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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충북山行記

2006.09.12. [충북山行記 13] 충북 진천 무제봉

by 사천거사 2006. 9. 12.

무제봉 산행기

◈ 일시: 2006년 9월 12일 화요일

◈ 장소: 무제봉 573.7m / 충북 진천군 이월면

◈ 코스: 어뎅이마을 → 사방댐 → 고개쉼터 → 정상 → 송림정 → 587지방도 → 어뎅이마을

◈ 시간: 3시간

◈ 회원: 아내와 함께



07:20  오늘은 개교기념일이라서 학교 휴업일이다. 원래는 '가리왕산'을 다녀올 계획이었으나 오후에 단재교육연수원에 출장이 있어 청주에서 가까운 진천 이월의 '무제봉'을 오르기로 했다. 대충 짐을 꾸려 아파트 출발.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지만 곧 맑아질 것 같다. 진천으로 가는 17번 국도는 출근 차량들로 가득했다. 평소에 늘 출근할 때 이용하는 길인데 지금 시간이 가장 붐비는 시간이다. 남들은 모두 출근중인데 출근이 아닌 이유로 차를 몰고 가는 나의 기분이 묘하다.

 

07:50  사곡교차로에 도착. 광혜원을 거쳐 용인으로 가는 4차로가 끝나고 2차로로 들어섰다. 병목현상으로 차가 밀린다. 왼쪽이 이월로 가는 길. 지난 8월 초에 청주-서울간 도보여행을 할 때 걸었던 길이다. 감회가 새롭다. 이월면에 도착. 안성으로 가는 587 지방도를 따라 왼쪽 진입, 멀리 이월저수지 제방이 눈에 들어온다. 저수지 끝부분은 신계리 화산 마을. 계속 직진을 하면 청룡 컨트리클럽이 나오는데 산행 기점인 어뎅이 마을은 그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


▲ 이월저수지의 모습


08:10  어뎅이 마을 입구 공터에 주차. 민박집과 음식점 등을 알리는 간판이 입구에 여럿 서 있다.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온다. 그래도 서늘하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바람에 하늘거리며 반겨준다. 코스모스에 관한 이야기 하나. 대개 코스모스를 가을의 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근래에 보면 여름철에도 만개한 코스모스를 종종 볼 수 있어 사람들은 기상이변에 따른 현상이라고들 추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코스모스에는 6월에서 8월에 피는 조생종이 있다. 우리나라에 먼저 들어온 것이 가을에 피는 것이었고, 1980년대부터 조생종이 들어와 지금은 한여름에도 코스모스 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그래도  코스모스는 가을에 피어야 제 맛이 나는 것 같다.


▲ 어뎅이 마을 입구


왼쪽에 민박집이 있다. 산다랭이밭에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고  밤나무마다 파란 밤송이들을 매달고 있다.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 산비둘기 구구 대는 소리가 합창으로 들려온다. 등산복을 입은 여자 등산객 한 명이 내려오며 인사를 건넨다. 벌써 올라갔다 내려오나? 평일 아침에다 이름도 없는 산이니 사람이 다닐리 없고 들리는 건 계곡의 물소리 뿐이다. 다람쥐가 길 한가운데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계곡을 가로질러서 집을 얹었다. 멀리 고개마루가 보인다. 저곳에서 왼쪽 능선으로 올라가야 한다.


▲ 계곡에 다리처럼 놓인 집

 

▲ 멀리 안부가 보인다


08:30  임도차단기 앞 도착. 아스팔트길이 끝났다. 그래도 임도는 계속 이어졌다. 왼쪽으로 전원주택 몇 채가 눈에 띈다. 아름답다. 승용차가 4대 세워져 있다. 출근들 안 하나? 다시 시멘트 포장 임도가 이어졌다. 왼쪽 계곡 건너에서 밤을 줍는 아저씨 두 명이 집게를 들고 풀섶을 헤치고 있다.

 

08:40  사방댐 표지석 앞에 도착. 오른쪽 계곡 곳곳에 사방댐이 설치되어 있다. 지난 여름 수해 때 임도와 계곡에 많은 피해가 있었는데 한창 수해복구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정표에 '명암리 발레기 6.2km, 성대리 상봉마을 5.9km, 신계리 어뎅이 1.3km'라고 적혀 있다. 표지석 앞에서 임도는 왼쪽으로 돌아가고 계곡 따라 직진 길이 나있다. 진직 길을 따라 갔는데 길이 끊어졌다. 되돌아서 임도길을 따라 올라갔다. 속리산 말티고개처럼 구불구불 시멘트 포장 임도가 나 있다. 별로 재미 없는 길이다. 경사도 만만치가 않다.


▲ 사방댐 표지석


09:08  이정표에 '성대리 상봉마을 7.9km, 신계리 어뎅이 3.3km'라고 적혀 있다. 엉터리 이정표다. 9시 15분에 등산안내도가 서 있는 임도 갈림길에 도착. 왼쪽은 송림정으로 가는 길로 '명암리 발레기 4.5km', 오른쪽은 고개 쉼터로 가는 길로 '성대리 상봉마을 4.2km'라고 적혀 있다. 오른쪽 임도를 따라 계속 걸었다.


▲ 무제봉 등산 안내도


09:20  고개 쉼터에 도착. 임도 따라 계속 내려가면 성대리 상봉마을로 간다. 쉼터에는 벤취가 여러 개 설치되어 있고 한쪽으로 포장이 둘러져 바람을 막도록 되어 있었다. 이정표에 '무제봉 0.5km, 성대리 4.0km, 신계리 4.0km, 명암리 4.7km'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아까부터 카메라를 열 때마다 건전지 기호가 깜박거리는 것이 건전지가 거의 소모가 된 모양인데 과연 정상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쉼터 왼쪽으로 철도 침목으로 된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계단 위로 가파른 오솔길이 능선까지 이어져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산행하기에는 좋다.


▲ 고개 쉼터에 있는 의자


▲ 고개 쉼터에 있는 이정표


09:40  정상 도착. 정상에는 표지석이 2개 설치되어 있고 오른쪽으로 무덤이 하나 있었다. 잡목 때문에 전망은 별로 좋지 않았다. 573.7m 武帝峰. 그런데, 정상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켜니 작동이 되지 않는다.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할 수 없지. 다 내 잘못이니까. 하산을 서둘렀다. 장군봉과 옥녀봉을 이은 능선이 길게 뻗어 있다. 장군봉 쪽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10:00  팔각정자인 송림정에 도착. '무제봉 1.8km, 명암리 4.5km, 성대리 6.0km, 신계리 5.7km'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고 산행안내판도 서 있다. 여기서 임도를 따라 신계리로 내려 갈 수 있고 장군봉 쪽으로 갈 수도 있다. 장군봉 쪽으로 진입. 조금 가니 왼쪽으로 하산로가 나 있다. 안산저수지로 가는 길 같은데 확신은 서지 않는다. 장군봉에서 내려가는 길도 안산저수지에서 만나게 되어 있는데...

 

10:05  시간적으로 장군봉을 거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아 왼쪽 하산로를 택했다. 급경사길이다. 그래도 염려했던 바와는 달리 길은 뚜렷하게 나 있었다. 10시 30분에 안산저수지에 도착. 낚싯꾼 몇 명이 차를 세워놓고 릴낚시를 하고 있다. 안산저수지 입구에 산행안내판이 또 서 있다. 장군봉에서 내려오는 길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도로까지는 평탄한 길이다.

 

10:46  587 지방도에 도착. 커다란 학동 마을 표지석이 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 학동교 왼쪽으로 안성으로 가는 587 지방도가 뻗어 있다. 아침에 내가 차로 지났던 길이다. 아스팔트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차한 곳까지 길어야 2~3km 정도겠지. 이월저수지 제방이 빤히 보인다. 오른쪽 차로를 달리던 구형 스포티지가 멈추더니 나를 태워주겠다고 한다. 고맙다. 정중히 거절을 했다. 인천 번호였었는데 타지 사람에게 친절을 배풀다니. 세상이 그리 각박한 것만은 아니다.

 

11:10  아침에 차를 세워 놓은 어뎅이 마을 입구에 도착. 8시 10분에 산행을 시작했으니 꼭 3시간 걸렸다. 시간적으로 점심 먹기에는 이른 것 같아 준비해 온 김밥은 집에 가서 먹기로 했다. 청주에 도착하니 11시 50분. 오전 시간을 이용해서 무제봉 정상만 다녀왔는데, 나중에 시간이 나면 장군봉과 옥녀봉을 거치는 능선 종주를 해보고 싶은 산이었다. 그 때에는 정상에서 꼭 사진을 찍어야지.