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 산행/충남山行記

2006.11.19. [충남山行記 6] 충남 공주 무성산

by 사천거사 2006. 11. 19.

무성산 산행기 

일시: 2006년 11월 19일 일요일

◈ 장소: 무성산 613.9m / 충남 공주시 정안면

◈ 코스: 쌍달리 마을회관 → 홍길동성터 → 무성산 → 월가리

시간: 4시간 45분

◈ 회원: 아내와 함께



12:35  공주시 우성면 상서리 출발. 오늘은 마곡사 오른쪽에 있는 산이며, 불상 333,333개가 있는 성곡사의 뒷산 고불산과 연결되어 있는 무성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23번 국도를 따라 천안 쪽으로 가다 쌍달리로 가는 이정표에서 국도를 벗어났다. 교차로를 지나니 1차로인 쌍달리 가는 도로가 나왔다. 도로 포장은 되어 있지만 승용차 2대가 교행이 어려울 정도로 좁은 길이다.

 

13:00  쌍달리 입구에 도착. 마을 입구에는 특이하게도 장승이 여럿 서 있다. 정안은 밤으로 유명한데 이에 걸맞게 알밤 줍기 행사 현수막이 걸려 있다. 마을 입구에서 산행 기점인 마을회관까지도 역시 1차로 시멘트 포장도로였다. 야산 둔덕마다 밤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 쌍달리 입구에 있는 장승들


13:10  승용차가 3대 주차되어 있는 쌍달리 달동 마을회관 앞에 차를 세웠다. 이곳이 무성산 산행기점이다. 마을회관 옆 게시판에 연도별로 된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목판이 여러 개 걸려있다. 오른쪽으로 흐르는 개천을 따라 난 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접어드니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무성산을 이쪽으로 올라가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을 해주신다. 호두나무 과수원이 나타나고 이어 임도가 왼쪽으로 감아 올라간다.

 

13:30  중간중간 시멘트 포장이 된 임도는 경사가 적당해서 걷기에 좋다. 구름이 적당히 끼어 덥지도 춥지도 않았으며 사람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조용했다. 왼쪽으로 계곡의 물소리가 들려오는데 '기도도량'이라고 쓴 팻말 옆으로 난 내리막길에 싸리문이 조금 열려져 있다. 계곡쪽을 내려다보니 건물이 보이고 김장이 한창이다.


▲ 포장된 임도에서


13:45  능선 삼거리에 도착.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버리고 직진. 왼쪽으로 마주보이는 봉우리의 마지막 단풍이 아름답다. 시멘트 포장 임도는 길이를 알 수 없는 하얀 뱀처럼 계속 이어져 있다. 임도 오른쪽 사면에 승용차가 한 대 서 있다. 무엇하러 온 사람들일까? 임도 저 멀리 오른쪽 8부 능선쯤에 밤나무 숲이 자리 잡고 있었다.

 

14:00  왼쪽으로 굽어 도는 임도를 따라 지능선 안부로 갈 수도 있지만 밤나무 숲을 가로질러 올라가는 것이 지름길이다. 누가 이렇게 높은 곳에 밤나무를 심었을까? 떨어진 밤송이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고 간혹 알밤이 들어있는 것도 눈에 띤다. 그러나 열에 아홉은 벌레가 먹거나 말라비틀어진 것들이다. 14시 15분에 밤나무 숲 끝에서 임도로 올라섰다. 길을 조금 헤매다 14시 25분에 임도 삼거리에 도착.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무성산 북릉을 넘어 사곡면으로 내려가게 된다. 왼쪽 임도를 따라 조금 올라가니 지능선 안부가 나타났다.


▲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무성산


14:30  지능선 안부에 도착. 이정표가 서 있고 등산안내도도 설치되어 있다. 여기서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평정리로 가게 된다. 등산로는 우측 나무계단 길을 따라 올라가도록 표시되어 있었다. 경사가 급한 지능선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길에는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 미끄럽다. 적막한 가을 오후의 산길은 조금 쌀쌀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구름이 끼어 해는 볼 수 없다. 나무로 된 계단을 올라서니 주능선 삼거리다.


▲ 이정표 위로 나 있는 계단길

 

▲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는 무성산


14:47  주능선 삼거리에 도착. 이정표에 '정상 2.1km, 평정리 3.3km'라고 적혀 있다. 여기서 왼쪽은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월가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왼쪽 능선을 따라 걷다가 조금 가파른 길을 올라가니 축대용 돌멩이가 흩어져 있는 봉우리가 나타났다. 홍길동 성터였다.

 

15:00  첫 번째 홍길동 성터에 도착. 그리 크지 않은 돌무더기가 봉우리 정상에 놓여 있다. 이곳 산행안내도에는 봉화대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성터를 뒤로 하고 비교적 평탄한 능선길을 계속 걸었다. 우측으로 소나무 숲과 낙엽송 숲이 연이어 나타났다.


▲ 잡목지대를 지나며

 

▲ 소나무 숲과 낙엽송 숲


15:17  무덤 3기가 있는 무명봉에 도착. 길이가 2Km 정도 되는 무성산 주능선에는 유난히도 무덤이 많았다. 이름 없는 이 봉우리에도 커다란 무덤이 3개나 자리잡고 있었다. 무덤 한쪽에서 휴식을 취하며 사과를 간식으로 먹었다.


▲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는 중


15:30  벤취가 2개 있는 쉼터에 도착. 이정표에 '홍길동 성터 1.0km, 쌍달 월가리 2.0km, 평정리 한천리 2.5km'라고 적혀 있다. 사람 소리가 들리기에 살펴보니 남녀 한쌍의 등산객이 앞에 가고 있다. 오늘 이 산에서 처음 본 사람들이다. 15시 40분에 중계탑을 우회하고 곧 잡초에 덮힌 헬리콥터 착륙장을 지나니 규모가 큰 돌무더기로 된 두 번째 홍길동 성터가 나타났다. 성터를 지나니 곧 넓은 헬리콥터 착륙장이 나타났고 이어서 커다란 무덤 2기 뒤로 무성산 정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 홍길동 성터를 지나며


15:53  무성산 정상에 도착. 그리 넓지 않은 정상에는 화강암으로 된 작은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정상 너머로 다시 넓은 공터에 헬리콥터 착륙장이 있고 한쪽으로 휴대전화 중계탑과 산행안내도가 설치되어 있었다. 정상 기념사진을 찍고 하산을 서둘렀다.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내려갈 길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구름이 낀 날씨인데다 산에서는 일찍 어두워지는 것도 문제다.


▲ 무성산 정상에서

 

▲ 무성산 정상에서


16:00  하산 시작.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한참 신나게 내려가는데 '평정리, 한천리' 이정표가 나타났다. 이쪽이 아닌데? 16시 25분에 길을 잘못 들어 다시 능선으로 올라가야 했다. 계속 하산 시작. 능선길이 끝이 없다. 무덤 3개가 있는 무명봉을 지나고 첫 번째 홍길동 성터를 통과했다. 조금 내려가니 평정리로 가는 이정표가 서 있다. 아까 지능선에서 올라올 때 주능선에서 만났던 그 이정표다. 그런데...

 

이 이정표 위치에서 우측 평정리 쪽으로 하산을 해야 하는데 머리속에는 온통 쌍달리만 생각이 났고 그 결과 이정표에서 우측으로 꺾지 않고 직진으로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갔는데도 계속 능선길이고 임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차, 길을 잘못 들었구나. 시간을 보니 17시가 가깝고 다시 올라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았다.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슬슬 걱정이 되었다. 방법은 하나. 가능한 한 빨리 계곡쪽으로 내려가서 길을 찾는 것이다.

 

능선에서 벗어나 오른쪽 계곡을 향해 사면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경사가 급하지 않고 바위가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계곡 가까이에 오니 사람이 다니지 않아 풀이 무성한 임도가 나타났다. 임도를 따라 계속 계곡 아랫쪽으로 걸었다.

 

17:35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타났고 멀리 집들이 보인다. 벌써 가로등 불빛이 길을 비추고 있었다. 길 오른쪽에 불켜진 집이 있어 부엌에 있는 아주머니에게 위치를 물으니 월가리라고 한다. 쌍달리를 물으니 산 넘어 반대쪽에 있다고 한다. 가는 방법은? 차도로 나가서 차를 타고 정안으로 가는 방법뿐이란다. 일단 차도까지 나가보는 수밖에.

 

17:55  버스 정류장에 도착. 정류장 건물 위쪽에 '희학리-월가리-정안'이라고 적혀 있다. 그 차도는 유구에서 조치원으로 연결되는 604번 지방도였다. 정안에 가면 차를 세워둔 쌍달리로 가는 방법이 있을 건데 정안까지 가는 것이 문제였다. 7시 쯤에 있다는 시내버스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고.

 

사방은 캄캄하고 가로등 불빛만 외롭다. 그 옆에 서 있는 우리도 외롭다. 가끔씩 지나가는 차들의 헤드라이트가 눈부시다. 달려오는 차를 향해 몇 번 손을 들어보았으나 그냥 지나간다. 하긴 나도 예전에 그냥 지나치곤 했으니 남을 원망할 것도 없다. 그냥 시내버스를 기다리기로 하다가 다시 한 번 손을 들었더니 렉스턴 한 대가 우리 앞에 섰다.

 

18:10  기사분에게 정안까지 부탁을 했더니 타라고 한다. 구세주가 따로 없다. 몇 번씩이나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차에 올라탔다. 어느 '공사'에 근무한다는 50대의 그 기사분은 서울에 사는데 유구에 있는 처가에 김장을 담그러 왔다가 혼자 올라가는 중이라고 한다. 그분은 우리들이 매우 부럽다고 하면서 예전에 산에 다녀온 이야기도 해주었다. 세상은 이래서 살맛이 난다. 아무도 안 세워 줄 것 같은데 이렇게 태워주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나도 이제부터는 가능한 한 태워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8:30  정안면에 도착. 기사분에게 감사를 드린 다음 차에서 내려 근처의 버스정류소에 가서 쌍달리 가는 버스편을 물었더니 정안에서는 그곳으로 가는 버스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개인택시를 이용하라고 일러준다. 길 건너에 있는 개인택시 사무실로 가는데 기사분이 나온다. 쌍달리까지 7,000원이란다. 7만원을 달라고 해도 가야할 판이다. 택시는 23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쌍달리로 가는 1차로로 접어든다. 밤길이라 그런지 꽤 멀다는 느낌이 들었다.

 

18:45  쌍달리 마을회관 앞 주차장에 도착. 마을회관에는 불이 켜져 있고 농사일을 마친 주민들이 노인정을 겸하고 있는 회관에 모여 좌담을 하고 있는지 떠들썩한 소리가 들렸다. 차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엄습했다. 23번 국도를 따라 공주, 36번 국도를 따라 종촌, 1번 국도를 따라 조치원, 다시 36번 국도를 따라 청주로 향해 달렸다.

 

20:00  무사히 청주에 도착. 동네 뒷산이라고 만만하게 본 산에서 조난을 당할 뻔한 큰 경험을 하였다. 오늘 산행은, 아무리 작은 산이라 하드라도 산에서는 지극히 겸손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한 의미있는 산행이었다. 아울러 해드랜턴과 같은 비상 장비를 갖추지 않은 것도 이번 산행의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