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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행/한국 100名山

2007.01.06. [한국 100名山 26] 전북 정읍 내장산

by 사천거사 2007. 1. 6.

내장산 산행기

 

◈ 일시: 2007년 1월 6일 토요일

장소: 내장산 763m / 전북 정읍시 쌍치면

코스: 주차장 → 일주문 → 서래봉 → 불출봉 → 원적암 → 내장사 → 주차장

◈ 시간: 4시간 10분

회원: 유재철, 이규필, 지학근, 김석언, 이효정(총 5명)


 


07:45  아침에 일어나서 일기를 보니 사방이 깜깜해서 알 수는 없으나 눈은 내리지 않고 있다. 호남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렸다데 오늘 목적지인 강천산이 호남지방에 있지 않은가. 어쨌든 산행준비를 한 다음 흥덕구청 후문으로 가니 유재철 회장님과 이규필, 지학근 회원이 반가히 맞아 준다. 김석은 회원은 서청주 IC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땅은 비에 젖어 있고 하늘을 보니 달이 떠 있다. 지학근 회원의 Carnibal로 출발.

 

07:57  서청주 IC에 도착. 김석언 회원이 기다리고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데 해가 잠깐 비친다. 날이 맑으려나. 눈이 많이 온다고 했는데. 요새 일기예보는 그런대로 잘 맞는 편인데. 여산휴게소에 들러 차를 한 잔씩 마셨다. 가분좋게 차를 마시고 휴게소 문을 나서는데 어머나!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폭설이다. 거 봐, 일기예보가 맞지. 이규필 회원이 원래의 산행지인 강천산은 국도로 많이 가야하니 차라리 조금 가까운 내장산으로 가자고 한다.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 회원들이 모두 찬성을 해서 산행지가 내장산으로 바뀌었다. 정읍을 지나 내장산 IC까지 가는 동안 날씨는 글자 그대로 변화무쌍이었다. 눈이 왔다 해가 났다...


▲ 여산휴게소에서


09:58  내장산 IC에 도착. 톨게이트에서 요금 받는 분이 내장산까지 13km이며 15분이면 간다고 일러준다. 눈이 계속 내리는데 날이 따뜻해서 그런지 도로 위에서 바로 녹는다. 국립공원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고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1월 1일부터 폐지되었지만 문화재관람료를 2,000원씩 받고 있었다. 그러면서 주차료는 무료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없어져야할 것이 많이 있지만 이 문화재관람료도 그 중 하나라고 본다. 매표소에서 케이블카 옆 주차장까지는 눈이 녹지 않아 길이 꽤 미끄러웠다.

 

10:25  내장산 주차장에 도착. 조금 떨어진 곳에 케이블카 운행하는 곳이 있었다. 잠시 그쳤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 날씨는 종을 잡을 수가 없다. 탐방안내소에 들러 잠시 산행 안내를 받았다. 내장산은 원점 회귀 산행을 할 수 있지만 날씨가 좋은 경우에도 7~8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오늘은 날씨도 그렇고 해서 경치가 좋다는 서래봉과 불출봉을 거쳐 내려 오기로 했다. 나머지는? 물론 다음에 해야지. 탐방안내소에서 일주문까지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다.

 

10:40 일주문에 도착. 일주문을 지나 곧장 가면 내장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가면 백련암을 거쳐 서래봉으로 오르게 된다. 오른쪽으로 go! 넓직한 길이 계곡을 따라 나 있다. 예상컨데 백련암까지는 이런 길이 계속될 것 같다. 눈이 잠시 그쳤다. 오늘 제대로 겨울 산행을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도로를 걷고 있는 회원들


10:56  백련암 밑 삼거리에 도착. 왼쪽은 백련암과 원적암으로 가는 길이고 서래봉은 직진이다. 이정표를 보니 서래봉까지 1.1km라고 적혀 있다. 갑자기 구름이 걷히더니 해가 화창하게 천지를 비춘다. 그러나 곧 구름이 끼고 날이 어두워졌다. 서래봉으로 가는 길은 사면을 따라 지그재그로 나 있었다. 눈이 쌓인 바위는 적당히 미끄럽다. 그래도 회원들 잘 올라간다. 부럽다.

 

바위 옆에 작은 공간이 있어 잠시 휴식을 취했다. 유재철 회장님이 사과를 하나씩 돌리고 이규필 회원이 찰떡을 나누어준다. 둘 다 맛있다. 좋은 날씨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기분이 더 좋을 수밖에. 휴식을 마치고 서래봉을 향해 출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래봉 표지판이 보였다.


▲ 잠시 휴식 중

 

▲ 눈이 내린 내장산


11:44  서래봉에 도착. 바위에서 내려다 본 내장사 전경과 주능선은 눈에 휩싸여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눈은 산 전체를 덮었다가 사라진다. 겨울산의 진수를 맛보는 것 같다. 집에서 아무리 상상을 하고 TV로 본다해도 현장에서 느끼는 이 기분을 따라올 수가 없다. 주능선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찰칵!


▲ 서래봉에서 주능선을 배경으로

 

▲ 서래봉에서 주능선을 배경으로


불출봉을 향해 출발. 가파른 암봉 아래로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철계단을 한 번 내려 올랐는데 다시 내리막 철계단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이렇게 많이 내려가도 되나? 지도를 살펴봐도 확실히 알 수가 없어 탐방안내소에 전화를 걸었더니 계속 내려가면 제5주차장 가는 길과 불출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뉘어진다고 일러준다. 내리막 계단은 경사가 급하고 게다가 눈까지 덮혀 있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난간은 잡은 양팔이 뻐근하다. 월악산 영봉을 올라가는 계단 못지 않다.

 

12:20  삼거리에 도착. 왼쪽은 불출봉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제5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길도 미끄럽고 눈도 계속 내려 어느 코스를 택할 것인가 망설이다가 지학근 회원에게 선택권을 주었는데 '불출봉'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럼 그렇지, 여기서 내려갈 수는 없지.

 

불출봉으로 올라가는 지역은 음지여서 눈이 그대로 쌓여 있고 나무마다 설화가 피어 그야말로 장관의 눈세계를 연출하고 있었다. 삼거리에서 조금 올라가니 서래약수터가 길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다. 모두 한 모금씩 했다는 말에 플라스틱 바가지로 떠서 마셨더니 가슴 속이 시원하다.


▲ 눈길이라 미끄럽다

 

▲ 미끄러운 눈길

 

▲ 돌계단을 내려오는 지학근 회원


주능선에 올라 작은 봉우리를 몇 개 지나니 앞에 거대한 암봉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불출봉이었다. 눈 덮힌 바윗길과 철계단이 우리 인간을 한 순간에 압도한다. 그 위세에 눌려 아이젠을 꺼내 착용을 했다. 그래도 유재철 회장님은 아이젠 없이 잘도 걷는다. 이름 있는 산인데도 너무 험한 날씨라 그런지 등산객들을 보기가 드물다.


▲ 불출봉으로 가는 계단길


12:55  불출봉에 도착. 눈바람이 강하게 불어온다. 바람이 조금 적게 불어오는 길 위에 자리를 펴고 마련해 온 제수를 차렸다. 막걸리를 올리며 금년 한 해 동안 무사한 산행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했다. 작년의 그 가슴 아픈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회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빌었다.


▲ 불출봉에서 시산제

 

▲ 불출봉에서 시산제

 

▲ 불출봉에서 시산제

 

▲ 불출봉에서 시산제


13:20  삼거리에 도착. 능선을 따라 계속 가면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을 지나 정상인 신선봉에 이르게 된다. 왼쪽 하산로를 따라 하산 시작. 조금 내려가니 거대한 바위가 지붕을 이룬 곳에 꽤 넓은 공터가 있다. 불출암터라고 안내판에 적혀 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따뜻한 곳이라서 준비해 온 김밥을 점심으로 먹었다. 간식을 자주 먹어서 그런지 점심 먹는 자세가 시들하다. 하산길은 양지라서 눈이 많이 녹아 별로 미끄럽지 않았다.

 

14:13  원적암 삼거리에 도착.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백련암이 나온다. 내장사까지는 평탄한 길로 7분 정도 거리였다. 내장사에 이르니 또 눈이 쏟아진다. 눈에 쌓인 내장사는 단풍철의 내장사와는 또 다른 멋과 맛을 낸다. 내장사에서 일주문까지도 그리 멀지 않은 거리다. 14시 30분에 일주문을 통과했다.


▲ 내장사 대웅전 앞에서 지학근 회원

 

▲ 내장사에서


14:35  주차장에 도착. 탐방안내소 옆에 있는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 잔씩 빼 마신 다음 탐방안내소를 구경했다.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장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는 작은 박물관 규모였다. 내장산에 관련된 여러 가지 물품을 전시하고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 있었다. 휴게소와 음료수까지 마련되어 있어 금상첨화였다.

 

청주로 가는 길은 올 때보다 더욱 사정이 좋지 않았다. 올 때보다 차량도 많고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눈은 도로사정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지학근 회원의 노련한 운전 솜씨로 무사히 청주에 도착. 회식장소인 서대골에 도착하니 산행에 참가하지 못한 홍세영, 신동갑, 이남일 회원이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소주를 마시며 금년 한 해 평산회 활동을 잘 하기로 함께 다짐했다. 고맙게도, 거금의 회식비는 유재철 회장님이 내주셨다. 이렇게 평산회의 1월 산행은 서설을 맞으며 산뜻한 출발을 하여 화기애애하게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