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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레킹/네팔 안나푸르나

2007.01.25. [안나푸르나 트레킹 12] 묵티나트→좀솜

by 사천거사 2007. 1. 25.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12일차

 

◈ 일시: 2007년 1월 25일 목요일

 출발: 묵티나트(Muktinath 3700m)

 경유: 자르코트(Jharkot  3550m) - 에크레바티(Eklebhatti)

◈ 도착: 좀솜(Jomsom  2760m)

◈ 회원: 아내와 함께(네팔 오지학교 탐사대)  


05:30  눈을 떴다. 어제 힘든 산행을 해서 몹시 피곤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몸이 가뿐하다. 밤새도록 방안이 얼마나 추웠는지 어젯밤에 벗어놓은, 땀에 젖은 양말이 얼어 있었고 어제 먹다 남은 주먹밥도 역시 꽁꽁 얼어있었다.

 

06:00  기상과 함께 홍차 한 잔

 

07:00  아침 식사


▲ 아직 해가 비치지 않는 묵티나트 마을, 다울라기리와 투크체는 햇살을 받고 있다


08:00  늘 그러하듯이 준비 운동을 한 후 로지를 출발했다. 트레팅 일정으로 치면 걷는 날은 오늘이 마지막날이다. 일정에 의하면, 오늘 좀솜까지 걸어 내려가서 하루 숙박을 한 다음 내일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포카라로 이동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 좀솜으로 출발하기 전 아침 운동, 제대로 따라하지 않는 대원들이 많아!


로지 옆 머플러 파는 가게(?)에서 한 개에 120루피씩 쳐서 6개의 머풀러를 선물용으로 구입했다. 손으로 직접 짠 것이기 때문에 조금 조잡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일면으로는 손으로 짠 것이기 때문에 가치를 부여할 수도 있었다. 사실 양털을 손질해서 실을 뽑아 염색을 한 다음 틀에 앉아서 짠 머플러 한 장이 우리나라 돈으로 2,000원 정도 한다는 것은 노동의 댓가치고는 너무 적은 것이었다.


▲ 묵티나트 로지 앞의 양모 스카프 상점, 모두 손으로 직접 짠 물건들이다


해가 뜨면서 눈에 덮인 다울라기리와 투크체가 정면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올라올 때와는 달리 카그베니 마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에크레바티 마을로 내려갔다. 닐기리와 다울라기리, 투크체가 번갈아 모습을 드러낸다. 머플러를 사느라고 늦게 출발을 해서 그런지 우리 뒤에 오는 대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 이번 트레킹 중 가장 큰 고비를 넘겼으니 이제 천천히 산천을 구경하며 걷자. 좀솜까지 내리막길인데 급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 어제 올라갔던 토롱라는 두 개의 봉우리 사이에 있다

 

▲ 다울라기리와 투크체, 마치 수정처럼 빛나고 있다

 

▲ 묵티나트에서 에크레바티로 가고 있는 모습 

 

▲ 에크레바티를 향해서 걷고 있다, 앞에 가는 분은 이진의 교수님

 

▲ 칼리 간다키 강 위쪽으로 보이는 곳이 카그베니, 그 위로는 Upper Mustang Area

 

▲ 묵티나트에서 에크레바티로 가는 도중 오른쪽 칼리 간다키 강을 배경으로

 

▲ 묵티나트에서 에크레바티로 가는 도중 오른쪽 칼리 간다키 강을 배경으로

 

▲ 에크레바티로 가는 도중, 멀리 닐기리가 보인다

 

▲ 에크레바티로 가는 도중, 눈 덮힌 닐기리

 

▲ 에크레바티로 가는 도중, 다울라기리와 투크체


에크레바티 마을에서 사과 쥬스를 시켰다. 가격은 한 잔에 90루피. 박연수 부대장이 아랫집은 70루피였다고 한다. 로지마다 물건 값이 다르다. 사과를 직접 믹서에 갈아서 만든 쥬스는 양도 많고 맛도 좋았다. 커피 한 잔에는 25루피였는데 역시 아래 지역보다는 조금 비쌌다. 물건을 가지고 오는 거리가 길수록 가격이 비싼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경제 논리인지도 모른다.


▲ 에크레바티 마을을 알리는 표지판, 왜 우그러졌지?


에크레바티부터 좀솜까지는 칼리 간다키 강의 하상을 따라 걸었다. '11시부터 어김없이 바람이 분다'는 김영식 대장의 말처럼 어김없이 바람은 불었고 올라올 때와는 달리 바람을 맞으면서 걸어야 했다. 바람이 그리 강하지 않아 걷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강풍이 불 때에는 온통 모래와 먼지를 뒤집어써야 한다. 이곳의 모래는 검회색으로 입자가 마치 밀가루처럼 곱다.

 

칼리 간다키 강에는 생물이 살지 않는지 생물체를 찾아볼 수가 없다. 하상에 널린 돌 중에서 암모나이트 화석이라도 찾아볼 생각으로 강바닥을 보며 걸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하상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좀솜 마을이 시작되었다. 칼리 간다키 강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섰다. 한 번 지나쳤을 뿐인데 마을 모습이 눈에 익다.        


▲ 좀솜 마을로 진입하는 중


13:30   좀솜 로지에 도착.  22일에 점심을 먹었던 Snowland 로지의 방이 부족하여 조금 떨어진 곳을 추가로 사용하였다. 우리 방은 추가로 사용한 로지의 312호였다. 이 로지의 시설은 거의 호텔 수준으로 TV가 있고, 욕실에는 bathtub도 있었으며 따뜻한 물이 나왔다. 날씨도 묵티나트보다는 훨씬 따뜻해서 침낭이 필요없고 로지에서 제공하는 이불로도 보온이 충분했다. 점심은 국수였다. 트레킹이 끝이 났기 때문에 소주를 한 잔 반주로 마셨다. 저녁 식사때 염소 세 마리로 파티를 연다고 했으니까 술은 그 때 좋은 안주로 마시면 된다. 

 

묵티나트와 마찬가지로 이곳 좀솜도 밤과 낮의 기온차가 심하다. 뿐만 아니라 같은 낮이라도 양지와 음지의 기온차도 상당히 크다. 네팔에 와서 처음에는 반팔로 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운 자켓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어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해가 될 것 같다. 로지로 돌아와 샤워를 하면서 그 동안 길렀던 콧수염을 깎았다. 이제 걷는 일은 다 끝났으니까. 낮잠을 한 숨 잤다.


▲ 좀솜 공항 활주로 너머로 닐기리가 우뚝 솟아 있다

 

▲ 어둠 속에 묻혀 가고 있는 좀솜 마을  


19:00  저녁식사. 오늘은 조형진 교수님이 탐사대원들을 위해 염소를 세 마리 낸 날이다. 소금을 조금 넣고 삶은 염소 고기는 냄새가 나지 않고 질기지도 않아 그 맛이 일품이었다. 걷는 트레킹은 모두 끝났기 때문에 소주를 꽤 여러 잔 마셨다. 김영식 대장이 내년 오지학교탐사는 가이드 핀죠의 고향인 칸첸충가로 갈 예정이라고 말을 했다. 덧붙여서, 칸첸충가 지역은 로지가 없기 때문에 야영을 해야한다고 한다. 그런 곳이야 말로 트레킹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맛있는 고기와 적당한 술에 기분이 매우 좋은 상태에서 방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