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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레킹/네팔 안나푸르나

2007.01.18. [안나푸르나 트레킹 5] 비레탄티→고레파니

by 사천거사 2007. 1. 18.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5일차

 

◈ 일시: 2007년 1월 18일 목요일

◈ 출발: 비레탄티(Birethanti  1050m)

◈ 경유: 티케둥가(Tikhedhunga 1500m)-울레리(Ulleri  2070m)

◈ 도착: 고레파니(Ghorepani  2750m)

◈ 회원: 아내와 함께(네팔 오지학교 탐사대)  



05:00  눈을 떴다. 지난 밤은 꽤 추웠지만 한 번 정도 잠을 깼을 뿐 푹 잤다. 창밖을 내다보니 바깥은 깜깜하고 지척을 분간하기가 어렵다.

 

05:30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열어 보니 찌아를 한 잔씩 나누어준다. 찌아는 홍차에 우유를 탄 것인데 맛이 좋다. 굳이 커피나 녹차같은 다른 음료를 가지고 올 필요가 없다. 또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휴식도 취할 겸 음식점이 달린 로지에서 사 먹으면 된다.

 

06:30  아침 식사, 메뉴는 밥, 북어국에 기본 반찬이다. 오늘은 트레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날인데 해발 고도 1700m 이상을 올라야 한다. 비레탄티에서 고레파니까지는 악명 높은 돌 계단길로 유명하다고 한다.

        

07:00  준비 운동을 한 후 출발. 날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출발을 힘차게 외치는 탐사대원들, 고레파니를 향하여!


07:30  휴식. 왼쪽은 계곡이고 오른쪽으로 계단길이 계속 이어져 있다. 왼쪽 계곡에 폭포가 가끔 눈에 띤다. 카트만두는 물이 부족한 지역이지만 실제로 네팔은 물이 풍부한 나라다. 지금이 건기임에도 불구하고 설산에서 녹아 내리는 물이 항상 계곡을 채우고 있다. 넓은 돌계단 길에는 온통 당나귀 똥이다. 돌계단길은 넓다.  거대한 대나무의 모습이 보인다. 이름 모를 새우는 소리도 들린다. 더워서 옷을 바꿔 입었다.


돌로 포장이 된 주택 사이의 길을 걷고 있는 탐사대원들

 

왼쪽 계곡을 따라 사면에 길이 나 있는데 아직까지는 경사가 완만하다

▲ 롯지에서 단체로 휴식, 네팔 어디에서나 저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다


08:00  삼거리에 이르렀다. 왼쪽으로는 계곡에 현수교가 걸려 있고 오른쪽으로는 산허리를 감고 길이 나 있다. 어느 길로 가도 상관이 없지만 우리 탐사대는 오른쪽 길을 이용했다. 산을 감아 돌아 내려오니 제법 넓은 평원이 나왔고 계곡물을 벗삼아 걸을 수가 있었다. 밭에는 유채와 감자가 꽃을 피우고 있다.


▲ 계곡 갈림길, 다리를 건너가는 것 보다 오른쪽 산길로 올라가는 것이 빠르다


비레탄티에서 고레파니로 올라가는 길은 거의 대부분이 계단식이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말과 당나귀 뿐이다. 당나귀는 말과의 짐승으로 말과 비슷하나 몸이 좀 작고 귀가 크며 머리에 긴 털이 없다. 털빛은 단색으로 회백색이나 황갈색이 많다. 체력이 강하고 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 부리기에 알맞다고 한다. 그냥 나귀라고도 한다. 네팔의 짐승들은 매우 온순하기 때문에 짐승들로부터 직접적인 해을 입는 일은 거의 없지만, 짐을 실은 나귀가 이동을 하는 경우에는 산쪽으로 피해야 한다. 계곡쪽으로 피하다가는 나귀에 밀려서 계곡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짐을 실은 나귀가 내려오고 있다, 산쪽으로 피해야 한다

 

계곡을 가로질러 놓여 있는 출렁다리를 건너고 있는 탐사대원들, 줄 흔들지마!


08:50  휴식. 고레파니로 올라가는 길 양쪽에 있는 로지나 주택의 벽에는 NEPAL이라는 국가명을 이용해서 멋진 5행시를 지어 적어 놓았다.

 

N - Never   E - End   P - Peace   A - And   L - Love  


NEPAL = Never End Peace And Love  평화와 사랑이여 영원하라!


▲ 휴식을 취하는 탐사대원들


교복 입은 학생들이 학교에 가고 있다. 네팔 학교의 등교 시간은 대부분이 10시라고 한다. 아무리 깊은 산골이라도 학교가 있는데, 네팔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 만큼이나 교육열이 높아서 자녀들을 꼭 학교에 보낸다고 한다. 학교에 가지 않는 어린 아이들이 집 주위에 앉아 있다가 '나마스테'라고 인사를 한 다음 'sweety?'(사탕 과자, 사탕, 캔디)라고 한다. 사탕을 달라는 말이다.


교복을 입고 등교를 하고 있는 네팔 학생들, 손에 든 것은 빗자루다

 

학생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우리 탐사대 포터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09:50  휴식. 농부 한 명이 소 두 마리가 끄는 쟁기를 이용하여 논을 갈고 있고 뒤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거름을 뿌리고 있다. 기계화가 되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농사를 짓는 모습과 똑같다. 돌계단 오르막길이 끝이 없다. 출렁다리를 하나 건넜다. 로지에 'Long Live Maoist!'(마오이스트여 영원하라!)라고 쓴 글이 종종 보인다. 반군들이 써 놓은 것인가? 오르는 길 맞은 편 산에 계단식 경작지가 마치 지도의 등고선과 같다. 날씨가 흐려진다. 내일 맑아야 푼힐 전망대에서 제대로 일출을 볼 텐데.


지도의 등고선 같은 네팔 산간지역의 계단식 경작지


11:30  중식장소인 Ulleri에 있는 Meera Guest House에 도착. 고도 2070m. 오늘은 많이 걸어야 하기 때문에 점심에도 밥이 나왔다. 따뜻하던 날씨가 쌀쌀해졌다. 운무가 끼어 안나푸르나 설산 모습을 못 보는 것이 아쉽다. 기상 이변이라고 모두들 한 마다씩 한다.

 

12:40  출발. 계속되는 계단 오르막길이다. 얼마를 올라가니 왼쪽 평지에 배구 네트가 설치되어 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건가 아니면 주민들이 사용하는 건가?


점심은 먹은 후 다시 돌계단길을 오르고 있는 탐사대원들


13:55  고개 하나를 넘어 서니 인가는 없어지고 오른쪽으로 밀림지대가 나타났다. 철조망이 쳐져있는 것을 보니 보호구역인가 보다. 아름드리 나무가 늘어선 사면 아래 계곡으로부터 물 흐르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온다. 황량한 산길만 올라오다 이런 모습을 보니 별천지에 온 것 같다.


▲ 계속되는 오름길. 오른쪽 철조망 너머로 원시림 같이 나무들이 들어차 있다


14:42  완만한 오름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나귀들이 떼를 지어 내려오면서 다리를 건넌다. 나귀를 모는 사람들은 맨 뒤에 있는데 맨 앞의 나귀는 길을 잘도 찾아 간다. 하긴 길이 하나 밖에 없으니 다른 데로 갈 데도 없다. 그건 그렇고, 나귀 목에 건 커다란 종은 작은 것으로 바꾸었으면 한다. 얼마나 힘이 들까?


▲ 나귀들이 떼를 지어 계곡의 다리를 건너고 있다


15:43  휴식. 고도 2555m. 높이로 보아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로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루에 1700m를 올라가 본 적이 없는 아내는 매우 힘들어 한다. 오늘이 첫 날인데... 얼마를 올라가니 길 좌우로 로지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의 숙소는 아니었다. 거의 맨 꼭대기에 왔을 때 누나를 마중나오는 변재현 학생을 만났다. 얼마나 반가운지. 숙소를 물으니 바로 아래에 있다고 한다.


휴식 중, 롯지는 나오지 않고 힘은 들고

 

휴식 중, 도대체 오늘 묵을 롯지는 어디에 있는 거야?


17:05  롯지에 도착. 박수를 받으며 식당에 들어섰다. 가운데 난로가 지펴져 있고 미리 도착한 대원들이 둘러 앉아 젖은 몸을 말이고 있다. 탐사대원인 심요섭 학생이 고소 증세로 고생을 하고 있다. 3000m 아래에서도 고소 증세가 나타나는구나. 은근히 겁이 났다. 사실 아내와 나도 머리가 띵한 고소 증세를 약하게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롯지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는 중, 무슨 생각에 잠겨 있나요?


저녁 식사로 계란국, 밥, 골뱅이 무침, 콩껍질 등이 나왔다. 18호 방에 들어가자 냉기가 온 몸을 감싼다. 갑자기 한기가 들면서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침낭을 펴고 옷을 있는 대로 껴입은 채 자리에 누웠다. 고소모도 썼다. 얼마가 지나자 몸이 따뜻해지며 마음이 안정된다. 첫날부터 힘든 산행에, 추위에, 네팔 트레킹 진수를 만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