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9일차
◈ 일시: 2007년 1월 22일 월요일
◈ 출발: 투크체(Tukche 2590m)
◈ 경유: 마르파(Marpha 2670m)-좀솜(Jomsom 2710m)-에크레바티(Eklebhatti)
◈ 도착: 카그베니(Kagbeni 2800m)
◈ 회원: 아내와 함께(네팔 오지학교 탐사대)
05:20 기상. 몹시 춥고 화장실도 실외에 하나 밖에 없어 고생을 했지만 잠은 그런대로 잘 잤다.
06:30 아침 식사는 밥, 북어국, 김, 간장과 기본 반찬이었다. 김은 구운 것보다는 생김에 밥을 싸서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 맛있다.
07:18 투크체 출발. 오늘의 목적지는 카그베니인데 표고차가 300m 정도라서 거의 평지를 걷는 것과 같다. 바람이 불고 날씨가 춥다. 닐기리봉이 정면으로 보인다. 군데군데 얼음이 보인다.
▲ 카그베니로 출발 전 준비 운동, 박연수 부대장이 체조를 시키는 데는 최고실력자다
▲ 투크체에서 마르파로 가는 길, 주변 환경이 점점 황량해져 간다
▲ 투크체에서 마르파로 가는 길. 오른쪽이 칼리 간다키 강
08:37 마르파(Marpha 2670m)에 도착, 맛있는 사과 주산지로 유명하다. 마을 입구 표지판에 'Delightful Apple Capital of Nepal'이라고 적혀 있다. 시간의 흐름이 멈춘 것 같은 이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는 이곳이 고향인 티베트 성자 마르파와 아버지의 재산을 빼앗은 삼촌에 대한 원한에 삼촌과 그 가족을 몰살한 뒤 깨달음을 얻은 그의 제자 밀레르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서두르지 않는 곳에 가장 빠른 길이 있고, 온갖 목적을 버리는 데 가장 순수한 목적이 있다'는 밀레르파의 설법을 귀담아 들을만 하다.
▲ 과수원 사과나무에 'Royal Delicious'라고 쓴 팻말이 붙어 있다
돈을 받고 사람을 실어다 주는 영업용 오토바이가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네팔 트레킹 중 이곳을 거치는 트레커들은 이곳을 '좀솜의 압구정'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마을 집들은 깨끗이 포장된 골목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기념품 가게며 식당문을 열고 있는 티베트식의 하얀색 돌집과 그 돌집 사이 골목을 지나다니는 조랑말떼의 모습이 이채롭다.
길 옆 Rita Guest House Sun Stone Restauran라는 깨끗한 로지에서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로지 안주인은 마음씨가 후덕하게 생긴 분이었고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 하나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정전이 잦은 곳이라 그런지 책과 공책, 필통 옆에 있는 촛대에 양초가 꽂혀 있다. 안주인은 아들이 세 명인데 큰 아이는 열 다섯살이라고 덧붙였다.
▲ 마르파메 있는 Rita Guest House Sun Stone Restaurant에서 주인집 아들과
마을을 벗어나면서 언덕이 나타났고 그 언덕 위에 초르텐과 마니차가 길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마르파 마을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사각형의 집 지붕 위 가장자리마다 가지런히 장작을 쌓아 둔 모습이 그림을 보는 듯하다.
▲ 마르파 마을 언덕 위에 있는 초르텐과 마니차가 멀리 뒤쪽으로 보인다
09:18 마르파 마을이 끝나는 곳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좀솜까지는 한 시간 거리다. 탐사대원들이 여럿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마침 우리 탐사대 스텝 중 한 사람인 페마가 있어 기념사진을 부탁했다. 페마는 climbing sherpa로 희말라야의 8000m급 봉우리를 5번이나 올라간 베테랑 가이드다. 사실 일반 산악인이 8000m 급 봉우리를 한 두 개만 올라도 유명해지는데 네팔의 가이드들은 그렇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선천적으로 고산에 적합한 신체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돈을 받고 올라가기 때문일까? 만약 네팔인이 8000급 14개를 모두 올랐다면 다른 나라 사람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해질까?
▲ 세계적인 climbing sherpa 페마와 함께, 8000m 급 봉우리를 5개나 오른 가이드다
칼리 간다키 강 왼쪽으로 길이 잘 나 있었지만 지금이 건기라서 물이 흐르지 않는 하상 위를 걸어갔다. 라르중에서 투크체로 올 때와 마찬가지다. 주변 산에는 나무가 거의 없고 또 얼마 안되는 잡목들도 말라 붙어 황량하기가 그지 없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먼지가 풀석 일어난다. 비레탄티에서 타토파니까지의 풍경과 너무 대조적이다. 그곳은 오렌지가 익어가는 곳이었는데...
▲ 마르파에서 좀솜으로 가는 칼리 간다키 강 하상도로, 나무를 찾아볼 수가 없다
▲ 마르파에서 좀솜으로 가는 칼리 간다키 강 하상도로에서
▲ 마르파에서 좀솜으로 가는 칼리 간다키 강 하상도로에서
10:50 좀솜(Jomsom 2710m)에 들어섰다. 오른쪽으로 아스팔트가 깔린 활주로가 보인다. 26일에 포카라로 갈 비행기를 이용할 좀솜 공항 활주로다. 왼쪽 언덕에 건물이 하나 있는데 입구에 'Mustang Eco-Museum'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올라가보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월요일은 휴관이란다. 한국과 같다. 좀솜 마을로 들어가니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곳, 오토바이 수리점, 댄스바 등의 간판이 붙은 상점이 눈에 띤다. 공항이 있는 만큼 관광객들도 많을 것이고 따라서 이와 같은 편의점들이 생겨났을 것이다. 트렉터를 개조한 운송수단이 이채롭다. 돈을 받고 운행하는 오토바이도 중요한 운송수단이다. 자동차는 물론 없다.
▲ 좀솜의 점심 장소 Snowland Hotel, 탐사대원들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중식 장소인 Snowland Hotel에 도착. 한 눈에 보기에도 새로 지은 깨끗한 로지이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따뜻한 사과쥬스를 건넨다. 맛이 좋다. 사과쥬스를 따뜻하게 데워서 먹어도 맛이 좋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사과의 주산지답게 말린 사과를 파는 곳도 많았다. 이곳 사과는 재배기술 때문인지 아니면 품종 때문인지 크기가 작기는 했지만 당도는 높고 맛도 좋았다.
일찍 도착한 대원들은 햇볕에 젖은 양말을 말리며 점심을 기다리고 있었다. 탐사대원 중 김종민 대원이 고소 증세로, 박영산 교수님이 몸살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 점심은 티베티안 브레드(Tibetian Bread), 감자, 샐러드, 잼 등이었다. 티베티안 브레드는 속에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밀가루를 노릇하게 구운 것인데 안에 샐러드를 채워서 먹거나 잼을 발라서 먹으면 된다. 조형산 교수님 부인이 옛날 칼국수 만들 때 끝에 남은 것을 화롯불에 구워먹는 맛과 같다고 한다. 네팔은 감자가 많이 나는 곳으로 맛도 좋다. 특히 고추와 마늘을 다진 양념에 찍어 먹으면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김영식 대장이 포카라 날씨가 좋지 않아 좀솜에서 포카라로 가는 비행기가 이틀째 결항이라고 큰 걱정을 한다. 루크라로 가는 비행기 문제로 전체 일정이 바뀌었으니 이번에도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이 아닌 날씨가 하는 일이니 어쩔 수가 없지만 설마 두 번씩이나 우리 대원들에게 시련을 주지는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또 한 가지 뉴스는 정치적 문제로 카트만두 상점들이 반다(파업)를 했다는 것이다. 네팔의 파업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차량 운행도 중지가 된다고 한다. 모든 것이 잘 해결되기를 마음 속으로 빌어본다.
▲ 나귀똥을 줍던 아이가 로지 앞 좀솜 공항 담에 설치된 마니차를 돌리고 있다
12:00 점심 후 카그베니를 향해 출발. 바람이 세다. 이곳은 11시 경부터 어김없이 바람이 분다. 맞바람이 아니라 뒤에서 부는 바람이라 걷기에 큰 지장은 없다. 그래도 먼지가 일어나기 때문에 마스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칼리 간다키 강 하상도로를 따라 계속 걸었다.
▲ 바람 때문에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한 모습이 마치 은행 강도처럼 보인다
▲ 칼리 간다키 강 바닥 위를 걷고 있는 모습, 앞에 가는 사람들은 포터들이다
▲ 칼리 간다키 강 바닥 위를 걷고 있는 모습, 앞에 가는 사람들은 포터들이다
▲ 강에 물이 흘러 오른쪽 길로 올라섰다
▲ 칼리 간다키 강 바닥 위를 걷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변 풍광이 너무나 황량하다
카그베니로 가는 중에 어린 아이를 말에 태우고 가는 주민들을 만나서 사진을 찍었더니 포즈를 취해준다. 네팔의 시골지역 사람들은 정말 소박하고 순진하며 정이 넘친다.
▲ 카그베니로 가는 도중 만난 주민들, 선글라스를 쓴 네팔 여자주민은 처음이다
15:30 카그베니(Kagbeni 2800m)에 도착. 마을 입구에 있는 New Annapurna 로지가 오늘의 숙소이다. 오늘 트레킹 거리는 총 24km. 104호를 배정 받았는데 새로 지은 집이라 그런지 화장실이 딸려 있고, 배터리 충전이 가능했으며, 따뜻한 물도 나왔다. 머리를 감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꼈지만 해발 고도가 2800m나 되고, 내일과 모레가 매우 중요한 날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유혹을 물리쳤다. 박영산 교수님과 김종민 대원은 몸살과 고소 증세로 여전히 고전을 하는 모양이다. 그 외에도 설사, 고열, 식욕부진 등의 약한 고소증세를 보이는 대원들이 여럿 있었다.
▲ 카그베니 마을 안내 표지판 앞에서
17:30 저녁 식사를 한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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