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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남山行記

2006.06.24. [충남山行記 3] 충남 공주 태화산

by 사천거사 2006. 6. 24.

태화산 산행기 

일시: 2006년 6월 24일 토요일

장소: 태화산 423m /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코스: 마곡사주차장 → 은적암삼거리 → 활인봉 → 나발봉 → 상원계곡

◈ 시간: 3시간 5분

◈ 회원: 아내와 함께


 


10:15  청주 출발. 오늘은 공주시 우성면에 있는 아버지에게 들렀다가 근처에 있는 태화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장마철이라지만 장마전선이 남쪽으로 내려가서 그런지 날씨는 더없이 화창하다. 토요일이라 조치원까지는 차량 통행이 꽤 많았지만, 조치원에서 공주까지는 한산했다.

 

11:50  공주시 우성면 아버지댁 출발. 우성면소재지에서 예산으로 가는 32번 국도를 따라 가다 사곡면소재지 삼거리에서 629번 지방도를 타고 가면 마곡사가 나온다. 공주가 원래 밤으로 유명한 지역인데, 사곡에서 마곡사까지의 야산에는 밤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었고 지금 한창 밤꽃을 피워 그 향기를 사방에 흩날리고 있었다.

 

12:15  마곡사 주차장에 도착. 2,000원의 주차료를 냈다. 넓은 주차장에는 불과 몇 대의 차량만 주차되어 있었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고보니, 새벽에 월드컵 중계를 본 다음 잠을 자느라고 여행객들이 줄었다는 것이다. 주차장 한 켠에는 태화산 산행 안내판이 높에 세워져 있었다. 주차장 위로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는데 입구마다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을 해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내려올 때 꼭 들러달라는 인삿말도 잊지 않는다. 마곡사 일주문은 아스팔트 포장도로 위에 세워져 있어 조금 어색했다. 


 

▲ 태화산 등산로 안내도

 

▲ 태화산 마곡사 일주문


12:35  아스팔트 길을 따라 올라가니 오른쪽 계곡 건너로 마곡사 건물이 언뜻언뜻 보인다. 영은암 표지석과 우측이 등산로라는 표지판이 있다. 지도상으로는 왼쪽 영은암쪽으로도 산행이 가능할 것 같아 그리로 올라갔다. 거대한 측백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영은암이 자리잡고 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헤맸으나 찾지 못해 스님에게 물었더니 이쪽으로는 길이 없단다. 그렇다면 아래에서 표시한 대로 오른쪽으로 가야하는 구나.


▲ 영은암의 모습


12:50  은적암 삼거리에 도착. 등산로는 왼쪽이다. 드디어 아스팔트 길이 끝나고 흙길이 시작되었다. 좁은 완경사 산길이다. 오른쪽에 벤취가 있어 휴식을 취했다. 이 산에는 요소마다 벤취가 설치되어 있어 사람들의 쉴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등산객들은 거의 없어 조용하다. 이름 모를 새소리만 요란하다. 이 산의 또 하나 특징은 아름다운 적송이 많다는 것이다. 적송림은 사람에게 기와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송림욕 중에서도 으뜸을 친다. 또 경사가 조금 급한 곳은 모두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 벤취에 앉아 휴식 중

 

▲ 소나무가 아름다운 길


13:30  삼거리 능선에 도착. 백련암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이다. 활인봉 400m, 백련암 1km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태화산 아래에 있는 마곡사는 선덕여왕 9년에 창건된 천년고찰로 예로부터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로 택리지나 정감록과 같은 지리서에 기록이 되어 있고, 실제로 임진왜란이나 한국전쟁 때 피해를 입지 않았다.


십승지지(十勝之地)

 

풍수지리설에서 말하는 피란(避亂)·보신(保身)의 10가지 장소

 

십승지(十勝地)라고도 한다. 이에 대한 기록은 〈정감록 鄭鑑錄〉〈징비록 懲毖錄〉〈유산록 遊山錄〉〈운기귀책 運奇龜責〉〈삼한산림비기 三韓山林秘記〉〈남사고비결 南師古秘訣〉〈도선비결 道詵秘訣〉〈토정가장결 土亭家藏訣〉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체적으로 공통되는 장소는 다음과 같다.

 

영월의 정동(正東) 쪽 상류, 풍기의 금계촌, 합천 가야산의 만수동 동북쪽, 부안 호암(壺巖) 아래, 보은 속리산 아래의 증항(甑項) 근처, 남원 운봉(雲峯) 지리산 아래의 동점촌(銅店村), 안동의 화곡(華谷), 단양(丹陽)의 영춘(永春), 무주(茂朱)의 무풍(茂風) 북동쪽 등이다. 이중에서 위치를 현재의 지명으로 확실하게 파악할 수 없는 곳은 운봉의 동점촌, 무풍의 북동쪽, 부안의 호암, 가야산의 만수동이다. 한편 영월 정동 쪽 상류는 오늘날의 영월군 상동읍 연하리 일대, 풍기의 금계촌은 영주군 풍기읍의 금계동·욕금동·삼가동 일대, 공주의 유구천과 마곡천 사이는 말 그대로 공주군 유구면과 마곡면을 각각 흐르고 있는 유구천과 마곡천 사이의 지역, 예천 금당동 동북쪽은 예천군 용문면 죽림동의 금당실(金塘室) 지역, 보은의 증항 근처는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의 경계인 시루봉 아래 안부(鞍部) 지역, 안동의 화곡은 봉화군 내성면 지역, 단양의 영춘은 단양군 영춘면 남천리 부근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모두 남한에 편중되어 있고 교통이 매우 불편하여 접근하기 힘든 오지이다. 이런 곳이 선호된 것은 전통사회에서 전쟁이나 난리가 났을 때 백성들이 취할 수 있는 방도란 난리가 미치지 않을 만한 곳으로 피난하여 보신하는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십승지에 대한 열망은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에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6·25전쟁 때에도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쳤다. 그러나 십승지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피란·보신의 소극성은 단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항상 새로운 이상세계를 대망하는 적극성과 연결되어 있다.


13:50  활인봉 정상에 도착. 곳곳에 벤취가 설치되어 있는 것도 특이한데 정상에는 정자가 세워져 있고 정자에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식탁이 설치되어 있었다. 등산객을 위한 배려의 정도가 지나친 것 같다. 활인봉 정상에서 나발봉을 향해 출발. 내리막길이 꽤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길 옆으로 참나리가 종종 눈에 들어온다. 


 

▲ 해발 423m의 활인봉 정상에서

 

▲ 활인봉 정상에서

 

▲ 산행중에 만난 참나리


14:15  삼거리에 도착. 곧장 가면 나발봉으로 올라가고 오른쪽으로는 샘터를 거쳐 대웅전으로 가게 된다. 어느쪽으로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나발봉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조금 힘들더라도 처음 계획했던 대로 실행에 옮기기로 한 것이다. 내려온 만큼 다시 올라가야하기 때문에 힘이 조금 들었지만 급경사는 아니었다.

 

14:50  나발봉 정상에 도착. 활인봉과 마찬가지로 정자가 세워져 있다. 대웅전쪽으로 하산 시작.  처음은 밧줄이 매어져 있는 급경사길이다. 대웅전은 나타나지 않고 지루한 하산길이 계속 이어졌다. 도대체 대웅전은 어디에 있는 거야. 길이 하나로 되어 있으니 잘못 들 염려도 없는데. 거의 다 내려온 것 같은데 차소리가 들린다. 대웅전에서 왠 자동차 소리가 들리나?


▲ 해발 417m의 나발봉에서

 

▲ 나발봉 정상에서


15:20  계곡이 나타났다. 물속에서 서너 사람이 올갱이를 잡고 있다. 계곡 건너는 차도다. 계곡을 건너 차도로 올라서니 '마곡사 5km'라는 도로표지판이 서 있다. 마곡사 5km라니? 우리가 어디로 내려온 거야? 알고 보니 이 계곡은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상원계곡이고 도로는 604번 지방도로 유구와 연결되는 도로였다. 어떻게 해야하나? 차를 얻어타고 마곡사까지 가는 방법도 있지만 5km면 한 시간 거리이니 걸어가서 차를 가져오기로 했다. 걷는 데는 자신이 있으니까.

 

15:55  계곡을 따라 난 차도를 걸었다. 길 양쪽에는 계곡에서 피서를 하는 사람들이 세워 놓은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두번째 고개마루에 올라서니 '마곡사 2km'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길가의 원추천인국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16:20  예상했던 대로 한 시간만에 장승공원에 도착. 나무로 만든 장승들이 마곡사 주차장 건너편에 있는 장승공원에 가득 들어차 있다. 별의 별 장승이 다 있다. 주차장에서 차를 몰아 다시 산에서 내려온 곳으로 와 아내를 태운 다음 공주와 조치원을 거쳐 청주로 귀환했다. 마곡사를 구경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마곡사 기둥은 둘레가 2m가 넘는 싸리나무로 되어 있는데 모두 반들반들하다. 그 이유는 사람이 죽어 염라대왕 앞으로 가면 이 기둥을 안아 봤느냐고 물어보는데 그런 일이 없다면 지옥으로 보내고, 안아본 사람은 극락 세계로 보낸다는 전설이 있어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은 몇 번이고 이 기둥을 안아보았기 때문이다. 이 기둥을 안아 보러 언젠가 또 한 번 마곡사를 찾아야 할 것 같다.


▲ 장승공원에 있는 여러 장승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