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트레킹/네팔 안나푸르나

2007.01.19. [안나푸르나 트레킹 6] 고레파니→타토파니

by 사천거사 2007. 1. 19.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6일차

 

◈ 일시: 2007년 1월 19일 금요일

 출발: 고레파니(Ghorepani  2750m)

 경유: 푼힐 전망대(Poon Hill 3120m)-시카(Sikha 1910m)-가라(Ghara)-

           가르콜라(Gharkhola 1050m)

◈ 도착: 타토파니(Tatopani 1020m)

◈ 회원: 아내와 함께(네팔 오지학교 탐사대)  



04:00  기상. 어제 저녁에 약간의 고소 증세가 있었으나 아무런 후유증 없이 잠을 잘 잤다. 잠을 자다가도 심하게 고소 증세를 느낄 수 있다는 말에 은근히 걱정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고지대이고 새벽이라 몹시 춥다. 처음으로 다운자켓을 꺼내 입고 눈만 나오는 방한모를 썼다.

 

05:00  로지 출발, 푼힐(Poon Hill) 전망대를 향하여 헤드렌턴을 밝히고 앞 사람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어제 오후에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하늘의 총총한 별들이 땅으로 쏟아질 것 같다. 저렇게 크고, 밝고, 아름다운 별들을 이곳 말고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전망대로 가는 길은 경사가 그리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제 긴 거리를 걸어온 후의 육체적 피로와  정확한 코스을 알 수 없는 길을 걷는다는 정신적 긴장 때문에 올라가는 데에 힘이 들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헤드렌턴의 불빛이 하늘의 별들이 땅에 떨어져 반짝이는 것 같다.

 

두어 번 휴식을 취하며 쉬엄쉬엄 올랐다.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 푼힐 전망대에 오르니 바람이 많이 분다. 물체를 분간할 수 있을 만큼 날이 밝았다. 해발 3210m. 전망대에는 우리 탐사대 이외에도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꽤 눈에 띠었다. 6시 30분이 되면서 붉은 빛이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뒤를 이어 안나푸르나 남봉과 1봉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다울라기리와 투크체도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7시가 되자 산 위로 해가 떠올랐고 그에 따라 산의 모습도 점점 확실해져 갔다. 6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의 일출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희말라야 산들의 모습은 말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6시 30분 마차푸차레 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다

 

산악부 후배인 박연수 부부와 안나푸르나를 배경으로

 

▲ 7시 드디어 산봉우리 위로 해가 떠올랐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다

 

푼힐 전망대 표지판, 사진 찍는 데 어딜 보는 거야? 

 

7시 20분 경의 다울라기리, 태극기를 들고 마치 8000m급 정상에 오른 기분으로

 

▲ 7시 30분의 안나푸르나 제1봉과 남봉, 눈에 덮인 봉우리가 뚜렷하다


09:00  하룻밤을 묵었던 Tukuche Peak View Hotel 출발. 오늘의 목적지인 타토파니(Tatopani)를 향하여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오늘 트레킹은 두 가지 점에서 좋다. 하나는 어제 올라왔던 고도 1700m를 내려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토파니에 가서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뭐라든 내리막길은 걷기에 좋다. 간혹 트레킹을 하는 외국인을 만나는데 '나마스테(namaste)'나 '하이'(hi)라고 인사를 건네면 같은 말로 인사를 받아 준다.


▲ 고레파니를 출발, 타토파니를 향해서 내려가는 탐사대원들, 역시 계단길이 많다


09:53  로지에서 휴식을 취하며 찌아를 한 잔 마셨다. 로지의 넓은 잔디밭 정면으로 다울라기리와 투크체가 하늘에 떠 있는 것 같다. 오른쪽으로 안나푸르나 남봉과 제1봉이 보인다. 실제로 제1봉이 더 높지만 남봉이 가깝기 때문에 남봉이 더 높게 보인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이다. 물이 조금 흐르는 개울에서 아내가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찌었다. 웃음이 나오는데 웃을 수도 없고 참느라고 무척 힘들었다. 산 아래로 내려감에 따라 안나푸르나 봉우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 시야에서 사라졌다.


타토파니로 내려가는 도중 로지에서 본 다울라기리와 투크체

 

찌아를 마셨던 로지의 넓은 잔디밭, 누워서 한숨 자고 싶다

 

▲ 로지 잔디밭에서 다울라기리와 투크체를 배경으로 스마일


12:00  Sikha(1910m)에서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수제비. 다 허물어져 가는 맞은 편 로지의 벽에 'double bed room'이라고 쓴 글씨가 보인다. 사용하다 무너지지 않을까?


중식 장소인 시카(Shikha)의 푸르니마 게스트 하우스(Purnima Guest House)


13:00  점심 후 출발. 날씨가 따뜻한 지역이라 그런지 오렌지나무와 대나무, 바나나 나무 등이 많이 자라고 있다. 오렌지 나무에는 한창 오렌지가 자라고 있었는데, 실제로 먹어보면 오렌지와 귤 중간 쯤 되는 맛이다. 조형진 교수님이 오렌지를 한 소쿠리 사서 내려오는 포터들에게 하나씩 건네준다. 자상도 하시지. 이 산간 지역에는 주로 야크, 양, 염소, 나귀, 닭, 칠면조, 개 등의 가축이 많았다. 길에는 이 모든 가축의 배설물이 널려 있고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나귀의 똥을 모으는 아이도 있다. 밭에는 감자와 양배추, 상치 등이 자라고 있었다.


▲ 네팔 주민들의 모습, 생활수준은 낮지만 행복지수는 세계 2위를 자랑하고 있다


▲ 기묘한 지형의 산길을 내려가고 있는 탐사대원들

 

길을 가다가 양떼를 만났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에라 모르겠다 사진이나 찍자


15:16  드디어 물이 흐르는 계곡이 나타났다. 베니(Beni)로 흘러가는 칼리 간다키(Kali Gandaki) 강이다. 미리스티 콜라(Miristi Khola)에서 내려오는 물도 이 강으로 흘러든다. 콜라(Khola)는 코쉬(Koshi)보다는 큰 하천을 의미하고 때로는 강(River)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계속 산길만 걷다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보니 기분이 달라진다. 피로도 풀리는 기분이다. 조금 내려가니 로지가 있고 여기서 베니(Beni)로 가는 길과 타토바니(Tatopani)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가르콜라에서 타토바니로 가는 길을 넓히는 공사가 한창인데 기계는 전혀 없고 모두가 수작업이다.


칼리 간다키(Kali Gandaki) 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칼리 간다키(Kali Gandaki) 강을 가로 질러 놓여 있는 출렁다리


16:01  숙소인 희말라야 호텔(Himalaya Hotel) 로지의 209호를 배정받았다. 남자들과 여자들 몇 명이 따뜻한 물이 나온다는 온천으로 갔는데 아내도 갔다가 그냥 돌아왔다. 도저히 머리도 감을 수 없는 상황이었단다. 로지에 따뜻한 물이 나와서 샤워를 했다. 이 로지는 화장실이 방마다 있고 충전 시설도 양호했다. 양말과 속옷을 빨았다.


타토바니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공을 차고 있다


17:00  저녁 식사는 백숙이었는데 다시 1000m 지역으로 내려온 기념으로 소주를 한 잔 마셨다. 다음 날 보니 젊은 대원들은 꽤 술을 많이 마신 것 같다.

 

20:30  잠시 산책을 나갔는데 갈 곳이 없다. 사방이 깜깜하고 드문드문 희미한 불빛만 보일 뿐이다. 로지 옆에 있는 상점에서 오렌지 8개를 30루피에 사 가지고 들어왔다. 할 일이 없다. 잠을 자는 것 외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