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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레킹/네팔 안나푸르나

2007.01.23. [안나푸르나 트레킹 10] 카그베니→묵티나트

by 사천거사 2007. 1. 23.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10일차

 

◈ 일시: 2007년 1월 23일 화요일

 출발: 카그베니(Kagbeni  2800m)

 경유: 자르코트(Jharkot  3550m)

◈ 도착: 묵티나트(Muktinath  3700m)

◈ 회원: 아내와 함께(네팔 오지학교 탐사대)  


06:00  기상. 밤에 꽤 추웠지만 잠은 잘 잤다. 화장실이 방에 딸려 있는 경우에는 잠을 자다가 방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중간에 화장실을 가더라도 쉽게 잠이 든다. 앞으로 많이 바뀌겠지만, 네팔 트레킹 지역의 로지는 화장실과 온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06:20  홍차 한 잔. 몸 상태는 양호하다. 아내는 지난 번 고레파니에 올라갔을 때처럼 머리가 조금 찌뿌등하다고 한다. 아침을 먹은 다음 어제 저녁 김영식 대장이 카그베니 마을을 한 번 둘러보라고 한 말이 생각나 마을 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마을 입구 중앙에 초르텐(chorten)이 하나 있는데 안에는 사방에 탱화가 그려져 있었다. 초르텐 밖에 붙어 있는 안내판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Welcome to KagbeniDear visitors, This Kangni Chorten was built in 1665 and The Mandara painting inside is 347 years old. It is believe to be a way to heaven once you enter below this Kangni. You will be release from all your sin, (and have) long life and good karma.

 

카그베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방문객들에게, 이 캉니 불탑은 1665년에 세워졌으며 불탑 안에 있는 만다라 그림은 347년 전에 그려진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캉니 불탑 아래로 한 번 들어오면 극락으로 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모든 죄에서 벗어나게 되며 영생과 훌륭한 업(業)을 얻게될 것입니다.


초르텐(chorten)

 

티벳어로 '탑'을 의미하며 인도에서는 스투파(stupa)라고 한다. 스투파는 원래 고대인도에서 죽은 사람을 화장한 후 남은 뼈를 모신 무덤을 일컬었다.

 

카르마(karma)

 

산스크리트어로 불교에서 업(業)이나 인과응보를 의미한다. 즉, 현세의 모든 행동이 내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신념을 말한다.


▲ 카그베니 마을 입구에 있는 초르텐(chorten), 안에는 사방에 만다라(탱화)가 그려져 있다


마니차가 길 중앙에 길게 자리잡고 있는 마을 끌자락에는 Upper Mustang Restricted Area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안내판이 있고 그 옆에 Stop이라고 쓴 표지판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You are now entering the restricted area of Upper Mustang. Before proceeding further you must register at Annapurna Conservation Area Project's check-post and visitor information center. Unregistered entry to Upper Mustang is llegal.

 

Thank you                                                                                                                   NTNC/ACAP

 

이곳부터는 Upper Mustang으로 출입제한 지역입니다. 이곳에 들어오려면 안나푸르나 보존 지역 사업단의 검문소나 방문객 안내소에 등록을 해야 합니다. 등록을 하지 않고 Upper Mustang에 들어오는 것은 불법입니다.

 

무스탕은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뉘는데 일반인의 출입이 자유로운 로어 무스탕(Lower Mustang)과 출입 허가가 필요한 어퍼 무스탕(Upper Mustang)이다. 좀솜(Jomsom)과 에크로바티(Eklebhatti), 그리고 카그베니(Kagbeni)까지는 간단한 검문을 마치면 들어갈 수 있지만, 카그베니를 경계로 하여 탕베(Tangbe), 추상(Chhusang), 첼레(Chele), 사마르(Samar), 샹보체(Syangboche) 등 북쪽 지역으로 들어가는 데는 트래킹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는 데 필요한 조건은 2인 이상이 동행해야 하며, 10일 이상의 기간을 신청해야 한다. 그래야 로만탕과 그 주변 그리고 그 너머까지 갈 수 있다. 이에 필요한 경비는 1인당 하루에 70달러다. 그러니 최소 1400달러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외국인에게만 받는 통행세치고는 너무 과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가이드와 짐꾼, 요리사, 말과 마부까지 구해야 하니 비용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예정된 날을 지나 더디게 나오게 되면 하루가 늦더라도 열흘치의 벌금을 물어야 하니, 일정을 정확히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 여기까지가 Lower Mustang이다

 

▲ 뉴안나푸르나 로지에서 본 닐기리, 해가 뜨기 전이라 푸른 빛을 띠고 있다


08:10   준비 운동을 한 후 묵티나트를 향해 출발. 고도를 900m 정도 올려야 한다. 로지를 조금 지나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지그재그식으로 나있다. 꽤 가파르다.


▲ 묵티나트로 출발 전 준비 운동, 모두들 열심히 따라 한다

 

▲ 카그베니에서 지그재그식 길을 올라가는 탐사대원들

 

▲ 카그베니 마을을 배경으로 박연수 부대장 부부와 함께


09:10  큰 숨을 들이쉬며 사면길을 올라서니 넓은 평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투크체와 다울라기리가 뒤로 보인다. 모두들 아름다운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 카그베니 위에서 본 투크체와 다울라기리

 

▲ 잠시 숨을 고르며, 뒤에 보이는 배경에서 무스탕 지역의 황량함을 엿볼 수 있다


카그베니에서 자르코트로 올라가는 길은 더욱 황량하다. 왼쪽은 그랜드 캐년 같은 계곡인데 나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오른쪽 산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가시 천지의 작은 관목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 황량한 Lower Mustang 지역의 산과 계곡

 

▲ 자르코트를 향해 줄지어 걷고 있는 탐사대원들, 누가 연출을 한 것 같은데...


10:20  휴식. 고도 3195m. 야카와캉(Yakawakang  6482m)과 카퉁 캉(Khatung Kang  6484m) 이번 트레킹의 가장 높은 곳인 토롱라(Thorong La  5416m)가 있다. 여기서 상당히 먼 거리지만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곳 공기가 맑기 때문이란다. 도로 왼쪽에 있는 로지 주변에 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로지 마당에 태양열을 이용한 장치가 있었는데 주전자에서 물이 끓고 있었다. 신기하다.


▲ 묵티나트로 가는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는 탐사대원들


11:55  자르코트(Jharkot  3550m)에 도착. 계속되는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해발고도가 3500m가 넘었는데 고소 증세는 아직 없다. 적응이 좀 된 것가?


▲ 자르코트 마을을 배경으로, 룽다가 많은 것으로 보아 티베트인 주택임을 알 수 있다

 

▲ 자르코트에서 묵티나트로 가는 중, 뒤는 카그베니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13:30  묵티나트(Muktinath 3700m)에 도착. Bob Marley라는 조금 특이한 이름의 로지가 오늘의 숙소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Bob Marley는 남미 어느 국가의 유명한 가수 이름인데 그 이름을 따서 로지의 이름을 붙인 것이었다. 102호 방을 배정 받았는데 화장실이 딸려 있지 않았고 그늘이라 무척 추웠다. 점심은 카레라이스였다. 묵티나트가 지도상으로는 3700m라고 되어 있지만 로지의 실제 고도는 3550m로 내일 2000m 정도를 하루에 올라야 한다고 김영식 대장이 말을 한다. 아, 걱정된다.            


▲ 멀리 보이는 묵티나트 마을, 하얀 띠를 두른 듯한 묵티나트 사원도 보인다

 

▲ 묵티나트의 숙소 Bob Marley 로지


점심 후 산책을 나왔다. 마을을 다녀 보니 로지 앞에 삼삼오오 모여 카드, 주사위 등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작은 액수의 돈을 걸고 한다.


▲ 따뜻한 양지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 네팔 산간지역에는 오락거리가 없다


네팔에는 힌두사원과 불교사원이 함께 있는 곳이 많다. 묵티나트도 그렇다. 묵티나트(Muktinath)는 힌두교와 불교 사원이 모여 있는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서, 안나푸르나 일주 코스 중 가장 높은 토룽라를 좌우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야카와캉(yakawakang  6482m)과 카퉁캉(Khatungkang  6484m)이 합쳐지는 산자락 비탈진 곳에 위치해 있다. 나무 한 그루 없이 황량한 고원의 비탈에 자리 잡은 힌두사원과 티베트불교 사원들 사이엔 물론 아무런 경계 표시도 없다. 이곳은 티베트불교의 중요한 구심처이면서 동시에 카트만두의 파슈파티나트와 함께 힌두교의 2대 성지 중 하나다.

 

네팔 사람들 평생 소원이 바로 묵티나트를 방문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영원히 타오르는 불’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암석의 갈라진 지표면 틈에서 천연가스가 새어 나오는데, 그 가스를 태우며 타오르는 파란 불꽃을 네팔 사람들은 창조의 신인 브라흐마의 현현(顯現)이라 믿고 있다. 성곽처럼 둘러진 담장 안으로 들어갔다. 고도는 3700m. 사원 왼쪽에 두 개의 방이 있는데 승복을 입은 여자들과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어울려 카드 놀이를 하고 있다. 여기서 카드 놀이를 해도 되나?

 

사원 둘레로 물이 나오는 곳이 모두 108곳인데 이 물을 맞으면 행운이 온다고 한다. 사원 맨 오른쪽에 있는 곰파에서 윤희경 선생님은 무릎에 멍이 들도록 108배를 했다는데 무엇을 빌었을까? 사원을 나오니 멀리 카그베니 지역에서 안개 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다울라기리와 투크체에서는 눈바람이 일고 있다.


▲ 묵티나트 사원 올라가는 길에 있는 벤취에 앉아

 

▲ 묵티나트 사원 내에 있는 힌두 사원 앞에서

 

 사원에서 내려다 본 카그베니 지역, 안개 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있다


18:00  로지의 방에 들어오니 냉장고가 따로 없다. 해발이 높은 관계로 양지와 음지의 기온차가 심하며 낮과 밤의 기온차도 심하다. 주민들이 양지에 모여서 게임을 하는 이유를 알만하다. 이 고산지대에서 시간을 보낼 놀이 거리가 없은 것이다. 저녁식사 후 내일 산행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 주된 내용은, 최종 목표를 토롱라로 잡지 말고 자신의  능력에 맞는 높이로 정하라는 것과 절대 무리를 하지 말 것, 클라이밍 셀파 2명, 가이드 2명, 포터 2명이 함께 올라갈 예정이니 문제가 생기면 언제라도 도움을 청할 것 등이었다. 그 말을 들으며,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과연 하루에 2000m를 올라갈 수 있을까? 체력이 견뎌줄까? 고소 증세는 오지 않을까? 3500m에서 5400m를 하루에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