랐었는데 격세지감이다. 지름티재 왼쪽 언덕의 처녀무덤은 잘 있는지? 봉암사 쪽 고개 아래에 움막이 하나 있는데 스님이 통행을 감시하는 곳 같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올라갔다. 처음은 완만한 숲길이었으나 점차 경사가 급해지며 바위와 나무뿌리에 의지해서 올라야 하는 곳도 나타났다.

 

11:54  휴식. 급경사의 암릉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녹지 않은 눈이 얼어붙어 상당히 미끄럽다. 아이젠을 하지 않은 발이 자꾸 미끄러진다. 가는 밧줄이 매어져 있는 급경사를 오르다가 슬립하여 양쪽 팔꿈치를 바위에 부딪쳤다. 아픈 것은 고사하고 잘못하면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 같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간신히 올라섰는데 아이젠을 한 켤레만 준비 한 것이 크게 후회가 되었다. 유비무환!

 

12:26  아찔한 절벽을 낀 홈통길을 올라서니 전망대다. 희양산 암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자리잡은 봉암사가 눈에 아련하다. 맞은편으로 작년에 올랐던 뇌정산도 보인다.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하지 못해 그냥 왔더니 얼마 남지 않았다는 표시가 떠서 좋은 풍경을 담지 못했다. 정상에서 찍을 사진을 위해 조금 남은 배터리를 아껴야했다. 유비무환! 전망대에서 완만한 길을 5분 정도 걸으니 구왕봉 정상이다.

 

12:30  정상에 도착. 정상표지석은 없고 문경시 백두대간 탐사대에서 만든 정상표지기가 나무에 걸려 있다. 높이가 898m라고 되어 있는데 잘못된 것이고 877m가 옳다. 마침 호리골재 쪽에서 등산객이 올라와 사진을 부탁했다. 정상 한쪽에서 김밥과 따뜻한 물로 점심을 먹었다.


▲ 구왕봉 정상에서


▲ 구왕봉 정상에서


12:50  점심 후 출발. 호리골재 쪽을 택하여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은 올라올 때의 길과는 달리 그리 험하지 않고 순탄한 편이었다. 은티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사진 한 장.


▲ 하산 중에 한 장


▲ 하산 중에 잠시 멈춰 서서


13:53  삼거리에 도착. '구왕봉 50분, 악휘봉 100분, 은티마을 20분'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제법 큰 무덤이 하나 있는데 무덤을 거쳐 직진하면 악휘봉으로 가는 백두대간길이고 무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은티마을 가는 하산길이다.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하산길은 곧 넓은 임도로 이어졌다. 눈이 적당히 깔려 있어 걷기에 좋다.


▲ 삼거리에서


▲ 삼거리에서


14:20 삼거리에 도착. 다시 포장도로가 시작되었다. 오전에 얼어있던 길이 햇볕에 녹아 질척거린다. 도로 오른쪽으로 전원주택 3채가 잘 가꾸어진 정원에 둘러싸여 모양을 뽐내고 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저런 곳에 살까? 주말에만 이용하는 별장인가? 아침에 보았던 한옥 '은티산장'에 등산객이 가득하다. 아, 그렇구나. 은티마을 다리를 건너자 오른쪽으로 주막집이 둘 있는데 한 곳에 표지기가 멋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대학시절에도 이집에서 막걸리를 통으로 사다 먹었었는데.


▲ 은티마을의 전원주택

 

▲ 은티마을에 도착해서

▲ 은티마을 다리 건너 주막집


14:45 주차장에 도착. 3시간 30분이라고 산행 안내도에 적혀 있는데 4시간 30분이 걸렸다. 겨울철이고 길이 미끄러웠기 때문에 더 걸렸으리라. 주차장에는 아침에 없던 대형관광버스 2대가 서 있었다. 연풍, 괴산, 증평을 경유해서 청주에 도착하니 4시 30분. 순대집에서 소주 한 잔을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 은티마을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