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8일차
◈ 일시: 2007년 1월 21일 일요일
◈ 출발: 가사(Ghasa 2010m)
◈ 경유: 레테(Lete 2480m)-라르중(Larjung 2550m)-코방(Kobang 2550m)
◈ 도착: 투크체(Tukche 2590m)
◈ 회원: 아내와 함께(네팔 오지학교 탐사대)
05:30 기상. 잠은 잘 잤는데 다리가 약근 뻐근하고 근육통도 있다. 오늘 목적지는 투크체(Tukche 2590m)로 총 트레킹 시간은 8시간 정도 예상된다. 거리는 조금 먼 편이지만 표고차는 600m가 안 되기 때문에 트레킹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날씨는 흐려있다.
07:12 어제 방문했던 초등학교 맞은 편에 있는 로지 앞에 모여 인원을 확인한 다음 준비운동 후 출발. 오른쪽으로 닐기리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에 산사태가 난 흔적이 역력하다. 나무가 없어 토사가 그냥 흘러내리는 모양이다. 오른쪽으로 깊은 협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협곡 건너 멀리 노란 유채꽃밭이 눈에 들어온다. 저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나? 하긴 농사가 될만한 땅이면 산꼭대기에서도 작물을 재배하는데, 거기에 비하면 저곳은 평지에 속한다.
▲ 가사(Ghasa)의 칼리간다키 로지(Kali Gandaki Rodge)를 떠나며
▲ 가사에서 레테로 가는 길, 뒤쪽 깊은 협곡 아래에는 칼리간다키 강이 흐르고 있다
▲ 해뜨기 전의 닐기리, 구름 위에 떠 있는 모습이 신비스럽다
08:20 휴식. 날이 개고 해가 났다. 요즘 날씨는 늘 그렇다. 이른 아침에는 흐렸다가 곧 개는 날씨다. 가벼운 옷으로 갈아 입었다. 오른쪽 계곡은 계속 이어지고 투크체가 정면으로 보인다. 그 길던 계곡 왼쪽 길이 끝나고 숲길로 들어섰다. 마치 우리나라의 숲길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다. 조림을 한 것 같은 침엽수림들이 산 이곳저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 길지 않은 숲길을 벗어나니 다시 시야가 트인다. 구름에 덮인 다울라기리와 투크체가 정면으로 보인다.
▲ 마치 조림을 한 것 같은 침엽수림의 모습을 산 이곳저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침엽수림들이 많은 계곡 왼쪽길을 탐사대원들이 걷고 있다
▲ 구름에 덮힌 다울라기리와 투크체를 배경으로
▲ 구름에 덮힌 다울라기리와 투크체를 배경으로
09:45 레테(Lete 2480m)에 도착. 박연수 부대장 부부와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블랙커피는 15루피, 밀크커피는 20루피였다. 레테는 이 근처에서 부유한 지역으로 꼽힌다고 한다.
▲ 커피를 기다리는 중, 잘 사는 동네답게 로지 내부가 깨끗하다
▲ 양떼가 길을 가득 메운 채 지나가고 있다, 구름 사이로 투크체가 약간 보인다
▲ Gyanodaya High School, 방학이라 그런지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10:35 레테를 지나니 칼리 간다키 강(Kali Gandaki River)의 넓은 개활지가 나타났다. 제법 수량도 많다. 도로 옆 한 음식점에서 김영식 대장이 불러 들어갔더니 조형진 교수님 부부와 함께 양 내장으로 만든 순대를 먹고 있었다. 하나 맛을 보았는데 고소하다. 가족으로 보이는 음식점 사람들은 순박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음식점 천장에는 고기를 매달아 놓고 자연 건조를 시키고 있었다. 날씨가 건조해서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 제법 많은 물이 흐르는 칼리 간다키 강, 물 속에서 생명체를 찾아 볼 수가 없다
▲ 설산과 숲과 강이 서로 어울려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 라르중으로 가는 도중 들른 음식점, 고기를 천장에 매달아 자연 건조시키고 있다
▲ 칼리 간다키 강이 한쪽으로 흘러가는 개활지, 멀리 보이는 것은 닐기리
12:37 라르중(Larjung 2550m))에 도착. 식당에 들어서니 따뜻한 오렌지 쥬스를 한 잔씩 준다. 맛이 좋다. 오렌지 쥬스는 차게 해서 먹는 줄만 알았는데 따뜻하게 해서 먹어도 맛이 좋다. 점심은 수제비인데 삶은 감자가 먼저 나왔다. 감자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맛은 좋았다. 김영식 대장이 고추와 마늘을 다진 것과 함께 먹으면 일미라고 일러준다. 총각김치와 젓갈을 곁들인 수제비도 맛이 좋았다.
식당 거울 위에 액자가 하나 걸려 있고 영어로 글이 적혀 있었다. 내용을 보니 트레킹 오기 전에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본 내용이었다. 그 사람도 이곳에서 이 액자를 보고 글이 좋아서 사이트에 올린 모양이다.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Why worry?
There are only two things to worry about; Either you are well or you are sick. If you are well, then there is nothing to worry about; But if you are sick there are only two things to worry about; Whether you will get well, or whether you will die. If you get well, there is nothing to worry about; But if you die, there are only two things to worry about; Whether you go to heaven or hell. If you go to heaven there is nothing to worry about; And if you go to hell you'll be so busy shaking hands with old friends, you won't have time to worry.
So why worry?
왜 걱정을 하는가?
이 세상에 걱정 거리는 단 두 가지 밖에 없다; 건강한가 아니면 병에 걸렸는가. 건강하다면, 걱정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병에 걸렸다면 걱정 거리가 두 가지 생긴다;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죽을 것인가. 회복을 한다면, 걱정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죽는다면, 걱정할 것이 두 가지 생긴다; 천국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지옥으로 떨어질 것인가. 만약 천국으로 간다면 걱정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지옥에 떨어진다 하드라도 옛 친구들과 악수를 나누느라고 너무 바빠 걱정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왜 걱정을 하며 사는가?
얼마나 좋은 글인가. 그렇다. 쓸데 없는 걱정을 하며 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모든 일은 마음 먹기 나름이다.
▲ 좋은 글이 담겨져 있는 라르중 로지의 액자
13:50 점심 후 출발. 넓은 칼리 간다키 강 왼쪽으로 경사가 거의 없는 넓은 길이 계속 이어져 있었다. 얼마 안 가서 탐사대원들은 물이 흐르지 않는 강 바닥 위로 난 길로 걸음을 옮긴다. 건기라 강에 물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굳이 굽어도는 도로를 따라 가지 않고 강 바닥 위를 직선으로 가는 것이 트레킹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 라르중에서 투크체로 가는 길, 칼리 간다키 강 위를 탐사대원들이 걷고 있다
14:55 투크체(Tukche 2590m)에 도착. 칼리 간다키 강의 하상도로가 끝나는 곳에 투크체 마을이 자리잡고 있었다. 마을에 도착하니 바람이 많이 분다. 우리 대원 모두가 묵을 로지가 없어 두 개를 구하는 모양이다.
▲ 투크체 마을 안내 표지판 앞에서, Tukuche와 Tukche 중에서 어느 것이 맞나?
▲ 오늘의 숙소 Sunil Guest House, 주인이 아주 수다스럽고 깐깐한 사람이었다
15:40 4호실 방을 배정받았다. 김영식 대장이 부부 대원들에게는 특별히 더블배드가 있는 방을 배정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도 큰 로지가 없어 두 개의 로지를 탐사대원들이 사용해야 했다. 방에 들어와보니 화장실이 따로 없다. 젖은 양말과 속옷을 갈아입었다. 숙소에 일찍 도착을 하니 여유가 있어 여러 가지로 좋다. 방에서 쉬고 있는데 불이 서서히 작아지더니 나가 버렸다. 정전이다. 옛날 우리나라에서 정전이 될 때와 같은 현상이다. 이 로지 주인 여자는 잔소리가 매우 심한 사람이었는데, 우리에게도 '떠들지 마라, 방을 깨끗히 사용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예, 잘 알겠습니다.
18:30 오늘 저녁식사 메뉴는 밥, 꽁치캔, 무우국, 멸치, 김치, 무우말랭이, 총각김치 등이다. 푸짐하다. 정전이라서 촛불을 켜고 저녁을 먹었다. 잦은 정전에 대비해서 촛불을 켤 준비가 늘 되어 있었다. 정전된 불은 언제 들어올지 모르며 밤새도록 안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행이도 저녁을 먹은 후 방에 들어와 조금 있으니까 불이 들어왔다. 5촉에서 10촉 정도의 백열등 아래에서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침대는 더블배드인데 각각 제 침낭 속에 들어가 누워 있으니 더블배드도 무용지물이다. 할 일은 딱 한 가지 뿐, 자는 것이다.
트레킹을 오기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들은 대로 1리터짜리 수통에 뜨거운 물을 넣어 침낭 속에서 안고 자는 것은 보온에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다. 또 시중에서 판매하는 핸드워머(hand warmer)도 온기가 24시간 지속하기 때문에 상당히 유용했다. 낮에는 자외선이 강하기 때문에 얼굴에 바르는 선블락크림(sun block cream)과 자외선차단용 립크림(lip cream)이 반드시 필요하다. 클렌징 티슈(cleansing tissue)는 선블락크림을 지우는 데에 필요하고, 세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 물티슈가 좋다.
화장실이 바깥에 하나 밖에 없을 때에는 밤중에 매번 화장실에 가는 것도 큰 고역이다. 이럴 때에는 주둥이가 넓은 2리터 크기의 플라스틱 통을 이용하면 좋다. 오늘 밤은 궁여지책으로 방에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통을 이용했다. 내일 아침에 깨끗이 씻어 놓으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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